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부채 17조에 대해 말한다--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

2013. 12. 31. 14:06교통, 자전거, 보행

 

 

철도 부채 17조에 대해 말한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  |  webmaster@selfg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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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8  20: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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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론 :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
  
   ▲ 토론 : 김선수 ( 변호사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철도 부채 17조에 대해 말한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국토부 장관과 코레일 사장까지 심각한 표정으로 철도 부채 17조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대통령이나 총리야 관료들이 불러주는 대로 말하니까 그럴 수 있다 해도 국토부 장관이나 코레일 사장이 17조 적자의 부실기업 철도공사를 말 하는 모습을 보면 측은함 마저 생긴다.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 일부 언론들은 17조 부실기업 코레일이란 프레임을 기정사실화 한다. 과연 코레일의 17조 부채는 방만하고 나태한 경영과 철밥통 귀족 노동자의 고임금으로 발생하고 있는가? 그 진실을 밝혀본다.

철도공사는 2005년 철도청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 출범했다. 이때 5조 8천억의 부채를 인수했는데 이 중 4조 5천억은 경부고속철도 운영부채를 인수한 것이다. 경부고속철도가 건설됨에 따라 철도공사의 경영실적과는 무관하게 떠안은 것이다. 일본 철도가 국철개편 과정에서 300조가 넘는 부채를 청산하거나 독일 철도가 연방철도 자산 관리국을 만들어 42조의 건설부채 및 운영부채를 인수해 철도 운영기관의 부담을 덜어 준 것과는 반대로 시작부터 고속철도 운영부채를 안고 시작했다.

철도공사가 떠안은 4조 5천억은 타당한 것인가? 정부가 91년 고속철도 건설비용으로 예측한 금액은 5조 8천억이었다. 93년에는 10조 7천억으로 늘어났고 2010 2단계 완공 때에는 19조를 넘었다. 당초 예상한 5조 8천억이 소요되었다면 철도 공사가 출범 때부터 4조 5천억이라는 운영부채를 감당할 필요가 없었다. 고속철도 건설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난 이유는 정부의 주먹구구식 정책 추진 때문이었다. 철도에 대한 철학 부재로 인한 노선 및 역의 잘못된 설계, 대전·대구 역사의 지하화와 관련된 반복된 논란과 설계변경, 경주노선의 변경, 감리와 안전진단 비용의 급증, 여기에 각종 이권과 커넥션이 연결된 비리로 경부고속철도 건설 과정은 땜질 처방으로 일관한 정부 철도 정책의 교과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폭증한 건설비는 결국 운영기관으로 전가되었다. 일반적으로 철도의 시설과 운영을 분리한 나라의 경우 시설부문의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운영기관의 경영자립을 돕기 위해서 분리 초기 선로사용료를 면제하거나 수년간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난 2002년 9월 철도 민영화를 전제로 삼일회계법인, 삼성경제연구소 등이 수행한 용역보고서조차 운영회사의 안정적인 재무적 자립을 위해서 선로사용료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는 KTX 매출액의 31%라는 고정 비용을 선로 사용료로 회수하면서 철도공사의 경영자립을 외면했다. 이 31%는 교통연구원이 산정한 예측수요를 근거로 장기적으로 건설비를 회수하는 목적으로 책정되었는데 교통연구원의 엉터리 예측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10년도 실제 수송량(113,284명)은 예측수요(317,169명)의 35.7%에 불과하다. 폭증한 건설비와 과도한 예측수요에 따른 선로사용료 부담으로 인한 비용증가에 따른 적자는 철도공사의 경영 방만과는 거리가 멀다. 

 

  
 

적자 중 또 하나의 중요한 항목은 PSO라고 불리는 공공서비스 보상비용과 관련한 문제이다. PSO(Public Service Obligation)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 제33조에 근거하여 철도운영자가 제공하는 공익적 성격의 서비스에 대한 국가보상(벽지노선 손실보상, 공공운임 감면보상, 특수목적사업비 보상)을 말하는 것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 비용은 철도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금이 아니라 법이 보장하는 비용으로서 철도공사의 수익으로 처리된다.

