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랑 공모전 이야기부문 수상작 … ④우수상 - 1 ‘서울형기초보장제도’-적다면 적은 돈 20만 원 때문에 나는 다시 일어섰다

2013. 12. 31. 14:32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적다면 적은 돈 20만 원 때문에 나는 다시 일어섰다

서울사랑 공모전 이야기부문 수상작 … ④우수상 - 1 ‘서울형기초보장제도’

손상운 | 2013.11.29

 

노인(사진:뉴시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올빼미버스 등 시민 말씀대로 탄생한 10가지 정책을 직접 경험한 체험담, 영상, 그리고 웹툰을 공모하는 <제7회 서울사랑공모전>이 지난 10월에 있었다. 서울톡톡에서는 그 중 이야기부문에 선정된 13편을 매일 한 편씩 소개한다.

[서울톡톡] 15만원. 이 돈이 내가 2013년 6월 28일, 교도소에서 출소하면서 가지고 있던 돈의 전부였다. 교도소 세탁장에서 일해 받은 장려금 9만 4,000원과 남은 영치금 5만 6,000원을 합해 총15만 원을 가지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사업에 실패해 전과자까지 되고 난 내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곳은 전혀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이혼까지 한 상태라 갈 곳도 없어 염치 불고하고 후배 집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따로 살고 있지만 세 아이를 위해 돈은 벌어야 하는데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하루하루가 정말 절망의 나날이었다. 구속되기 전부터 허리가 아파 몸으로 하는 일은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더 더욱 암울했다. 날로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며 불안함은 날로 심해져만 갔다.

그 때 우연히 인터넷에서 출소자 지원제도가 있다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했다. '과연 내가 혜택을 볼 수 있을까? 괜히 망신만 당하는 것 아냐?' 혼자서 별별 상상을 다 하며 담당직원을 찾았다.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사회복지사와 상담을 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을 했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직계 가족 모두의 신용정보조회를 동의해야 한다"고 하기에 솔직히 좀 부담스러웠다. 왜냐하면 사업 실패 후 내 신용은 하락할 대로 하락해서 가족들까지도 못 믿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니 없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설명을 받고 동의서를 받았다. "잘 못 되는 것 아니지?" 역시 빠지지 않는 질문에 지난 삶이 부끄럽고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러나 '드디어 나에게도 살 길이 열린다'는 생각도 잠시, "아버지가 소득이 있어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는 구청 담당 직원의 이야기는 절로 한숨이 나오게 하였다.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자식들 공부라도 제대로 시켜보겠다"고 강원도 정선에 있는 탄광으로 들어가셔서 오랫동안 일을 하셨다. "일일 노동을 해서는 일곱 식구가 먹고 살기에도 힘들다"고 생각하셨기에 어린 누나와 나를 작은 집에 맡기고 들어가셨는데 오랜 광부 생활로 그만 진폐증이 걸려 산재병원에서 생활하고 계신다. 예전에 아이들과 함께 '인체의 신비전'에 간 적이 있는데 정상인의 폐와 진폐환자의 폐가 비교 전시된 것을 보고 눈물이 핑 돈 적이 있다. 검은색의 폐를 보니 아버지가 절로 생각이 나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병원에 있는 진폐환자에겐 진폐위로금이 나오는데 그 위로금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내가 사업이 어려워졌을 때, 힘들어하는 자식을 위해 부모님이 지인에게 어렵게 돈을 빌려 주었는데 그 뒤 단 한 푼도 갚지 못해 지금도 그 부담을 고스란히 부모님이 지고 있다. 비싼 이자 상환에만 그 지원금의 50%가 넘게 들어가는데도 사채는 인정이 안 된다고 하니 참으로 속상하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러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안 되지만 '서울형기초보장제도' 대상자는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검토해 보자. 신청자처럼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면서도 부양의무자 기준 탓에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서 탈락한 사람을 위해 서울시에서 시민의 말씀과 소원을 받아들여 만든 제도인데 대상이 되는 지 심사를 해 보겠다. 열심히 사시길 바란다"고 직원이 설명을 하는데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것 같았다.

전과자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안 당해 본 사람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다. 전과자가 아닌 사람, 젊은 사람도 취업이 어려운데 전과자를 사회에서 선뜻 받아줄 리가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허리가 아파 심한 일을 할 수 없기에 경비를 하려고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전과자는 안 된다"고 거절당했고 나이도 장애물이 되어 편의점 아르바이트 지원을 했으나 불합격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15만 원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고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왜 전과자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교도소에 있으면 끼니 걱정은 안 하는데…. 교도소에 있을 때가 어떤 면에서는 좋았구나.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그 참담했던 심정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출소 후 40일 만에 몸무게가 6㎏이 빠졌으니 짐작이 될 것이다.

그러던 차에 서울형기초보장제도 대상자로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게 됐다. 드디어 움직일 수 있는 교통비와 라면이라도 사 먹을 수 있는 돈이 생기니 얼마나 든든하고 기뻤는지 모른다. 20만 원을 받았는데 마치 2백만 원 같이 느껴져 입금 통장을 몇 번이고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적다면 적은 돈 20만 원이지만 어떤 경우엔 그 20만 원 때문에 사람이 죽기도 하는 게 현실이니 쓰기에 따라 사람을 살리는 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하는 창업교육을 받고 있다. 취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작지만 창업을 해서 열심히 살려고 한다. 위 창업교육의 특징은 수료자 중 심사를 해서 합격을 하면 무담보로 창업자금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가뭄 속의 단비'라고 절망 속에 있던 나에게도 '희망'이라는 것이 생기는 순간이다.

"지난날을 아무리 후회해도 그 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도 순간순간 가슴이 아리도록 후회되는 일과 고통이 생각나서 화가 치밀기도 한다. 그 화가 범죄로 연결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기도 할 것이다. 결국 어떻게든 치유를 해서 극복을 해야 하는데 요즘 주위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 속에 날로 좋아지는 것 같다. 서울형기초보장제도가 나를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으로 만들고 있다고 본다.

따뜻한 위로의 말을 잊지 않았던 실사 나온 동작구청 직원의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상당히 긍정적이라 앞으로 잘 사실 것이라 믿습니다. 용기를 내세요." 나이 어린 직원이었지만 아주 어른스러웠던 그 직원에게 말하고 싶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님도 잘 살고 계시죠? 그 때 해 준 따뜻한 말 고마웠습니다."

모든 감동의 근원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기계가 아무리 발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에게서 받은 감동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다. 제도상의 규정과 기준 때문에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소외되고 고통 받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사회문제가 되어 더 큰 사회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기에 서울형기초보장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라 생각한다.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아이나 환자가 그렇듯이 어쩔 수 없이 혼자 일어서기 힘든 사람은 옆에서 손을 잡아 일으켜 줘야 한다. '나'하고 관계없는 사람이니 그냥 두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서울형기초보장제도의 도움으로 일어나 다시 뛰고 있을 것이다.

절망과 장애를 극복한 '닉부이치치'가 넘어졌다가 일어설 때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면 전화기에 머리를 대고 일어선다. 서울형기초보장제도가 그 전화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 내서 내가 혜택을 본 게 무엇이 있어? 세금 걷어서 다 어디다 사용하는 거야?" 함부로 이야기했던 지난날의 내 말과 행동이 후회스럽다. 이제 성실하게 일해 세금도 많이 내, 많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 서울시에, 또 사회에 신세를 졌으니 갚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함께 사는 기쁨을 통해 함께 사는 세상'을 알게 해 준 서울형기초보장제도를 제안한 시민들과 서울시 관계자에게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