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창조경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경제/경제와 경영, 관리

by 소나무맨 2013. 7. 8. 09:51

본문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창조경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김동환(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webmaster@selfgo.org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승인 2013.07.07  11:19:41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네이버구글msn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 창조경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김동환(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창조경제란?

 

  
 

☞ 중소기업 가운데 혁신형기업(벤처기업, Inno-biz기업, 경영혁신형기업)은 1.4%에 불과하고, 서비스업 비중이 과다


 

  
 

☞ 경제/기업 생태계가 동태적으로 선순환하며 부단히 새로운 일자리와 먹거리를 창출

2. 창조경제의 Positive Economics

1.1. □ 현재의 창조경제

○ 개념적으로는 성장체제 전환에 근접하고 있으나, 실제 정책에 있어서는 구태의연한 산업정책(유종일 교수)

○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측정할 방식과 지표를 정하고, 하위 정책목표와 정책수단을 설정하여 실행의 우선순위를 세우는 과정을 진행하기 어려움(유철규 교수)

1.2. □ 성공적 창조경제를 위한 산업정책(예시)

○ (목표의 설정) 일자리 창출 vs. 미래 먹거리산업 육성
* 창조경제의 목표가 MB정부의 신성장동력산업 육성과 유사할 경우, 구성장동력산업(대기업 위주의 조립․가공산업, 대형 장치산업)에 비해 생산유발효과나 고용유발효과가 작을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
* 특히 미래 먹거리산업에 해당하는 신성장동력산업은 라이프사이클상 문제아(problem child)에 속할 개연성이 농후하고 투자 회임기간이 길 가능성이 있음에 유의할 필요

○ (성과측정 방식과 지표) 新 I/O분류 등을 서둘러 마련하고 국제표준 무역분류인 SITC, CCCN 등과 매칭
* 융합과 창의에 바탕을 둔 신성장동력산업은 기존의 산업분류(I/O)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성과(생산, 고용 등 유발효과) 측정도 곤란

○ (하위정책목표/수단) 공정거래정책 및 고용·교육정책, 중소기업정책금융 등 하위 정책목표/수단과의 정합성을 도모
* 신성장동력산업은 혁신형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新소재․부품산업, 新서비스산업에 집중되어 있을 가능성
* 또한 신성장동력산업은 리스크가 크거나 공공성이 높아(즉 시장실패 영역) 상업금융기관을 통해서는 자금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어려울 가능성
* 특히 과잉취업 상태에 있는 서비스산업 고용자를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으로 전직(outplacement)시키기 위해서는 산업정책과 고용·교육정책의 조화가 필요

○ (정책 콘트롤타워 확립) 리스크가 크고 투자회임 기간이 비교적 긴 신성장동력산업은 지원의 성과를 거두는 데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특정 정부부처, 특정 정권 내에서 육성, 성장하는 데 한계

1.3. □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 창조경제 시대에는 독과점 및 경쟁제한, 중소기업 착취 등의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빈발할 수 있음.
* 태양광, 풍력, 원전플랜트, 이차전지 등 신성장동력산업은 부품에서 완성품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누가’, ‘먼저’ 수직통합(vertical integration) 하는지 여부가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조기 달성의 관건

3. 창조경제의 Normative Economics

1.4. □ 창조 vs. 진화

○ 정통 보수주의 관점에서 창조는 神의 영역이자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한 진화(evolution) 과정 속에서 발현됨.

○ 하지만 유철규 교수도 우려하고 있듯 국가주도 경제는 정부의 보이는 손(visible hand)에 의해 혁명(revolution)적으로 창조를 이끌어내는 경향이 있어 정통 보수주의와의 결별을 의미

○ 현 정부의 창조경제는 진화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현하는 것인지 혁명을 통해 의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인지 모호
* 기업생태계, 창조생태계 등 생태계를 거론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진화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임.

1.5. □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 생성-발전-소멸에서 다시 생성으로 이어지는 기업생태계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동반하는 경제진화 과정

○ 하지만 재벌기업이 계열사를 문어발식으로 확장하여 경쟁사를 축출하고 경영권을 (부당)세습하는 현실에서는 “발전”만 있고 “소멸”은 존재하지 않아(즉 진화를 거부) 혁신(innovation)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소생(pop up)하기 곤란
* 다만 창조금융 정책의 일환으로 제시된 KONEX 설립방안은 좀비기업의 퇴출, M&A 등을 통한 구조조정, 즉 “소멸”을 원활히 하자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

○ 따라서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란 토양 위에서만 제대로 발현될 수 있음.

1.6. □ 창조경제와 패러다임 전환

○ 창조경제는 기존의 “相爭하는 복지”(zero-sum welfare) 패러다임에서 “相生하는 복지”(positive-sum welfare)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경제민주화는 相生하는 복지 패러다임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패러다임

○ 즉, 경제민주화는 균형 성장, 노동친화적 성장, 혁신주도형 성장, 재벌의 역기능 해소·방지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동시에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메커니즘임.
* 양극화, 성장동력 소진의 문제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특징을 나타내는 불균형 성장, 고용 없는 성장, 관료주의 및 재벌의 역기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
* 한국경제의 총체적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양극화, 성장동력 소진 문제를 해소하여 사회경제적 강자와 약자가 相生하도록 할 필요가 있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고용, 해외 사례

김병권(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1. ‘창조경제’는 정말 ‘고용 친화적 성장 모델’인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를 대표하는 개념은 명백히 ‘창조경제’다. 2012년 7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시점까지만 해도 경제 민주화였지만, 2010년 10월에 스마트 뉴딜 개념이 나오더니 2013년 2월 취임사부터는 아예 경제 민주화는 하위 개념으로 잡히고 ‘창조경제’가 상위 대표 개념으로 정착한 듯싶다. 이제 우리사회에서도 경제 민주화라는 개념보다 창조경제라는 개념이 더 자주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역사과정을 거쳐 적어도 명목적으로 ‘창조경제’는 단순한 산업정책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체제’, ‘성장 모델의 전환’으로 공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창조경제는 그 무엇보다도 과거의 ‘고용 없는 성장 모델’을 대체하는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라는 점이 정부가 명시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특징이라고 이해한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유일하게 경제와 관련하여 숫자로 정량화시킨 목표가 ‘고용률 70%’라는 대목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 6월 3일, ‘고용률 70% 로드맵’까지 발표하면서 실행의지를 구체화했다. 특히 시간제 일자리 확대 논란을 불러왔던 여성 고용률과 청년 고용률 증대 목표가 눈에 띤다.

