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협동조합의 나라, 말레이시아에 가다

2014. 2. 13. 17:38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학교 협동조합의 나라, 말레이시아에 가다

서울시 학교협동조합추진단 119~22일 말레이시아 방문기


학교 협동조합? 처음 들어보셨다고요? 세모편지에서는 그동안 서울시 학교협동조합추진단의 활동을 소개하며 학교협동조합에 대해 알려드렸습니다. 혹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있다면 지난 세모편지 뉴스를 클릭해보세요.

학교 매점,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면?

http://sehub.blog.me/150181801450

학교협동조합이 많아지려면

http://sehub.blog.me/150181801450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추진단에서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내용입니다. 지난 119~22일 추진단 13명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교육부, 실제 학교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세리 푸테리 중고교(Sekolah Menegah Seri Puteri) , 정부 산하 협동조합진흥원에 해당하는 MCSC(Malysia Co-operative Societies Comission), 협동조합연합회의 앙카사 등을 방문했습니다. 각 기관별 방문기는 아래와 같이 오마이뉴스에서 4차례 연재되고, 현재까지 2차례 게재됐습니다.

학교 매점 보러 말레이시아까지, ?

[말레이시아 학교협동조합 방문기] 학교협동조합의 본류를 찾아서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51255

말레이시아에서 발견한 학교협동조합의 성공비결

[말레이시아 학교협동조합 방문기] 학교협동조합의 든든한 길잡이 '앙카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54754

이번 세모편지에서는 간략하게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이유와 말레이시아가 학교협동조합을 적극적으로 육성한 이유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중고교인 Seri Puteri 내 학교 매점 협동조합 모습.

2600여개, 50년 역사의 학교 협동조합

2014년 119일 오전 730. 일요일 아침인데도 다들 부지런히 인천공항에 모였습니다. 인천공항에서 홍콩까지 6시간, 홍콩에서 3시간 대기한 뒤 말레이시아 공항까지 3시간, 다시 쿠알라룸푸르까지 차로 1시간. 그렇게 하루 종일 걸려 가면서 스스로 질문을 해봤습니다. “도대체 왜?”

2013년 기준으로 말레이시아에는 총 10,587개의 협동조합이 있고 이중 21%2,262개가 학교협동조합입니다. 최근 정책적으로 협동조합이 많이 육성되어서 비율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말레이시아 협동조합은 학교협동조합을 떼놓고는 설명이 안 될 정도입니다. , 말레이시아는 학교협동조합의 나라인 것이죠.

비단 규모만이 아니라, 역사도 깊습니다. 1953년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결의안이 채택됐고, 1968년 정부 주도로 9개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학교 협동조합이 설립됐습니다. 협동조합법(Co-operative Societies Act, 1993)이 제정되며 학교협동조합이 더욱 활성화되었고요. 이처럼 학교협동조합에 있어서는 선진국이기 때문에 추진단이 벤치마킹을 위해 말레이시아 행을 택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학교 협동조합의 나라가 된 이유?

협동조합연합회 앙카사 방문 당시 모습과 앙카사 부회장 알리 핫산 교수(왼쪽 위).

말레이시아에 이렇게 많은 학교협동조합이 생긴 이유는 뭘까요? 추진단 모두 가장 궁금해 한 부분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교육부 관계자와 협동조합연합회 앙카사의 알리 핫산 교수 말을 인용해 봅니다.

말레이시아의 교육 철학과 협동조합이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6가지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을 기르는 교육, 단 하나의 언어만이 아니라 영어와 같은 외국어도 말할 수 있게 하는 것, 영적 성숙, 국가관 제공 등을 목표로 합니다. 이 모든 것은 말레이시아 교육 철학의 일부입니다."

이 교수는 말레이시아의 경우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협동을 배울 수 있도록 협동조합에 참여한다면서 학생들이 중·고교 때부터 사업체 운영의 원리를 배움으로써 시장에 나갈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말레이시아가 학교 협동조합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 학교 협동조합을 통해 학생들은 책이 아닌 실제 체험으로 경제 활동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또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사업을 주위사람들에게 설득하고 의견을 토론하고 협의해 가는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 참을성 기르는 법,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법을 배우며 협동의 정신과 자립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조합 참여, 정말 가능한가?

앙카사의 협동조합 매점 안팎과 판매 중인 제품들.

좋은 이야기라는 공감과는 별개로 정말 가능한가?”란 의문은 떠올랐습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느라 바쁜데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는데 참여할 수 있을까, 교사들의 업무만 늘어나는 게 아닐까란 의문이죠.

실제 말레이시아에서도 초반에 이로 인한 갈등이 많았다고 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과 학교협동조합에 투여하는 시간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학생들이 지식이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사업을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란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계속된 세미나와 협업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해갔습니다. 또한 협동조합연합회 앙카사와 협동조합 대학 CCM에서 여러 학교협동조합 관련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를 개발해 이런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해 갔습니다.

협동조합정체성이해하기 학교협동조합의 리더십 학교협동조합인들의 소통기술 내부 감사의 기초(학생용과 교사용 별개) 회의관리 및 회이자료 작성법 학교매점의 관리 학교협동조합운동 힘갖추기(교사용) 협동조합 법과 관리(교장용) 공식적인 연설법 등의 교육 프로그램 및 교재들이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알리 핫산 교수는 학교 협동조합에서 학생들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가라는 저희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물론 학교 협동조합에 들어온 어린아이들이 처음에는 물건을 사는 역할만하지, 이사회나 어시스턴트 역할은 못 합니다. 처음에는 총회 경청 역할 정도만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역할을 원하게 되고, 실제 참여를 하게 됩니다.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일어나는 성장인 것입니다.”

정부 산하 협동조합 지원 기관 MCSC 방문 모습(위)과 말레이시아의 협동조합 교육 교재들(아래).

서울의 학교 협동조합, 새 역사를 위해

비록 3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추진단 모두의 마음은 뜨거워졌습니다. 비단 더운 나라의 열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얘기하고, 고민하던 부분들을 이미 하나씩 해결해가며 꿈을 이룬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말레이시아 학교협동조합은 하나의 모델이며, 부족한 부분도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많은 의문과 의심으로 주춤하고 있는 동안 그들은 차근 차근 길을 개척해가고 있었습니다. 좋은 기운을 받아와서, 학교협동조합 임원, 교사, 변호사, 연구자, 중간지원조직 등 추진단원 각자의 자리에서 이 꿈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험난한 미개척의 길이지만 이렇게 많은 관심과 열정이 모인다면 새로운 역사를 열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참여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사진 ()한국협동조합 연구소 주수원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