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형 하천사업은 70년대, 급격하게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하천을 단지 경제성장의 어두운 그림자를 신속하게 배출하는 공간쯤으로 생각하면서 만들어진 인공적인 콘크리트 구조물과 복개하천에 대한 퇴출 사업이다. 1958년에 복개공사가 시작된 청계천이 약 40여년 만에 자기부정의 역사가 진행된 것처럼, 이제 하천의 자연적․미래적 가치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하천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것이 한꺼번에 없어지지 않듯이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직강화 방식의 하천정비사업과 복개가 진행되고 있으며, 하수종말처리장도 없이 수만 가구 규모의 택지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해에 몇 번씩이나 들리는 물고기 떼죽음 뉴스는 시계바늘을 과거로 돌리는 듯하다. 우리의 하천은 한쪽에서는 자연형 하천을 만들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치수사업 일환으로 콘크리트 장벽이 쳐지고 있다. 이것은 혼란이며 분명 정리해야 될 과제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가? 이 지점에서 ‘거버넌스’를 빼놓을 수 없다. ‘거버넌스’란 정부운영과 공공정책 결정을 정부가 독점하던 것을 기업과 시민사회의 NGO들과 함께하는 파트너쉽에 의한 새로운 정부 운영방식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더 이상 정부가 일방적으로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하향식 통치방식이 유효하지 않다. 현재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사회갈등 현안의 대부분이 정부의 거버넌스 시스템의 부재 때문이다. 새로운 통치기제인 거버넌스는 다양한 가치가 얽혀있는 환경 분야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하천 문제는 상․하류간 주민갈등, 중앙정부간의 갈등, 지자체간의 갈등, 개발론자와 보전론자간의 갈등 등 수많은 갈등이 현장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문제이고, 동시에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원칙적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거버넌스 기제를 적용하기에 제격이다.
따라서 하천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일은 시민사회와 행정, 그리고 기업이 거버넌스 정신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으로부터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유역단위로 민․관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일방적 통치기관으로서의 권능을 아래로 내려놓고, 시민사회의 책임 있는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 길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형 하천 복원의 시작은 철저하게 개발주의와 개발주의를 옹호하는 행정에 대항하는 시민사회의 저항의 역사였다는 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