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식
본 연구는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부터 2012년까지 18대 대통령 선거까지, 선거 직후에 수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세대, 계층, 지역에 따른 집단적 투표선택의 차이를 비교하고 그 함의를 분석하고자 한다.
선거행태 연구는 정당의 행태와 유권자의 행태 측면에서 주제를 나누어 볼 수 있다. 정당행태 측면에서는‘누가(어떤 정당들이) 무엇을(정책, 강령, 이념, 사회적 지지기반 등) 두고 경쟁했나?’가 주요 질문이 된다. 반면 유권자 행태 측면에서는‘누가 (어떤 정당들을) 지지했나?’와‘왜 지지했나?’를 밝히는 것이 주요문제다. 이 글은‘왜 지지했나?’가 아니라 ‘누가 지지했나?’를 밝히는데 초점을 두며, 15대부터 18대까지 변화를 추적한다.
정당의 입장에서 지지를 얻는 사회적 집단이 변화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정당 스스로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결과일수도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다. 전자는 정당 스스로 동원하고자 하는 사회집단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능동적 필요에 따라 정당이념, 정책, 조직전략의 변화를 꾀한 결과일 경우에 해당된다. 반면 후자는 정당이 미처 대처하지 못한 사회변동의 결과이거나, 경쟁하는 상대정당의 전략변화로 인해 지지집단의 변화가 발생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연구의 분석만으로는 변화가 발생했던 원인이 정당 주체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사회변동이나 상대정당의 전략 변화 등의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등은 확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당 지지기반의 변동 자체를 확인하는 것은, 불안정한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을 지나온 정당과 유권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며, 이를 토대로 정치주체들이 다양한 가설을 수립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특히 상대적으로 정당조직의 연속성을 유지해 온 새누리당에 비해, 현재의 민주통합당은 지난 15년 간 정당조직 차원과 정당-유권자 관계 차원에서 모두 역동적인 변화를 거쳐 왔다. 그리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2013년의 정당-유권자 관계를 결과했다.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나온 역사가 남긴 유산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정당과 특정 사회집단의 지지 관계는 진공상태에서 정책과 이해관계가 거래되는 단기적 교환의 산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한 번의 선거캠페인에서 정당이 제출한 정책에 호응하여 집단의 투표선택이 일순간 바뀔 수 있다면, 정당정치는 정치주체들이 직면한 경험적 현실보다 훨씬 수월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당-유권자 관계는 선거와 일상적인 시기의 연속적 상호작용이 축적된 역사적 결과라는 측면이 훨씬 크다. 그러기에 변화가 언제 어떤 형태로 발생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그 변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이를 토대로 다른 정당-유권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을 고민하는데 토대가 되는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2. 연구방법
우리나라 정치에서 정당이나 후보 지지를 매개로 정당체제의 사회적 기반이 되는 균열로 주목을 받는 것은, 지역, 이념과 세대, 계층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 및 정당정치는 상당기간 지역갈등 혹은 지역균열에 기초해 설명되어 왔다.(김만흠 1991; 박찬욱 2005) 정당체제의 새로운 사회적 기반으로 이념 및 세대집단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부터였다.(박명호 2003; 이내영 2003;이정진 2007; 최준영 2008) 반면 계층균열은 지역이나 이념 및 세대균열과는 다소 다른 지위를 갖는다. 한국사회 갈등인식에 대한 여러 조사들은, 한국의 유권자들이 빈부갈등, 노사갈등 등 계층에 기초한 사회갈등을 지역이나 세대갈등에 우선한 갈등계선으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해 왔다.(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2010년∼2012년 유권자 조사자료) 하지만 이것이 정당지지나 선거정치에서 후보 지지를 분기시키는 효과는 경험적으로 확인되지 않거나 일관되지 않았다.
본 논문에서는 세대, 소득, 직업, 지역, 이념에 따른 사회집단의 지지변동을 추적한다. 2012년 18대 대선결과를 해석하는데 직관적으로 가장 가시적인 집단 간 차이는 세대집단이었다. 20∼30대와 50대 이후 세대의 다른 선택이 주목을 받았고, 특히 50대의 높은 투표율과 박근혜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가 관심이 되었다. 연구에서는 18대 대선 세대집단의 투표선택의 차이를 확인하고, 나아가 이를 1997년 15대 대선 이후 세대변동과 연관시켜 추적해 봄으로써 세대집단의 정치동원이 발생했던 시점을 확인하고 15대 대선에서의 세대집단을 기준으로 이후 세 번의 선거에서 해당집단의 선택 변화를 추적해보려 한다.
