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랑 공모전 이야기부문 수상작 … ⑩ 우수상 - 8 ‘나의 공유경제 체험기’-`내 것`이란 벽 허물 때 세상은 따뜻해져

2013. 12. 31. 14:19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내 것`이란 벽 허물 때 세상은 따뜻해져

서울사랑 공모전 이야기부문 수상작 … ⑩ 우수상 - 8 ‘나의 공유경제 체험기’

스페이스노아 커넥트홀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올빼미버스 등 시민 말씀대로 탄생한 10가지 정책을 직접 경험한 체험담, 영상, 그리고 웹툰을 공모하는 <제7회 서울사랑공모전>이 지난 10월에 있었다. 서울톡톡에서는 그 중 이야기부문에 선정된 13편을 소개한다.

[서울톡톡] '공유경제'라는 말이 새삼스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개인의 소유를 극대화하려는 무한경쟁 사회의 폐해가 극에 달한 탓이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일찍이 두레, 품앗이, 계 등 마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의 노동력과 재화를 나누던 것은 우리나라 전통사회의 자연스런 관습이었다. <소유의 종말>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이 논했듯 '내 것'과 '네 것'이라는 엄밀한 구분은 우리네 삶의 자연스런 모습은 아니었던 것이다.

현학적인 개념이나 옛 전통에 기대지 않고도 '공유경제'의 풍경은 어렵지 않게 우리의 일상에서 반추될 수 있다. 내 지난 학창시절을 떠올려 봐도 그렇다. 초등학교와 중학생 저학년 시절까지 나는 급식을 먹는 대신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등교했다. 그 시절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음식 공유경제의 한마당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교실전체가 일종의 음식 클라우드가 되어 사방팔방을 유비쿼터스로 반찬에 접속하여 취향에 맞게 다양한 반찬들을 나누고 갖가지 이야기꽃을 피워냈다.

그 공유경제의 장에서 누가 깍두기 하나와 갈비찜 하나가 동등하게 교환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던가. 그 시절 우리는 재화를 교환한 것이 아니라 우정과 이야기를 교환했다. 그저 오순도순 모여 왁자지껄 도시락을 나누는 공동체의 온기 안에서 우리는 그 교환의 공정성을 추호도 의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새 나는 깍두기의 가치와 갈비찜의 가치를 셈하고 비교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이야기와 애정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재화를 교환하는 엄격한 규칙들을 익혀나갔다. 그렇게 내 것과 네 것의 경계는 자연스런 일상이 되어갔고 도시락 나눔의 추억은 잊혀져 갔다.

하지만 나는 요즘 공유경제의 희망을 꿈꾼다. 내가 풀어놓으려는 이야기는 바로 그 희망을 꿈꾸게 된 과정에 관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희망으로 가는 길목에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던 세 곳의 단체에 관한 이야기다. 바로 지혜 공유 서비스 '위즈돔', 청년영화인 협동조합 '모두를 위한 극장', 코워킹 공간인 '스페이스 노아'이다. 그곳들은 내 청춘의 길목, 길목에서 공유하는 삶의 소중함을 깨우쳐준 곳들이다. 또한 서울시의 공유경제 지원사업에 힘입어 현재도 더욱 힘차게 성장하며 공유의 소중함과 가치를 널리 알려가고 있다.

