지역 밀착형 마을기금을 만들자!

2014. 2. 13. 17:37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지역 밀착형 마을기금을 만들자!

서울시 지역밀착형 마을기금 설립 방안 연구

이 글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사회적경제 영역의 신진 연구자를 발굴하고 시의성 있는 정책연구를 통해 서울의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고 양질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학문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연구지원사업의 결과물 중 사단법인 마을과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이 연구한 '서울시 지역밀착형 마을기금 설립 방안 연구(2013. 12)'를 바탕으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S시가 달라졌어요

교통도 편리하고, 교육 문화 환경도 좋은 편이라 사람도, 기업도 모여드는 S시. 많은 것들이 집중이 되다보니 주택 문제, 교통 문제, 환경 문제 등등 각종 도시 문제들이 발생하고, 사회경제의 악화 상황을 S시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민들의 자생적인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이런 움직임은 정책 지원의 방향이나 단단하지 못한 경제적 기반으로 인해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 금융 환경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업금융기관들은 그 지역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영리 추구를 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데다가 몇몇 협동금융기관들은 여러 가지 제약요인으로 인해 활동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 정말로 기금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건지?
‧ 어디에 어떤 기준에 맞춰 사용할 건지?
‧ 활용 가능한 금융지원수단에는 뭐가 있을지?
‧ 기금의 운영주체는 어떻게 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고 믿을만한지?

S시에 사는 주민들의 오랜 토론과 협의, 또한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검토한 끝에 주민들은 마을기금을 만들게 됐습니다.

기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주민들과의 숙의 과정은 지역과 이웃을 더 잘 알게 해주는 기회가 됐고, 함께 만드는 기금은 누구보다 지역을 잘 아는, 나를 아는 믿을 만한 자금이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누군가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을 때도, 꼭 필요한 주거 및 보육 시설을 만들 때도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 돈이 돌게 되고, 이익은 지역에 재투자되고,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던 사람들은 차츰 이사보다는 지역에 뿌리 내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내가 아는 누군가가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지역은 더욱 살고 싶은 동네가 되어 여러 사람들의 살기 좋은, 자랑하고 싶은 삶의 터전이 됐습니다.

서울에 적합한 금융지원 모델을 찾습니다

지역에서 사회적경제가 뿌리를 내리려면 지역사회의 필요에 맞는 자금의 순환이 필수적입니다. 스페인 몬드라곤 공동체, 캐나다의 퀘백주 등 많은 지역공동체에서 금융지원체계는 사회적경제가 자리잡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해온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지역공동체의 금융기반 조성을 위한 정책, 제도 지원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금융기관들의 대다수가 상업은행들로 지역밀착형 금융 지원 체계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자금을 투자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새로운 금융 방식을 사회적 금융이라고 한다면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 사회목적투자(impact investment), 공동체 금융(community finance), 협동금융(cooperation finance), 윤리은행(ethical bank)이나 사회적 증권 거래소(social stock exchange) 등의 형태로 사회금융기관들이 활동 중입니다. 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지역금융지원체계, 서울에 맞는 지역금융모델은 과연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까요?

S시 주민들이 S시의 특성에 맞는 기금을 만들기까지 살펴봤던 국내외 사례를 소개합니다.

<해외 공동체기금 사례>

 

실리콘밸리지역재단(Silicon Valley Community Foundation, SVCF)

 

신흥재벌들의 요람이자 도심지역에 기반을 둔 실리콘밸리지역재단은 기부자가 직접 지원 대상을 지정할 수 있는 선택형 기금 제도를 도입하고, 벤처캐피털 모형을 활용한 소셜벤처펀딩을 통해 벤처자선투자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미국 최대의 지역재단 중 하나로 성장함. 지역의 핵심 의제와 기금 조성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저소득층 경제적 안정을 위한 투자 프로젝트, 취약계층 아동 교육 프로그램, 이민자 정착 지원 사회서비스 제공, 교통 및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개발 사업이 핵심 사업임.

 

 

톨리아티재단(Togliatti Community Foundation, TCF)

러시아 최초이자 최대의 지역재단인 톨리아티재단은 기부 문화가 부재한 지역에서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을 효과적으로 조직화하고 정부 등 외부 지원 없이 지역 자원만으로 재단을 설립, 발전시킨 사례임. 톨리아티재단은 기부금으로 별도 수익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을 소유하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임대소득으로 필요 자금을 충당하는 안정적인 재원 기반 하에서 기부자 모집 및 기금 운영을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됨. 핵심 사업은 시민사회 및 지역공동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 지원으로 빈곤층 청소년 프로그램 운영, 낙후 지역 시설 및 인프라 투자, 취약계층 사회서비스 제공 비영리단체 자금 지원 사업 등임.