세계적 대침체 아래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정책의 제 1 목표를 위기로부터의 탈출, 고용상황 개선으로 잡은 것 자체는 타당하다. 그런데 과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고용친화적인 성장모델인가. 우선 짚어볼 대목은 어떤 성장체제로 전환하든지 간에 현재 70% 고용률이라는 목표 자체가 적절한 것인가?

현재의 고용률 64.2%(2012년 말 OECD기준)에서 집권 5년 동안 70%까지 무려 6%를 끌어올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OECD기준으로 고용률 정의는 15세~64세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의 출산률이 세계 최저라고 하지만 아직은 이들 인구가 매년 약 20만 명씩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률을 올리는 것은 고사하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데에도 매년 약 12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즉 매년 12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야만 늘어나는 생산가능 인구를 흡수하면서 고용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순수하게 고용률을 1% 끌어올리려면 약 36만개 이상의 추가적 일자리가 필요하다. 15세 ~64세 생산가능 인구가 약 3600만에 이르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일자리가 일시적면 소용이 없다. 고용률은 금방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36만개 이상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고용률 1%는 결코 작은 수자가 아니고 무거운 수치인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고용률 64.2%는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2012년 말 기준 OECD 평균은 65.1%이고 미국은 67.3%이며 일본은 70.9%이다. 특히 여성 고용률 등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분명히 고용률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고용률은 앞서 언급한 대로 갑자기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정권이 두 번 바뀌던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고용률은 겨우 0.9%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은 100년 만의 대 침체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71.2%에서 67.1%로 5% 정도 떨어졌다. 일본은 2.3% 올랐고 네덜란드는 0.7% 올랐다.(그림 2 참조)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단 5년 만에 고용률을 무려 6%나 끌어올리겠단다. 그랬으면 오죽 좋으련만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크게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마치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처럼.

  
 

일단 목표가 이렇게 쉽지 않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창조경제’로 전환되면 얼마나 고용률을 끌어올려줄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 우선 과거의 실적을 살펴보자. 통계청이 2000년~2007년 8년 동안 IT관련 별도의 인력 실태를 조사했다. 그런데 정보통신, 관련 산업, 타 산업 전산직을 포함한 IT관련 전 취업자를 합산한 결과 2000년에 약 127만 명이었다. 그리고 그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취업자 수 증가를 기록했지만 2007년 기준 150만 명에 그쳤다. 7년 동안 약 23만 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IT벤처 붐이 불었던 1999~2000년 전후 시기에도 IT관련 신규 취업자는 연간 기준 최대 20만 명을 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제조업 취업자는 연간 30~40만 명의 증가세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된다.

사실 이것은 박근혜 정부도 알고 있다.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창조경제를 통한 일한 일자리 창출’등을 그럴 듯하게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목표로 하고 있는 전체 일자리 창출 238만개의 1/3에 해당하는 80만개 일자리가 보건 및 사회복지에서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문, 과학기술분야에서 만들겠다는 일자리 33만 7천개의 두 배가 훨씬 넘는 압도적인 숫자다.

산업정책 차원에서 지금 창조경제와 가장 유사한 사례는 김대중 정부의 벤처육성 정책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말 벤처육성 붐의 재연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1990년대 말 시점은 비록 거품임이 드러났지만 세계적으로 ‘신경제’라고 불릴 정도의 수요확대가 있었던 시기다. 반면 지금은 '수요 부족'이 세계화되고 있는 국면, 즉 세계적으로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수요 위축'이 상당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극히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혁신적인 기술로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만 하면 무한히 수요가 따라주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최근 수년 동안 스마트 폰과 SNS가 급팽창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지만, 이것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대기업 위주의 하드웨어 제품이 주도하거나 페이스북과 같은 몇 개의 외국 플랫폼 회사들이 주도하는 경향이 크다. 많이 사례로 드는 모바일 앱 시장은 소문보다 큰 시장이 아니며, IT융합 산업도 대기업 주도로 제한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어 다양한 벤처 창업공간이 넓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또한 지금은 세계적으로 금융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고 코스닥 시장은 2001년 수준에서 사실상 멈춰있는 상황이다. 민간 벤처 투자자금 역시 1990년대 말에 비하면 턱 없이 위축된 상황이며 정부에서 자금 공급을 한다고 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성장 모델의 전환이든, 일자리 창출 전략이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한 산업정책 전환이든 지금 국면에서 지나치게 공급 측 요인에 정책적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은 여러모로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2. 이스라엘 ‘창업 국가’ 모델이 참조 사례인가?

