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환경 등 ‘윤리적 사업’ 투자은행 설립 시급

2013. 7. 29. 13:32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환경 등 ‘윤리적 사업’ 투자은행 설립 시급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ㆍ사회적금융 정착 어떻게

사회적기업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금융 기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윤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적기업에 돈을 빌려줄 금융기관은 많지 않다.

돈벌이보다 윤리와 공익에 투자하는 금융은 불가능할까. 이윤 극대화가 아닌 사람과 환경, 경제 균형 등의 가치에 투자하는 사회적 금융, 이른바 ‘착한 은행’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 입증되고 있다. 돈이 돌지 않는 곳에 돈이 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금융민주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 은행은 사회적 금융의 대표적 사례로 일컬어진다. 이 은행은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유기농, 주택 협동 건설, 소액금융, 예술 기획, 공정무역 등 ‘윤리적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트리오도스 은행은 홈페이지에도 “혁신적인 기업과 조직을 지원하는 진정한 지속가능한 은행”이라고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은행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에만 투자를 하면서도 1980년 설립 이후 30년 동안 분기손실을 기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영국에는 다양한 사회적 금융이 존재한다. 현재 사회적 투자 시장 규모는 3300억원에 이른다. 그중 대표적인 공익 금융기관은 채러티 은행. 2002년 정식으로 문을 연 이 은행은 일반 은행처럼 고객들의 예금으로 대출을 해주고 수익을 얻는다. 다만 대출대상이 취약계층으로 대출금리는 2% 정도로 낮다. 또 대출을 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재무적인 부분까지 꾸준히 컨설팅해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첫해 60명이던 예금자는 최근 2만5000명을 넘어섰다.

비용이 많이 들면서 개선하기 힘든 사회적 문제를 이해당사자가 함께 해결하는 성과 보상 프로그램인 사회혁신채권도 있다. 예를 들면 노숙인 자립이나 청소년 범죄예방 등을 정부가 예산을 들여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자본의 투자유치를 끌어들여 일정 성과를 나타내면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영국의 ‘피터버러 시 교도소 재수감률 낮추기’ 사례가 유명한데 현재까지 재범률은 전국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는 지역개발금융기관(CDFI)이 있다. 이 기관은 낙후된 지역의 비영리단체나 마을기업, 저신용자들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고 지역밀착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은 “고장난 자본주의에서 직접 돈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만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