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과연,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는가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3. 5. 26. 15:02

본문

 

 

과연,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는가


 



계급 _세상은 어떻게 나누어지는가
소유하거나 혹은 일하거나 
사람은 싸고 기계는 비싸다
서로 목에 칼을 겨누는
당신은 어느 쪽에 서 있는가
당신을 해고한 건 당신이 싫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런 권한이 있어서일 뿐이다

잉여가치 _그들의 富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착취의 시간
팔 수 있는 유일한 상품
‘이윤’이라는 마술

축적 _그들은 왜 거대 자본이 되려하는가
성경부터 풍선껌까지
정신없이 돌아가는 ‘회전목마’ 
그들이 찾은 정답
그리 유쾌하지 않은 현실들 

독점 _미국은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된 나라인가
입에 발린 거짓말
새로운 주인
리더를 추종하는 게임
기가 막힌 사례들
막대한 이윤은 투자의 위험도 담보한다
금융자본까지 잡아먹는
독점에 날개를 다는 것
빅 보이들의 장난 

분배 _그 많은 국민소득은 누가 향유하는가
1929년, 미국
가정을 꾸릴만한 용기
사다리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고양이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것
낭비와 궁핍의 저울 추
에셀 렌프로 부인의 하소연

공황 _지옥에서 벗어나는 출구는 어디인가
이상한 나라의 이방인
유일한 선택의 길
러셀의 증언
풀리지 않는 매듭
매듭을 푸는 단 한 가지 방법 

전쟁 _세계지도를 다시 그리는 자들은 누구인가 
시장을 찾아서 
바나나 재벌에서 대부업자까지
신에게 부여받은 임무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투자처
어느 갱스터의 고백
선택의 여지없는 행보

국가 _누구를 위한 국익인가
어떤 대행기관
같이 모인 죄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조연에서 주연으로
실질적인 주인

효율 _풍요와 빈곤은 어떻게 공존하는가
근본적인 모순
피할 수 ‘있는’ 가난
바보 같은 짓
낭비의 북소리

합리성 _이성적으로 합당한 사익은 과연 존재하는가
주택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구입할 수만 있다면!
엉뚱한 나무를 보고 짖는 개 
애국심의 의미 
무계획이 상책
크리스마스는 끝났다! 

정의 _사회적 해악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불공정한 게임
노예보다 못한 자유인
돈은 게으르지 않다?
‘기회의 땅’에 태어난, 그러나 불행한 
싱거운 질문과 답변 
셔우드 앤더슨의 질문

퇴조 _자본주의는 팽창하지 못하면 수축하는가
그것은 노쇠했다! 
풍요 속의 빈곤
상처 입은 짐승의 분노
합당한 결론 
아무리 자비롭다 해도 

몽상가 _유토피아를 꿈꾸는 자들은 누구인가
생각의 발전
훌륭한 질문 
날선 목소리
유토피아 
회색 바다에 떠 있는 고립된 섬들

두 사람 _그들의 염원은 이루어질 것인가
한 명의 천재와 그 동반자
몽상의 종결
‘아니’라는 답변
불가피한 승리
유일한 탈출구
1세기 전의 통찰
그는 뭔가를 알고 있었다

계획 _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황금의 지배’에서 ‘황금의 법칙’으로
어렵지만, 가능한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몇 가지 질문 _오해는 풀릴 것인가 
독재자의 발표
철강 ‘차르’ 
악마의 발명품? 
자본가 없이도 경제 시스템은 작동하는가? 
사람들이 이윤의 동기 없이도 일을 할까?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임금을 받는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어떻게 다른가?
사회주의는 사적 재산을 몰수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경쟁 없이도 위험을 무릅쓰고 실험을 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도록 자극할 수 있을까?
사회주의자들은 계급투쟁을 부추기는 설교자들 아닌가?
사회주의는 비미국적이지 않은가? 
사회주의자들은 물질만을 강조하고 정신적인 것은 무시하는가?
인간의 본성은 바꿀 수 있는가?

