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잠시 사회적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비껴서 있는 듯이 보였던 보육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시기 보육정책과 관련한 논의는 주로 영유아 보육과 관련한 돌봄노동에 대한 공적 지원을 둘러싸고 그 방식과 양, 그리고 수혜대상의 폭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논의는 지난 2012년 대선시기에 각 후보 진영이 경쟁적으로 보편적 보육지원 정책을 내놓으면서 그 정점에 이른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현재 0-5세 영유아에 대해 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에는 보육료 지원, 가정양육에 대해서는 양육비 지원이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다.
보육정책을 둘러싼 최근의 논의에서 특징적인 것은 주로 재원조달의 문제와 관련하여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대선시기 무상보육을 포함하여 보편적 복지정책을 놓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던 반면, 재원확보 및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각 후보 진영이 약속이나 한 듯 말을 아끼던 것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복지관련 의제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 크게 세 번 정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기초연금 재원으로 국민연금 적립금 활용을 고려한다는 인수위발 소식이었고, 다음이 지난 8월 복지재정 마련을 위한 기획재정부의 증세안을 둘러싼 논쟁,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기초연금관련 논란이다. 이들 복지관련 이슈들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관련 공약이행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무상보육 재원조달방식의 문제와 관련한 현재의 논의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노인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금지원을 하는 방식의 정책인 기초연금의 경우 재원조달의 문제가 그 정책의 중심에 있는 반면, 무상보육의 문제는 영유아보육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바와 같이 “영유아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 양육”하는 사회복지서비스라는 점에서 단순한 재원 확보 및 조달방식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 즉 보육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책임이 단순한 보육비의 지원에 그치지 않고 영유아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고 양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보육서비스’에 있어서 국가의 정책적 책임의 정의와 그 한계, 그리고 그의 실현을 위한 조건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2. 보육의 공공성
우리나라에서 보육정책에서 공공성의 개념이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2005년 여성부가 발간한 『보육사업안내』에서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이라는 정책 목표를 제시한 때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로 보육을 비롯한 사회서비스에 있어서 공공성이라는 개념은 널리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성의 정의와 핵심 구성요소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다.
윤홍식은 돌봄서비스의 공공성과 관련하여 욕구가 있는 대상 누구나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대상의 보편성과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양질의 서비스, 그리고 돌봄서비스의 생산과 소비과정에 있어서 민주적 통제 가능성 등을 핵심적인 요소로 들고 있다. 이숙진은 북유럽을 비롯하여 성평등도가 높은 나라들의 젠더레짐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국가들의 보육정책에 나타나는 돌봄의 사회화, 탈가족화에 주목하면서 보육서비스의 공공성이 국가의 재정투입과 공공시설의 확보를 통해 보육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만족할만한 수준의 보육서비스를 누리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보육서비스의 공공성과 관련한 연구들 중에서 백선희의 연구는 보육의 공공성 개념에 대한 최초의 분석적 연구로서 주목할 만하다. 백선희는 보육정책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부관련성, 그리고 거버넌스를 보육서비스의 공공성의 3대 영역으로 보고, 각 영역별로 3개씩 총 9개 구성요소를 제안하였다. 보육의 공공성과 관련한 백선희의 주장에서 보육정책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로 전체 사회적인 측면에서 공익성뿐만 아니라 영유아 개개인의 권리성을 동시에 고려함으로써 아동 개개인을 정책의 중심에 두어야 하는 개념적 근거를 제시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상으로 보육서비스의 공공성과 관련하여 제한적인 수준에서나마 이루어지고 있는 학계의 논의로부터 공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주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육을 비롯한 사회서비스, 특히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구성하는 요소로 정부의 재정투입과 양질의 서비스, 그리고 적절한 통제기전 혹은 거버넌스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앞서 언급한 통제기전, 혹은 거버넌스의 문제와 정부의 재정투여는 결국 궁극적으로 아동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앞의 논의의 연속 선 상에서 보육서비스에 있어서 공공성의 과제는 단순한 재정 확충 문제나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의 문제 등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무상보육을 위한 재정확보 및 조달방식의 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 논의의 지형이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1.1. 무상보육 vs. 공공보육
앞서 보육의 공공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엄밀한 정의가 미비함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다. 무상보육이라는 용어 또한 우리나라 보육정책과 관련하여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무상보육이 보육의 공공성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관련하여 어떤 정책적 함의가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촉발시킨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 이후 무상보육이라는 용어는 무상의료와 더불어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정책공약, 혹은 선거 쟁점이 되어왔다. 이러한 정책은 지난 2012년 대선 시기 보육인프라 확충, 보육노동자 처우 개선과 더불어 주요 대선 후보의 보육정책 관련 핵심공약으로 자리 잡은바 있다. 하지만 무상보육정책은 엄밀한 의미에서 영유아 보육과 관련한 비용을 국가가 대신 지불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지 않는 정책적 수단에 다름 아니다. 무상보육 정책은 백선희가 언급한 보육 공공성의 9개 요소 중에서 정부 관련성이라는 영역의 하나인 공적 급여체계라는 요소와 관련 있는 정책 방안으로 볼 수 있다.5 보육 공공성의 관점에서 무상보육은 보육서비스의 급여체계에서 사용자를 대신하여 국가가 지불하는 방식으로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책적 개입 방안에 해당하는 셈이다. 결국 무상보육은 그 자체만으로는 아동에 대한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공공보육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여러 개의 필요조건 중 하나일 뿐 충분조건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래에서는 우리나라 무상보육의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고, 무상보육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보육정책이 아동에 대한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한다는 공공보육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려할 지점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3. 우리나라 보육정책의 현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3년 현재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무상보육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단계에 와있다. 다시 말해 0세에서 만 5세에 이르기까지 영유아의 보육과 관련하여 부모가 추가적인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영유아보육법 제10조에 의한 국공립, 사회복지법인, 법인/단체 등 직장, 가정, 부모협동, 민간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5세 이하 영유아의 경우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보육료에 대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아래 표 참조), 그 외에도 장애아 보육료, 다문화 보육료, 방과후 보육료, 시간연장형 보육료 등 다양한 보육지원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종일제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가정양육 아동에 대해서는 역시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전계층의 만 5세 이하 아동에 대해 나이에 따라 월10만원에서 20만원까지의 가정양육수당을 현금지급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아래 표 참조).
