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랑공모전 이야기부문 수상작 … ② 최우수상-1 ‘등대지기’--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2013. 12. 31. 14:27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서울사랑공모전 이야기부문 수상작 … ② 최우수상-1 ‘등대지기’

이용채 |

등대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올빼미버스 등 시민 말씀대로 탄생한 10가지 정책을 직접 경험한 체험담, 영상, 그리고 웹툰을 공모하는 <제7회 서울사랑공모전>이 지난 10월에 있었다. 서울톡톡에서는 그 중 이야기부문에 선정된 13편을 매일 한 편씩 소개한다.

[서울톡톡]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에,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서로 맞지 않는 화음이지만, 아이들은 마냥 행복해 보인다. 아내가 먼저 떠나고, 3년 만에 다시 찾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질거린다. 막내아들 광연이는 누나들의 손을 잡고 자꾸만 잊어버려 지는 가사를 생각해 내려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린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아파트 주민들이 수군거리며 키득거린다.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낳고 누구보다 우리 부부는 열심히 살았다. 남에게 피해 안 주고 불쌍한 이웃을 도와가며 착하게 살았지만, 아내는 나와 긴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아내는 참을 때까지 참다 병원을 찾았다. 췌장암 말기라는 병명과 함께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죽음의 선고까지 받았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시한부 인생이 내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찾아온 것이다.

오히려 아내는 담담한 표정으로 아이들 걱정부터 하였다. 이제 갓 피어나기 시작하는 푸른 새싹들이 엄마의 사랑 없이도 쑥쑥 잘 자랄 수 있을지, 아내는 자신의 고통도 잊은 채 밤낮으로 걱정하였다. 아내의 부탁으로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마지막 여행을 약속 한 채, 아내 혼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났다. 그 때 아이들은 9살, 7살, 그리고 5살이었다. 일 년은 장모님이 오셔서 아이들을 봐 주셨다.

"내 딸을 그리 보내고 내가 어찌 살겠나. 아이들이라도 보고 살아야지."

연세가 많으셔서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시는 장모님께 폐를 끼치기 싫어 말렸지만, 장모님은 끝끝내 딸 생각을 하며 눈물을 보이셨다. 그러다 둘째 다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장모님은 시골로 내려가셨고 우리는 회사와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낯선 환경에 아이들이 잘 적응을 할 수 있을까 싶어 걱정이 되었다.

"엄마 없이 자라는 아이들입니다.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봐 주세요."

답답한 마음에 관리사무소에 앉아 있는 사무원에게 나의 이야기를 했다.

"걱정 마세요. 저희 아파트가 이번에 학습등대 아파트로 선정이 되어 아이들이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하소연을 했는데, 사무원은 나에게 튼튼한 동아줄을 내려주며 꼭 잡으라고 소리까지 쳐 주었다.

회사와 가까운 곳이라 언제든지 달려올 수 있어 마음이 편한 곳에 이사를 왔더니 아이들에게는 더 좋은 교육환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화센터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는 않았지만, 매일 다양한 수업이 있어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파트 내 도서관이 있어 수업이 끝난 시간에는 책도 보며 숙제도 할 수 있었다. 도서관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당번을 정해 책을 관리하며 아이들을 봐 주기도 하였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큰 딸 서연이가 하얀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아빠, 이거 옆집 아주머니께서 주셨어요."

종이 가방 안에는 멸치볶음, 시금치나물 등 밑반찬들이 투명한 통에 담긴 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연이네 어려운 사정을 듣고 아파트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밑반찬으로 도움을 주고자 해요.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저희들의 정이 묻어난 반찬이니 맛있게 드세요.'

쪽지를 든 손이 바르르 떨렸다. 나름 열심히 그리고 착하게 살아온 나에게 아내의 빈자리를 선물로 준 하늘을 원망했었는데……. 이렇게 따듯한 사람들로 대신 채우다니. 반찬 투정이 심한 막내 광연이도 맛있다며 쩝쩝거리며 밥 한 그릇을 후딱 비웠다.

"아빠, 엄마가 해 준 반찬처럼 너무 맛있어요."

멸치볶음에서 묻어 나온 깨가 입술에 붙은 줄도 모르고 광연이는 신나게 엄마이야기를 하며 빈 공기를 내밀며 밥을 더 달라고 한다.

다음 날, 출근하기 전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옆집 벨을 눌렀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신경을 써 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 혼자 하는 일도 아닌걸요."

아주머니의 말씀으로는 마을공동체라는 곳에서 함께 하는 일이라고 하셨다. 서울시에서 내민 10대 정책인데 마을 식구가 한 가족처럼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도와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 세상이 너무 삭막하잖아요.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층간소음으로 살인까지 하는 험한 세상에 서울시가 좋은 정책을 내 놓았죠. 피를 나눈 멀리 있는 친척보다 정을 나눈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거죠."

출근을 해서 서울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정말 아주머니의 말씀처럼 '시민 말씀대로 달라지는 서울'이라는 제목에 10대 정책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뉴스 앵커들이 행복 미소만 지으며 진행을 할 텐데…….'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 마을공동체에서는 아이 키우기부터 동네 안전 지키기와 일자리까지 꼭 우리가 필요한 일들을 할 수 있게끔 하였다.

맛있는 반찬을 먹을 수 있는 혜택을 준 마을 공동체에 나도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급한 마음에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를 걸어 마을 공동체의 책임자 연락처를 물어보았다. 좋은 일을 하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컬러링의 음악도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었다.

"마을공동체의 큰 도움을 받고 있는 501호 서연이 아빠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비록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한 가족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나의 마음을 충분히 전하자 책임자는 너무 기뻐하시며 동네 지킴이를 부탁하셨다.

"서연이 아버님도 아시다시피, 아파트가 외진 곳에 있어서 위험합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아파트 입구까지 가로등이 있지만 사람들 왕래가 많이 없어서 특히 늦은 시간에 다니기에는 불안하죠."

나도 딸을 둘이나 가진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흔쾌히 승낙을 하며 퇴근 후 바로 움직이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들만 있어서 오랜 시간을 할 수는 없지만, 한 두 시간이라도 내가 누군가의 등대가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아빠, 너무 멋있어요. 꼭 경찰 아저씨 같아요."

지킴이 제복을 입으니 내가 봐도 그럴싸해 보였다.

"나쁜 아저씨들이 꼼짝도 못하게 아빠가 잘 지켜주세요."

아이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회사에서 비록 지친 몸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동네의 안전을 위해 두 눈을 밝혔다. 아이들은 맛있는 반찬으로 몸이 살찌워지고, 나는 동네를 지킨다는 생각에 마음이 살찌워졌다.

큰 박수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끝났다. 학습 등대를 통해 아이들은 꿈을 배우고 사랑을 느끼며 행복의 미소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어색하게 서로의 층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던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빨리 헤어지기 싫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아쉬움을 나누는 공동체가 되었다. 아직은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공동체의 행복소리가 점점 더 커질 수 록 나눌 수 있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어두운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자의 역할을 해 주는 등대지기처럼 마을 공동체는 나와 이웃들에게 행복한 삶으로 가는 안내자의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등대지기의 노랫말처럼 서로의 등대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마음도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