다음으로, 소득에 따른 투표선택의 차이를 15대∼18대 대선에 걸쳐 확인함으로써 정당지지의 계층적 기반 변화를 탐색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사회집단을 계층적으로 나누는 요인들에는 소득, 자산, 학력, 직업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여 년간 선거 조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득과 학력, 직업 변수는 연속적으로 조사가 되었던 반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산변수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변인들을 포함한 조사는 드물었다. 비교적 최근 조사들에는 직접적으로 재산정도를 묻거나 주택소유 여부를 물어 간접적으로 자산변인의 효과를 확인하려는 시도들이 있었고, 이를 토대로 한 연구에서 자산변인의 효과가 확인되기도 하였다.(서복경, 2012) 하지만 2012년 이전 대통령 선거에 관한 조사데이터들 가운데 자산변인을 포함한 자료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소득 변수를 중심으로 비교하되 학력 변수를 통제변인으로 사용할 것이다.
소득 변인의 분석과 관련하여, 본 연구는 연속적 급간을 활용한 소득변인의 효과와 함께, 소득수준을 총 3개의 범주로 나눈 후 각 범주별로 더미 변수화하여 각 소득집단의 불연속적인 투표선택 차이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런 접근을 시도하는 이유는, 한국사회에서 계층집단의 정당지지 및 투표선택이 단선적 관계가 아니라 U자형의 불연속적 관계를 가진다는 가설을 검증해 보기 위함이다. 이런 가설은 학문적으로 하나의 일관된 체계를 갖추거나 경험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지만, 사회적 인식 수준에서 직관적 설득력을 가져왔다. 예컨대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11년 서울시 주민투표 및 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소위 ‘강남 3구 현상’이 주목을 받은 바 있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자산이 많고 소득수준이 높은 유권자들이 거주하는 강남3구의 투표율이 높고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다른 자치구에 비해 높게 나타났던 결과 때문이었다. <그림 1>은 2011년 10월에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각 자치구별 후보지지율과 자치구 재정자립도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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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현상이 곧바로 개별 유권자 수준에서 계층집단에 따른 투표선택과 정당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기에는 다른 대당 가설이 존재하는데, 이른바 ‘계급배반투표’로 회자되는 저자산, 저소득층의 한나라당-새누리당 지지현상이다.(구갑우 외 2008) 그러나 이 역시, 직관적으로 추정되는 바지만 저 자산, 저 소득층이 유의미하고 일관되게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지지했는지를 경험적으로 확인해온 것은 아니다. 이런 직관적 가설들은, 불연속적인 소득변인을 구성하여 그 선택을 살펴봄으로써 검증이 가능할 것이다. 응답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세 개의 집단을 나누기 위해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해당연도 가계소득 5분위별 평균소득 자료를 활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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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은 1997년∼2011년까지 제공되는 통계청의 소득 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 자료 가운데 분위별 평균소득을 나타낸 것이다. 1인 가구를 포함하고 있지 않아 실재 평균은 조금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3개의 소득구간은 1-2분위, 3-4분위, 5분위의 세 개 소득구간을 나누었다. 1-2분위는 상대적으로 소득밀집도가 높은 반면 5분위는 경계소득부터 최고소득까지 편차가 가장 큰 집단이기 때문에 별도로 한 구간으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위 자료에 근거해 1997년 자료는 150만원과 250만원을 경계선으로, 2002년 자료는 150만원과 300만원, 2007년 자료는 200만원과 400만원, 2012년 자료는 250만원과 450만원을 경계선으로 각 저·중·고소득 집단을 나누어 차이를 분석한다. 단 이 3개의 소득구간은 각 소득계층의 분연속적 효과를 볼 때 사용될 것이며, 별도로 전체 8개 및 12개 급간 소득의 연속적 효과도 분석할 것이다.
한편 직업에 따른 집단적 지지의 변동은 자영업자 집단을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자영업자 집단은 소득이나 자산에 따른 편차가 크기 때문에 경제적 지위에 따른 계층집단으로 범주화하기는 어렵다. 본 연구에서 자영업자 집단의 차이를 추적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각 정당들의 지역적 조직기반이 자영업자 집단을 중심으로 구성된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정당의 지역 지지기반의 변동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분석해보려는 시도 때문이다.