시민은행(community bank)

일본은 마을 만들기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중앙정부의 교부금, 자치단체와 주민이 함께 조성한 마을만들기 펀드, 시민은행, 지역통화, 지역채권 발행 등 다양한 방식과 형태의 금융지원 체계가 만들어짐. 그 중 시민은행은 일본의 시민운동가 ‘가타오카 마사루’가 나가요신용조합과 제휴하여 설립한 금융기관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갖췄으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를 받기 어려운 사회적(마을)기업 창업가들이나 비영리단체들에게 경영자문 및 사업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 기반 융자기금으로 지원대상이 명확한 것이 특징임. 주로 지방정부나 시장 금융기관과의 사업 연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융자 한도액은 최대 1,000만엔, 상환기간은 7~10년 사이로 월 상환 방식, 무담보 대출로 회수율이 100%에 달하고 있음. 융자금 상환율이 높은 이유로 사업 계획보다 사람(기업가)을 중요하게 보고 철저한 사전심사 과정을 거치는 점을 꼽을 수 있음.


뵈르뎅지역발전센터(Center for Local Development of Verdun, CLD Verdun)

 

몬트리올 시의 지역개발 전략을 바탕으로 자치구의 경제 발전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혁신기업가들에게 금융 및 컨설팅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비영리단체임. 혁신기업가는 영리, 비영리형 기업가 모두를 망라함. 지역투자기금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보유한 혁신기업가들의 창업 및 프로젝트의 재정지원을 목적으로 조성된 기금으로 자금의 사용처는 시설자금, 운영자금 등 특별한 제한 없이 사용가능함. 그 외에도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위한 사회적경제 기금, 청년혁신기업가지원기금, 자영업 종사자지원프로그램 등이 있음.

 

 

ERDA지역신협(East River Development Alliance Credit Union)

 

미국 뉴욕시 퀸즈 자치구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세워진 신용협동조합. 소형 공공주택 건설과정에서 대다수의 지역 주민들이 신용불량자 상태에 놓여 있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융자를 받기 어렵게 되자 지역연합회가 주도하여 지역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 금융기관을 설립함. 거주자 대상으로 주택자금 융자만을 다루는 신용협동조합으로 공공기금 성격을 가진 금고라할 수 있음. 지역에 거주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정부 등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금융협동조합을 설립했다는 점이 특징임.

<한국의 공동체 금융 및 지역말착형 기금 사례>

 

성미산마을 대동계 및 동네금고

마을 주민들이 공동 유대 강화 및 생활 보장 토대를 강화하고자 만든 경제 목적의 친목계로, 모임에 가입한 회원들은 각자 형편에 맞게 일정한 돈을 납입하고 적립한 후, 돈이 필요한 회원에게 약간의 사용이자를 징구하며 자금을 융통함. 적립금은 3, 5, 7, 10만원 중 택일하여 납부하고 공동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출자금으로 적립되며 경조사비, 마을기업 출자, 회원 배당, 대손충당금 적립 등에 사용됨.(회원 융자 최고 500만원 한도, 적용금리 1.0~3.5%) 동네금고는 마을기업, 단체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자 조성한 공동기금으로 목돈이 필요한 회원에 사업자금을 대여함. 가입단체나 기업이 납부하는 약정금과 대동계에서 빌린 예치금을 대여금으로 하며 상호부조 성격의 협력기금 또는 마을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융기제임.

 


- 해방촌 우주생활협동조합 빈고 : 해방촌 일대에서 게스트하우스 형태로 운영되는 청년주거공동체 협동조합 빈집에서 거주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한 전월세 보증금 등 주거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자조기금임. 조합원 및 장기투숙객으로부터 받은 출연, 차입금을 재원으로 임대보증금을 지원하고 여유자금으로 채무상환, 사고처리, 병원비 등 긴급자금을 융자하는 상호부조 형태의 협동기금임. 외부 지원 없이 동일 지역에 거주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립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조성한 전형적인 자조자립형 기금으로 공동체 자산 확대를 목표로 함. 출자금 규모의 한계, 대부분의 운영자금이 보증금으로 묶임으로 인한 유동성 부족, 자산의 상시적 이탈 가능성, 수익 및 재정구조 열악함 등의 과제를 갖고 있음.

 


- 안산 화랑신협 : 원곡신협, 군자신협, 고잔신협이 합병되어 만들어진 통합신협으로 소규모 조합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재정불안 등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산의료생협, 아이쿱안산생협, 안산두레생협 등 지역의 협동조합들과의 연대, 협력 사업을 통해 안산 지역 사회경제 발전에 앞장서고 있음. 조합원들을 위한 금융서비스 제공 외에 신규 협동조합, 지역주민들과 지역 내 소외계층을 위한 컨설팅, 교육 등 비금융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음.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 주제를 지원하고 사회적경제 분야의 연구자들이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연구지원사업을 펼쳐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