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CSV시대 - 경영 화두로 떠오른 CSV

2013. 9. 8. 17:45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막오른 CSV시대 - 경영 화두로 떠오른 CSV


 

 

 

“환경·공동체 희생 속 번영” 비판
기업자본주의 위기 탈출에서 출발
사회적 가치 창출하고 수익도 늘려

사회적 기업·코즈마케팅과도 접점
자선보다 기업 이익 창출이 목적

 

공유가치창출(CSV)이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전세계 경영계의 화두로 등장했을까.

공유가치창출은 하버드대 경영학과 마이클 포터 교수와 경영 컨설턴트 마크 크레이머가 2011년 1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넥스트 빅 아이디어: 공유가치창출’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논문에서 공유가치창출을 ‘흔들리고 있는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기업들이 사회·환경·경제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주변 공동체의 희생 아래 번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인식은 이미 오래됐고, 그로 인해 기업에 대한 믿음이 퇴색하면서 기업에 불리한 제도들이 계속해서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등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말 그대로 기업자본주의의 위기가 왔고, 그 돌파구는 공유가치창출에 있다고 본 것이다.

공유가치창출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간단히 말하면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공유가치창출 사례로 꼽히는 유니레버의 ‘조이타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겠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는 방글라데시에서 2003년 홍수 피해 지역의 주부들을 방문판매원으로 고용하는 ‘조이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홍수로 모든 것을 잃은 방글라데시 주부 페로자는 유니레버의 프로젝트에 참가해, 지역 비정부기구(NGO)로부터 돈을 조금 빌려 유니레버의 제품을 사 이웃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그의 삶은 바뀌었고, 딸을 다시 학교에 보낼 수 있을 만큼 형편도 나아졌다. 유니레버는 2009년 3000명의 주부사원이 180만개의 제품을 팔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유니레버는 농촌 지역에 이만큼 많은 제품을 팔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유니레버가 판 비누 등은 이 지역 사람들의 위생을 개선시켜 질병을 줄이는 효과도 함께 거두었다. 홍수 피해나 저소득 농촌의 지역 문제도 해결하고 제품의 판매도 늘리는 일석이조, 나아가 일석삼조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사실 이런 개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도 많이 고민돼 왔다. 이른바 ‘전략적 CSR’로 불리는 개념이 그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코즈마케팅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많다. 코즈마케팅은 소비자의 구매를 기부와 연결시키는 마케팅 기법인데, 구매자가 신발을 한켤레 사면 다른 한켤레를 저개발 국가의 신발 없는 아이에게 기부하는 탐스슈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공유가치창출은 여기서 한발짝 더 나간다. 공유가치창출의 방점이 ‘기업이 어디서 어떻게 돈을 더 벌 수 있을까’에 있기 때문이다. 자선이나 공헌이 아닌, 실제 기업의 이익 창출이 목표라는 것이다.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500대 기업의 사회공헌비용은 2010년 2.9조원으로 2004년 대비 2.3배 증가하며 기업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거나 사회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됐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대로는 기업도 늘어나는 사회적 책임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지며, 따라서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평가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공유가치창출 개념은 기업들의 막힌 속을 뚫어주는 돌파구가 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은 비용이지만, 공유가치창출은 기업 경쟁력 향상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유가치창출 기법은 주로 빈민층(BOP·Bottom Of the Pyramid) 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빈민층의 자활을 돕는 동시에 제품의 판매도 늘리는 방식이다. 국제금융공사(IFC)의 집계를 보면, 전세계 빈민층 시장은 연소득 3000달러 미만의 40억명으로 이뤄진 거대한 시장으로, 시장 규모만도 5조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해 보면, 빈민층 시장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 수 있다는 것이 공유가치창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바야흐로 ‘착한 자본주의’의 거대한 실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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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G 뉴스레터로 풀어보는 CSV

 

현재 공유가치창출을 선도하는 가장 전문적인 단체는, 마이클 포터 교수와 함께 공유가치창출을 주창하고 전파한 마크 크레이머가 대표로 있는 컨설팅기업 에프에스지(FSG)다. 에프에스지는 여러 나라의 공유가치창출 사례를 발굴해 소개하는 한편, 관심있는 기업들한테 집중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에프에스지가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뉴스레터를 통해 공유가치창출에 대한 여러 쟁점들을 정리했다.

· 공유가치창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 우선은 기업의 전략과 경영 환경이 어떤 사회적 가치와 교차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고 분명한 분석을 해야 한다. 자력으로 하기 힘들다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에프에스지는 공유가치창출의 확산을 위해 2012년 네슬레, 버라이즌, 록펠러재단 등 공유가치창출에 앞장선 조직들과 함께 ‘공유가치 선도’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이 프로젝트는 공유가치를 조직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연구, 툴 개발, 지식 교환, 전문 조직 훈련 등의 활동을 골자로 한다.

· 공유가치창출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곳은 어디인가 = 명확한 답은 없다. 하지만 가장 기회가 많은 곳은 ‘이머징 마켓’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많은 기업들이 이머징 마켓에 고수익을 기대하며 투자하고 진출했고,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경제적 성장과는 별개로 교육, 위생, 공공의료 등과 같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다. 에프에스지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에 초점을 맞추고 30개의 사례를 살펴보았는데, 각 나라의 경제적 성장을 잘 활용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전략적으로 해결하는 성공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어느 국가에 진출할지에 대한 결정은 기업의 전략, 시장에 대한 비전과 연계성, 또 각 지역의 기회와 도전 과제 등의 이슈에 달려 있다.

· 이머징 마켓에서 성공적인 공유가치창출을 이루려면 = 사례 연구를 보면, 성공적인 공유가치창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의 방법들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선 민간 영역 투자를 장려하는 정부의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인도의 아이시아이시(ICIC) 롬바르드는 날씨 변화로 인해 농부들이 작황을 망칠 경우 금전적 손실을 보호하는 보험 상품을 내놓았는데, 인도 정부가 상당액을 보조해주고 있다. 다음으로 해당 지역 시장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파트너와 손을 잡는 것이다. 노보노르디스크는 ‘제2형 당뇨병’이 중국에서 큰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중국 정부와 손잡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결과, 현재 중국 인슐린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당신의 철학을 공유하는 상대와 파트너십을 맺을 것, 가능한 모든 외부 펀딩을 끌어안을 것,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것 등도 중요하다.

· 공유가치창출은 거대 다국적기업만 할 수 있나? = 오히려 지역 내 사회적 문제에 가까이 있는 기업들이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많이 품고 있다. 멕시코의 시멘트기업 세멕스(CEMEX)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업체는 하우징 마이크로파이낸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저소득층 가정에 적합한 주거시설을 디자인하고 건축하는 것은 물론 재원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세멕스는 앞으로 5년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75만가구의 저소득층 주거환경을 개선하면서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재고가 쌓여가는 시멘트 판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라 = 대기업들이 공유가치창출을 시작하면서 부딪치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기존의 제품 라인을 넘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어디서 찾느냐 하는 것이다. 공유가치창출을 기업의 전략으로 이식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은 사회적 기업 혹은 비영리단체와 손을 잡아서 이런 장애를 극복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는 공유가치창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개발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이 가진 인프라와 대규모 자본, 전문성이 합쳐진다면 공유가치창출의 실마리는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