자유 _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자는 누구인가
기본적인 오해 
어리석은 자부심
편향되고, 왜곡되고, 억제된
뭔가 충분치 않은
자유를 공유하기 위한
그러나 서로 다른 자유

권력 _힘은 어디에서 어디로 옮겨 가는가
힘의 이동
불합리하지만 불가피한
역사상 최대 오류
폭력에 대한 오해

인간 _당신은 진정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
엄청난 진전
노동자
전문직 종사자, 행정가, 과학자
예술가, 작가, 음악가, 배우
농민
청년
여성 
유색 인종 
그리고 자본가
실현가능한 꿈

저자 후기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인명, 사항 색인



미국 역사상 가장 탁월한 저술가 중 한 명으로, 그리고 가장 진보적인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꼽히는 리오 휴버먼의 역작. 휴버먼의 저작 가운데 국내에 많이 알려진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가 봉건제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초기 자본주의 경제사를 훑고 있다면, 이 책은 자본주의의 맹주인 미국을 집중 대상으로 삼아 소유, 분배, 노동, 독점, 이윤, 국가, 계급, 정의, 자유, 권력 등 시대를 관통하는 중심 현안들을 하나하나 규명해 나간다. 저자가 일생을 걸고 통찰해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관한 거스를 수 없는 진실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반영하는 개념들을 얼버무린다고 해서 그 폐해가 극복되는 게 아니라, 정확한 개념의 이해를 통해 현실을 솔직하게 직시해야만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휴버먼의 지론이다. 또한 세상에 만연한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도 단연 돋보인다. 한편, 미국 저널리즘의 효시가 되었던 「뉴욕 헤럴드 트리뷴」은 이 책에 대해서 “당신의 인생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가장 불온한(rebellious) 논픽션”이라고 소개하면서, 휴버먼의 용기를 반어적으로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이 없다는 그 단순한 사실이, 당신이 그 무엇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에게는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달려 가 뉴올리언스나, 할리우드 또는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잡아탈 자유가 있다. 하지만,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돈이 없다면, 비행기를 탈 자유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따라서 자유는 ‘구속의 부재’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_353쪽 ‘자유를 공유하기 위한’ 중에서 
- 알라딘
자본가 없이도 경제 시스템은 작동하는가? 이 질문에서 첫 단어를 바꿔보자. 그러면 역사의 모든 시기에 제기되어온 전형적인 질문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400년 전 유럽에서 그 질문은 이랬다. ‘봉건 영주 없이도 경제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가?’ 100년 전 미국에서는 그 질문이 ‘노예 소유주들 없이도 경제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가?’ 였다. ‘자본가’와, 자본가들이 자본으로 갖고 있는 ‘생산수단’은 구분되어야 한다. 토지, 광산, 원료, 기계 그리고 공장 등 생산수단 없이는 한 사회가 작동할 수 없다. 이것들은 필수 불가결하지만, 단지 이것들을 소유하고 있을 뿐인 자본가는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아니다. 자본 없이는 일을 해나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낫 없이는 풀을 벨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실이다. 자본가 없이는 일을 해나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모든 낫들이 한 사람 소유로 되어 있지 않으면 풀을 베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짓이다. 그건 진실과 다르다. 모든 낫들이 한 사람 소유로 되어 있고, 그 소유자가 낫을 빌려주는 대신 수확물 중 3분 1을 챙겨가지 않으면, 풀을 베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거짓이다. 
_302/303쪽 ‘자본가 없이도 경제 시스템은 작동하는가?’ 중에서 

- 알라딘
지금의 노동자는 사실 노예 또는 농노에 견줘서도 제대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마저 제기된다. 주인은 노예를 부리기 위해 돈을 써야 했다. 이 때문에 노예가 아무리 나쁘게 취급받더라도 일정한 한계가 지어졌다. 주인으로서는 투자한 돈을 보호해야 했다. 그게 자신의 이익에 합치하기 때문이다. 노예가 아플 때는 돌봐줘야 했다. 그리고 일거리가 없는 한산한 시기에도 생존하기에 충분한 최소한의 먹을거리는 줬다. 농노의 경우 그의 영주한테서 아무리 심하게 착취당한다 하더라도 토지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었다. 농노는 이를 통해 먹을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자는 그만도 못하다. 불경기 때 고용주가 노동자를 돌보는 것은 고용주의 이익에 합치되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쫓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는 게 고용주 처지에서는 더 합당하다. 노동자가 굶어 죽든 얼어 죽든 고용주로서는 관여할 바가 아니다. 일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노동에 기대어 살아가는 게 더 추앙받을 만한 것으로 여겨져, 이른 바 ‘신사’라는 사람들이 건달이나 게으름뱅이보다 대장장이의 자손인 것을 더 부끄러워하는 곳이면, 그게 어디든 노예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사회인 것이다. 
_212~214쪽 ‘노예보다 못한 자유인’ 중에서 

- 알라딘


미국 역사상 가장 탁월한 저술가 중 한 명으로, 그리고
가장 진보적인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꼽히는 리오 휴버먼.
그가 일생을 걸고 통찰해낸 자본과 노동,
소유와 분배에 관한 거스를 수 없는 진실! 


