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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에 地方이 보이지 않는다-이재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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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진단] 대선에 地方이 보이지 않는다

  • 2012-07-24 07:09:50

대선주자들의 공약에 ‘지방분권’ 안 보여

경제민주화 역시 지방분권에서 출발

분권개헌과 공약 필요

#주말, 가까운 서점에 들를 작정이었다. 신문지면의 ‘신간 소개’에서 눈여겨 본 책도 있지만, 실은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먼저 걸어본 게 다행이었다.

“서점이죠. ‘안철수의 생각’있습니까.” “손님, 어떡하죠. 품절됐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른 서점도 마찬가질까요.” “대구뿐 아니라 전국이 마찬가집니다. 화요일쯤 내려온다는데, 예약해 놓을까요.” 답답한 마음에 몇 군데 더 전화를 했다. 다행히 한 곳에서 몇 권의 책이 남아있다는 얘기를 듣고, 간신히 ‘안철수의 생각’을 구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든 책으로든 그의 의중과 생각을 읽는 게 어지간히도 어려웠다.

예상은 했지만 독자 반응은 폭발적이다. ‘스티브 잡스’(판매부수 50만부)는 가볍게 뛰어넘을 것이고 ‘정의란 무엇인가’의 기록(120만부)도 깰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난주 목요일 서울지역, 금요일부터 대구지역 일부 서점에 나왔는데 출간 24시간 만에 초판 4만부가 소진됐다. 대구의 한 서점 문화코너 직원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주간 종합베스트셀러 13주 연속 1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출판 다음날 대부분 아침신문은 ‘사실상’이라는 수사(修辭)를 달았지만, ‘안철수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책 출간 이후 여론의 기세도 예사롭지 않다. 이제 그가 출마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게 됐다.

#그의 고민과 인생보다는 대선 후보가 된다면 안철수는 과연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에 관심이 갔다. 정의, 복지, 평화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안철수 식 대선공약으로 봐도 무방했다. 책의 부제,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지도’를 그려본다면 ‘평화 위에 세우는 공정한 복지국가’쯤 됐다. 책 속의 안철수는 매우 착했다. 선하고, 바른 생각·생활이 몸에 배어있고, 미래지향적이며, 평범한 사람에게는 익숙지 않은 그만의 삶의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현실주의자이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정치의 꿈을 오랫동안 품어왔던 것은 아닐까하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 가지가 없었다.

#‘지방분권’이다. 몇 가지 지역정책을 제시했지만 국가경영이나 ‘대한민국 미래지도’의 핵심 아젠다는 아니었다.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미래의 가치’라는 인식은 있으나, 약자나 소외계층의 범주에 ‘지방’이 힘겹게 자리하고 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방분권은 사실 안철수의 생각에만 없는 것은 아니다. 유력 대선주자의 공약에 지방분권에 대한 고민이 읽히지 않는다. 간혹 후보들의 지방나들이에서 ‘지역정책공약’ 수준의 언급이 있을 뿐이다.

# 대선주자들의 국가경영 구상에 지방분권이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양극화에 따른 갈등과 대립이 가장 큰 국가적 과제로 부상’(KDI 김정호 교수)한 지 오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민이 1, 2등 국민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홍철 지역발전위원장)할 뿐 아니라, ‘수도권은 고도비만인 반면 지방은 영양실조 상태’(김관용 경북도지사)인데도 말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10년 전 일어난 지방분권운동의 구호가 아니다. 대선 이후 2013년 체제의 중심 가치가 돼야 할 오늘의 과제다. 대선주자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경제민주화의 필수적 개념 역시 지방분권에서 출발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동반성장하는 경제·사회시스템의 구축은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경제민주화의 일차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누가 되든 차기정부에서도 지방분권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분권형 개헌과 대선공약화가 강조되는 이유다. 공약과 법으로 대못을 박지 않으면 지방분권은 또다시 구두선이 된다.

이재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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