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와 국회에 대한 국민신뢰가 바닥이다. 국회에 대한 신뢰는 모든 공공기관 중에서 꼴찌다. 국회를 조금이라도 신뢰를 한다는 국민은 15%에 불과하다. 국민의 85%는 국회를 조금이라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 된다. 지방의회 신뢰도는 조사된 것이 없지만 지방의회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회보다 높지는 않을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기다. 지방의회나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골라서 하기 때문이다.
주민대표기관을 주민이 통제하는 장치가 주민투표제이고 주민발안제이다. 주민투표는 지방의회가 잘못 의결한 조례나 결정을 주민이 주민표결로 폐기시키는 제도이다. 일종의 비상브레이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주민발안은 지방의회가 주민이 요구하는 조례나 결정을 하지 않는 경우에 주민들이 직접 안건을 발안하여 주민표결로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에 의한 비상가동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스위스나 미국에서는 의회가 활동을 함에 있어서 주민의사가 최우선의 기준이 된다. 의회의 결정이 주민투표에 의해 폐기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고, 주민발안에 의해 의회가 주도권을 상실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민들의 의사를 의회의 결정에 반영하게 된다. 이런 제도 덕분에 스위스에서는 의회에 대한 신뢰도가 66%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도 주민투표법이 2004년부터 실시되었다. 지난 15년간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겨우 8건 실시되었다. 그나마 주민이 지방문제에 제기한 것은 3건에 불과하다. 어렵게 도입된 제도가 왜 이렇게 작동하지 않을까? 제도설계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법에는 주민투표가 없다. 주민표결을 주민투표로 오해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 무상급식이나 경남진주의료원 폐지가 조례에 의해 결정되었지만 조례를 폐기하는 주민투표 대신에 무상급식실시나 단계적 실시를 제안하는 편법적 주민발안이, 진주의료원재개원을 요구하는 주민발안이 주민투표의 이름으로 제기되었다.
조례에 대한 주민투표가 제기되어 반대표가 많으면 조례는 소급하여 폐기되고 주민이 원하지 않았던 결정은 없었던 것으로 되어 원상회복이 된다. 이에 대해 지방의회의 결정에 대해 주민발안이 제기되어 가결되더라도 주민투표와는 달리 지방의회의 결정은 새로운 주민결정이 효력을 발생할 때까지 유효한 것이 되고 정당화된다. 원상회복이 되지 않는다. 주민통제에 공백이 생기게 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현행 주민투표법의 주민투표는 주민투표가 아니다. 주민투표의 이름으로 주민발안만을 규정하고 있다. 주민투표와 주민발안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주민투표법을 제정한 것이다. 브레이크와 악셀레이터를 혼동한 것이다. 주민투표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여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 국회에 대한 국민발안이나 국민투표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안부의 주민투표법 개정안은 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손도 되지 않고 오히려 개악시키고 있다. 특히, 주민투표개표를 위한 최소투표율 1/3을 폐지한 대신에 가결요건으로 유권자 전체의 1/4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민투표의 경우 투표율이 1/3인 경우 투표자의 75% 이상이 찬성해야만 가결된다. 투표율이 25%가 되지 않으면 투표자 100퍼센트가 찬성해도 안건은 부결되는 결과가 된다. 주민발안의 경우는 반대결과가 생긴다. 어느 경우에나 불합리하다. 직접민주주의의 메카인 스위스에서는 주민표결의 결정요건을 투표자의 과반수로 규정하고 있다.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소극적 주민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 주민의 의사를 존중한 것이다. 적극적 참여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 스위스의 입법례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
주민투표법은 지방세를 비롯한 공과금이나 예산, 행정기구나 공공시설 등 가장 중요한 지방문제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나 주민발안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주민에 의한 통제를 위해서는 이러한 대상의 제한도 폐지해야 한다.
아예 주민투표법의 표제를 '주민발안과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로 개칭하고, 주민발안과 주민투표를 구분하여 각각 규정하고 대상제한도 철폐하고, 절차요건도 간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투표와 주민발안이 활성화되고, 지방의회는 모든 활동에 주민의사를 의정활동에 충실하게 반영시키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차제에 국민투표제와 국민발안제도 도입하여 국회도 국민의사를 살필 수밖에 없도록 해야 국회신뢰도가 높아지고 국민주권도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글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경향신문--무늬만 지방분권’ 잡일만 떠넘기나 (0) | 2019.03.26 |
---|---|
경향신문--자치분권위 발굴 내용, 4개 특례 후보도시 요구와 큰 차이 (0) | 2019.03.26 |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며 국민과 지방은 배제되고 있다 -- 이기우 지방분권개헌 국민행동 상임공동대표 (0) | 2019.03.15 |
지방분권개헌 국민행동 전국 대표자 회의 -- 대한만국시도지사협의회 에서 2019, 3,14 (0) | 2019.03.15 |
2019 자치분권 시행계획 전문 입니다 (0) | 2019.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