논리와 정책이 불분명하면 실제 사례를 보면 된다. 역대 정부들도 아일랜드나 두바이 등 다양한 해외 참조 사례를 제시하면서 자신들의 정책 방향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정책의 실제적 형태를 소통하기 위한 좋은 방법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점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자신이 어느 모델을 참조하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의 창업국가 모델이 창조경제와 유사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청은 ‘이스라엘식 창업 프로그램’을 본격가동하고 인큐베이터 운영기관 5곳을 지정하기도 했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중요 모토로 내걸고 있는 만큼, 그 모델이 되고 있는 이스라엘 경제는 당분간 우리의 관심영역 안에 있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 영토의 1/4이고 인구는 760만 명(2010년)이므로 우리의 1/7밖에 안 된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이스라엘 인구를 단선적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일단 이스라엘 땅에 있는 인구 750만 중에서 유대인은 600만 명이고 팔레스타인 아랍인 160만 명이 이스라엘 영토에 이스라엘 시민으로서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러시아에서 100만 명의 유대인이 이주해온 것을 포함하여 이스라엘 땅에 살고 있는 600만 유대인도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등 곳곳에서 이주해왔다는 점이다. 760만 적은 인구지만 마치 미국처럼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갖는 이질성과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영토 안에 살고 있는 유대인만 고려해서도 안 된다. 미국에 600만 명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유대인 인구가 1300만 명이라고 한다. 이들 중 특히 미국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미국의 ‘특별한’관계를 만들어주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 포함 해외 유대인을 감안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GDP규모는 PPP 기준으로 2011년 209억 달러 수준으로 한국이 그들의 6.6배 정도 크다. 이스라엘은 아주 최근인 2011년에 OECD에 가입했다. 그러면 전체적인 경제 성장 추세는 어떨까? OECD 통계에서 나타난 이스라엘과 한국의 최근 10년 동안의 성장률을 보면 한국이 연평균 4.1%, 이스라엘이 3.8%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그림 3 참조)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추세 역시 이스라엘이 조금 변동성이 적기는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 소비 물가 수준도 2~3%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은 역시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이스라엘 경제에서 참조하고자 하는 것은 외형적인 성장 추세가 아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정보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한 혁신적인 산업의 존재다. 그러면 과연 이스라엘의 정보통신산업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이스라엘 정보통신 산업은 부가가치 비중이 13%로서 OECD국가 평균 8.3%를 훨씬 능가한다. 그러나 해당 분야 1위는 이스라엘이 아니라 바로 한국이다. 한국, 이스라엘, 아일랜드, 그리고 핀란드가 해당 분야 수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양적 규모로 보면 우리가 이스라엘에서 배워야 할 이유는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것은 이스라엘의 최대 수출산업이 정보통신 기술 등이 아니라 바로 다이아몬드 가공 산업이라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주 수입은 다이아몬드 수출 207억 달러, 기술 수출 및 기술 기업의 국외 매각 145억 달러, 방산물자 수출 73억 달러, 관광수입 49억 달러, 미국의 군사원조 32억 달러, 미국 종교 단체의 기부 20억 달러 등 연간 총 526억 달러로 전체 GDP의 22%를 차지한다.”(『경제기적의 비밀』205쪽)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GDP중 연구개발비가 우리의 두 배에 가까운 세계 최고 수준이고,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은 2009년 기준 63개로서 미국을 제외한 세계 최고인 것도 사실이다.(『창업국가』26쪽) 외국인 투자 유치도 이스라엘이 우리보다 훨씬 활발하다.(그림 5 참조) 특히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가 “창업자들이겐 이스라엘이 미국 다음으로 최고의 나라”라고 칭찬할 만큼 정보통신, 나노, 바이오를 중심으로 벤처 창업이 활발하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 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다른 국가들과 다른 이스라엘만의 몇 가지 특수성이 있음을 유의해 보아야 한다. 우선 이스라엘과 미국의 특수 관계다. “미국은 코끼리, 이스라엘은 그 위에서 춤추는 발레리나다. 이스라엘의 생존에 미국은 필수적이다.”(『경제기적의 비밀』97쪽)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자기나라의 국채 보증을 서주는 그런 나라, <작은 미국> 이스라엘은 모든 면에서 미국과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다.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IBM, 구글, 페이스북, EMC 등 미국의 주력 정보통신 기업들이 최근 3년 동안 이스라엘 벤처들을 인수합병하고 투자하는 현상은 “이스라엘의 정보통신 기술이 뛰어나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유대인의 미국 정치에 대한 막대한 로비, 미국인이 이스라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호적 정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병영국가 이스라엘의 특징에 있다. 남녀모두 징병제인 이스라엘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최고 우수한 인재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정보 공수특전부대에 입대한다. 그리고 제대 후 군대에서 경험한 기술과 인맥을 기반으로 벤처 창업을 하는 코스를 밟는다. “이스라엘에서는 한 사람의 군사적 경력이 학문적인 경력보다 더 중요하다. 모든 취업 인터뷰에서 지원자들에게 하는 질문이 바로 어느 부대에서 군 복무를 했느냐는 것이다.”(『창업국가』98쪽)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일반적인 수학이나 과학 학력 평가는 그다지 좋은 수준이 아니다. 과학을 기준으로 2009년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는 잘 알려진 대로 핀란드가 1위, 한국이 2위였지만 이스라엘은 꼴찌 쪽에 가깝게 분포되어 있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에 의해 기초기술 기반이 마련되고 사회에 진출하여 기술을 축적하는 구조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트라 무역관이던 이영선도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전체 고교 졸업자 중 상위 2%의 엘리트로 구성된 군부가 있다. 이들은 군에서 전투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정부도 방위산업에 연구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기 때문에 과거부터 성과가 좋았다. 이스라엘의 정보통신산업의 성공은 이들 군에서 개발한 기술이 민간에서 성공적으로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에서 얻은 경험과 이미 제대한 선배와의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한다.”(『경제기적의 비밀』227쪽)

  
 

이처럼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는 미국이 경제위기 와중에서도 정보통신 산업의 경쟁력 때문에 버티는 것과 유사하게, 미국 정보통신 산업과 밀착 연계된 이스라엘 정보통신 산업으로 하여금 세계경제위기 속에서도 일정하게 활황을 누리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 벤처산업 생태계는 국방산업과의 단단한 인적, 기술적 결합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목들은 대체로 다른 나라에서는 모방하거나 참조하기 어려운 특수한 조건이다. 이점을 감안하면서 이스라엘 벤처 환경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3. 이스라엘의 재벌개혁을 배우자.

