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일본은 은둔형 외톨이 직업훈련, 스위스선 저소득층 자녀 취업 알선

2013. 7. 29. 13:34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일본은 은둔형 외톨이 직업훈련, 스위스선 저소득층 자녀 취업 알선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ㆍ해외 사례

사회적 경제 하면 협동조합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떠올린다. 해외에서는 협동조합 외에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돼 있다. 해외에서 사회적기업은 비영리조직과 사회적 협동조합까지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 일본 ‘K2인터내셔널’
요리 가르쳐 사회적응 도와
생활 지원·일자리 동시 해결


▲ 스위스 ‘잡팩토리’
이민자·빈곤층 청소년 대상
매장 일하며 책임감 배우게


일본 요코하마에서 관광객들이 사회적기업 ‘고토라보’가 설립·운영하는 ‘호스텔 빌리지’에 들어가고 있다. 고토라보는 쪽방촌 등을 저렴한 숙박시설로 개조해 지역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광주NGO센터 제공


■ 청소년 지도서 쪽방촌 재건축까지

일본은 사회적기업이라는 명칭이 공식화돼 있지 않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영리조직(NPO) 등 자생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의 사회 적응을 도와주는 사회적기업 K2인터내셔널도 그중 하나다. 요코하마에 있는 K2인터내셔널은 10대 후반의 등교 거부 청소년과 은둔형 외톨이 등을 직업훈련을 통해 요리를 가르친 뒤 사회로 돌려보내 그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요리를 배운 젊은이는 학교 급식소 운영, 도시락 판매, 외부 식당의 재료 준비 등의 일을 하게 된다. 또 공동생활, 상담·학습지원, 직업캠프 등을 통해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1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고, 연매출은 4억7000만엔(약 60억원)에 이른다. 등교 거부나 은둔형 외톨이에 관한 상담 건수는 연간 3000건이며 합숙형 프로그램 참가자는 연간 120~150명이다. 일본 사회적 경제 전문가인 강내영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41)은 “K2인터내셔널은 생활 지원에서부터 일자리 창출까지 둘 다 해결하는 체제인 반면, 한국은 일자리 창출에만 맞춰져 있다”며 “이제는 청소년과 청년의 개념을 묶어 연동되고 일관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K2인터내셔널의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빈민촌을 배낭여행객이 머물 수 있는 호스텔촌으로 바꿔 동네를 살린 사회적기업도 있다. 2000년대 초 일용직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쪽방촌인 요코하마 고토부키는 항만물류시설 등이 기계화되며 노동자가 급격히 줄었다. 광주NGO센터의 연수결과보고서를 보면, 당시 노동자를 위한 쪽방촌 숙박업체는 120곳에 방이 8600여개였는데 이 중 2000여개가 빈 방이었다. 동네는 점점 빈민화돼 노숙자가 늘었고,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대학원 시절 일본의 3대 쪽방촌 지역인 고토부키를 알게 된 오카베 도모히코(36)는 사회적기업인 ‘고토라보’를 설립해 2005년 쪽방을 여행자가 묵을 수 있는 호스텔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쪽방으로 운영되는 숙박업소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업소 사이에 공동공간을 조성하는 등 리모델링을 실시해 주민과 여행자가 함께 거주하는 쪽방호스텔촌을 만들었다. 건물주는 건물 리모델링을, 고토라보는 영업·의료·식사·청소 등을 담당했다. 숙박을 통한 수익은 건물주와 절반씩 나눠 갖는다.