졸업학기를 맞을 무렵인 9월, 서울시는 '공유도시(Sharing City)서울 선언'을 발표하고 공유경제 영역을 활성화 하는 정책들을 본격화 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나는 졸업을 앞두고 공유경제를 책으로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몸소 체험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마침 사람들의 지혜와 재능을 공유하는 서비스였던 '위즈돔'에서 큐레이터를 모집하고 있었고 나는 운 좋게 3개월간 라이프 큐레이터로서 현장 곳곳을 누빌 수 있었다. 멘토와 멘티 사이 같은 일방적인 지식전수의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동등하게 자기가 가진 재능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위즈돔'의 취지였다. 실제로 나는 현장에서 질적, 양적 차이를 막론한 각자의 재능들이 자유롭게 공유되면서 더욱 창의적인 소통의 장이 열리는 놀라운 만남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영화관련 앱 개발자와 독립영화 전용관의 프로그래머가 만나고 1인 음반기획자와 인디밴드 보컬, 영화음악 저널리스트와 교육콘텐츠기획자가 만나 새로운 프로젝트와 문화적 연대에 관해 의기투합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했다. 특히 섭외를 위해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식당인 민들레 국수집을 방문했을 때 마을주민들과 타지에서 온 시민들이 일손을 보태고 가지고 있는 쌀이나 반찬들을 십시일반 나눠, 노숙자들을 챙기는 모습은 '공유'의 참된 가치를 배울 수 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공유경제'는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과 형평성을 넘어 공동체의 관계망을 복원하고 사람간의 연대를 제도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위즈돔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여가의 영역뿐만 아니라 일의 영역에서도 삶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유경제가 필요한 것은 거창한 사회적 이유뿐만 아니라 복작복작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재미와 행복을 일터 속에서도 구현하기 위해서다. 영화를 좋아했던 내가 청년영화인 공정영화 협동조합 '모두를 위한 극장'의 청년기획단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모두를 위한 극장'의 활동역시 '공유'에 그 방점을 두고 있었다. 혼자 아니면 둘이서 영화를 보는 것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다양한 비극장 상영을 통해 영화를 매개로 다수가 공유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의미를 이끌어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영화를 보는 순간, 영화가 끝난 뒤 스크린의 여운을 나누는 그 순간만큼은 영화를 통해 하나가 되는 공동체의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공유란 유형의 것만이 아니라 그처럼 무형의 일체감과 연대감을 나누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모두를 위한 극장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였다.

모두를 위한 극장의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은 바로 서울시 지정 공유기업인 '스페이스노아'다. 시청역 8번 출구에 위치한 스페이스 노아는 다양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대관료로 사무실과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협업의 장이다. 스페이스 노아 3층의 커넥트홀은 때로는 기자회견 장소로 때로는 건축학도들의 스튜디오로, 뮤지션들의 공연장소로 이용되다가 첫째 주와 셋째 주 토요일 저녁에는 모두를 위한 극장의 상영관으로 변모한다. 카페와 계단식 좌석, 무대가 어우러진 문화 살롱과 같은 공간에 삼삼오오 모여 스크린을 주시하는 관객들의 표정과 영화가 끝난 뒤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열기는 내게 그 어떤 영화관보다 낭만적인 극장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얼마 전 모두를 위한 극장에서 물물교환을 주제로 한 영화 '타이페이 카페스토리'를 상영하고 작은 물물교환 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서울시 지정 공유기업인 '마이리얼트립'의 부대표님은 교환학생 시절의 추억이 깃든 귀걸이를 내놓았고 스페이스노아에서 일하시는 선생님은 스페이스 노아 일일 이용권을 내놓으셨다. 저마다 여행지에 얽힌 혹은 사람에 얽힌 이야기가 깃든 물건들을 주섬주섬 꺼내놓으며 물물교환에 열을 올렸다. 물건을 가져오지 않은 어느 관객은 자기가 사는 동네의 카페에서 차도 대접하고 동네투어를 시켜주겠다며 '동네 이용권'을 제시하였다. 또 어느 여성분은 자신이 이 영화를 보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게 됐고 소록도 봉사활동까지 다녀왔다며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DVD를 꺼내놓았다. 나는 운 좋게 내가 만들던 독립잡지에 관련된 물건과 그 DVD를 교환할 수 있었다.

물건이 갖고 있는 가격표를 셈하는 대신 우리는 다른 이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공유한다는 생각에 저마다 만족하고 즐거워했다. 그날은 내 어린 시절의 '오래된 미래', 도시락을 나눠먹던 학창시절의 한 장면과 묘하게 오버랩 되었다. 왁자지껄 사람들에 둘러싸여 나는 물건과 물건, 이야기와 이야기, 인생과 인생이 오가는 광경을 보았다. 삶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소중한 의미의 한 조각들이 공유되는 그 공간에서 나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스한 온기가 내 온몸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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