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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고 사람을 잇다 '전주 우목실 주택'

이런저런 이야기/작은 집이 아름답다

by 소나무맨 2017. 2. 2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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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고 사람을 잇다 '전주 우목실 주택'

성불 (tjdej***)님 작성글 전체보기 추천 7 | 조회 2426 | 2017.02.24 10:42 | 신고


이 집을 지은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자는 '행복한 집짓기란 바로 섭섭함을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희노애락을 함께 겪으며 진심을 담아 대화하고 협업했던 이들의 집짓기 여정을 들어본다.

↑ 창의 리드미컬한 배치로 집의 표정을 살린 외벽

↑ 뒷마당에서 바라본 주택 야경


소[牛]의 눈[目]처럼 길고 둥글게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전주 우목실 마을. 이곳의 전원주택단지에 새로 들어선 집에서 집들이가 열렸다. 타지를 오가며 일하던 건축주가 그곳에서의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내려온 날이었다. 텃밭에서 갓 수확한 채소와 건축주 아내가 반나절을 꼬박 준비한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차려졌다.

초대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이 집을 함께 지은 설계팀과 시공팀이다. 집짓기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을 빚으며 잡음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한데, 작년 12월 입주를 마치고도 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의 비결은 뭘까? 우여곡절을 함께 겪은 이들은 이제 추억이 된 집짓기 이야기를 나누며 집들이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 세 개의 각기 다른 매스를 조합해 주택 입면에 볼륨감을 더했다.

↑ 뒷마당의 땔감 수납 공간

↑ 계단실 입구에 미닫이 문을 설치했다. 덕분에 자투리 공간을 창고로 사용하고, 겨울에는 문을 닫아 2층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를 차단할 수 있다.

붉은색 고벽돌의 박공지붕 매스와 흰색, 청회색 스터코 마감의 박스 모양 매스가 나란히 조합된 이 주택에는 은퇴 후 노후를 준비하는 건축주 부부가 산다. 각각 내과 의사,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온 두 사람은 의사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원했어요. 설계에만 5개월 가까이 걸렸는데, 긴 시간 동안 지칠 법한데도 저희 요구를 하나하나 귀담아듣고 충실히 반영해주셨지요." 4~5차례에 걸쳐 변경된 설계안을 두고 건축주와 설계자는 매번 어떤 점을 변경하고 보완해야 할지 상세하게 논의했다. 디자인 과정에서 건축주가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박공지붕'이었다. 하지만 3개의 필지에 하나의 매스로 박공지붕을 표현하기에는 집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 보이는 문제가 있었다.

↑ 뒷마당을 조망하는 큰 창과 높은 천장이 개방감을 주는 거실

↑ 책장 사이에 창을 내어 풍경을 액자처럼 연출했다.

↑ 작은 휴식 공간을 품은 계단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위해 주택의 난간은 대부분 통유리로 제작했다.


다행히도 부지는 전면과 측면의 조망이 확보되어 자유로운 배치가 가능했다. 결국, 세 개의 독립적인 매스를 나란히 연결하고 2층 서재와 게스트룸이 있는 매스에 박공지붕을 적용하여 지금과 같은 형태의 집을 실현했다. 주 출입구는 도로에 바로 면하게 하고 마당을 뒤로 두어 프라이빗한 정원을 만들었고, 거실과 주방, 다용도실에서 언제든지 마당을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1층의 거실과 주방, 안방은 각각의 매스에 배치해 독립적인 공간으로 구성했다.

덕분에 이 집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크고 작은 창의 배치를 더해 집의 표정을 살렸는데, 게스트룸에 동쪽으로 난 돌출창은 건축주가 꼽은 이 집의 묘미로,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르는 마을 풍경을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다. 외벽은 고벽돌의 연마된 면과 거친 면을 7:3의 비율로 배열하여 쌓아 세월이 묻어나면서도 세련된 질감을 표현했다. 인테리어는 친환경적인 소재로 모던한 디자인을 풀어내는 데 주력했다. 건축주가 선호하는 원목을 사용해 약 3주에 걸쳐 방문을 주문 제작하고, 몰딩은 햄퍼(미송계열)로 시공했다. 이때, 원목의 색감이 화이트 컬러의 벽면과 이질감이 생기지 않도록 화이트워시로 도장하여 통일감을 줬다.

↑ 창가에 걸터 앉아 아침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손님방

↑ 훈훈한 분위기의 집들이 현장


식사가 끝나고도 늦은 시간까지 수다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시공자가 집짓기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현관 조명을 달았는데, 생각보다 작았는지 '저 조명이 좀 섭섭하네요' 하시더라고요. 안방 드레스룸의 다락도 '그 공간이 그냥 막혀버리는 것이 좀 섭섭해요' 하셔서 새로 생겨난 공간이죠(웃음)."

마음에 차지 않는 부분들이 있더라도 재미있는 표현으로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잘 이끌어간

건축주의 재치. 여기에 건축주의 삶과 취향을 집에 충분히 녹여내려는 설계자,

시공자의 열정과 노력이 더해져 화기애애한 집짓기가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여러 사람의 진심이 모여 완성한 이 집에서 건축주 부부는 이제 제주 산수국, 매실나무 등 꽃과 나무를 심고 정원을 가꾸며 새로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정감 어린 말로 행복한 집짓기 과정을 만들어간 부부, 이들의 삶과 집이 한결 따스하게 느껴진다. 자료출처:전원속의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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