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협동조합 - 소셜메이트 솜

2013. 9. 8. 17:53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 노동자협동조합 - 소셜메이트 솜

자신들이 주1회 운영하는 서울 영등포구 하자허브센터 카페 앞에서 ‘소셜메이트 솜’의 조합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권소현, 이소연, 이선희, 이은경, 장민경씨. 장예원씨는 이날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재주 다양한 6명의 30대 여성
사회적 기업 등에 홍보컨설팅
단골 생기고 매출도 승승장구

이선희(36)씨는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다. 2002년 대학을 졸업하고 바이오 대기업에서 홍보마케팅을 하다가, 동료들과 창업한 회사에서 경영관리 총괄을 맡았다. 2009년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나느라 일을 그만뒀다.

“미국 회계사 자격증을 따서 귀국해 다시 직장을 얻었어요. 하지만 아이를 가지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됐어요. 엄마 직원을 싫어하더군요. 아이가 좀 자라면서 다시 일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어요.”

이씨는 올해 2월 협동조합 이사장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손에 쥐었다. 비슷한 처지의 경력단절 여성들과 함께 ‘소셜메이트 솜’이라는 노동자(직원)협동조합을 세웠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사회에서 별로 신경쓰지 않잖아요. 심각합니다. 우리 6명이 모여, 30대 고학력자, 경력단절, 여성을 타깃으로 잡았습니다. 우리한테 맞는 좋은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자고 뜻을 모았죠. 협동조합 방식이 ‘딱’이더군요.”

모두 30대인 이은경, 권소현, 이소연, 장민경, 장예원씨가 설립조합원으로 참여했다. 홍보, 편집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퍼실리테이터의 경력을 골고루 갖춘 진용이 짜였다. 이들은 1년 이상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주1회 카페를 공동 운영하면서 상호신뢰도 다졌다.

‘솜’은 착하지만 홍보마케팅에 약한 기업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인다. 컨설팅에 나서고 필요하면 직접 홍보대행도 해준다. 사회적 경제 영역이 활성화하면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들의 홍보마케팅 수요도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월평균 3건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월 200만~300만원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터치포굿, 대지를 위한 바느질, 소풍가는 고양이 등의 사회적 기업은 이미 이들이 확보한 고객이다.

감사를 맡은 장민경씨는 “우리는 매주 월, 화 이틀 같이 모여서 업무 정리하고, 다른 날은 온라인으로 일한다.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참 좋은 일터”라고 말했다. “위아래가 없고 1인1표의 협업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다들 좋아해요. 다 같은 처지의 경력단절 여성들끼리이니, 남들보다 처져 있다는 불안감도 극복할 수 있지요. 협동조합이 우리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안겨주었습니다.”

‘솜’의 1차 목표는 하루 4시간씩 주5일 일하고 100만원의 월급을 받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엄마와 아기가 함께 책읽는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자는 뜻이지만, ‘솜’의 예비 조합원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기 위한 장기 포석이기도 하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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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가족협동조합 - 연리지

지난 6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시청 주차장에서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세차장의 장애 직원들이 공들여 차량을 닦고 있다.

“지적장애 아이들 자립 위해”
부모들이 나서 세차사업 시작
대전시청 주차장 떼어 일터로

“요기 아래 얼룩들도 지워야지. 걸레들 갖고 와.”

지난 6일 대전 서구 대전시청 야외 주차장. 오후 4시가 지났지만 여전히 봄햇살이 따가운 곳에서 한만승(46) 팀장이 지적장애가 있는 장희성(22)·석규진(24)씨와 부지런히 차를 닦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세차 과정을 머리에 그리는 힘이 떨어지는 탓에 한 팀장이 문과 거울, 바퀴와 차량 내부 등 청소해야 할 곳을 그때그때 일러줬다.

특수학교인 대전 혜광학교를 졸업한 둘은 세차장 일이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석씨는 “힘든데 재밌어요. 전에 대형 마트에서 상자 정리하는 일을 했는데 세차하는 게 훨씬 나아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 1월29일 조합원 119명, 자본금 1889만원으로 설립한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cafe.daum.net/yonleeji·연리지) 식구들이다. 지적장애 등을 지닌 청년들의 일자리를 마련해 보자는 뜻으로 가족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대전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주축이 됐어요. 부모들이 아이들 아픈 곳을 가장 잘 않잖아요. 학교 졸업한 뒤의 일자리지요. 부모들이 힘을 합쳐 아이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개척해 나가자는 거지요.”(한 팀장)

연리지가 선택한 세차사업은 지적장애 아이들이 단시간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이다. 세종시에 본사를 둔 ㈜두레마을에서 4주간의 직원 교육 등 도움을 줬다. 승용차 1대를 물 1컵(100㎖)으로 해결하는 ‘초음파 에어세차 회오리’ 방식이어서 오·폐수도 생기지 않는다. 두레마을 김영도(49) 대표의 아들도 장애가 있는 까닭에 연리지와 인연이 닿았다. 대전시에서는 시청 주차장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시청 근처를 지나면 꼭 세차를 맡긴다는 이현경(48)씨는 “청년들이 참 열심히 일을 하더라. 사업이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도 6살 때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가 있다. 직원 석규진씨의 어머니 백윤주(49)씨는 “아이들이 꼼꼼하게 하는 것에 견주면 값도 비싸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연리지 세차장에서는 차량 안팎 모두를 세차할 때 차종에 따라 1만3000~3만5000원을 받는다.

한 팀장은 “조만간 예비 사회적 기업을 신청할 참”이라고 말했다. 예비 사회적 기업에 선정되면 신규 채용자의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출장세차에도 나설 계획이다. 어느 정도 자립구조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한땀 한땀 정성을 다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일거리가 없어질 테니까요.”

대전/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