한국경제와 이스라엘 경제는 공통적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각하여 두 나라 모두 지난해까지 재벌개혁이 사회적 화두가 되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지난해 5월 포괄적인 재벌개혁을 추진한 바가 있다(새사연, “이스라엘은 어떻게 2012년판 재벌해체를 했나”, 2012.5 참조). 반면 우리의 경우는 아직 재벌개혁을 제대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일단 이스라엘에서 벤처 창업을 배우기 이전에 재벌개혁부터 배우는 것이 순서일 듯싶다.

동시에 이스라엘 경제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불평등 정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것은 물론 거의 미국과 유사한 수준에 접근하고 있는 실정이다.(그림 7 참조) 물론 이스라엘 영토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이 대체로 빈곤층이 많다. 또한 일을 하지 않는 전업 유대 종교인이 인구의 10%나 되는데 이들이 통계상 빈곤층에 잡히는 특수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하여도 불평등이 OECD국가에서 가장 나쁜 그룹에 속하고, 여기에 재벌의 경제력 집중도까지 높다는 사실은, 이스라엘 경제가 벤처 산업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분배 문제에서 매우 취약한 구조를 띠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대목은 한국경제나 이스라엘 경제나 모두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차라리 핀란드의 복지모델로부터 배울 점을 찾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종합적으로 요약하면, 이스라엘이 미국과 유사하게 세계적으로도 정보통신 기술 중심이 벤처창업이 활발한 국가임은 분명하다. 미국의 IT산업 경쟁력 비결을 지금도 배우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벤처 창업 열기는 마땅히 벤치마킹을 더 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경제를 참조하려 할 때에는 특정 국면만 떼어봐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특정 부분의 결과는 전체 경제가 상호 연관된 속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기술벤처 경쟁력은 미국과의 특수 관계와 국방산업과의 특수 관계를 빼 놓으면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한쪽에서 강력한 벤처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른 편에서 경제력 집중 폐해가 심한 재벌의 존재가 버티고 있고, 이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 정도도 매우 심한 것이 이스라엘 경제의 또 다른 이면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런 점은 지금 우리 경제와 유사한 측면이다. 한국과 이스라엘이 함께 안고 있는 과제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스라엘 경제는 한국경제가 참조할 만한 차별적 모델이라기보다는, 여러모로 한국경제와 닮은 점이 많은 모델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와 같은 기초적인 양국 경제의 큰 그림을 이해한 후에 세부적인 장단점을 비교해 보아야 하며, 박근혜가 정부가 이스라엘을 모델로 하여 창조경제를 구체화할 때에도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4.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이익이 된 이유

이스라엘과 함께 창조경제의 모델이 되는 사례가 바로 핀란드다.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앱인 ‘앵그리버드’를 탄생시킨 기업 로비오가 핀란드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보다 앞서 이동통신 시장의 거인 노키아가 있는 나라다.

한때 전체 법인세의 20%를 감당하며 핀란드 경제의 절대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던 기업이 세계적 통신기업 노키아다. 그런 노키아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패배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자 세계는 ‘노키아의 고통이 핀란드의 고통’이라며 우려했고 핀란드 경제의 추락을 예상했다. 그러나 핀란드 경제는 지금도 건재하다. 어떤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일까? 우선 노키아는 매출하락이 현실화되고 대량해고가 불가피해져 가는 2011년 봄부터 스스로 ‘브릿지 프로그램(bridge program)'이라는 것을 가동한다. 일종의 퇴직자 창업지원 프로그램인데 퇴직자 1인당 약 3000만 원 정도의 별도 창업지원을 하는 등 노키아에서 습득한 기술을 가지고 벤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노키아 자신이 도와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핀란드 기술혁신투자청(TEKES)도 퇴직직원의 창업을 전문적으로 돕는 '이노베이션 밀'이란 프로그램을 이미 2009년부터 운영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지난 3년 동안 핀란드에서 약 250건의 신규 고용과 26건의 비즈니스가 창출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브릿지 프로그램으로는 약 4200여명의 노키아 퇴사자가 참여했고 최근 3년 동안 300개 이상의 기업을 창업했다는 보고도 있다. 암튼 인위적인 경제력 분산을 할 필요 없이, 시장에서 노키아의 몰락하고 있는 위기를 중소 벤처 생태계 육성의 기회로 반전시켰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제는 ‘노키아의 고통이 핀란드의 이익’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제 1, 2년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그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어쨌든 핀란드의 이 같은 모습은 우리에게 너무 낯설다. 쌍용차 대량해고 뒤에 내팽개쳐진 2000명 이상의 쌍용차 해고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지금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벤처 영역을 잠식하여 생태계를 질식시키고, 대기업이 위기에 닥치면 무책임하게 정리해고를 일삼으면서 퇴직 직원에 대해 나몰라 하는 기업행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 모델이든, 핀란드 모델이든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경제 민주화를 해야 창조경제 여건도 만들어지고 창업국가도 흉내를 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결론을 요약해보면, 창조경제를 성장체제로 본다고 해도, 공급 측면에서 기술혁신을 통한 성장체제가 과연 지금의 불황기에 고용 친화적인 성장체제가 될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문이다. 어쩌면 지금은 성급한 ‘대체 성장 동력 찾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조성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공급차원에서 본다 하더라도 혁신은 이제 혁신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창조적 지혜가 인정받도록 해야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창조와 혁신은 특혜와 독점을 폐지하면서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기업가 정신이나 기업가의 창의성을 강조한다면 그에 못지않게 다수 노동자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스티글리츠의 이런 지적은 의미가 있다.

“최근 30년 동안 경제학계의 일반적인 통념은 유연한 노동시장이 경제력 강화(economic strength)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노동자 보호가 강화되어야 경제력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 노동자 보호가 강화되면 노동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자신과 자신의 업무에 대한 투자 의욕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노동력의 질이 향상된다. 더 나아가 사회적 결속이 강화되고 근무환경이 개선된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의 관계

안종배(한세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국회 스마트컨버전스연구회 운영위원장)


1. 창조 경제는?

