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사회 :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
| | | ▲ 발제 : 김연철 (인재대 통일학부 교수) |
| | | ▲ 토론자 : 장용석(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북한 강령군 경제특구계획
1. 서해평화협력의 중요성 2007년 2차 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은 서해를 평화의 바다, 공동번영의 바다로 만들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서해는 다시 냉전의 바다, 군사적 충돌의 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2012년 대선을 거치면서, 서해는 이념의 바다, 정쟁의 바다가 되었다. 서해를 둘러싼 인식은 후퇴하고 있다. 10.4 정상회담의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은 기존의 해상경계선, 즉 북방한계선을 유지하면서 평화경제의 방법으로 서해에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한 접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발적 충돌방지를 제도화하고, 경제협력을 활성화해서 평화의 바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보수적 시각은 북방한계선을 양보했다고 주장하나, 그렇지 않다. 소모적인 정쟁이고, 구체적 내용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된 착각이다.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제시한 서해평화협력지대의 지도를 보더라도 명확하다. 공동어로수역은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등면적 원칙을 적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해양평화공원의 사례는 말할 것도 없다. 해양평화공원은 물범 등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수역을 공동 조사하고, 공동 보존해 나가자는 구상이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추진했던 홍 해 해양평화공원의 사례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었다.
< 그림1>2007년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제시한 서해평화협력 관련 지도 서해는 여전히 한반도 군사적 신뢰구축의 입구다. 서해의 평화가 사라지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담론이 사라졌듯이, 마찬가지로 한반도 평화를 말하면서, 어떻게 서해를 무시하겠는가? 그리고 서해는 환황해 경제권을 꿈꾸는 사람들의 중심 무대다. 북한이 강령군을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강령군은 현대가 개성공단을 공단 건설지역으로 확정하기 이전에 제시했던 후보지역이다. 그리고 10.4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개성공단 이외지역으로 공단을 확대할 경우의 후보지로 강령반도를 제시했다. 해주와 강령은 서해평화 협력지대의 중요한 구성요소였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박근혜 정부가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을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서해를 정쟁의 도구로 삼은 상황에서, 북한이 강령군을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안타까운 시간의 엇갈림이다. 남북경제협력은 후퇴하고, 북중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강령군 경제특구 계획을 발표한 것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2. 김정은 체제의 대외경제정책과 강령군 경제특구
김정은 정권은 2013 년 들어 경제정책에서 중요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3월 31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무력 병진노선’ 을 채택했지만, 경제정책과 관련된 몇 가지 조치를 발표했다. 그중에서 ‘대외무역의 다각화·다양화 조치를 통한 투자활성화’가 주목된다. 그리고 4월1일, 박봉주를 총리로 임명했다. 2002년 7.1 조치 이후 북한의 경제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 당과 군의 비판으로 낙마한 박봉주를 다시 총리로 기용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5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192호로 ‘경제개발구법’이 발표되었다. 3월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제시한 ‘자체의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를 내오고, 특색 있게 발전’ 시키겠다는 의지를 법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개발구의 지정 권한을 분권화한 조치다. 지방에서도 필요에 따라 경제개발구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앙급 경제개발구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특구, 라선 경제특구, 황금평·위화도 경제특구‘, 그리고 원산 관광특구가 포함되었다. 그리고 지방급 경제개발구는 온성섬 특구와 강령군 경제특구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남북한 접경지역의 북측 지역에서 중요한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동해안 광역 관광특구 계획’이다. 크게 보면, 마식령 스키장, 금강산 관광의 국제화, 그리고 배후 도시인 원산의 현대화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마식령 스키장은 김정은 체제의 가장 중요한 상징사업이다. 원산 갈마 비행장과 원산~금강산 사이 철도 현대화, 원산~금강산 도로의 보수와 전력 보장 등은 이미 북한 당국이 발표한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물론 남북관계 경색으로 북한의 동해안 관광특구 추진 환경은 낙관적이지 않다. 북한은 이미 금강산 국제관광 특구법(2011년 5월)을 제정할 때, 이 법을 남북경제협력 법제가 아니라, 외국인 투자법제 내지 대외경제 법제로 분류한 바 있다. 남쪽만 바라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현대의 관광사업 독점권 효력을 취소했다. 