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정상화와 주변국에 대한 외교‧안보전략

2013. 9. 1. 06:26정치, 정책/통일, 평화, 세계화

남북관계 정상화와 주변국에 대한 외교‧안보전략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webmaster@selfg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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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29  12: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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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14 합의의 배경과 향후 대북 정책 환경의 변화 가능성

북한이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유엔안보리가 강력한 대북 제재결의안 2094호를 채택하고 한‧미 양국이 독수리 및 키리졸브 연례 연합연습을 추진하자, 북한은 2, 3차 도발을 위협하고 정전협정 백지화와 판문점대표부 활동 전면정지, 북‧미 군부 전화 차단 그리고 남북불가침 합의 폐기 및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적십자채널) 차단 조치를 취하는 한편 핵 선제공격 가능성과 남‧북간 전면전 불사를 협박하였다. 4월 8일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를 철수시켰고 박근혜 정부도 남한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켜 남북한은 개성공단 전면폐쇄와 정면 대립을 불사하는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장관급 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회담은 회담 대표의 급과 격 문제로 결렬되었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도 6차례 실무회담 동안 세 대결이 벌어졌다. 마침내 8월 14일 양측은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였는데, 과거 어느 회담 때보다 북한이 남한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양상으로 합의문이 만들어졌다. 물론 한국 정부도 7차 회담에서는 실용적인 방향으로 유연성을 보였다. 향후 공단 정상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는 책임 주체를 남북한 모두로 규정하는데 남한이 양보하는 대신, 북한이 공단의 정상 가동, 남측 인원의 신변과 기업 재산 보장,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회 운용, 공단의 국제화 등을 받아들이는 등 실질적인 내용에서는 북측이 상당한 양보를 행했다.

이렇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첫 번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먼저 박근혜 정부가 원칙과 신뢰에 입각한 엄격한 대북정책을 펼치면서도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하였고, 마지막 회담에서 실용적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 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두 가지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먼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김정은 정권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자 유치에 안간 힘을 쓰고 있고 이를 위해 개성공단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국제적 요인으로는 김정은이 북한의 핵 실험으로 매우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되살리고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기를 절실히 원해왔는데, 미·중 양 강대국이 각각 남북 대화와 남북 관계 정상화를 전제조건으로 종용했다는 것이 북한의 행동을 제한했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박근혜 정부가 원칙을 고수하는 엄격한 대북정책을 북한에게 강요할 때, 8·14합의와 달리 북한의 반발로 남북관계가 다시 긴장과 대립국면으로 퇴행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남한보다 북한이 더 큰 성의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면, 대북 지원을 강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북·중관계가 정상화되고 북한의 경제도 일정 부분 여유가 생기면, 남한의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요구에 북한이 굴복할 가능성이 축소될 것이다. 또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경우에도 버금가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본고는 동북아 정세와 주변국들의 한반도 전략을 검토‧전망해보고 박근혜 정부의 합리적인 외교‧안보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관련국의 한반도 정책

1) 유동성이 커진 동북아질서

2011년 12월 김정일의 급사로 북한에 3대 세습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반도 관련 모든 나라에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각국의 리더십 교체와 북한의 도발로 유동성이 급증한 동북아 안보 정세는 적어도 3개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G2로 불리는 미‧중 관계를 배경으로 중‧일간 동북아지역 패권 갈등과 남북 대립‧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외교‧안보 환경 구조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새로운 리더십이 출범한 주변국들의 동북아 및 한반도 정책과 그들 간 관계로 형성되는 새로운 동북아 안보 질서를 명민하게 분석하면서 한국의 정책 수단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외교·안보 정책을 펼쳐야 한다.

2) 러시아의 대한반도 실리추구 정책

작년 5월 재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 협력하면서 미국의 국제질서 주도를 견제하고 있다. 특히 시베리아·극동의 풍부한 에너지를 개발하고 수출하여 경제 수익을 증진하고 지역 발전을 기하며 동북아에 영향력을 제고하려는 ‘신 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여 극동의 천연가스를 한국에 수출함으로써 경제적 수익을 증진하려하고 있고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면서 북핵문제 등 한반도 안보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러시아는 국제규범을 어긴 행위로 비난하고 안보리 제재에도 동참하였다. 이처럼 북한의 핵 개발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강화되고 긴장과 대립 상황이 발생해 러시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훼손되고 영향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막는다는 전략적 이해를 옹호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보리 제재에는 동참하지만 개별적인 제재를 하지는 않을 것임을 밝히고 대북 제재는 핵과 미사일의 비확산 분야에 한정되어야 하며 북·러간 정상 경제관계를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세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외무장관은 “현 상황을 한반도 주변 무력증강 구실로 삼아선 안 된다”는 점을 주장하고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 재개가 유일한 북핵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는 9·19 공동성명과 2·13합의에 규정된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실무그룹의 의장국으로서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 실현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후원국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3) 우경화된 아베 정부의 도전: 국수주의 외교와 중‧일 갈등 고조