이와 같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정부는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총 343조에 이르는 2013년 정부 예산에서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예산은 97.4조로 총 예산의 28%에 이르고 있으며, 그중 보육·가족·여성 분야 예산이 차지하는 예산이 약 4.2조원에 이른다. 이중 영유아 보육료 지원에 2.6조, 가정양육수당 지원에 8천8백억의 예산이 투여되고 있다.
이와 같은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여 시행되고 있는 전국민 무상보육이 아동에 대한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한다는 공공보육 정책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행 우리나라 보육정책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3.1. 정부 보육정책의 불균형성
2013년 보건복지 예산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보육예산 4.1조원 가운데서 보육서비스의 수요자인 영유아(와 가족)를 직접 지원하는 영유아보육료 지원과 가정양육수당지원 사업을 집행하는 데 소요되는 경비가 전체의 8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이 보육돌봄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인건비 지원에 해당하는 어린이집 운영지원 사업으로 약 4천4백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여되고 있다. 이에 반해, 보육서비스의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보육인프라구축 사업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규모의 예산이 투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국공립어린이집의 신축을 포함한 어린이집 기능보강 사업에는 2013년 당초 예산안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2백3십억 정도의 예산이 투여되는 데에 그치고 있다. 그 외에도 2013년 확정된 예산의 분석에서도 드러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공급자 지원보다는 수요자 지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균형성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다른 한 편 공공보육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업에 소홀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공보육인프라 구축에 대한 공적차원의 투자가 병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요자에 대한 배타적인 지원은 결국 민간보육서비스 공급주체의 시장 규모 확대와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우리나라 민간영역에 완전 영리성 보육시설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민간보육서비스 공급주체의 시장에 대한 지배력 강화는 상대적으로 이윤동기가 높은 민간의 특성을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 보육비용의 전반적 상승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할 수 있다.
3.2. 보육서비스 공급체계의 불균형성
영유아에 대한 보육료지원은 보육시설 수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졌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수는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다. 이러한 증가추세를 자세히 살펴보면 민간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 등 민간영역의 성장세와 국공립어린이집의 증가 추세 사이에 뚜렷한 불균형이 특징적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2007년을 기점으로 그 개소 수에 있어서 이미 민간어린이집을 넘어섰고, 그 성장세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그 수의 증가세가 완만할 뿐만 아니라 전체 보육시설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2007년 (5.7%) 이후 오히려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현재 5.2%).
이러한 경향은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영유아의 수와 유형별 이용자의 비율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용자의 수와 상대적 비율의 측면에서 민간어린이집이 가장 높은 현상은 1995년 이후 지속되고 있으며, 2005년 이후 가정어린이집의 이용자수는 민간어린이집 다음으로 높은 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06년 이후 민간어린이집의 이용률이 완만한 감소세에 접어든 반면 가정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의 비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와 반대로 국공립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의 비율은 연도별로 정체되거나 지속적인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시설수의 연도별 추이에서 살펴본 바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2년 현재 10.1%).