금강산 특구관리의 운영주체를 관광지구 관리 기관에서 국제관광 특구관리위원회로 변경했다. 개발업자에 관련된 모든 규정들을 수정했다. 관광사업 운영을 이제 개발업자가 아니라, 북한 당국이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북측 지역을 통한 관광은 북측이 맡되, 해외사업자에게 위임하고, 남측 지역을 통한 관광은 현대가 계속 맡아한다는 입장이다. 2012년 6월부터 연길~금강산 배편 관광이 시작되었고, 7월부터는 연결~금강산 항공관광이, 그리고 2013년 5월부터 싱가포르 관광선 황성호에 의한 라선~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서해안 지역에 강령군 경제특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조선합영투자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중국해외투자연합회’가 중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홍보용으로 작성한 투자 계획은 어마어마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령군 경제특구의 총면적은 505.546km²에 달하고, 계획 총 투자액은 500억 달러 규모다. 70만 명의 고용효과를 목표로 하고, 재정수입 100억 달러, 그리고 천개의 산업 고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면, 북한 최남담 해군기지인 등산곶이 폐쇄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 해군 기지가 경제특구지역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강령군에서 불과 수km 떨어진 사곶에 위치한 8전대도 기존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과연 가능한 계획일까? 검토해야 할 변수들이 너무 많다. 당장에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종류의 계획은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비롯하여 북한 투자 관련 기구들이 이미 다양한 형태로 발표한 바 있다.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홍보용 자료이기 때문에, 과장된 측면도 있다. 이 계획을 의뢰한 ‘조선합영투자위원회’가 해외에 설립한 사무소인 조선투자사무소 역시 최근의 활동이 주춤하고 있다.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고, 북핵문제의 해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북중 경제협력도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중국 정부 차원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가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당장에 이익이 되는 경제협력도 계속 추진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투자에 대해서는 중국 기업들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특히 강령군의 경우 서해의 군사적 충돌지역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으며, 여전히 정치군사적 리스크는 높은 편이다. 물론 인천을 비롯한 서해안의 접경지역들이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중국의 참여를 필요하듯이, 북한도 중국자본의 참여를 일종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한 모두 알아야 할 것은 이러한 구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어야 중국 자본이 참여하는 것이지, 그 반대 상황은 현실적이지 않다. 3. 강령군 경제특구의 성공조건
강령군은 현대가 개성공단을 추진하기 이전에 공단 후보지로 검토한 적이 있다. 2007년 정상회담 당시, 서해 평화협력 지대를 논의 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은 정몽헌 회장이 해주항 이용권을 요구했을 때, “해주 옆에 강령군이라고 있습니다. 강령군 땅을 개성이 잘 되면, 공업단지 해보라 그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강령군을 일종의 경제특구로 검토한 것은 바로 개성공단과의 관련성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또한 해주항을 통해 개성까지의 기차 연결도 언급했다. 강령군은 해주항을 항만으로 가진 일종의 임해 공단으로서의 특성이 있다. 마산수출 자유지역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경제특구들은 수출항구 인근에 조성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의 경제특구 역시 물류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서해안의 임해공단은 북중경제협력과 남북경제협력 모두를 고려할 수 있다. 1) 경제특구의 성공조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해주공단을 고려한 것은 인천~개성공단~해주(강령군)의 비교우위에 따른 역할분담과 해운·육상·항공 물류가 결합된 복합물류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령군은 그런 점에서 경제특구가 가져야 할 입지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서해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었던 임해공단은 남포공단이었다. 해주(강령)권은 서해평화정착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구축 수준에 영향을 받았다. 남포공단은 이미 1990 년대 대우가 공단 조성을 검토한 바 있다. 그리고 경공업 공단을 일부 조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포는 서해갑문 때문에 대형화물선박이 운행하기 어렵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외항을 건설해야 한다. 남포와 비교해 볼 때, 해주·강령권은 해상물류 측면에서 남한과 중국 모두 상대적인 거리가 가깝다. 중국의 산둥반도, 인천과 인접해 있어서, 일종의 해상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물론 남포와 강령군을 구분하는 것은 바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에 따른 영향이다. 강령군은 서해의 군사적 신뢰구축 수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당연히 정치군사적 환경이 개선되어야 가능한 프로젝트다.
