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좋은 ‘가치’와 좋은 ‘과정’이 좋은 예산을 만든다.
오관영(좋은예산센터)
2014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과 관련하여 지난번 “더 벌고, 아껴 쓰고, 제대로 쓰자”라고 제안한 바 있다. 이번 글은 어떻게 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더 벌고, 아껴 쓰고, 제대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제안이다.
좋은 가치가 좋은 예산을 만든다.
전통적으로 예산은 대여섯 가지의 경제사회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예산은 자원을 할당하고, 기본적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득과 부의 불균형을 시정하며,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제성장과 고용을 일으킨다. 이러한 예산 결정과정은 예산은 정부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의 비전을 반영하게 되는데, 이는 예산이 중립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정부의 예산은 직․간접적으로 모든 시민의 실제적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보통 예산결정에 의해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삶의 수단이 적거나 정치적 영향력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즉 소득보조나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은 특별히 경제적 복지에 중요한 문제이며, 교육과 건강과 같은 영역의 지출은 그들의 미래의 전망과 삶의 활력에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예산은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 여성, 빈곤층, 장애인, 기타 사회, 정치적 소수자 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예산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예산 속에는 정부의 정책과 사업이 표현되어 있고, 예산을 통해 달성하기 위한 국가(자치단체)의 목적과 의지가 담겨 있다. 예산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고, 그 ‘무엇’인가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미 지난 2005년 지방재정법이 전면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품목예산에서 ‘프로그램(사업)예산’으로, 투입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현금주의 단식부기 결산에서 ‘발생주의 복식부기’ 로 변화했다.
사업 성과관리예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미션과 비전, 전략목표 및 성과목표와 예산의 정책사업과 단위사업, 세부사업을 연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계획서에 조직별 임무, 전략목표, 성과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근거하여 결과(Outcome) 중심의 성과지표를 설정한 후 성과달성을 위해 사업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체계이다.
그림 전략적 목표와 사업예산과 연계
출처: 행안부, 사업예산 성과관리 실행계획(2008)
특히 이번 2014년 예산편성 시에는 기존의 세입세출 예산(안)과 별개로 예산의 목적과 의지를 담은 ‘성과계획서’와 예산이 남성과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인지(認知)하여 작성하는 ‘성(性)인지예산서’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게 된다. 성과주의 예산제도와 성인지 예산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미션과 비전을 어떻게 예산에 담아낼 것인가? 우리나라 시민사회에서는 한국여성민우회가 ‘성평등’이라는 가치에 기초해 예산에 접근하는 성인지예산분석을 하고 있고, 천안에서도 복지세상이 ‘인권’의 시각에서 예산에 접근을 하고 있다. 또한 부산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지속가능한 ‘생태’ 혹은 ‘생명’의 시각에서 예산에 접근한 바 있다.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복지예산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복지 대상별로 조직을 나누고 예산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천안시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권의 시각에서 복지 예산을 분석하면 복지예산에 대한 쟁점이 달라진다. 결식아동에 대해 밥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이 보호받을 권리가 무엇인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되는가?”가 중요한 판단의 문제가 된다.
시민사회의 이러한 노력 외에도 광주광역시의 인권도시선언, 서울 성동구의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인천 부평구의 지속가능한 전략 수립 등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여 지속가능한 지방자치단체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다.
좋은 과정이 좋은 예산을 만든다.
문제는 각각의 지방자치단체가 아무리 좋은 가치와 비전을 표방하더라도 이것이 주민들의 삶과 별반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대부분의 비전과 실현계획이 일부 전문가들의 연구용역의 결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삶과 현장, 주민의 들의 욕구와 목소리을 담아내는 과정이 대단히 형식적으로 진행된다.
예산을 결정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불요불급한 사업을 제외하는 예산(정책)에 대한 경제적인 판단을 공유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참여하는 주민들이 ‘가치’을 공유하고 합의하는 정치적‘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의 수많은 비전과 목표에는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 ‘참여’예산이 중요하다. 부평구에서 참여예산은 지속가능한 부평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계획을 세우는데 핵심적인 과정은 부평구민, 기업체, 언론,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대화이다. 참여예산은 이러한 과정을 만드는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시민참여 제도 중 하나이자 핵심적인 방법인 것이다.
지난 2010년 예산편성을 앞두고 충청남도에서 진행한 ‘충남정상회의’와 같은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 방식도 참고가 될 것 같다. 충남도와 16시군의 공무원, 시군이 추천한 시민, 직능단체추천, 시민단체추천, 정당추천, 그리고 일반시민들의 공모로 1일 도지사를 구성하였다.
당시 안희정도지사의 인사말의 요지는 주민들의 요구도 많고 도민들에게 약속한 공약도 많은데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즉 도지사가 새로운 사업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1천억원 정도라고 한다. 예를 들어 농민들이 요구하는 직불금 확대에 3천억원이 들고, 이를 하면 다른 사업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충남도만이 안이라 모든 자치단체장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지방세 수입과 교부금이 줄어들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조기집행 이자수입도 줄고,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재정이 못 쫒아가니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워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돈이 없는 것이 역설적으로 참여예산을 해야 되는 이유이다. 돈이 많으면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면 된다. 돈이 없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의 편성권을 주민들에게 줘서 주민들이 예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 참여예산을 시작하게 된 동기 중 하나이다.
이런 점에서 도지사의 공약 등 169개과제를 도민들에게 던져놓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충남정상회의는 참여예산의 취지와 같다.
충남정상회의 만 아니라 2012년 5월 3일 충남 천안에서도 타운홀미팅(Town Hall Meeting)방식으로 천안시청 대회의실에서 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2012년 천안시 주요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참여예산 시민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충남도나 천안 뿐만 아니라 서울의 성북구, 관악구, 은평구, 서대문구, 경기도 수원, 부천, 안양, 안산, 인천의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 울산의 동구나 북구, 광주의 광산구 등등에서도 이와 같이 주민참여와 주민들에게 보다 많은 결정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기획해서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좋은 예산을 만드는 것이다.
2014년 지방지치단체의 예산편성과정이 좋은 ‘가치’와 ‘과정’에 기초하여 ‘더 벌고, 아껴 쓰고, 다르게 쓰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