출간된 지 수십 년이 된 논픽션이, 그것도 무겁고 딱딱한 사회과학 분야의 책이 전 세계에 걸쳐 여전히 수십만 권 이상 팔리고 있다면, 그 책의 작가에게는 분명히 뭔가가 있을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노동운동가이자 진보 지식인인 리오 휴버먼은 바로 그런 작가이다. 그는 복잡한 사회사상과 심오한 학문을, 수려하면서도 쉽고 간결한 문체로 풀어내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저술가이다. 

 

 

 

 

 

 

 

 

 

 


1951년에 출간된 이 책 『휴버먼의 자본론 HUBERMAN’S CAPITAL』(원제: The Truth About Socialism)은, 휴버먼의 그간 저술활동을 집대성한 대표작이다. 휴버먼의 저작 가운데 국내에 많이 알려진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원제: Man’s Worldly Goods)가 봉건제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초기 자본주의 경제사를 훑고 있다면, 이 책은 자본주의의 맹주인 미국을 집중 대상으로 삼아 소유, 분배, 노동, 독점, 이윤, 국가, 계급, 정의, 자유, 권력 등 시대를 관통하는 중심 현안들을 하나하나 규명해 나간다. 휴버먼이 일생을 걸고 통찰해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관한 거스를 수 없는 진실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여지없이 깨뜨리는 휴버먼의 혜안과 화법 

대공황, 오일쇼크, 전 지구적 금융위기 등 세계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고장을 거듭 일으키면서,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미국의 부동산 부실 대출에서 비롯된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전 세계 지식인들에게 하나의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집중포화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썩은 부산물들을 쉼 없이 토해내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이른바 경제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조차 청년실업과 부당해고, 소득의 양극화, 금융 시스템의 부실화, 거대 기업들의 독

과점 폐해가 극에 달하고 있다. 아시아와 중남미의 약소국들은 신자유주의 광풍에 휘말려 경제 주권을 잠식당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는 속출하는 분쟁과 내전,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모습은, 휴버먼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950년대 전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양극화(계급), 신자유주의(제국주의), 글로벌 금융위기(대공황), 자원전쟁(오일쇼크), 세계대전(전 지구적 분쟁들) 등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다양한 폐해들이 개념과 형태만 달리할 뿐 오히려 더 치명적이고 악질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휴버먼은 이러한 폐해는 자본주의에 내재해 있는 속성에서 비롯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폐기하지 않는 한 그 폐해 또한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 설파한다.(117쪽)


휴버먼이 활동했던 당시 지식인들은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그 본질에 대한 궁구(窮究)는 하지 않았다. 이는 지금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여전히 대세를 이루는 자유방임주의 경제학자들은 거듭되는 경제위기가 정부정책의 오류, 권력자들의 부정부패, 천재지변 등 외부적 요인 때문이지, 자본주의의 속성에 기인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양극화’와 ‘세계화’ 같은 말을 빌어 자본주의의 외피를 열심히 비판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와 같은 의미인 ‘계급’이나 ‘제국주의’ 같은 개념은 구시대적 유물이라며 입에 올리는 것조차 거부한다. 
휴버먼은 이처럼 본질을 호도하는 위선적인 지식인들의 행태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를테면 휴버먼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것은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이다. ‘계급’이라는 말이 선동가들의 발명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상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람들이 계급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원자를 ‘발견’한 과학자들더러 원자를 ‘발명’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터무니없는 것이다. 원자의 존재에 대해 믿는 것을 중단한다고 해서 원자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

은 아니기 때문이다. 계급은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존재하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의지로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다.”(21쪽)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반영하는 개념들을 얼버무린다고 해서 그 폐해가 극복되는 게 아니라, 정확한 개념의 이해를 통해 현실을 솔직하게 직시해야만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휴버먼의 지론인 것이다.
세상에 만연한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도 휴버먼의 혜안은 돋보인다. 사람들은 여전히 ‘사회주의’란 개인의 자유를 심하게 훼손하고 사유재산을 완전히 부정하는 무시무시한 이념으로 생각한다. 또 사회주의에서는 이윤추구가 금지