스위스 사회적기업인 ‘잡팩토리’가 바젤 외곽에 건립한 쇼핑센터 내 악기판매점. 잡팩토리는 저소득층 자녀를 인턴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이들의 취업에 도움을 준다. 한국 사회적기업 위더퍼블릭 제공


■ “유럽 사회적기업, 중견기업 수준”

프랑스의 SOS그룹은 가장 큰 규모의 사회적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1984년에 설립된 SOS그룹은 노인과 노숙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병원 8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노숙자·장애인·약물중독자·에이즈 환자 지원사업, 노인 돌봄사업, 아동보호를 위한 법률 지원 등 다양한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해외정책 연구연수 결과보고서(보고서)를 보면, SOS그룹은 프랑스 전역에 걸쳐 약 283개의 조직으로 구성돼 있고 약 1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연 매출은 5억6000만유로(약 8000억원). 연간 약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위스에도 청소년의 취업·진학을 위한 사회적기업이 있다. 스위스 바젤 근교에는 악기·생활소품·여성의류·남성의류 등을 판매하는 ‘잡팩토리’ 쇼핑센터가 있다. 사회적기업 잡팩토리는 청소년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게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그 직업으로 업무를 경험하게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청소년은 대부분 빈곤층 가정에서 태어났거나 이민자 가족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제대로 된 생활을 하기 힘든 이들이다.

이들은 쇼핑센터에서 평균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인턴프로그램들을 수행한다. 잡팩토리는 매년 300여명씩 고용해 연간 860만스위스프랑(약 93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2009년 매출액은 964만스위스프랑(약 99억원)을 기록했다.

잡팩토리를 방문한 적이 있는 박선우 한국 사회적기업 위더퍼블릭 대표(29)는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인증을 받고 지원금을 받기 위해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되는 느낌이 있는 반면, 잡팩토리는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에 봉사하고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사회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하나의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에는 축구를 통해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 사회적기업도 있다. 에든버러에 있는 스파르탄커뮤니티풋볼아카데미(스파르탄)는 2009년 잔디구장, 보조잔디구장으로 구성된 스파르탄 센터를 열어 잔디구장을 대여해주고 이를 통한 수익으로 사회서비스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스파르탄의 전체 시설비는 300만파운드(약 52억원)로 절반은 스파르탄 회원으로부터 마련했고, 나머지는 펀드레이징을 통해 마련했다. 보고서를 보면, 문을 연 첫해인 2009년에는 매출액이 30만파운드(약 5억2000만원)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52만파운드(약 9억원)를 기록했다. 박경정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대리(32)는 “스파르탄은 사회적기업의 아이템을 발굴할 때 혁신적인 아이템도 좋지만 일반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평범한 아이템도 어떻게 기획을 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잘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미국의 사회적기업 ‘원월드 풋볼 프로젝트’ 공동설립자 리사 타버(오른쪽)가 중미 엘살바도르를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잘 터지지 않는 자사 축구공을 선물하고 있다. 한국GM 제공


■ 기부 받아 빈곤 어린이 지원도

북미의 사회적기업은 민간펀드, 기부 등을 통해 운영돼 창업자가 원하는 아이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원월드풋볼은 전 세계 빈곤 계층에게 다용도 스포츠 공인 원월드풋볼을 나눠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무독성 비활성 재질로 만들어진 이 공은 일반 축구공에 비해 매우 질겨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기를 넣을 필요도 없고, 공기 빠짐 없이 콘크리트·아스팔트·흙 등 모든 지형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원월드풋볼의 공동 설립자이자 유명 음악감독인 팀 자니겐은 아프리카 다르푸 지역에서 난민들이 쓰레기를 노끈으로 감아 만든 공으로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다시 공기를 안 넣어도 되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축구공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2010년 유명 팝스타 스팅으로부터 연구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전액 투자받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홈페이지를 보면, 원월드풋볼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119개국에서 총 7340개가 사용되고 있다.

캐나다에는 독거노인에게 매일 직접 요리한 도시락을 자전거로 배달하는 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사회적기업 상트로폴 롤랑은 독거노인이 많은 몬트리올에 사는 두 청년이 노인들에게 하루 한 끼라도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에서 시작됐다. 1995년에 문을 연 이곳은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약 100명의 자원봉사자가 평균 90개가 넘는 식사를 배달했다. 일주일에 다섯 번 배달함으로써 연간 250여명의 노인 또는 부상으로 거동이 힘든 이들이 10~12달러의 식사를 4.5달러에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상트로폴 롤랑은 도시락 판매 수익과 정부지원, 기부자들의 후원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