지역에 따른 집단적 차이는 거주지와 출신지 기준을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거주지에 따른 집단 간 차이는 굳이 설문조사 자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집합자료 수준에서 충분히 확인이 가능한 문제이며, 본 연구에서는 출신지에 따른 집단적 차이가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에 초점을 부어 분석해보려 한다. 1987년 이후 일정기간 출신지에 따른 정당지지의 편향을 확인하는 연구들이 다수 제출되었으나, 최근에는 출신지 변수보다 거주지 변수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이갑윤·박경미 2012) 출신지에 따른 투표선택의 차이는 세대를 통해 전승되는 정당-유권자 관계의 연속성을 가정할 수 있게 하는 반면, 거주지에 따른 차이도 이런 속성을 가지기는 하나 수도권-지방, 지방정치의 정당경쟁구도 등의 다른 요인의 영향을 더 받는 것으로 가정된다. 본 연구는 과연 어느 시점부터 출신지와 거주지에 따른 집단적 차이가 변화해 왔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지역변인의 변동을 분석할 것이다. 본 연구가 활용하는 자료는 15-18대 대선 직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에서 면접방식으로 조사한 데이터로, 표본 수는 1997년 1200명, 2002년 1500명, 2007년 1200명, 2012년 1200명이다.
3. 세대집단의 정당지지 변동
2012년 대선 직후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된 50대의 높은 투표참여와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89.9%라고 발표된 수치는 60대 이상 투표율보다 높아 통상 세대가 높아질수록 투표참여가 늘어나는 추세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식 발표한 세대별 투표율은 50대가 82.0%, 60대 이상이 80.9%로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50대의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당초 출구조사결과로 예측된 것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60대 이상 세대보다는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20∼30대와 50대 이상 세대에서 문재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편향적 지지현상은 뚜렷이 나타났다.
하지만 18대 대선의 결과는 우리나라 선거사에서 세대집단의 투표선택 차이가 주목을 받은 최초의 선거였던 16대 대선과 큰 차이가 있다. <표 2>는 16대 대선과 18대 대선에서 세대별 투표선택의 차이를 비교한 것이다. 20대와 30대에서 2002년 노무현 후보와 2012년 문재인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는 비슷한 경향을 보이지만, 50대 이상 집단의 선택은 10년 동안 큰 변화를 보였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2012년 문재인후보보다 50대에서 6.7%를 더 얻었고, 60대 이상에서는 26.2%를 더 얻었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60대 이상 유권자들에서 이회창 후보보다도 3%정도의 지지를 더 얻은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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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지지기반의 변화는 1997년 15대 대선과 비교해도 확인된다.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보다 7.6%, 5.2%를 더 얻었지만, 50대에서도 7.7%의 지지를 더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2>와 <표 3>을 종합해 볼 때, 2012년의 세대투표는 2002년의 세대투표에 직관적으로 비견되지만, 그 양상은 다르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상대후보에 비해 50대에서 얻었던 높은 지지,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60대 이상 집단에서 얻었던 비슷한 수준의 지지에 비해 2012년 문재인 후보는 50대 이상에서 상당히 낮은 지지를 얻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이유로, 지난 10여 년 동안 민주당 계열 정당은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지지기반을 상당부분 잃어버린 것이다.
지난 15년간 민주당 계열 정당의 세대적 지기기반의 변화는 <표 4>를 통해 좀 더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표 4>는 1997년 15대 대선 시점 유권자들의 세대구분을 2012년에 적용해, 18대 대선에서의 투표선택을 살펴본 것이다.
2012년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1997년 시점 기준 20대 이하 유권자들과 2002년 이후 새롭게 충원된 유권자 집단에서만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반면, 1997년 기준 30대 이상 유권자들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더 높게 지지했음을 알 수 있다. 1997년 당시 50대 유권자들은 김대중 후보를 이회창 후보보다 더 지지했고, 2002년 시점 60대 이상 유권자들도 노무현 후보를 더 지지했지만, 2012년 이 유권자들은 박근혜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게 되었다. 또, 1997년 시점 30대 유권자들은 김대중 후보를 더 지지했고 2002년 시점 30대 중반-40대 중반 유권자들은 노무현 후보를 더 우세하게 지지했지만, 2012년 시점 이 유권자 집단 역시 박근혜 후보를 압도적으로 더 지지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한편으로 자연적인 연령증가에 따른 보수화의 효과로 설명된다. 물리적 연령이 증가할수록 급격한 사회변동보다는 점진적 변화나 현상유지를 더 선호하게 되고, 그 정치적 결과가 이념적 보수화나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가진 정당을 지지했던 선호를 바꾸게 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지난 15년간의 변화는 이런 측면에서 일부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1997년의 50대와 2002년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급격한 지지철회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2012년 시점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2002년 시점 50대였으며, 2002년 50대 유권자들이 노무현, 이회창 후보 지지에서 균형을 유지했던 결과를 고려한다면 10년간의 어떤 정치사회적 변화가 이들 유권자들의 선택을 급격하게 변화시킨 결과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이하에서는 그 변화의 원인을 탐색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서, 지난 15년 간 자영업자 집단의 투표선택 변화를 추적하고자 한다.
