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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문화로 경제페달 밟다 ③ 日 가나자와市, 전통적인 도시경관 보존 노력 / 시민예술촌

정치, 정책/복지정책, 문화 기획

by 소나무맨 2013. 10. 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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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문화로 경제페달 밟다 ③ 日 가나자와市, 전통적인 도시경관 보존 노력 / 시민예술촌, 365일 24시간 개방

이화정  |  hereandnow8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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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17  17: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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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전경.
 

일본 혼슈의 중심부에 잇닿은 가나자와시. 인구 46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예술의 힘을 빌려 일본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이 도시는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부문 창조도시다. 가나자와의 성공은 역발상의 모델이다. 에도 시대 마에다 가문의 중심지로 400년 간 번성을 누렸으나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화에서 소외된 마을로 후퇴하는 듯 했다. 하지만 가나자와시는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전통산업을 도시의 경제기반으로 삼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전통문화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한 전주시가 가나자와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시민예술촌 조성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과정일 것이다.

△ 전통 산업 육성 통한 유네스코 창조도시 비결 =전주시와 가나자와시의 공통점은 '전통과 현대, 오래된 것과 새로움이 잘 공존하는 도시'다. 두 도시의 첫 출발은 문화의 '보존'이었다. 가나자와는 운이 좋게도 근대화가 비켜간 데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 공습을 받지 않고 450여 년간 지진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나자와시를 성공적인 창조도시 모델로 이끈 것은 1990년부터 20년 간 재임한 야마데 다모쓰 전 시장의 선견지명(先見之明)에 있었다. 그는 "문화에 투자하지 않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외부의 자본에 기대기 보다는 지역이 가진 제조, 유통 등과 같은 전통산업을 보존하면 거기에서 창출되는 경제효과가 지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본 것.

기모노 염색법인 가가유젠, 금박 등의 지역 전통산업이 활성화 된 것도 그의 공로다. 시는 또 전통 기술을 이어 갈 다음 세대를 육성하기 위해 시립 미술공예대학과 현립 기술고등학교를 세웠고, 일부 공예공방에서는 전통 장인들을 배출하고 있다.

본래 가나자와시는 일본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금박공예를 비롯해 가가유젠, 칠기 등이 고루 발달한 도시다. 공예 전문 인력 양성소인 우타쓰야마 공예공방은 가나자와시를 뒷받침하는 힘이다. 1989년 개관한 우타쓰야마 공예공방은 도예, 칠예, 염색, 금속공예, 유리공예의 5개 분야에서 31명의 연수생들이 3년간 공부하는 소수 정예 교육기관이다. 대개 35세 이하의 미술 관련 전공자들이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올 정도다.

가나자와시는 전통적인 도시경관 보존에도 힘을 쏟고 있다. 1968년 일본 최초로 역사경관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이 가나자와시다. 에도 시대의 게이샤 거리를 정비한 히가시차야 거리, 옛 무사들의 집이 보존된 나가마치 거리 등은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가나자와시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창의도시'가 됐다.

△ 시민 디렉터 제도로 안착시킨 시민예술촌 =가나자와시가 다음 단계로 추진한 것은 '문화의 생활화'다. 시는 과시적인 문화시설을 만드는 대신 문화가 '일상'이 되도록 시민들이 각종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지원정책을 펼쳤다. 1996년 문을 연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은 문화 활동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려는 시민들이 구심점이다.

  
▲ 지난 9월 일본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을 방문한 주민들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나자와 시민 3명 중 1명은 '아마추어 문화 예술가'로 분류된다. 상당수 시민들이 음악, 미술, 공연 동호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예술촌은 당초 1910년에 세워진 95,700㎡ 규모의 오래된 방직공장이었다. 호쇼 유타카 촌장은 "100년 이상 건재했던 방직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시민들이 시가 이 부지를 사들여서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시와 시민들이 거의 3년의 기간을 거쳐 시민예술촌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유타카 촌장은 "벽돌과 기둥 하나 손대지 않았고 공사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했다"면서 "공간 활용도가 높아진 것은 시민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공장 뼈대를 살리면서 현대적 감각으로 덧칠된 4동의 창고 건물은 드라마·뮤직·에코라이프·아트 공방으로 구성돼 있다. 중간에는 야외 콘서트와 전시회 등을 할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도 마련됐다. 365일 하루 24시간 개방되는 이곳에서 시민들은 연극, 음악, 그림, 춤 등을 연습한다. 평일에도 오후 6시만 지나면 일을 마친 시민들로 연습실이 채워진다. 방음설비가 돼 있는 연습실에서 직장인들이 피아노를 치고 색소폰을 부는 모습을 찾는 건 예삿일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시민 디렉터 제도다. 음악, 미술, 연극 공방 별로 2명씩 일반인들이 디렉터를 맡아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운영을 주도해오고 있다. 시설 이용료는 6시간을 기준으로 1000엔(약 1만 4000원)에 불과하다. 그 결과 개관 후 6개월간 10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고,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240만 명이 이용했다.

● 日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 전시품보다 건물 더 유명…유리로 된 외벽 '열린 공간' 추구

  
▲ 일본 21세기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 레안드 애를리치 수영장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미술관이 도시는 바꾸는 '빌바오 효과'의 사례로 꼽을 만하다. 스페인의 항구도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21세기 미술관은 전시품보다 건물이 더 유명한 미술관이다. 수족관처럼 투명하고 공원처럼 개방적인 이 모던한 건축은 2004년 개관 이래 쇠락하던 도시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꾸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가나자와 시청사 옆에 자리한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의 유명세는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의 설계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이 2010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게 된 것도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때문에 이 미술관의 최고 경쟁력은 건축 디자인에 있다. 두 건축가가 이끄는 건축회사 SANAA(사나아·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 건축의 특징은 '투명성'과 '개방성'이다. 이들은 "항상 공원과 같은 건축을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거리에 열린 건축, 거리와 관계하는 건축, 들어가기 쉽고 나오기 쉬운 건축"이다. 그래서 이 건물엔 앞뒤가 없다. 또 동서남북에 출입구가 있어 언제 어디로든 출입이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외벽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안밖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천장의 자연광, 빛의 뜰 등을 접목시켜 공간을 탐구하는 즐거움을, 곳곳에 설치된 세련된 조형물은 생동감을 더해준다.

또 다른 즐거움은 애니시 카푸어, 제임스 터렐, 올라푸르 엘리아손, 얀 파브르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데 있다. 21세기 미술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품 중 하나가 아르헨티나 출신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수영장'(2004)이다. 강화유리에 물을 채운 실내수영장을 사이로 지상과 지하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21세기 미술관이 성장동력에는 지역 주민과 소통을 중시한 지역밀착형 공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오치아이 히로아키 홍보실장은 "이곳은 현대미술관인 동시에 학생들의 작품 발표의 장이 되기도 한다"면서 "초등학생 4학년 때에는 누구나 필수적으로 미술관 체험을 하도록 교육과정이 구성 돼 있다"고 말했다. 매년 4~5회 열리는 상설 기획전 외에 시민들이 현대미술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 장기 미술 프로젝트도 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구 46만 명 남짓한 작은 도시의 미술관에 연간 15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드는 까닭일 것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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