창조산업은 소프트웨어산업, 콘텐츠산업, 서비스산업, 문화산업, 교육산업 등을 지칭한다. 영국의 창조경제는 창조산업에서 시작하였지만 우리나라의 창조경제는 전 산업분야를 아우른다.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는 다른 산업에 융합되어 제조, 유통, 의료, 교육, 문화, 부동산 등 모든 산업의 활력을 불어 넣고 새로운 창조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무인지동차인 '구글카'의 상용화로 향 후 5년 이내에 창조산업으로 변신할 것이다. 현대 자동차도 차량과 스마트폰을 무선통신으로 결합하는 '블루링크' 플랫폼을 내놓았다. 블루링크 플랫폼은 '음성으로' 스마트폰 앱을 구동해 차량 사고 시 긴급 전화번호로 연락하거나 도난 차량 위치를 추적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3D 프린터는 제조업을 창조산업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3D 프린터는 CAD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비자자가 직접 작은 물건을 입체적으로 '프린트'할 수 있게 해준다. 3D 프린터는 제품의 제조만이 아니라 유통업도 창조적으로 만든다. 패션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 질감, 색상의 옷은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소비자가 직접 프린트할 수 있다. 이미 창조산업의 영역에 속하는 패션 디자인의 저작권문제는 더욱 불거질 것이다.

원격의료, 원격근무, 원격교육은 기존 산업의 용도를 창조한다. 원격근무는 내가 있는 곳을 사무실이나 공장으로 바꾸어주며, 원격교육은 내가 있는 곳을 학교나 교육장으로 만들어준다. 원격의료에서는 내가 있는 곳이 병원이다. 이미 '스마트 슈즈', 스마트 베개, 스마트 체중계 등이 상용화 되어 진료에 가담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다면 부동산 산업도 창조산업이 된다.

우리나라의 창조경제는 ICT와 과학기술이 전 산업계와 융합하여 세계 선도형 산업을 창조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무엇보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원활하게 돌아 갈 수 있는 창조 경제 생태계 구축과 전 국민적 인식과 동참이 요구된다.

2.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우리 정부는 창조경제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5대 국정 목표의 1순위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이다.

이를 위한 6개 추진 전략은 ①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②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 동력 강화 ③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④ 창의와 혁신을 통한 과학기술 발전 ⑤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 확립 ⑥ 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제 운영 등이다.

정부의 창조경제 추진전략은 경제민주화의 토대에서 제 기능을 발휘한다. 경제민주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제영역에서의 공정성과 형평성의 추구’이다. 경제의 공정성과 형평성의 달성을 쉽게 표현하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 잘살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 하나가 새로운 산업을 열어가는 경제이다. 우리나라는 아이디어의 가치평가와 보상에 인색하다. 과학기술도 좋은 아이디어가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에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제대로 보상받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창조경제로 창의적 인재가 넘쳐나는 국가를 실현하려면, 정부는 지식재산이 존중받는 사회풍토를 조성해 주어야 하며, 지식재산권의 권리 구제에 요구되는 실효성을 확보해 주어야한다. 기업은 직무발명보상제도, 제안보상제도의 도입을 늘리고, 실용적인 직무발명자나 효과가 있는 아이디어 창안자에게 제대로 보상해 주어야 한다.

정부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면서도 경제민주화를 통한 공정성, 형평성 정책을 조화롭게 펼쳐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창업 및 벤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창업-성장-회수·재투자-재도전'의 선순환구조인 창업생태계 조성도 결국 경제의 공정성, 형평성 문제로 귀결된다. 성장할만한 벤처기업을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하여 힘을 빼는 풍토에서는 아무도 벤처기업을 창업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민주화로 창업에 대한 도전의식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창업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해주고 실패한 기업들이 재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3.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창조경제의 성공은 건강한 경제민주화의 구현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경제민주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평적 민주적 관계, 기업과 근로자간의 수평적 민주적 관계, 기업과 소비자 간의 수평적 민주적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될 때 각각의 경제 주체가 힘의 균형을 갖고 다양성과 독창성,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되어 창조경제가 활성화 된다.

정부는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공정한 경쟁을 위한 경제민주화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융합적인 정책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부처 간 및 부처 내 칸막이를 없애고, 융합적 행정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경직되고 획일화된 경제의 틀을 바꾸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대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규제가 늘면 투자가 줄어들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기 어려워진다. 대기업의 투자 위축은 중소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함께 줄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당면한 불공평 문제를 해소해주고, 한편으로 창조적 기업 활동에 불필요하거나 방해가 되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창조경제 성공을 위해서는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1인 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과 산업의 창조적 융합과 전 국민의 공감과 적극적 동참으로 요구된다.

그리고 창조경제의 또 다른 걸림돌은 획일적 교육이다. 획일적 교육으로는 창조성이 계발되기는커녕 억압되고 있다. 정부는 창조경제의 관점에서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창조적 교육을 위해서는 입시 준비와 스펙 쌓기에 치중된 교육 현실을 바로잡고 창의교육, 체험 교육 등 창조적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이 자리 잡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이동걸(한림대학교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 '창조경제'란 무엇인가, 왜 혼란을 야기하는가

○ '창조경제'는 consulting company-style concept(“How people make money from ideas”)로 탄생(Howkins, 2001)
- '비창조적 경제'라는 것이 존재하나? 경제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고 이름만 다를 뿐 항상 '창조성'이 내재
- 경제의 한 특정 측면(즉, 창의적 아이디어의 역할 및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데 의의
* “창조경제는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업, 서비스업 및 유통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Howkins, 2001)
* The interface among creativity, culture, economics and technology ... has the potential to generate income and jobs.(UNCTAD(2009), Creative Economy Report 2008)