4. 자영업자 집단의 정당 지지 변동
자영업자 집단은 주로 지역 상권을 둘러싸고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정당이 선거구 단위의 정당 조직 활동을 전개할 때 당원이나 지지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핵심 직업집단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자영업자 집단의 정당지지 변동 과정은 정당 지방조직 활동의 상태를 진단하게 해주는 간접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자영업자 집단은 최근 고용시장 구조의 급격한 변동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 집단으로 여겨져 왔다. 점점 더 고용시장에서 퇴출되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노동능력이 있는 은퇴자들의 새로운 경제활동을 위한 직업군이 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표 5>는 1997년과 2012년, 자영업자 집단과 다른 직업 집단의 평균 나이를 비교한 것이다. 1997년에는 자영업자들의 평균나이가 41.14세로 다른 직업군의 평균 나이 39.58세에 비해 1.56세 많지만 유의한 통계값을 갖진 않았다. 하지만 2012년 시점 자영업자들의 평균 나이는 51.11세로 다른 직업군 평균나이에 비해 8.09세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에 비해 2012년 자영업자들의 평균나이는 10세가 더 많아져, 근로능력이 있는 은퇴자들의 주요 직업군이 되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1997년 15대 대선, 2002년 16대 대선, 2012년 18대 대선에서 자영업자 집단과 다른 직업집단의 투표선택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표 6>이다. <표 6>에서 지난 15년 간 자영업 집단은 정당지지와 투표선택에서 큰 변동을 겪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1997년 기준 자영업자들은 다른 직업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김대중 후보를 더 지지했다. 이회창 후보를 24.7% 지지하고 김대중 후보를 46.9% 지지하여, 다른 직업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반면 2002년에는 자영업집단의 투표선택이 다른 직업집단과 유의한 차이가 없는 상태로 변화했다. 자영업 집단은 이회창 후보보다 노무현 후보를 10%가량 더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른 직업집단에서의 차이 17.6%보다는 작은 차이를 보였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갖지는 않았다. 2012년 자영업집단은 다시 변화를 보이는데,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압도적으로 더 지지하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문재인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를 18.5% 더 지지하여, 조사결과 전체 양 후보 지지도의 차이인 2.6%나 다른 직업군들의 지지도 차이 1.2%를 압도했다. 자영업자를 제외한 다른 직업 종사자들 가운데 사무기술전문직종 종사자들은 박근혜 후보보다 문재인 후보를 유의하게 더 지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부록 1>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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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50대 이상 유권자 집단에서 민주통합당의 낮은 지지도는 자영업자 집단의 낮은 지지와 일정한 상관성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르면 40대 후반부터 고용시장에서의 퇴출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경제활동은 자영업을 주로 해서 구성되며, 이들의 정치적 네트워크는 생활단위를 중심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조합 등 사업장을 매개로 정치정보를 교환하면서 정당선호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사무기술직종, 대기업 블루칼라 직종을 제외하면 영세 자영업이나 중소기업 고용자,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는 판매서비스영업직종 등에 종사하는 유권자들은 사업장 단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정치네트워크에 결합되어 있거나 네트워크 밖에 놓일 가능성이 많다. 그나마 20-40대 유권자는 SNS 등 뉴미디어 활용도가 높고 이를 통한 정치정보 네트워크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당의 입장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50대 이상 유권자들을 만날 채널은 지구당 등 전통적인 지방조직 외에 다른 채널을 찾기 어렵다.
이런 조건에서 자영업 집단과 결합되지 못하고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민주통합당의 현실은, 단순히 한 번의 선거캠페인 전략 실패 등으로 진단되기보다 지난 10여 년 간 지지기반 변화를 야기한 조직, 정책, 활동방식 등에 관한 총체적이고 역사적인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20-30대 중심 사무기술전문직종 종사자의 지지기반이 정당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면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의 인구구성 변화와 고용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이런 세대-직업 연합으로는 집권이 가능한 수준의 지지를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클 것 같다. 한편 이러한 세대와 직업집단의 지지 변동은 소득을 기준으로 한 집단적 지지 변동과도 연계된다. 소득은 유권자 개인 입장에서 직업, 고용상의 지위, 노동능력을 보장하는 연령 등의 변수를 종합한 포괄적인 지표가 되는데, 지난 15년 간 소득집단 간 투표선택에서도 유의한 변화가 발견되었다.
