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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에서 코리아가 안 보인다

경제/다보스포럼 (세계경제포럼)

by 소나무맨 2018. 2. 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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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에서 코리아가 안 보인다

  • 최우석 미래기획부 국제 에디터

입력 : 2018.02.02 03:16

다보스포럼은 '세일즈 올림픽'
미국·인도·프랑스 국가 정상들, 직접 투자 유치 세일즈하고 미래 경쟁력 키우기에 열심
코리아 이슈로는 이재용 부회장 석방 여부가 유일하게 관심 모아

최우석 미래기획부 국제 에디터
최우석 미래기획부 국제 에디터
매년 1월 열리는 다보스포럼은 '국가 세일즈' 올림픽이다. 올해도 70여 국 정상들은 '세계 1%'를 대표하는 2000여 참석 기업인을 대상으로 자국 홍보에 열을 올렸다. 다보스에선 이 '1% 경제인'들이 전 세계 경제의 80%를 책임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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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도 예선·본선이 있듯이, 다보스포럼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중앙 무대 출전 선수가 결정된다. 전년도 경제 성적표가 중요 선정 기준이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 지도자들에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치고, 경제와 거리가 먼 지도자들에겐 한가한 시간대나 뒷방 무대가 기다린다.

올해 가장 먼저 중앙 무대에 오른 이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였다. 포럼 측이 그에게 개막 연설을 맡겼다는 것은 지난 4년간 그의 경제 개혁이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증거다. 모디 총리는 집권 기간 인도를 확 바꿨으니 투자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청했다. 세금 개혁을 단행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심해 외국 기업들의 활동 공간 보장을 약속했다. 2025년까지 13억명의 인도 경제를 5조달러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중국에 치인 한국 기업인들은 귀가 솔깃했다.

노동 규제로 악명 높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메인 무대에서 "프랑스가 돌아왔다"고 외쳤다. 그는 규제 혁신을 통해 프랑스의 경쟁력 제고를 최우선으로 내걸며 "투자 대상국으로 프랑스를 선택해 달라"고 했다. 유럽연합(EU)과 '이혼' 절차를 논의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조차 영국 정부의 기술 기업 우대 정책 등을 홍보하며 기업 끌어들이기에 혈안이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월25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한국 평창의 밤 2018' 행사에서 개막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다보스포럼의 금메달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는 다보스에서 법인세 감세 정책과 규제 철폐 같은 친(親)기업 정책으로 미국 증시가 고공 행진하고 있음을 자랑하면서 "나는 기업의 치어리더(cheerleader·응원단장)다. 애플 등 해외로 나갔던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으로 오는 외국 기업 누구든 내 친구"라고 했다. 글로벌 기업 대표 15명과 비공개 만찬에선 "현재 3%대인 미국 경제성장률을 6%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규제 철폐 비용을 우리가 다 부담해줄 테니 미국에 투자해달라"고 읍소도 했다.

반면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포럼에서 뒷방 신세였다. 세계 8위 경제 대국 수장(首長)인 그가 기업들을 위해 특별히 한 일이 없었던 탓이다. '이탈리아 경제는 1류인데 정치는 4류'라는 얘기는 유럽에선 상식이다. 대표 기업인 피아트는 '정치권발(發) 규제'를 견디다 못해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기고 세금은 영국에서 낸다. 벌써 4년여 지났지만, 이탈리아 정치권은 다시 데려올 생각도 않는다.

다보스포럼 기간 한국 세일즈는 평창 동계올림픽 위주로 이뤄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국내에서 논란거리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동산 정책 등은 북한 이슈에 가려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1% 기업인들이 유일하게 관심 보인 코리아 이슈는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 자 부회장의 석방 여부 정도였다.

마틴 울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경제평론가는 "세계에서 한국 같은 경제적 성공을 거둘 나라가 다시 탄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적 같은 성취다. 하지만 메마른 들판에 번진 작은 불씨가 초가삼간 태우는 건 순식간이다. 세계는 정상들부터 앞다퉈 미래 경쟁력 키우기에 열심인데, 우리는 과거에 매달리고 있으니….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1/20180201030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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