작년 12월 집권한 일본 자민당 아베 정부는 보수·우경화 정책을 채택하여 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를 두고 중국과의 정면 대립을 불사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을 빌미로 삼아 자위대를 재무장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범주를 확장하고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의 적용범위가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 뿐 아니라 한국 및 호주에 대한 공격에까지도 일본의 반격권이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적의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용 순항미사일 보유를 재추진하려하고 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함정인 항모급 헬기호위함(DDH)을 진수하는 등 해상전력 증강을 노골화하고 있다. 특히 아베 정권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집단적 자위권 확보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중·일 갈등에서 일본에 우호적인 입장을 갖도록 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과 미·일 동맹을 활용하여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주문하면서도 독도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국수주의적인 입장을 견지하여 한·일간 진정한 화해와 전략적 협력 격상 가능성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즉 아베 정부가 중국과의 갈등이 더 심각하므로 현재 독도문제에서 한발 물러나고 있지만 독도 문제나 과거사 문제에서 몰역사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므로 언제라도 한·일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4) 미 오바마 행정부 2기의 아시아 중시 정책

작년 11월 재선된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 절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4,500억 달러 정도의 막대한 액수의 국방비를 감축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초강대국을 향해 부상 중인 중국에 대해 경쟁국이자 동반자임을 강조해왔으나 천안함 폭침과 중·일간 센카쿠열도에 대한 갈등 재연을 계기로 아시아 중시정책을 채택해왔다. 호주에 미군을 배치하고 중국 주위의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왔고, 인도와도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해왔다. 특히 미국은 일본을 주축으로 하여 한·미·일, 미·일·호 및 미·일·인 3각 동맹을 결성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의도를 보여 왔다. 향후에도 오바마 행정부는 압박 및 전략적 포위와 함께 협력을 병행하면서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이 원하는 국제질서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려할 것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일본에게 중국과의 정면 대결을 벌이지는 말라고 권고하면서도 중·일 갈등에서 일본을 전략적으로 계속 후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현재 미국은 강력한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안 2094호의 채택을 주도하였고 양자 제재까지 추가하여 시행하였다. 미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대해 확장억제 보장 의지를 확인하면서 한국의 핵 개발을 억제하고 전술핵무기 재배치도 어렵다는 점을 밝히며 한국의 재처리 및 농축 허용 요구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권유하고 한국이 미국의 동북아 MD 계획에 전면적으로 참여할 것을 지속적으로 종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남북 간 정면 대립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이 이를 북·미 대화 재개 및 타협의 빌미로 사용할 수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핵 능력 보유를 막겠다는 의지보다는 MD와 확산방지의 중요성을 주로 강조하였고, 국제 언론도 북한과 이란 간 WMD connection을 강조하고 있어 미국의 관심이 비확산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정부가 이를 예방하려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북 정책과 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복합적이고 전·방위적이며 보다 강화된 압박-대화의 강온 양면책과 창의적인 외교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구사해야한다.

5) 중국의 대미 정책과 한반도 정책

제5세대 시진핑 정권은 덩샤오핑이 권고한 ‘도광양회’를 넘어 ‘화평굴기’와 ‘유소작위’를 적절히 구사하면서 미국에게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해왔다. 이는 상대방의 이익을 존중하고 중대한 국제지역 문제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므로 ‘미국이 중국의 사활적 이익을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를 내포하고 있다.

