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동과 공유의 시대 - 은평두레생협 김영미 이사장

2013. 9. 8. 17:50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 협동과 공유의 시대 - 은평두레생협 김영미 이사장

김영미 은평두레생협 이사장이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은평구 녹번동) 안에 새로 문을 연 생협 매장을 찾았다. 김 이사장은 “토박이 이웃들과 어울려 여러 협동조합을 꾸려나가는 내 고향 은평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1천개 이상의 협동조합 설립이 봇물터지고 있다. 서울시는 공간, 물건, 지식 및 재능을 함께 쓰는 공유기업 27곳을 선정했다. 협동과 공유의 삶을 앞서 살아가는 신인류의 등장은 의미심장하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효율적 복지를 끌어가는 협동조합의 진면목도 확인되고 있다. 경쟁에 찌든 시대는 사람이 불행하다. 99%가 행복한 협동과 공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먹거리·의료·에너지협동조합에 공동육아로 아이 셋 키워
서로 돕는 공동체 생활에 빠져 주민들이 이사를 안 갑니다”

2005년, 그때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큰아이 이유식을 하면서 집 근처 구산동의 은평두레생협 매장을 처음 찾았다. 동네에서 텃밭 소모임을 같이 하는 이들의 ‘강추’를 받았다. 서울 은평두레생협의 김영미(39) 이사장은 그때 이후로 죽 ‘협동 인간’의 삶을 살고 있다. 먹거리뿐 아니라 육아, 병원까지 협동조합 공동체에서 나누고 도움을 받는다. 이제 열풍이 불기 시작한 협동조합 시대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그때만 해도 아이한테 좋은 먹거리 먹인다고만 생각했어요. 출자금을 왜 내는지도 몰랐죠. 2008년에 제가 일하던 지역단체 몫으로 생협 이사 일을 맡으면서, 협동조합으로 계속 빠져들어갔어요.”

큰아이가 여섯살이던 2010년에는 은평공동육아협동조합(소리나는 어린이집)의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은평두레생협의 친환경 식재료를 100% 아이들에게 먹이는 곳이었다. “생협 일에 참여하면서 공동육아 조합원들을 알게 됐어요. 하지만 저한테는 출자금(800만원) 부담이 너무 커서 선뜻 아이들을 보내지는 못했죠. 아직 집도 없거든요. 그러다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하면 행복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은행 대출을 덜컥 받아 공동육아에 몫돈을 출자했어요. 두고두고 잘한 일인 것 같아요.” 지금은 둘째(7살)와 셋째(3살)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행복하게 뛰어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은평구에 살림의료생협이 새로 들어섰다. 은평 지역의 맹렬 협동조합원인 김 이사장은 의료생협의 출자금 4억원 모금에 발벗고 나섰다. 스스로 조합원으로 가입했음은 물론이다. 지역의 여러 조합원들이 합심한 덕분에 살림의료생협은 빚 없이 시작한 최초의 의료생협이란 명예를 안았다. 올 7월 의료생협 안에 운동처방실이 생기면, 헬스클럽 대신 그곳을 이용할 생각이다. 김 이사장은 최근 의료생협의 덕을 톡톡히 봤다. 친정어머니가 건강검진을 받던 중 암으로 전이될 수 있는 ‘어려운 종양’을 찾아낸 것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동안 건강검진을 정말 꼼꼼하게 했어요. 평소에도 뒷사람 짜증날 정도로 찬찬히 진료를 하지요. 슬로건이 ‘사려깊은 진료’예요. 엄마가 그동안 의료생협 하면 콧방귀를 뀌었는데, 이제 열성 팬이 됐어요.” 김 이사장은 의료생협의 의사선생님을 따뜻한 친구처럼 생각한다. 세 아이들 데리고 병원 갈 때마다, 선생님은 제 아이 돌보듯 챙겨준다.

김 이사장은 올 3월 은평두레생협의 이사장 직을 맡으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지런하고 귀여운’ 30대 이사장이 등장하자, 주위에서도 편하게 일을 시키는 눈치다. 김 이사장은 “시키는 것 다 하는 생협 이사장이 되겠다”고 시원시원하게 말한다.

“주위의 생협 조합원들이 공동육아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의료생협 출자에도 자기 일처럼 나서지요. 우리 은평의 지역신문이 살아있는 것도, 동네 도서관이나 청소년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것도, 여러 협동조합과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이 사이좋게 뭉치기 때문이지요.” 지난달에 설립된 은평지역의 에너지협동조합에도 김 이사장은 당연히 참여했다.

김 이사장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생협 이사장 일을 하고, 그때부터 저녁식사 전까지는 청소, 빨래, 설거지 같은 집안일로 돌아온다. 밤 시간에 공동육아 부모 모임이 열리면 남편들이 돌아가면서 여러 아이들을 돌보는 품앗이 문화도 자리잡혀 있다.

“우리 은평구에는 토박이들이 많아요. 우리 지역의 제일 큰 자산이지요. 협동조합과 공동체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떠날 수가 없어요. 이제 협동조합 시대가 활짝 열린다니, 앞으로 10년은 삶이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