○ '창조'는 지극히 추상적+포괄적 개념의 단어, 이를 '경제'에 붙이면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만능경제' 탄생 →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모든 것을 쓸어 담을 수 있는 용어는 아무 것도 담지 못할 수도 있고, 만능은 불능이 될 위험도 있음 → 쓰기 나름;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
- “그 속에는 18대 대선에서 야권이 움켜쥐었어야 했을 대안적 정책들이 포괄적으로 담겼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월에 펴낸 『박근혜정부 국정과제』에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까지 창조경제의 핵심 국정과제로 포함시켰으니 웬만한 재야의 이견까지 쓸어 담은 모습이다. 따라서 창조경제를 긍정적으로 적극 해석한다면 한국경제성장 모델의 전환에 관해 지난 10여년 이상 모색해 온 대안적 아이디어들의 종합판이다.”(유철규, 발제문)
- 기술적으로 해석한다면 좋은 것(즉, 표 되는 것)은 모두 쓸어 담을 수 있는 용어상의 포괄성과 좋은 것(즉, 표 되는 것)은 모두 쓸어 담으려는(또는 담는 척하는) 정치적 계산(또는 집권에 대한 집착)의 합작품

○ UNCTAD(2009)(Creative Economy Report 2008)의 정의
- The creative economy is an evolving concept centred on the dynamics of the creative industries. There is no single definition of the creative economy nor is there a consensus as to the set of knowledge-based economic activities on which the creative industries are based. There is no one-size-fits-all recipe but rather, flexible and strategic choices to be made by national governments in order to optimize the benefits of their creative economies for development. …
- The Creative industries … range from folk art, festivals, music, books, paintings and performing arts to more technology-intensive subsectors such as the film industry, broadcasting, digital animation and video games, and more service-oriented fields such as architectural and advertising services. All these activities are intensive in creative skills and can generate income through trade and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 '창조경제'의 혼란을 야기한 당사자는 박근혜 정부, 혼란을 풀어야 할 당사자도 박근혜 정부

○ '창조경제'는 애시당초 '경제학적, 정책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구호(즉, 선거구호)'로 탄생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박근혜 정부가 선거에서 승리하여 집권하였고 이를 자신의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으니 이제는 '경제운영 방향/철학'으로 '창조경제' 개념 정립을 확실히 하고, 이를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할 모든 책임이 박근혜 정부에게 있음.

○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창조경제' 개념 혼란을 부채질, 이는 박근혜 정부(및 박 대통령 자신)의 창조경제에 대한 이해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됨.
- 정부․여당 인사들도 혼란
* “말하는 사람마다 제각각, 아무도(박근혜 정부 안팎의 관련인사들) 명쾌한 설명 없이 자기가 아는 부분만 언급”
* “여당의원들도 이해 못한다.”
-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설명해도 혼란은 여전;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경제운영의 틀'을 바꾸는 것에 대한 언급은 없이 '산업 융복합화'만을 강조 → '박근혜의 창조경제'가 패러다임 전환인지, 아니면 특정 산업정책인지, 아니면 융복합화 =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불투명
* “(창조경제의)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가 혼용되고, 또 좁은 의미 가운데서도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관점, 정보통신산업과 융합을 강조하는 관점, 창업과 벤처를 강조하는 관점, 문화산업을 강조하는 관점 등이 혼재하여 개념 혼란 초래”(유종일, 발제문)

○ 지난 6월 4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창조계획 청사진(「창조경제 실현계획-창조경제 생태계 조성방안」)도 혼란 해소에는 실패
- 패러다임 전환 vs. 융복합화 산업정책 중 어느 것인지 불분명
- 패러다임 전환이라면 제도․환경․유인구조 등 경제운영의 틀을 바꾸는 구체적인 개선안 결여
- 융복합화 산업정책이라면 지향점이 불투명하고 구태의연한 정책만 있을 뿐 구체성이 결여되어 실효성 의문시
* “구체적 정책은 과거 정부가 하던 ICT 등 특정산업 키우기, 벤처육성정책 등을 재탕하는 산업정책이 많음”(유종일, 발제문)


□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고 싶다면 반드시 해야 할 것들

○ 박근혜 정부는 '말뿐'인 패러다임 전환이 아니라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야 함.
- “그간의 모방·응용을 통한 추격형 성장”은 한계(즉, 기존 성장체제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므로(성장률, 일자리 창출 등), 이에서 벗어나 “국민의 창의성에 기반한 선도형 성장으로 전환”(즉, 새로운 성장체제의 도입)하기 위해서는 '말뿐'인 패러다임 전환이 아니라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즉, 우리경제의 근본적인 체제 전환)이 있어야 함.
* 이는 우리 경제․사회 내에 광범위하게 고착된 기득권구조의 대대적인 개편을 의미
-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개념적으로는 성장체제 전환에 근접하고 있으나, 실제 정책에 있어서는 구태의연한 산업정책이 주종을 이루고 있음. 모피아, 재벌 등 기득권과 ‘줄푸세’ 등 고정관념의 영향력으로 근본적 체제전환보다는 겉핥기 식 대책에 정책효과가 미약할 가능성”(유종일, 발제문)
- 박 대통령 자신도 말로는 “패러다임 전환” 운운하지만 우리 사회 특권층의 기득권은 대부분 다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등 언행이 불일치