이상의 통계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보육공급체계는 민간영역이 절대적 주도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2년 현재 전체 영유아보육 공급주체들 중에서 민간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을 합한 민간영역의 공급주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88%에 달하는 반면, 국공립보육시설은 5.2% 정도로 그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 사회복지법인 등 사적인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단체에 의해 운영되는 보육시설까지 합한다 하더라도 전체 보육시설에서 10% 남짓한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의 경우 2012년 현재 전체 보육아동의 10.1% 정도이며 여기에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 (7.6%)을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민간영역의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의 비율(민간어린이집:51.7%; 가정어린이집 25.0%)에 한참 모자란 형편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보육서비스 공급주체에 있어서의 불균형성은 결국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공적 서비스가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민간영역의 시장지배력 강화가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한다는 보육정책의 목표와 반드시 배치되는 것으로 이해될 근거는 없다. 보육서비스 정부의 강력한 관리감독 및 규제를 통해 민간영역 서비스의 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이미 비대해진 소규모 민간 서비스 제공자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대규모의 행정인프라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효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간에 대한 통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공정서비스가 일정한 수준의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3.3. 보육서비스 공급주체 관리체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급주체에 있어서의 공공의 시장 주도권이 확립되지 않은 우리나라 보육시장의 현재적 상황에서, 국가의 공공재정을 투여하여 보육서비스의 이용자에게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인 무상보육 정책이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아동에게 제공한다는 정책적 목표의 달성으로 연결되기 위해 보육서비스 공급주체에 대한 확고한 관리체계의 구현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보육서비스에 대한 관리체계는 공공의 자원인 국가 재정이 어떻게 투입되고 사용되며, 투명한 관리와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보육서비스에 있어서의 책임성(accountability)을 실현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체의 과정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보육서비스 공급주체에 대한 관리는 보육시설, 인력, 그리고 서비스의 질에 대한 관리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 중에서 공급주체에 대한 관리는 국공립보육시설의 신설과 같이 정부가 직접 공급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방식과 민간영역의 보육시장 신규진입에 대한 인가권을 통해 통제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미 설립되어 있는 공급주체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지도점검의 방식으로 시설 운영 전반에 대한 관리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를 담당하는 공무원 수의 부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수요자와 제공하는 보육교사 사이의 물리적, 정서적 결합도가 매우 높은 보육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인력과 서비스의 질 관리는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육인력에 대한 관리는 자격관리 위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연수 및 보수교육의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다음으로 서비스의 질관리를 위하여 2005년부터 평가인증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평가인증률은 약70%에 머무르고 있으며, 국공립과 법인 보육시설이 90%를 넘는 평가인증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민간보육시설과 가정보육시설 등은 60-70% 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4. 무상보육을 넘어 공공책임보육을 위하여
지금까지 현재 우리나라 보육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무상보육 정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보육정책에 있어서 공공성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토론을 시도하였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현재적 형태의 무상보육만으로는 공공이 책임을 지고 영유아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한다는 ‘공공책임보육’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앞으로는 단순한 무상보육을 넘어 공공책임보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 구축을 위한 논의의 지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4.1. 보육시장에서 공공주체의 지배력 회복
의료, 보육 등 공공성을 가지는 사회서비스에 있어서 공공시설의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주장되어왔다. 정책적 목표로서 ‘30%’라는 특정 지표 설정의 합리성에 대한 논의를 잠시 접어두더라도, 2012년 현재 우리나라 공공보육시설의 비율(5.2%)과 공공보육시설 이용자의 비율 (10.1%)이 주요 국가들과 비교할 때 문제적인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보육서비스 공급주체에 있어서 공공보육시설의 숫자와 그 이용율을 높이는 문제는 단순히 몇 %까지 끌어올릴 것인가와 관련한 수치의 문제를 넘어서 민간이 90%가까이 장악하고 있는 보육서비스 공급 구조에서 민간에 의한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고 궁극적으로는 민간을 견인할 수 있는 역학관계의 형성이라는 과제와 연관되어있는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국공립보육시설의 신설뿐만 아니라 기존 민간 및 가정 어린이집에 대한 매입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대안적 방안의 일환으로 이숙진이 제안한 보육법인 추진 등의 방안은 눈여겨볼 만하다.
다음으로, 국공립 보육시설의 수를 늘려서 보육시장 내에서 공공보육시설의 지배력을 강화시켜나가는데 있어서 지역적 불균형성의 극복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공립보육시설의 비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전체의 11%에 해당하는 690개의 국공립어린이집이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어촌의 경우 평균적으로 5%대에 머무르고 있어 지역간 편차와 도·농간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농어촌 지역의 영유아 수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에서 농어촌지역에 보육시설과 관련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지원되는 것은 한편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인 측면이 없지 않으나, 보육시설과 같은 공공시설은 인구의 집중도에 따라 분포되는 것보다는 초등학교의 경우와 같이 지리적 접근성을 우선시하여 배치하는 원칙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4.2. 보육사업에 대한 국가 관리기능의 강화와 거버넌스의 구축
공공인프라의 확충을 통한 보육시장에 대한 지배력의 회복 못지않게 보육사업 전반에 대한 국가 관리기능의 강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적정 수의 공무원을 배치하는 것을 비롯, 확대된 보육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평가인증제도의 결과와 재정지원을 연동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에 대한 진입이 곧 공적지원의 보장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고, 폭발적인 보육 수요의 증가 속도에 비해 뒤쳐져있는 관리기능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역사회보육 민관협의체와 같은 새로운 거버넌스 생태계 구축을 장려하고, 지역내 보육시설간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공공에 의한 관리감독 외에도 보육시설운영위원회 구성의 의무화 및 운영에 대한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고, 부모 및 이용자 옴부스만제도, 모니터제도 등을 적극 도입하여 보육시설의 공개성, 투명성, 참여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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