동시에 북한의 다른 경제특구와 마찬가지로 성공하기 위한 일반적인 조건들도 충족해야 한다. 경제특구(Special Economic Zone)란 일반적으로 특정한 지역에 대하여 국가가 규제를 완화하여 각종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수출·입과 투자유치를 통해서 국가간의 경제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한 지역을 말한다. 북한과 같이 오랫동안 고립된 경제체제는 경제특구를 통해서 세계 여러 나라와의 분업에 참여함으로써 외화소득, 기술이전, 국내의 고용과 소득창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제특구는 일정 부분 외국에 대해서 경제적 개방을 하는 것으로 전국 그리고 전 산업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그리고 산업부문별로 이루어 진다. 경제특구 지역내에서는 일부 산업에 대해서 조건 없이 즉각적으로 외국상품과 서비스의 수입에 대한 규제가 해제되어야 하나, 경제특구 이외의 지역은 개방정책이 일정한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징을 지닌다. 북한은 1990년대 나진 선봉 개방을 시작으로 개성과 금강산, 그리고 신의주를 경제특구 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개방지역은 상대 투자자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남한 전용공단이나 다름없는 개성공단은 정치군사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기반을 갖추었다. 금강산은 중단된 지 이미 5년이 흘렀다. 나진 선봉이나, 신의주 일대의 지역들은 북중 경제협력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북한의 경제특구가 성공하기 위한 환경과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는 정치군사적 환경이다. 남북관계 악화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제협력은 현재 전면 중단 상태다. 북중 경제협력도 마찬가지다. 2003년 들어 북중 경제협력이 주춤하고, 중국 기업들의 대북투자가 감소한 이유는 바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악화 때문이다. 2013년 상반기 북중간 무역규모는 총 29억 5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했다. 북한의 광물 자원을 비롯한 대중 수출은 줄어들지 않았는데, 중국의 대북 수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14%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북핵문제의 진전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강령군의 화려한 계획은 실현되기 어렵고, 중국 기업들 역시 투자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국제적인 투자환경의 조성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의 완화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중국기업의 대북한 투자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비롯하여, 국제적인 수준에서의 확산방지나, 전략물자반출제도의 운영에서 유연한 접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광물을 비롯한 북중 양국의 단순 교역이나, 관광교류 등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는 다르다. 일단 강령군을 비롯한 공단의 경우는 생산제품의 수출시장이 있어야 한다.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중국의 노동집약 업종들도 대부분 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생산 분업을 통한 인건비 절감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수출에 나쁜 영향을 줄 경우,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자본투자 역시 이미 중국도 국제적 수준의 금융제도들을 활용한 투자기법(사모펀드 등)들을 활용하고 있다. 리스크 해소의 중장기적 전망이 가능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고, 그것이 북한의 투자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셋째, 북한의 국내 경제정책에 대한 개혁의지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방 경험을 보면, 대외적 차원의 경제개방과 국내 경제개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박봉주 총리가 들어선 이후 농업분야의 분권화와 기업의 자율권 확대조치가 꾸준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특히 직접임금의 지급과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 환율 정책의 개선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향후 북한의 경제특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경제제도와의 연관효과, 핵문제를 비롯한 국제적인 투자환경의 개선, 중국이나 베트남 등 경쟁국과의 비교우위 등 다양한 과제들에 대한 북한의 의지와 변화 수준이 경제특구의 발전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2 ) 선군체제와 경제발전의 관계 강령군 경제특구와 동해안 경제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군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강령군의 경우, 해군기지의 이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개혁과 선군체제의 관계 재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는 핵 억지와 경제건설 병진은 어렵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가 국방비를 줄일 수 있고, 그것으로 경제건설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이러한 주장은 한계가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에서도 확인 되었지만, 핵 억지에도 불구하고 제한분쟁은 지속되었고, 재래식 군비 경쟁은 오히려 가속화되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보유는 한반도에서 상호억지의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며, 제한분쟁의 가능성도 높일 것이다 . 북한의 핵 보유는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와 양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핵 억지가 경제발전에 순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기능을 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선군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경제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략이 변해야 한다. 