5. 소득집단 별 지지 변동
각 연도별 조사결과 소득집단을 각기 다른 세 구간으로 구획한 근거는 통계청 조사 소득 5분위 자료에 근거했음을 앞에서 밝힌 바 있다.(<표 1>참조) 1997년 15대 대선을 보면, 중간소득집단이나 고속집단에서의 후보 지지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저소득집단은 10%정도 이회창 후보보다 김대중 후보를 더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에는 저소득집단에서 14.7%, 중간소득집단에서는 13.1% 노무현 후보를 더 지지한 것으로 확인되며, 고소득집단에서는 4.2% 이회창 후보를 더 지지했다. 하지만 두 선거에서 모두 소득집단별 차이가 유의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2012년에는 소득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발견되었다. 저소득집단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15.1% 더 지지했고, 중간소득집단에서는 7.4% 문재인 후보를 더 지지한 것이다.
다른 변수들을 통제한 이후에도 소득집단별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이하에서 살펴보겠지만, <표 7>에서 직관적으로 제기되는 의문은 저소득층의 태도변화와 중간소득층 태도에 대한 해석의 문제다. 저소득층은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대중, 노무현 후보를 평균적으로 더 지지했다. 그런데 10년의 시간이 지난 후 박근혜 후보에 대해 더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저소득층과 민주당 계열 정당 간 관계에 지난 10년 간 어떤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한편 중간소득층이 민주당 계열 정당에 더 반응을 보이는 현상은 1997년 15대 대선까지만 해도 발견되지 않았으나, 2002년 16대 대선에서 나타나 2012년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하에서는 앞서 살펴본 세대, 직업, 소득에 따른 집단적 선택의 차이가 각 선거 후보지지에 미친 영향을 보다 분명히 살펴보기 위해,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시도하였다.
6. 종합분석
<표 8>과 <표 9>는 18대 대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사회집단적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세대, 지역, 학력, 소득, 직업, 이념의 변수를 사용한 것이다. <표 8>은 앞서 진행한 소득 3구간 가운데 저소득집단을 기준으로 더미변수화한 것이고, <표 9>는 중간소득집단을 더미변수화해서 분석을 시도한 결과다. 지역변수는 호남과 TK, PK지역을 출신지와 거주지로 나누어 양 변수의 효과를 살펴보려고 시도했다.
분석결과, 지역으로 호남변인은 출신지와 거주지 변수 모두 유의하고 높은 영향을 미쳤는데 반해, 영남변수는 거주지 변수는 유의하지 않았던 반면 출신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대선을 전후해 출신지 변수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반면 거주지 변수가 중요해진다는 발견들이 있었으나, 2012년 대선에서는 여전히 출신지 변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직업으로 자영업집단에 속하는지 여부는 저소득층을 통제했을 때에만 유의수준 0.1 수준에서 영향을 미쳤는데 자영업자일수록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변수는, <표 8>과 <표 9>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중간소득층 편향과 저소득층의 부정적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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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동일한 방식으로 15대와 16대, 17대 대선 사후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았으나 이전 선거에서는 소득집단을 기준으로 한 유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의 중간소득층 편향은 2012년 대선에서 처음 나타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저소득층의 부정적 태도 역시 이전 선거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
이상의 결과는 18대 대선 캠페인 과정과 일견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는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고 저소득층의 소득, 의료 등의 사회보장정책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이런 결과는 상대후보인 박근혜 후보가 저소득층 정책을 선점했기 때문에 캠페인이 목적으로 했던 과녁집단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1997년 15대 대선 이후의 일련의 변화를 통해 분석해 보자면, 단기적인 캠페인 효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보다 근본적인 수준의 평가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에 대한 대선 지지를 기준으로 볼 때, 50대 이상 유권자의 지지가 상실되는 과정은 적어도 2002년 이후 일련의 정당 활동을 통해 분석될 필요가 있다. 또한 1997년, 2002년과 2012년 자영업자들의 태도변화 역시 장기적인 추세에 대한 반영으로 볼 필요가 있으며, 이 연장에서 소득집단별 태도 역시 그러하다.
만약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20-30대, 사무기술전문직, 중간계층을 지지동원의 대상으로 정하고 진행한 정당 활동의 결과가 아닌,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면 현재의 상태를 결과한 지난 10여년 간의 과정을 평가하고 대안을 내올 때만이 다른 지지기반을 구축할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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