한편 일본 아베 정권처럼 중국 지도부 역시 국내정치 용도로 대외 강경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우회하기 위해 중화주의 및 민족주의에 편승하려할 유혹을 느낄 것이므로 영토문제에서 일본에게 양보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따라서 중·일간 영토분쟁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 정권은 장거리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감행한 북한에 대해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여 왔다. 석유 공급까지 일시 차단하고 북한의 은행에 제재를 가했으며 북‧중간 세관 검열을 강화하여 북한의 모험주의 정책에 중국이 무조건적으로 뒤를 봐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북한에게 치명적인 제재를 전면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으로 중국이 미국의 동맹‧연합국들에 의해 전략적으로 포위되고 압박받고 있는 형국이므로 중국의 대북 제재가 보다 전면적이고 적극적으로 시행되려면 미국의 대중 정책의 기조가 포위와 압박으로부터 공존‧공영 쪽으로 선회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중국은 북한에게 핵 실험 등 추가 도발 감행 시 중국이 비호해 주기 어렵다는 점을 설득·경고하는 한편 일정 정도의 식량 및 석유를 지원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 도입의 진척에 따라 자금 지원과 투자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 전략목표의 우선순위가 북한 붕괴 저지, 한반도 평화 유지, 한반도비핵화 순이므로,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정면 대립을 유발하지만 않는다면 북한을 비호하는 정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정권은 표면적 문제인 북한의 핵개발과 근원적 문제인 북한의 체제안정을 동시에 해결하는 ‘표본겸치(標本兼治)’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정권은 후진타오 정권보다 더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치면서 북·중 협력을 증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한반도 정세 안정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대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즉 북한이 핵 개발과 대남 도발 등으로 또다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켜 미국의 적극 개입에 명분을 주고 미‧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박근혜 정부가 중·일 갈등에서 일본 편을 들지 않도록 도모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이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MD에 가담하거나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지 않도록 한국정부에게 설득과 압박 양면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6) 북한의 3대 세습정권 안착 과정 진행과 대남 정책 전망

3대 세습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은 인민군 최고사령관, 당 제1비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당 정치국 상무위원,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공화국 원수직을 모두 차지하여 당·정·군을 통괄하여 전제적 통치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당, 군, 보안부서의 수장을 자신이 신임하는 인사들로 충원하여 권력 기반을 강화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친인 김정일에 비해 훨씬 정치경험이 부족하고 젊은 나이에 집권한 김정은의 권력은 쉽게 안착되기 어려우므로 김정은은 개혁‧개방을 추진하기보다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대외 강경책을 통해 안보 긴장 상황을 조성하여 군부의 충성을 확보하고 주민의 결속을 다지면서 지도자의 위상을 강화하여왔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제2의 남북 전면전을 불사하고 미국에도 정면으로 도전하는 ‘벼랑 끝 전술’을 채택하는 것은 이런 요인이 크게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역설적으로 김정은의 권력이 빠른 시일 내에 안착할 때 김정은이 선군보다 선경정치를 채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지난 봄 극단적으로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핵전략폭격기까지 참여한 독수리 및 키리졸브 한·미 연합훈련으로 북한군 전력의 약세가 노출되고 군의 사기가 저하되는 것을 막아보려는 데 있는 것 같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참한 중국의 북·중 동맹 이탈을 견제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핵무기는 절대무기이므로 사용되기 어렵고 더구나 한국의 후원자는 수천 개의 핵무기를 가진 미국이므로,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과시하면서 지속적으로 대남 압박을 가하기는 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과의 대화를 통한 타협을 모색하고 남북 경협 증진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3.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전략 방향

박근혜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면서 주변 강국 모두와 협력하여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하며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대중 예속을 억제하고 통일 비용을 절감하며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할 뿐 아니라 통일을 달성하는 과정에서도 북한이 한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호혜적인 경협을 추진해야 한다.

1)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대북 억지력 구축 및 북한문제 해결

한·미동맹은 한국의 국가안보와 대외전략의 중추이므로 반드시 우호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이를 잘 선용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고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군사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양국군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조만간 핵무기의 실전능력을 보유할 북한에 대한 확장억지를 확실히 보장받고 대량보복 능력을 상시로 확보하여 북한이 감히 한국을 넘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도전적인 한‧미 현안들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 미국이 재정이 어려워 국방비를 감축해야 하므로 동맹국인 한국에게도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주한미군 감축 등 동맹의 조정, 한국의 방위 역할 증대 요구, 방위분담금의 인상 및 과다한 무기 구입 요청, ‘통상 압력’ 강화 등이 예상된다. 특히 2014년 3월 만료되는 원자력협정 개정과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을 동맹의 호혜성을 고려해 타결하고 빈틈없이 준비해야한다.

전술했듯이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중기적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즉 미국이 북·미 대화나 6자회담 재개를 바라지만 한국 정부의 태도에 따라서 내용과 진행속도를 조절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도발 억제와 핵 억제력 확보에 노력을 집중하면서 동시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주도적으로 확립한다는 자세를 가지고 미국에게 북‧미 대화를 권고하면서 우리 역시 남북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 중기적으로 남‧북‧미 3자 관계를 상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선순환관계로 만들어야 하고 이를 한국이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주도해야한다.