○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확실한 실천해야 함.
- 창조경제를 '패러다임 전환'으로 본다면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 성공의 필요조건 또는 불가분의 관계
*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창의성이 정당하게 보상받고(전략 1), 벤처·중소기업이 창조경제의 주역이 되기는(전략 2) 거의 불가능
*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는 본질적 부분(구조적 교정책 등)을 담지 않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경제위기”, “과잉입법” 운운하며 그마저도 후퇴의 조짐을 보이고 있음.
* 이는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새누리당 내에서도 경제민주화를 놓고 논쟁하는 수준이고, 행정부에도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언행을 하던 인사들이 핵심요직에 다수 참여)
- 유&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와 긴장관계 또는 모순적 관계에 있음을 지적
* “경제민주화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인식이 온존하는 가운데 대기업에 창조경제 위한 투자를 의존함으로써 현실적으로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사이에 긴장관계 존재. 성장체제 차원에서 보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는 창조경제와 불가분의 조합을 이루는데, 정부는 이들을 병렬적이거나 심지어 긴장관계로 인식하여 결과적으로 경제민주화가 위축될 가능성”(유종일, 발제문)
* “경제민주화가 ‘공정’으로 격하되어 고착화되는 순간 우리의 창조경제는 ‘공정’을 강조했던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잃게 될 것이며, 경제질서의 주역을 바꿀 수도 없으며, 고대하는 창조의 꽃을 기대하기는 정말 어렵다.”(유철규, 발제문)
- 창조경제 성공을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민주화의 추진이 필요
* 창조경제의 주역이 바뀌려면 “거의 해체에 가까운 재벌구조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유철규, 발제문)
* “혁신과 창조를 위한 충분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술 빼앗기나 납품단가 일방적 인하 등을 근절하고 독점적 산업구조를 최대한 경쟁적 산업구조로 개편하며, … 이는 경제민주화의 문제”(유종일, 발제문)

○ 창의성에 대한 정당한 보상, 창의인재가 육성되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조성
- 혁신과 창조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사회․경제․법률 환경 조성(경제민주화)
- 교육 정상화
* 입시위주 교육 개선
* 대학의 '문사철 죽이기' 등 대학교육의 직업교육화를 중단하고, 대학교육을 정상화함으로써 대학이 '쓰고 버릴' 규격화된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생각하고 꿈꾸고 도전하는' 인재를 키우는 교육기관이 되도록 교육체제를 개편해야 함.
- 노사관계의 정상화 및 상호 신뢰회복
* 기업이 직원을 쉽게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풍토에서는 직원(및 잠재적 구직자)들은 범용지식․범용기술 습득에만 매달리고 불필요한제로섬 게임에 에너지를 낭비
-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실리콘 밸리를 만들기 전에 노량진 '고시밸리' 현상의 왜곡된 현실부터 해결해야 함.
* 수십만의 젊은이들이 노량진 '고시밸리'를 중심으로 적게는 2~3년, 길게는 10여년씩 '썩으면서' 젊음을 낭비하는 이유를 밝히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우리나라에 창의적 인재가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
* 예를 들면, 전직 공무원이(고위직은 고위직대로, 중하위직은 중하위직대로, 공기업은 공기업대로) 현직에서는 안정적 일자리가 보장되면서 '갑' 위치에서의 각종 대접과 보상 → 퇴임 후에는 연봉 수억원~수십억원의 공기업․금융기관 CEO 또는 임원 → 국민연금의 서너배에 달하는 후한 연금을 평생토록 수령하는 소위 '마피아' 체제가 부처별로 구성된 나라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수익성 높은 투자는 '고시'
* 즉, 창의적 발명․기발한 아이디어 '한 방'에 인생이 역전되는 것이 아니라 '고시 한 방'에 인생이 역전된다는 믿음을 젊은이들에게 심어주는 사회에서 창의적 인재가 양성될 수 있을지 의문

○ 관료의존에서 탈피
- 관료조직은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기득권 집단 중 하나,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 마피아 조직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이익을 해치는 조직원은 조직의 보복을 받는 등 강한 결속력을 보임.
- 관료조직은 표면상의 업무수행('하는 척')에는 능숙, 그러나 실효성 있는 실천보다는 스스로의 '지대추구' 행위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
* 개발연대 산업화와 달리 명령으로 되지 않는 것이 창조경제
* '창조경제 박람회', '1가구 1지식재산 갖기 운동' 등 '새마을운동식' 창조경제는 실패가 예견
- 박근혜 정부가 관료의존 체제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박근혜'도 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관료집단에 포획되고 조종된 피해자가 될 것이 확실
 

  
 

[창조경제를 묻는다] 포럼 토론문

황혜란(대전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창조경제’의 시대적 의미

- 창조경제가 국정아젠다로 부상하면서 창조경제 의미의 불명확성에 초점을 맞춘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 의미의 불명확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전되는 것은 부분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아젠더 선점에 따른 정치적의 대안 아젠더의 부재에 기인하는 요인도 있다고 보여짐

- 창조경제의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고 메타포적 활용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하나 ‘창조’ 개념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이러한 개념의 등장은 시대적 요청이 녹아있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음

- 이제까지 우리 경제는 ‘성공적으로’ 모방형 성장모델을 실행해 왔음. 성공의 이면에 독재적 정치체제와 수직위계적 거버넌스가 존재했으나 이것 또한 모방형, 압축적 성장모델을 가능하게 한 조직 메카니즘으로 볼 수 있음. 빠른 모방학습과 추격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정책 메카니즘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신속한 의사결정, 수출시장에서 경쟁가능한 소수의 경제주체를 중심으로 한 지식자원의 동원 등의 조직방식이 자리 잡게 되었음

- 그러나 모방형 성장모델의 잠재성이 급속히 쇠락하고 있고,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의 변화 요청은 ‘모방이 아닌’ 성장모델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음. 이러한 맥락에서 도출된 개념이 ‘창조’라고 볼 수 있음. 서구의 ‘창조산업’ 혹은 ‘창조경제’ 개념과 우리와 같은 후발국의 ‘창조’개념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역사적 맥락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음. 선진국의 창조산업 개념은 미디어나 문화콘텐츠와 같은 지식자본을 중심으로 한 논의임에 비해 후발국의 창조경제 개념은 모방을 벗어난 그 ‘무엇’을 요청하는 개념임

- 발제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창조경제 개념의 제출은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의해 호명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음. 그렇다면 ‘모방이 아닌’ 성장모델로의 패러다임적 전환,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 논의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고 봄. 즉 창조경제의 내용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가 학계나 정치권의 관심이 되어야 함

□ 창조경제와 과학기술

- 창조경제 논의의 핵심적 내용으로 제출되고 있는 과학기술, 혹은 혁신의 관점에서 창조경제를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임. 이제까지 모방형 경제, 성장모델도 과학기술이나 혁신활동과 관련 없이 일어난 것은 아님. 모방형 성장모델에 조응하는 혁신활동과 혁신 시스템이 밑받침되어 왔음.

