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교육’ 현장을 가다]불법체류 자녀 과외·생활 지원
-니콜 교사의 사례-
콩고 출신 마르테즈 엔감부(20)는 지난 6월 바칼로레아 시험에 최종 합격, 이번 가을 원하던 공과대학에 입학했다. 공항 관제사의 꿈을 절반쯤 이룬 것이다.
마르테즈는 8년 전 이모가 살고 있는 프랑스로 혼자 왔다. 우리 식으로 하면 조기 유학을 떠난 것이다. 가난한 아프리가 소녀에게 프랑스는 기회의 땅이었다. 수업료는 무료였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급식비 등이 추가로 지원됐다. 외국인이라는 것은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친구를 사귀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대학 진학은 녹록지 않았다. 작문이 문제였다. 읽기와 말하기는 할 수 있었지만 쓰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 결국 지난해 바칼로레아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마르테즈의 고교 담임이었던 니콜은 시험에 떨어진 뒤 실의에 빠져 있는 마르테즈를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1년간 철학과 작문을 가르쳤다. 바칼로레아 논술 예상 주제를 주고 마르테즈가 글을 써오면 빨간 펜으로 첨삭지도를 해주는 식이었다. 물론 과외비는 받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한국 식의 사교육에 대한 개념이 없을 뿐더러 교사가 돈 받고 보충수업을 해준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1년간 열심히 과외를 받은 결과 마르테즈는 올 바칼로레아 시험에 당당히 통과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는 니콜 같은 교사들이 많다. 파리 교외 장조레스고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니콜은 4년 전부터 ‘국경 없는 교육네트워크(RESF)’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RESF는 불법 체류 외국인의 자녀 등 신분이 불안정한 처지의 학생들을 보호하는 자생적 교사 모임이다.
니콜은 교육네트워크의 활동을 ‘개미의 일’에 비유했다. 말보다는 작고 사소한 행동이라도 실천하자는 것이 모임의 취지라는 것이다. RESF 교사들이 벌이는 실천은 매우 다양하다. 불법 체류 부모와 함께 추방되는 학생들을 위해 관공서에 항의 전화하기, 학생들이 탑승한 출국 비행기에 동승해 승객들에게 호소하기, 프랑스 체류를 원하는 학생들과 경찰서에 함께 가기, 외국인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증언 편지를 교육청에 제출하기 등등. 특히 사르코지 취임 후 불법 체류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해지면서 교사들의 활동은 더욱 적극성을 띠고 있다.
니콜은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나는 일이 프랑스에서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프랑스 전역의 수많은 교사들이 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오창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