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숫자로 되짚어보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2,489달러, 수출은 5,479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60년과 비교하면 1인당 국민소득(79달러)은 285배, 수출(3,300만 달러)은 무려 1만6,600배가 늘어난 것이다.
자부심으로 충만하기 전에 우리를 겸손하게 만드는 기적의 이면이 있다. 바로 지방도시·농촌의 동반 쇠퇴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990~2010년 사이 전국 도시 가운데 32개 도시에서 인구가 감소했다. 2005~2010년 사이 144개 도시 중 96개 도시에서 쇠퇴 징후가 나타났다.
최근 귀농·귀촌이 증가하고 있다지만 농어촌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농어촌 인구 비중은 1990년 25.6퍼센트에서 2010년 18퍼센트로 줄었고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일정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루게 되자 국민의 가치관도 변화해 삶의 질을 중시하고 행복에 대한 욕구도 강해졌다. 여기에 국민의 일상 생활도 교통·통신 발달로 기존의 시·군·구를 넘어서는 경제활동, 통근·통학, 여가활동 등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는 경기도발 광역버스들이 출·퇴근족을 실어 나른다. KTX는 서울에서 대전, 부산에서 대구까지도 당일 출퇴근·통학 범위로 만들었다.
이렇게 다양하고 다차원적인 국민의 생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기조가 주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지역행복생활권’으로 구현된다. 지역발전위원회는 7월 18일 청와대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역발전정책 방향을 마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역발전위원회는 이날 보고에서 새 정부의 지역발전정책기조의 초점을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에 맞추고 새로운 지역발전정책의 비전인 ‘국민에게 행복을, 지역에 희망을 주기 위한 지역희망(HOPE)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 연내 국회 제출
지역희망 프로젝트의 핵심은 ‘지역행복생활권’ 개념 도입이다. ‘지역행복생활권’은 기초 인프라, 일자리·교육·문화·복지 서비스가 충족되는 통상 2~5개 시·군 등이 연계된 주민 일상생활의 공간을 의미하며, 이를 토대로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정책 및 사업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또 지역이 중심이 되어 생활권 단위의 사업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중앙정부는 관계부처 협업을 통해 개별사업 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의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추진 방식은 사업 기획, 집행 등 전 분야에 걸쳐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역행복생활권 기반 확충 ▶일자리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력 제고 ▶교육여건 개선, 창의적 인재 양성 ▶지역문화 융성, 생태 복원 ▶사각 없는 지역 복지·의료 ▶지역균형발전 시책 지속 추진 등 6대 분야 17개 실천과제를 추진한다.
지역행복생활권 기반 확충의 대표 과제로는 지역 주도로 창조마을을 조성해 지역 고유의 특성과 자산을 활용하는 특화 발전 방안 등이 모색된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을 ‘시·도 산업 협력사업’으로 재편해 고용 효과가 큰 대표산업을 발굴해 지원하고, 지역 스타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문화·돌봄 프로그램을 학교 단위 지원 사업에서 학생 개인별 맞춤형·토털 지원 사업으로 개편하는 등 지방 초·중·고교의 교육 여건도 개선한다. 지방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특성화를 지원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봉사(Outreach)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극장이 없는 109개 시·군·구에 ‘작은영화관’을 조성하고, 소외 지역에 문화예술교육버스 순회를 지원하는 등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할 계획이다.
혁신도시 보완 방안으로는 정주 여건을 조성하고 지역 인재를 우선 채용하며 투자환경 개선 등을 통한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역발전위원회는 7~8월 두 달간 지역발전정책 지역 순회설명회 및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올해 안으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7월 18일 지역발전위원회의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새 정부는 앞으로 지역발전정책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개방하고 그 절차도 기존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에서 지자체와 지역민 중심의 상향식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럼으로써 지역주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원하는 사업을 확충해 나가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우리의 지역정책은 하드웨어적인 인프라에 집중돼 왔다”며 “이제는 정책의 틀을 바꿔서 교육과 복지, 문화, 환경 등 주민들의 삶과 밀착한 정책에 집중하고 행정서비스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박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