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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의 위기] 진보엔 ‘SERI’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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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의 위기] 진보엔 ‘SERI’가 없다

“진보진영에는 SERI(삼성경제연구소)가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박사급 100명을 포함, 상근 연구인력 120여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싱크탱크다. 삼성경제연의 지난해 예산은 8백50억원을 넘었다. 주식의 100%는 삼성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기업체 경영자문이나 국가기관 용역보고서 등으로 벌어들인 영업수익도 8백36억여원에 달한다.

진보진영 내 가장 큰 싱크탱크는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이다. 진보진영의 SERI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 불과하다. 국고보조금 등으로 이뤄진 연간 예산은 6억원이고, 상근 연구원이 10명 뿐이다. 진보정치연구소 외에 자립적인 경제 기반을 가진 싱크탱크는 몇개 안된다. 박원순 변호사라는 걸출한 스타 활동가가 있는 희망제작소와 ‘충성도’가 높은 386 직장인 100여명의 ‘십일조’로 운영되는 새로운 사회를여는연구원, 박주현 전 청와대 참여혁신 수석비서관이 유한킴벌리 등의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정도다. 이들 역시 재계 버팀목이 있는 보수 싱크탱크들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참여사회연구소, 좋은정책포럼 등 싱크탱크들은 대부분 상근자가 1명에 불과하거나 상근자 없이 운영되고 있다. 진보진영의 힘은 결국 네트워크에 있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약한 물적기반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 최근 진보진영간의 연대와 대안 제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열악한 물적·인적 기반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대안논의 수준도 낮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정책실장은 “논의가 지나치게 공허하고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실장은 “정책 대안을 내놓으려면 정확한 연구조사에 기반해 최소 1년 이상 지속적으로 토론해야 하는데 친분 있는 연구자들끼리 모여서 그나마 새롭게 연구한 것도 아닌 결과물을 세미나 수준에서 공유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처럼 새로 들어설 정부의 정책기조를 잡아주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할 곳이 없었던 우리 진보진영으로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그 일을 대신 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김실장은 “교수 중심의 싱크탱크를 벗어나 ‘사회운동+정책+학술’을 겸비한 정책 활동가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우물을 파는’ 꾸준함도 요구된다.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는 “홍준표 의원이 ‘반값아파트’ 하니까 약간의 전환이 일어났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진보쪽에도 교육만 10년 동안 판 사람, 부동산만 10년 연구한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정완 교수는 “진보진영이 물적기반이 취약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등 기존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나 통계만 잘 활용해도 얼마든지 진보적 시각에서 해석해내고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목·손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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