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문화로 경제페달 밟다 - 2. 인천아트플랫폼항구 주변 구도심 흉물 폐공장이 창작공간으로 / 일제강점기 부두창고·사옥 개조 전시·공연장 마련 / 짜장면 박물관 등 차이나타운 묶어 관광벨트 조성
| | | ▲ 2011년에 열린 제1회 인천 평화 미술 프로젝트-분쟁의 바다 화해의 바다 행사 사진. | | 누가 인천을 문화의 불모지라 했나.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이 문화적 전초지기였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본래 인천항은 1883년 개항 이후 근대문물이 유입되는 통로였다. 대한민국 근현대 문화사의 출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최초의 근대식 공원인 자유공원 일대가 일본과 청나라, 서구의 조계지였다. 그러다 보니 19세기 후반부터 이곳에 부두창고와 무역·해운업체 사옥이 속속 들어섰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산업화의 성장기를 거쳐 시간의 더깨가 더해졌다. 그러나 탈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인천항 주변의 구도심이 쇠락해갔다. 흉물스런 폐공장들을 탈바꿈해준 것은 인천아트플랫폼을 통한 도심 재생 프로젝트 덕분이다.
△ 옛 것과 새 것의 공존
인천아트플랫폼은 1999년부터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였다. 당시 레지던스 개념조차 생소할 무렵 예술가들이 시에 문화공간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행정을 끈질기게 설득한 주역은 건축가 황순우였다. 그는 1999년 지역 보존과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을 받아 지구 단위 계획, 문화공간 건립 등 설계 이전부터 프로젝트 전반을 주도했다. 지역 문화계가 "그에게 빚진 것이 많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할 정도로 그느 건물을 최대한 보존해 각각의 연륜으로 예술가들을 맞도록 신경썼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첫 단추는 인천시가 2003년 근대 건축물 복원에 착수하면서부터다. 1886년에 세워진 일본우선회사 사옥을 비롯해 대한통운 창고·대진상사·삼우인쇄소 등 모두 13채의 적벽돌 건물을 복원·리모델링·증축 등을 해 옛 모습을 최대한 살린 것. 총 223억원을 들인 면적 5600㎡엔 다양한 형태의 전시장·공연장·예술교육관이 마련됐다.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20∼50㎡ 스튜디오·공방 20곳과 해외작가·큐레이터를 위한 게스트 하우스 9곳도 꾸몄다. 외벽을 유지한 채 내부 공간을 현대적으로 개조하거나 옛 벽돌벽에 대비되는 유리 건물의 건축, 건물 간 동선 유도를 위한 브릿지 설치 등은 옛 것과 새 것의 겸허한 공존이다. 그럼에도 아트플랫폼에는 19세기 말 인천에 진출했던 일본은행 지점 건물 세 채가 남아 있어 인천의 위용을 상징하고 있다. 이 일대를 천천히 돌아보면서 19세기 말 우리나라 근대문물의 유입 창구였던 인천의 영화를 되새겨 봄직하다. | | | ▲ 2012 플랫폼페스티벌 & 오픈스튜디오'인천 앞바다에 왜 사이다가 떴을까' 드로잉 퍼포먼스. |
△ 미술·공연·문학 등 다방면 레지던스 두각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은 레지던스를 중심으로 중심으로 미술·공연·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구자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는 '문화 인큐베이터'다. 초창기 국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국내에 정착하지 못할 때 인천시가 동아시아 문화허브도시를 주창하며 해외 아티스트들을 적극 끌어들였다. 군수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중국 베이징 '798 예술구'의 축소판 같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이곳 작업실에서 생활하며 작업을 하기 때문에 1년 내내 전시와 공연이 이어진다. 현재 40여 명의 국내·외 입주 작가들이 3개월~1년 단위로 레지던스가 치러진다. 입주작가와 지역 어린이, 청소년이 함께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수반된다. 이승미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은 "앞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스트리트 뮤지엄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과거의 역사를 보존하되 현재를 재해석하는 작업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 차이나타운 묶은 관광 벨트 활기
아트플랫폼과 인근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을 묶은 관광벨트가 인기다. 일단 아트플랫폼 옆에 위치한 한중문화관은 두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사회상 등을 전시물과 영상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문화전시관, 칭다오·항저우·다롄 등 인천시와 우호교류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8개 도시의 특산품 등을 볼 수 있는 우호도시홍보관, 중국 유명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기획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자유공원 쪽으로 더 올라가면 차이나타운이 있다.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맛집으로 소문난 중국음식점 '공화춘'(共和春)'은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하다. 인천중구청이 65억원을 들여 인천시 등록문화재인 건물을 변신시킨 '짜장면 박물관'도 있다. 이곳에서는 개항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쳐 이어져 오고 있는 짜장면 이야기, 그와 얽힌 여러 사회·문화상을 유물과 모형 등으로 보여준다. 1960년대 공화춘 주방 모습도 재현해 놓았다. 결국 아트플랫폼은 근대 건축물이 잘 보존된 특성을 살려 인근 구도심까지 재탄생시킨 성공적인 도심 재생 프로젝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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