중공업중심의 수입대체체제에서 경공업중심의 수출지향형 경제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재정의 투자 우선순위도 변해야 하고, 경공업 발전에 필수적인 경제주체의 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중공업 중심의 축적 전략을 유지하는 한, 시장 메카니즘의 확산은 한계가 있다. 셋째, 군의 경제활동 참여와 경제개혁의 관계다. 북한이 군사국가적 성격을 유지하는 한, 북한군의 경제 활동을 축소하기 어렵다. 지속적인 공장가동율 저하로 재정수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군사부문을 축소하지 않는 이상 북한은 국방비에 들어가는 재정지출을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쿠바는 경제개혁을 시작하면서, 군의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개혁의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중요한 것은 군의 경제활동수준이 아니라, 경제구조의 전환이다. 경제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군의 경제활동이 긍정적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박봉주 내각의 등장과 더불어, 경제정책 변화의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의 군사국가화 구조와 경제개혁의 관계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시장 지향적 개혁에 착수한다면, 군의 경제활동 참여와 군수산업과 민수산업의 관계 등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시장 지향적 개혁에 착수할 때, 군수산업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주목할 만하다. 4. 평화와 공동번영의 기회를 위하여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12년~17년 3.4%, 2018년~2030년 2.4%, 그리고 2031년부터 1%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OECD 국가중에서 잠재성장률 하락속도가 가장 빠르다. 성장 동력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우리가 해양경제권과의 협력을 통해 산업화를 이룩했다면, 이제 북방경제론으로 한국경제의 2막을 열어야 할 시점이다. 북방경제는 남북경제협력과 대륙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융합적으로 접근하는 구상이다.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남북경제협력은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적 중소기업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현재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경제협력이 중단되었다. 노태우 정부 때부터 시작한 남북교역과 위탁가공이 중단되고, 남북관계의 상징사업이던 금강산 관광도 중단되었다. 남북경제협력은 경쟁력을 상실한, 동시에 해외투자의 기회도 줄어들고 있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유일한 희망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지역 균형의 관점도 필요하다. 접경지역을 특성별로 개발하고, 환황해, 환동해 경제권을 형성하여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강령군 경제특구는 환황해 경제권 형성을 위한 중요한 출발이 될 수 있다. 인천~개성~해주·강령을 비교우위로 연결하고, 이것을 접경지역 발전의 기회로 삼으며, 이를 발판으로 환황해 경제권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인천에서 목포까지 서해안 지역들 역시 평화의 바다를 기초로 한중 협력을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방경제 구상은 최소한 노태우 정부 때부터 우리가 의욕적으로 제시해 온 국가발전 전략의 하나였다. 왜 지금까지 실현될 수 없었는가? 북한이라는 다리를 넘어야 하는데, 남북 신뢰관계가 뒷받침 되지 못했다. 지속가능한 평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동시에 현재의 시점은 과거와 다르다. 러시아에서 푸틴 정부가 등장하면서 극동개발 전략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중 경제협력은 이미 구상에서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독자적으로 나진항을 활용할 수 있는 육상교통망을 갖추게 되었다. 중국은 훈춘~나진 육상물류를 통해 동해항구라는 오랜 꿈을 실현하게 되었으며, 북한 경제가 중국의 동북경제권에 노동력과 물류 측면에서 편입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향후 북중 경제협력은 더욱 진전될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의 정치적 이해가 있고, 중국기업의 경제적 논리가 작동하고 있으며, 동북지방정부의 인프라 확충 의지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지역에서 초국경 협력 방안들이 실현될 수 있는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경제개방을 시도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남북관계 악화로 호혜적 경제협력의 기회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는 북중 경제협력 차원에서 북한의 개방이 추진되고 있다. 남북경제협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북중 경제협력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비교우위인 노동력이나 광물자원 등은 한정되어 있다. 경제협력 차원의 남북중 삼각관계는 선순환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최근의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중 경제협력의 확대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이 참여하는 남북중 삼각협력은 남북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강령군 경제특구의 미래는 남북관계에 달려있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원산 ~ 금강산 ~ 마식령 스키장의 광역 관광특구 역시 남한의 평창 ~ 강릉 ~ 설악산의 광역 관광 특구와 결합될 때, 상호 호혜적 발전이 가능하다. 북한이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선군경제노선에서 탈피해야 하듯이, 우리도 새로운 미래의 성장 동력을 위해서는 평화와 공동번영의 기회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자치분권 Issu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