- 모방형 혁신체제에서는 선별된 산업부문과 경제주체를 중심으로 지식자원을 집중하는 형태의 과학기술 활동이 이루어져 왔음. 또한 연구개발 자원중심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되어 왔으며 연구개발투자나 연구개발인력 측면에서 OECD국가들과 비교하여 상위권의 집약도를 보이고 있음. 그러나 이러한 자원투입에 비해 2000년대 중반 이후 성과 창출이 지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 기술무역수지나 특허와 논문생산의 질적 고도화 측면에서 투입대비 성과창출의 지체 현상이 발견되고 있음. 또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융복합 연구개발, 혁신 주체간 협력의 측면에서도 낮은 성과를 보이고 있음. 결국 발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시스템 지체 현상이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음. 이미 2000년대 중반 스웨덴에서도 연구개발 투자대비 경제성과 창출의 지체가 나타나고 이를 스웨덴 패러독스로 명명하기도 했는데 우리의 경우도 지금 연구개발분야에서의 코리안 패러독스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

- 결국 모방형 모델은 과학기술이나 혁신이 아닌 요소투입에 의해 가능하고 새로운 성장모델은 과학기술, 창조, 혁신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모방형 성장에서 작동했던 모방형 혁신체제를 창조형 혹은 탈추격형 혁신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현재 과학기술계의 과제임

□ 시스템 전환의 전략

- 그렇다면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 혹은 성장 모델, 혁신모델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고 또 전환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질 필요가 있음

- 이제까지 경제시스템을 논의할 때 거시적 수준에서의 제도적 측면에서만 논의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었음. 자본주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에서도 macro 수준에서의 제도에 초점이 맞추어지는데 실제 시스템 전환 관점에서 바라보면 새로운 정책 아젠더의 도출이나 제도의 도입만으로 시스템 전환이 일어나기는 어려움.

- 모방형 체제가 지속되고 전환이 어려운 이유는 하나의 성공적인 시스템이 안착하는 것은 이것이 정책수준이나 제도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체화되기 때문임. socially embedded되어 성공적으로 작동된 시스템은 경로의존성이 발생함. 예를 들어 모방형 체제가 작동하기 위해 경제정책이 기획되고 운용되는 방식, 기업의 일하는 방식, 숙련을 조직하는 방식,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방식 등 조직 이는 사회경제 시스템 내에 착근되어 있음. 더구나 기존 체제에서 성장의 과실을 나누어 가진 계층이 존재함. 이런 측면에서 이러한 시스템의 작동방식에 대해 학문적이고 경험적인 수준에서 micro-foundation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임. 정책 구호나 기능적 제도가 바뀐다고 해도 그 안에서 경제주체의 행위방식, 자원의 배분방식, 일을 조직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시스템 전환을 기대하기 힘듦

- 시스템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새로운 경제주체의 등장이 필요함. 모방형 체제에서 선별된 소수의 경제주체를 넘어 벤처 육성이나 새로운 형태의 경제 혹은 혁신주체의 성장을 도모해야 함. 벤처 기업의 역량과 생태계 측면에서 초기 벤처육성 시기와는 다른 환경이 조성되어 있음. 벤처 생태계의 진화단계와 현재 IT 기술-경제 패러다임 특성을 고려한 벤처 육성이 필요할 것임. 둘째, 국가 혹은 정부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필요함. 장기 파동 관점에서 현재의 IT 기술-경제 패러다임이 성숙해 가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정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네트워크형 발전국가 모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니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 연구개발투자의 효율성 문제에 대한 코멘트

- 유종일 교수님이 제기하신 혁신의 인센티브와 연구개발 시스템 개혁의 큰 틀에는 동의하지만 몇 가지 보완적 논의가 필요할 것임. 첫째, 지적재산권 문제는 산업의 특성에 따라 상이한 형태로 나타남. 기술적 지식의 모듈화 경향이 큰 정보통신 산업의 경우 IP 형태로 지식으로부터 도출된 경제적 이익을 전유하는 경향이 있고 자동차나 조선, 기계 등 산업에서는 전유의 방식이 생산공정에 녹아있는 암묵적 지식의 형태를 띠게 됨. 저작권이나 특허권 강화가 일방적으로 혁신을 가로막는 것은 아님. 지식의 성격이 기초에 보다 가까운가, 응용에 가까운가, 지식의 분절(모듈)화 정도가 어떠한가 등에 따라 지적재산권이 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다름. 지재권 문제에서는 보다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함. 불공정 거래로 인한 혁신 의욕 저하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함.

- 연구개발 투자 효율성 증대를 위한 자원배분과 평가시스템 개혁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미 기초연구에 대한 자원배분이나 평가 시스템의 변화를 위한 노력들은 부분적으로 도입되고 있음. 자원배분의 방식, 즉 수월성을 근간으로 한 선별적 자원배분이나 분야별, 혁신주체별 각개약진식의 칸막이 조직 중심의 지원 방식, 부처별, 부처내 국별 경쟁시스템에 근거한 정책 프로그램 집행 등 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어야 할 것임. 이런 차원에서 부처나 부문을 가로지르는 통합형 혁신정책이 중요한데 아직 요원해 보임.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시스템의 작동을 고착시키는 조직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

- 연구개발 성과를 경제적 효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혁신주체간 연계가 가장 결정적임. 연구개발조직- 기업- 수요자를 연결시키기 위한 중간 매개조직이나 매개역할을 하는 코디네이터 육성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데 한국형 각개약진 시스템에서 익숙하지 않은 조직 형태라서 도입과 운용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임. 연구분야나 부문이 문제가 아니라 혁신주체들 간의 연계를 통해 수요견인적, 문제해결 중심형 혁신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함


< 저작권자 © 자치분권 Issu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