됨에 따라 노동에 대한 동기 부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이러한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를 휴버먼은 담담하면서도 냉철한 어조로 벗겨낸다. 우선 공장의 기계와 같은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금지할 뿐,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좋은 차나 집을 장만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재산의 사유화를 금지하는 게 사회주의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317쪽 이하) 사회주의가 자유를 심하게 훼손한다는 통념도 휴버먼에 의해 여지없이 깨진다. 휴버먼은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자는 누구인가?”라고 반문한다.(337쪽 이하) 예컨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없으면 질 좋은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이는 결국 ‘질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는 ‘교육적 계급’(이를테면 ‘학력 차별’)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반면, 사회주의에서는 무상교육 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일과 학문을 습득하기 위한 교육이 충분히 보장된다고 한다. 휴버먼의 이러한 논조는 사교육비 부담과 대학 등록금 현실화 논쟁이 한창인 지금의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결국 휴버먼은 사회주의를 단지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이념적인 산물로서가 아닌, 우리의 삶 근저에 맞닿아 있는 ‘복지’와 ‘사회보장’의 측면으로 접근한다. 휴버먼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인간 _당신은 진정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에서 노동자, 농민, 청년, 유색 인종, 여성은 물론 예술가, 과학자 등 전문직 종사자에 이르기까지 사회주의가 그들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짧지만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한다.(379쪽 이하) 
이처럼 휴버먼은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그것이 맞서 싸워야 하는 상대이든 애써 추구해야할 대상이든, 우선은 그 본질과 그것을 둘러싼 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394쪽)

누구든 한 번은 반드시 읽어야 할
가장 불온한 논픽션!

이 책이 출간되던 1950년 전후의 미국은 매카시즘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매우 우울한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 당시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를 논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국익을 해치는 불순분자로 치부되어 FBI나 CIA와 같은 공안당국의 감시를 받거나 심지어 사법당국에 체포되기도 했다. 미국의 수정헌법이 제1조에서 “언론·출판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그 당시는 헌법조차도 공허한 선언에 지나지 않았다. 

서슬이 퍼랬던 바로 그 시절에 출간된 이 책은, 휴버먼에게 커다란 시련을 가져다주는 단초가 되었다. 휴버먼은 이 책에서, 미국이야말로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된 나라가 아닌 거대 독점 자본과 불공정한 시장만능주의가 만연한 곳임을 다양한 실증 자료를 들어 주장한다.(57쪽 이하) 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국민인 미국인들은 대부분 의식주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가난한 국민이라는 사실 역시 당시 통계 자료를 인용해 낱낱이 파헤친다.(85쪽 이하) 아울러 흑인을 비롯한 유색 인종들에 대한 미국사회의 이중적 모습을 고발하면서, 미국이 더 이상 민주주의에 걸맞지 않는 곳임을 설파한다.(217쪽 이하) 휴버먼은 이 책에서 미국이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아킬레스건들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결국 휴버먼은 1952년에 의회의 ‘비미국인 활동 청문회’(Un-American Activities Committee)에 소환되어 사상 검증을 받는 시련을 겪게 된다.


한편, ‘페니 페이퍼’(1페니짜리 신문) 발행 운동으로 생긴 최초의 신문 중 하나로 미국 저널리즘의 효시가 되었던 「뉴욕 헤럴드 트리뷴」은 이 책에 대해서 “당신의 인생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가장 불온한(rebellious) 논픽션”이라고 소개하면서, 휴버먼의 용기를 반어적으로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위트 있는 풍자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무겁고 딱딱한 사회과학의 한계를 넘어서다 

쉽고 간결하면서도 수려한 문체, 매우 구체적인 논증자료, 해당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탁월한 인용문! 휴버먼만의 유니크한 필치를 꼭 집어 얘기한다면 아마도 위의 세 가지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도 휴버먼 특유의 화법은 유감없이 발휘 된다. 
그는 비록 ‘정치경제학’에 근접한 사회과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대상으로 글을 쓰지만, 그의 저작 어디에도 학술용어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휴버먼은 이 책의 저자 후기에서 “나는 가장 중요한 주제에 관한, 가장 초보적인 사실들을 가능한 한 단순하고 분명하게 그리고 간단하게 얘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393쪽). 휴버먼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에만 골몰하는 꽉 막힌 학자가 아닌, 누구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사려 깊게 고민하는 친절한 저술가였다.
아울러 휴버먼은 남의 말을 빌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저널리스트였다. 그는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데 학술서적이나 논문을 인용하는 대신,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 자료를 활용한다. 그는 이 책에서 소득의 양극화와 부의 불공정한 분배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부근 항만도시 샌 페드로에 사는 ‘에셀 랜프로’라는 소시민 여성의 증언 자료를 사용한다. 그녀의 인터뷰는 1947년 10월 미 의회 소위원회에 제출된 정부기록물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110쪽). 또 대공황 같은 위기가 닥치면 노동계급에 견줘 자본계급의 손실이 훨씬 적게 발생하는 경제현상에 대해서는, 임시 국가경제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온 펜실베이니아 뉴캐슬에 사는 ‘미첼 러셀’이라는 철강 노동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빌어 설명한다(124쪽 이하)

