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지방의회에 있으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점은 조례제정권·재정권 등에서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고 지방 차원에서는 강집행부-약의회의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지방이 자율적으로 지역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충족돼야 할 조건이다.
지방자치의 장점 중 하나가 조례제정을 통해 지역의 조건에 맞는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지방의회의 조례제정권은 너무나 허약하다.
대형마트의 주말 휴무를 강제하고자 했던 지방의회의 조례제정 시도가 관련법령을 위배했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무산되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이후 2013년 1월 1일, 국회에서 ‘유통산업법’을 개정한 후에야 비로소 조례로 제정할 수 있었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의 조례제정권만으로는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도적으로 실현하는 것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다.
또한 지방이 지역의 현안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방이 최소한의 자주적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마련된 재원에 대한 자율적 사용권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8 : 2의 국세와 지방세비율과 부가가치세의 5퍼센트에 불과한 지방소비세,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취득세 영구인하 조치와 같은 정책들은 지방의 자주재원 마련을 가로막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영·유아 보육료와 관련된 중앙과 지방의 갈등에서 볼 수 있듯이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각종 사회·복지정책의 재원을 중앙과 지방이 매칭 방식으로 조달하도록 한 제도는 지방의 자주적 재원 사용권을 침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행 조세제도 등은 지방을 재정적으로 중앙에 종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에 기초한 지역발전정책은 중앙으로부터의 자율성을 확보한 지방정부와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지방의회 사이에 균형 잡힌 권력관계가 존재할 때 그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인사권이 지방정부에 종속돼 있는 탓에 지방의회의 직원이 지방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고, 1인당 평균 2,432억원의 예산을 심의하고 각종 사무감사를 해야하는 광역의회 의원이 단 한 명의 사무보조원도 둘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지방의 재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지방공기업 사장 등의 경영능력 검증을 위한 인사간담회조차 실시할 수 없는 현행 제도 아래서 강한 지방의회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방정부를 적절한 수준에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강한 지방의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 등이 실현돼야 할 것이다. 이상의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될 때 박근혜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인 ‘지역희망(HOPE) 프로젝트’의 첫번째 특징은 실생활에 기반을 둔 ‘지역행복생활권’ 개념을 도입해 지역의 수요에 기초한 교육·문화·복지·환경 등의 정책을 통합·추진한다는 점이다. 당선인 시절 언급했던 “손톱 밑의 가시를 빼주어야 한다”는, 즉 작은 정책이지만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을 중심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두번째 특징은 정책의 추진에 있어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을 확대하면서 중앙정부는 지역 간 유사 중복사업의 조정 및 국책사업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중앙정부의 역할을 거시영역으로 제한하고, 미시적 영역에서는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관계는 물론이고, 지방의 정치구조 변화가 최소한 병행 추진돼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지역정책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