2) 실용적 균형외교로 중국의 협력 확보

중국의 국력이 급속히 강화되고 북한의 대중의존도가 갈수록 커져 실효적인 대북제재,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뿐 아니라 급변사태의 원만한 수습과 평화통일을 위해서도 중국의 협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해지고 있다. 외교의 실용성과 균형 감각을 제고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우선시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면 중국의 협력을 확보하여 북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서 한·미동맹의 반중화는 삼가고 이런 노력을 중국이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독자적인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면서 일정 부분 미국의 협력을 유지하되 미‧일 MD체제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한‧중 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킬 것이므로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3) 북핵문제의 주도적인 해결

북한의 핵 실전능력 보유가 임박했으므로 정부는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단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1단계로 북한의 핵 동결을 달성한 뒤, 궁극적인 북핵 폐기는 2단계로 추진한다. 미국과의 공조는 물론이고 중국도 대북 압박 및 설득 작업에 동참시켜야 한다. 특히 한·미·중 3국이 공동으로 북핵포기-보상교환안(Plan A)과 북한이 거부할 경우 중국도 시행에 참여할 가혹한 제재안(Plan B)을 만들어 동시에 북한에 제시하면서 최종 담판을 하면 아직 해결 가능성이 있다.

4)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미‧중 갈등 완화와 담합 방지

한반도 안보의 환경요인인 미‧중관계가 남북관계에 구조적인 제약을 가하고 있으므로 정부는 미·중 관계가 협력적 기조로 형성되도록 노력해야한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시하고 남‧북간 호혜적인 경협을 증진하면 방휼지쟁적인 대립국면을 벗어날 수 있고 한반도에서 미·중 충돌도 막을 수 있다. 또한 러시아와 일본의 지원을 받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제창하여 동북아 평화와 신뢰를 촉진하면 한·미동맹을 보강하는 동시에 한국의 국가 위신과 평화·협력 이미지를 제고하고 미‧중 갈등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5) 일본의 협력 유도와 중‧일간 갈등 중재자 및 균형자 역할

일본은 북한과 관련하여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 등 안보 관련 사안보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더 중시해왔고, 이에 따라 북핵문제 해결에 별로 기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는 일본이 북핵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평화통일 기반 형성에 기여하도록 외교적 설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국력이 미·중간은 아니더라도 중‧일간 갈등을 중재하고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정도임을 인지하고 한편에 치우치지 말고 양국간에 슬기로운 균형자 또는 평화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6) 가스관 사업 등 남‧북‧러 3각 협력 추진

북·러 경협 추진에 결정적인 장애물이었던 양국간 채무문제가 해소됨으로써 남·북·러 3각 협력과 관련된 각종 ‘코리아 프로젝트’는 한국 정부만 의지를 보인다면 탄력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따라서 정부는 이미 남‧북간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였다는 자신감에 입각하여 북한의 대중 예속 심화를 억지하고 미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며 남·북·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가스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고, 현재 한반도 주변에 드리운 안보 위주의 불안정하고 긴장된 정세를 호혜적 경제협력 질서로 전환할 수 있으며, 북한이 사실상 남한에 의존하도록 만들어 북한의 대중 종속을 억제하고 평화통일을 최소 비용으로 달성하는 기반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7) 강화된 강온 양면책을 능동적으로 구사하여 북한을 통제하고 평화통일 기반 구축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감행으로 얻은 군사적 자신감에 입각하여 동족에게 핵 공격을 포함한 전면전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이는 그간 민족 공조를 외쳐오던 북한의 자기모순적이고 반민족적인 협박이며, 체제경쟁에서 패배한 열등감을 만회하기 위한 망동이다. 비이성적인 언행을 자행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체제 위기와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보려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체제 위기만 악화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한 치의 빈틈없는 대북 억지태세를 유지하고 북한의 도발에는 즉흥적으로 3배 정도 보복하여 북한으로 하여금 대남도발이 북한에게만 손해라는 학습효과를 주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체제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북한에 대한 대화의 문을 열어두며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 영‧유아 및 노약자에 대한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켜 남‧북간 기본적인 신뢰 조성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남·북간 호혜적인 경협을 진흥하는 한편, 한반도를 넘어 중국과 러시아,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평화·번영의 비전과 구체적인 협력 계획서를 제시하여 북한이 남북 평화·공영과 평화통일의 길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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