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가상화폐로 '이슈몰이', 해결사 아냐… 지나친 관심 경계해야

2018. 2. 2. 15:09경제/다보스포럼 (세계경제포럼)




다보스포럼

4차 산업혁명·가상화폐로 '이슈몰이', 해결사 아냐… 지나친 관심 경계해야 

입력: 2018-01-30 18:00
[2018년 01월 31일자 14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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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37) 다보스포럼

올해도 전 세계의 이목이 스위스 동부의 다보스에 집중되었다. 미국·프랑스 등 6개국의 정상, 유엔·IMF 등 국제기구의 수장, 구글·알리바바 등 세계적 기업의 총수를 포함한 3000여 명의 명사들이 모인 세계경제포럼(WEF) 때문이다. '분열된 세계에서 공유미래 창조'가 올해의 주제였다. 실제로 '미국 우선'과 같은 극단적인 국가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인류 공동의 번영을 실현시킬 현실적인 묘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흔히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WEF는 제네바대학의 경영학 교수였던 클라우스 슈밥이 33세였던 1971년에 처음 개최했던 '유럽경영심포지엄'에서 시작됐다. 유럽의 기업인들에게 미국의 선진 경영기법을 소개하는 것이 소박한 목표였다. 그러나 독일 프리부르크대학의 경제학 박사 학위, 스위스연방공과대학의 공학박사 학위, 하버드대학의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가진 융합학자였던 슈밥을 세계적 명사로 만들어준 출발이었다. 

다보스도 슈밥의 훌륭한 선택이었다. 다보스는 알프스 산골에 위치한 상주인구 1만 명의 작은 겨울 휴양지이지만 유럽인들에게는 각별한 곳이다.192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문학가 토마스 만이 부인과 함께 1912년 겨울을 지냈던 다보스는 만의 대표작 '마(魔)의 산'의 배경으로 알려진 곳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지역적 이슈에 천착하던 다보스포럼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7년부터였다. 슈밥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 인류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다. 2015년에는 스위스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국제단체'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오늘날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1월 말 다보스에서 개최하는 연례행사 이외에도 국가별 경쟁력을 평가하고, 국제적 갈등 해소 방안과 미래 발전전략을 개발하는 등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세계적 싱크탱크로 성장했다. 

다보스포럼의 성격과 위상도 달라졌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기업가·학자들이 인류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를 위한 기술 발전과 기업가 정신 등의 굵직한 의제를 논의하는 '세계의 정상회담'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물론 다보스포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세계화를 핑계로 선진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부자들의 잔치'일 뿐이라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매년 참가비 등으로 수천 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다보스포럼에서 저개발국가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다보스포럼에 대한 소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세계 무역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은 우루과이라운드(다가간무역협정)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던 1993년이었다. 둔켈 GATT(관세무역일반협정) 사무총장의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에 관한 발언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다보스포럼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에는 우리에게 절박했던 남북 대화의 창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다보스포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보스포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폭된 것은 2016년이었다. 슈밥이 들고나온 '4차 산업혁명'이 기폭제가 되었다. 온 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열기에 들떠버렸다. 4차 산업혁명에 올인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종말이 찾아올 것처럼 야단법석이었다. 심지어 국무총리급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만들었다. 정부가 비이성적 투기로 규정해버린 암호화폐(가상화폐) 광풍도 2017년의 다보스포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선정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우리가 애써 다보스포럼을 외면할 이유는 없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화두와 담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런 논의에 직접 참여하기 위한 노력은 절대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다보스포럼에 필요이상으로 집착할 이유는 없다. 다보스포럼의 슈밥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줄 해결사도 아니고, 우리에게 미래의 길을 알려줄 선지자도 아니다. 다보스포럼에 대한 과열된 관심은 경계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