정부는 철도공사의 지방 적자선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해주고 있는데도 정부지원에만 기대는 도덕성 해이가 방만 경영의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노선은 총 89개 노선이고 이중 지선을 제외한 주요 간선 22개 노선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PSO보상 대상 노선은 동해남부선, 정선선, 진해선, 경북선, 대구선, 경전선, 영동선, 태백선 8개뿐이다. 흑자를 보고 있는 노선이 KTX가 운행되는 경부 고속선과 수도권 전철 구간을 포함해 2개내지 3개에 불과한 현실에서 대부분의 노선은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이들 노선들 모두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처럼 선전되고 있다. 또한 PSO보상 대상 8개 노선에 대한 보상비용조차 정부는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경영손실에 따른 보상률은 점점 감소추세를 보여 2005년 80% 수준에서 2010년 59%까지 떨어져 있다. 

  
 

지난 몇 년간 철도공사의 재무구조 현황을 보면 선로 사용료가 영업손실액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정부가 선로 사용료만이라도 탄력적으로 조절했으면 철도 영업적자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다. 국토부는 철도공사의 선로 사용료로는 건설부채의 이자도 못 갚는 다고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독일식 모델을 따랐다는 정부가 알아야 할 것은 독일은 1994년 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시설공단의 건설부채 이자를 면제하여 운영기관에 전가되는 부담을 해소해주었다.

국토부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높은 선로사용료의 징수를 통해 고속철도 건설부채를 갚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 주장은 애초에 국토부가 주장했던 상하분리 정책의 당위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상하통합체제였던 철도청을 분할하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건설비를 포함한 시설비용에 대한 부담을 국가책임으로 하고 운영기관은 철도 운송에만 전념토록 하여 시설비 부담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신선건설비용을 운영기관에 전적으로 전가하는 것으로 귀결되어 철도공사의 적자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상하분리 정책을 시도한 나라들의 기준으로 봐도 선로 사용료는 운영기업의 경영을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지워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최고의 선로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이것은 고속도로 이용자에게 고속도로 건설비를 부담시키는 것과 같은 꼴이다.

철도 공사 적자의 실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차량구입비는 철도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비용으로 이것은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한다. 특히 새마을호(PP동차형)의 전면적 폐차 등 그동안 운행된 차량들의 내구 연수가 다해 대대적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어서 차량구입비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회계기준 변경과 계열사 부채반영으로 3조원이 추가되었는데 이것은 없던 부채가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회계처리 방식의 변동으로 반영된 것으로 부실 경영의 결과와는 무관하다. 용산개발 관련 적자는 철도공사의 책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 개발사업의 실질적 집행자는 정부이다.

인천공항철도 인수로 인한 1조 2천억의 부채도 철도공사가 떠안았다. 이 인천공항철도를 보면 코레일을 부실 방만기업이기 때문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는 허구임이 금방 드러난다. 분리를 통한 경쟁도입이 효율을 가져온다면 인천공항철도를 코레일에 넘기지 않고 계속 민간자본이 운영해 경쟁체제로 두는 게 마땅하다. 게다가 인천공항철도는 국토부가 칭송해 마지않는 효율적인 민간 경쟁체제였다. 인천공항 철도는 경쟁체제로 인한 비효율, 민간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무책임 경영에 따른 손실을 공기업의 효율적 운영으로 극복한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인천공항 철도는 1조 2천억의 인수 비용 외에도 매년 800억 정도의 적자를 드러나지 않게 철도공사에 떠안기고 있다. 민자사업으로 시작한 인천공항철도는 MRG(최소운송수입보장제)가 적용된 사업이다. 이것은 민자사업자의 사업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실제수요가 예측수요에 미달하는 일정한 부분만큼 정부가 보조금을 지금하는 방식이다. 인천공항철도의 손실 보장률은 교통연구원이 제공한 예측수요의 90%이다. 그러나 실제 이용률은 18.1% 였고 이에 따른 손실 보상액이 6년간 1조 904억이었다.

