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악질 중 70%가 보스인 까닭은
필자가 쓴 기사 중에서 직장인들로부터 꽤 반향이 있었던 기사가 있었다. 2010년 9월 4일자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악질 퇴치의 경영학`이라는 기사였다. A1면과 B1, 4, 5면에 실렸던 이 기사는 직장내 악질의 폐해를 다루었다. 악질 1명이 조직의 성과를 30% 이상 갉아먹는 만큼 직장에서 악질은 내쫓거나 격리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가 나간 뒤에 S건설에서 일하던 필자의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아침에 아내가 신문을 보더니, `당신 보스 얘기가 신문에 실렸어`라고 하더라. 내가 늘 아내에게 말했던 내 상사의 특징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거야." 이후 필자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말을 많이 들었다. 기사에 등장하는 악질과 자신의 보스가 오버랩된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직장내 악질 중 상당수는 보스다. 직장에서 악질을 없애자는 내용의 베스트셀러인 `악질 제로 법칙`(No Asshole Rule)을 쓴 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악질 10명 중 7명은 보스"라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면 왜 보스 가운데 악질이 많은 것일까? 그 이유는 권력의 속성에서 비롯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보스는 직장에서 부하 직원들을 지시, 감독하는 권력을 쥐게 된다. 그런데 권력은 인성을 변화시킨다. 실제로 보스가 되고부터 인성이 나쁜 쪽으로 변했다는 얘기를 듣는 직장인들이 꽤 있다.
권력의 역학을 50년 넘게 연구한 대처 켈트너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연구 결과의 매우 흥미롭다. 악질 보스가 많은 까닭을 설명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심리 실험을 실시한 결과, 권력을 쥔 실험 참여자들은 적의를 갖고 타인과 동료를 괴롭히며 모욕을 주더라는 것이다. 이들은 마치 뇌의 `안와전두피질`(전두엽의 한 부분으로 눈과 매우 가깝다)이 손상된 환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이 캘트너 교수의 얘기다.
이안 로버트슨 박사의 연구 결과는 권력이 두뇌에 끼치는 영향이 마약과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력을 갖게 되면 두뇌에서 테스토스테론과 그 부산물이 증가하는데 이는 마약의 일종인 코카인을 흡입했을 때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마약에 중독되듯이 권력에 쉽게 중독되는 까닭을 설명해준다.
197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 교도소 실험은 권력을 가진 인간이 타인을 얼마나 잔인하게 학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실험이다. 당시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교수는 심리학과 건물 지하실에 감옥을 만들었다. 2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쪽에는 간수 역할을, 다른 쪽에는 수감자의 역할을 맡겼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간수들은 수감자들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 수감자들에게는 성적인 모욕과 심리적 고문을 가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실험은 6일 만에 중단됐다. 짐바르도 교수는 "24시간이 지난 뒤에 실험을 중단시켜야 했다"고 뼈저리게 후회했다고 한다.
물론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일반 직장과 100% 동일시할 수는 없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직장내 보스, 부하의 관계는 교도소내 간수, 죄수의 관계와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실제 간수나 죄수가 아니었다. 지적인 대학생이었으며 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을 육체적으로 학대해서 안된다는 사전 교육까지도 받았다. 그런데도 실험이 시작되자 마자 여러 가지 학대 행위가 벌어졌다.
심리학자와 생물학자의 다양한 연구 결과, 권력은 인간의 두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타인의 감정에 무디어지고 타인을 쉽게 학대할 수 있게 된다. 필자의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부하 직원이 자신이 시키는 대로 완전히 따라 하는 것을 보고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런데 그 쾌감을 인식하는 순간, 나 자신에 대한 공포도 함께 느꼈다." 타인에 대한 권력을 발휘하게 되면 인간은 쾌락을 느낀다. 그 순간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악질이 되어갈 위험도 높아진다.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이 퇴보하기 때문이다. 보스는 항상 스스로들 뒤돌아봐야 한다. 작은 권력의 맛에 취해 부하직원들을 학대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권력의 맛에 취해가는 자신에 대해 공포를 느껴야 한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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