특히 휴버먼은 문학과 영화, 유명인들의 연설문 등에서 금과옥조 같은 문장(대사)들을 따와 책의 곳곳에 배치시켜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시인 칼 샌드버그의 시를 적소에 등장시키는가 하면(25쪽, 118쪽), 자본주의 시스템의 비효율 문제를 다룬 대목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의 한 장면을 따오기도 한다.(187쪽)
한편, 휴버먼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데 있어서, 체제 옹호자들의 주장을 근거로 삼는 이색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예컨대, 이런 표현을 보자. “가장 일반적이고 오래된 갈등의 근원은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한 재산 분배였다. 재산을 가진 이들과 갖지 못한 이들은 지금까지 한 사회에서 뚜렷하게 차이 나는 이해관계로 뒤얽혀 있다.”(13쪽) 이 말은 얼핏 계급투쟁을 선동하는 어떤 골수 공산주의자의 구호로 들리지만, 발언의 당사자는 미국의 제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이다. 이처럼 휴버먼은 ‘그 사람의 입을 빌어 그 사람의 입장을 반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 준다. 딱딱한 사회과학 관련 서적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품격 있고 위트 있는 풍자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독자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하는 다양한 표현 기법들은 휴버먼이 영면(永眠)한지 올해로 43년이 흘렀지만, 그가 쓴 책의 인기가 왜 식지 않는지를 방증한다.
휴버먼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미국의 시인이자 외교관인 제임스 러셀 로웰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 한다. “모든 인간과 국가에게 ‘결정적 순간’이 한번은 닥친다. 진실과 거짓이 다를 때, 선한 쪽에 설지 또는 악한 쪽에 설지를 결정하는……” 
자, 이제 휴버먼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그 결정적 순간에 어디에 설 것인가?”라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긴장을 늦추기 않게 하는 휴버먼 특유의 화법! 이 책이 지니고 있는 보석과도 같은 매력이자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저자 : 리오 휴버먼 (Leo Huberman)   
소개 : 언론인이자 학자, 노동운동가인 리오 휴버먼은, 미국을 대표하는 진보 지식인 가운데 한 명이다. 1903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셀룰로이드와 유리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했고, 전선 기술자 보조원, 우체국 점원, 극장 안내원, 월스트리트 증권 중개회사의 ‘잔심부름꾼’(runner), 객장 게시판 관리사원(board boy) 등을 전전한 다채로운 경력을 지닌 지식인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그의 삶의 궤적은 훗날 사회적 약자인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지식인으로서의 길을 걷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휴버먼은 열여덟 어린 나이에 고향인 뉴저지 주 뉴어크(Newark) 공립학교에서 잠시 교사로 일한 뒤,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정경대(LSE)에서 정치경제학과 역사를 공부했다. 이후 컬럼비아대학교 뉴 칼리지(New College) 사회과학부장을 지내는 등 교육계와 학계에 몸담았다. 

대공황 이후 자본주의 시스템의 본질을 꿰뚫는 명석한 통찰력으로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알린 그는, 1947년 CIO(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계 전국회원조합의 교육선전부장으로 활동했고, 1949년 폴 스위지와 함께 세계적인 진보 저널「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를 창간하기도 했다. 이러한 휴버먼의 행보는 매카시즘의 광풍이 거센 1952년에 의회의 ‘비미국인 활동 청문회’(Un-American Activities Committee)에 소환되어 사상 검증의 시련을 제공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1968년 예순 다섯의 나이로 영면한 휴버먼은, 자본주의의 극복과 사회주의의 실현을 위해 평생을 받친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기억되고 있다. 
저서로는 『We, the People the Drama of America』, 『Man’s Worldly Goods』, 『Cuba: Anatomy of a Revolution』, 『The Truth about Unions』등 다수가 있다. 

리오 휴버먼의 한 마디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그것이 맞서 싸워야 하는 상대이든 애써 추구해야할 대상이든, 우선은 그 본질과 그것을 둘러싼 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