국토부는 철도 공사에 인천공항철도를 떠넘기면서 운송수입보장률을 90%에서 58%로 조정했다. 민간사업자와 동일한 조건이었으면 받을 수 있는 정부 보조금을 공기업이기에 못 받는 금액이 년 800억이 되는 것이다. 6년간 1조 904억의 손실보상액은 예측수요보상한계에서 실제 이용률을 뺀 71.9%에 적용된 비용인데 예측수요보상한계가 32% 낮아짐에 따라 민간기업이면 받았을 년간 800억 원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코레일은 수서발 KTX 신설 법인의 자본금은 800억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 철도 인수로 인해서 코레일이 자체적으로 감당하는 한 해분의 적자분 규모의 비용으로 알짜배기 수익노선의 운영을 맡기겠다는 것인데 손실은 모회사인 코레일에 전가하고 수익은 자회사가 빼앗아가는 세계에서 유래 없는 일이 시도되고 있다.

정부가 부실기업이라고 주장하는 코레일은 인천공항철도를 인수 후 요금인하, 유지보수 비용 절감, 활발한 마케팅 등으로 이용률을 높이는 등 민간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경영이 만들어온 폐해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이미 정부가 밝혔듯이 MRG 기준으로 30년간 7조원의 절감을 이루는 효과를 가져와 국민들의 혈세를 아끼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의 물가 정책에 따라 철도 요금이 4년 간 동결됨에 따라 철도의 경영적자가 심화된 것은 철도의 사회적 역할을 위해서 코레일이 감수한 것으로 방만함과는 거리가 멀다.

철도공사의 부채비율 증가현황을 보면 2008년 74%이던 게 2012년 244%로 대폭 증가했다. 또 2012년에서 2013년 단 1년 사이에 부채비율은 435%로 뛰어 버린다. 이렇게 부채비율이 폭등한 이유는 무엇인가? 갑자기 5년 동안 철도공사의 부실과 방만이 그 이전 시기 보다 더 팽배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철밥통 코레일 직원들의 임금이 두 세배로 뛰기나 한 것인가? 공기업 중 하위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철도공사 직원들을 과도한 임금으로 부실을 양산하는 주범으로 내모는 일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2008년부터 2012년 까지 철도공사는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실시해 5115명의 정원을 감축했다. 또한 연간 6000억에 이르는 영업적자도 수년에 걸쳐 꾸준히 감소시켜 지난해에는 3384억으로 대폭 줄였다. 그런데도 부채 비율이 6년 사이에 74%에서 435%로 폭증했다는 것은 철도공사의 인건비와는 무관한 다른 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철도공사 전 직원이 일심단결하여 비효율을 만들자고 작정하고 나서도 5년 만에 적자를 몇 배로 늘릴 수는 없다.

공기업 적자는 그 기업이 수행하는 업무과정에서 수반되는 사업이나 인건비 증가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4대강 사업에 동원된 수자원 공사의 예에서 보듯이 정부 정책의 이행, 인천공항철도를 떠안은 코레일과 같은 부실사업 인수, 그밖에 공기업의 자체 사업영역 확장에 따른 비용이 적자의 주요 내용이다. 코레일 만 해도 지난 5년간 광역철도 연장 및 신선개통으로 인한 경부선, 경의선, 경춘선, 중앙선, 경원선, 분당선 등의 노선이 확충되었고 기존선 전철화 및 기타 사업영역의 확대로 인한 비용이 급증했다. 이런 실상을 왜곡한 채 급등한 부채의 외형만 문제 삼아 부실 방만 기업 코레일을 이대로 놔 둘 수 없다며 진행되는 정부의 수서발 KTX 분리 정책은 한국철도의 르네상스를 열기는커녕 어두운 중세의 터널로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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