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기자 입력 2016.08.25 1
- 유승민 새누리 의원
黨떠나서 大選연대 생각 없다… 본선경쟁력 있으면 후보될 것
한국 바꾸는 건 진보 아닌 보수… 국민이 덜 불안해하고 더 신뢰
권력의지로만 大權잡으면 불행… 정책 준비 잘해 승부 보고 싶어
대통령, 정권 재창출 노력해야… 의지있고 없고 떠나 그분 의무
現정부 3년반, 무슨개혁 했나… 인사·소통·정책 모두 아쉽다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가 우선… 野 사드 반대는 국론분열 행위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에게 지난 1년은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맞선 게 괘씸죄가 되어 집권여당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난 뒤 ‘배신의 정치’ 중심인물이 됐다.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집중적인 견제 속에 4·13총선 공천서 배제됐지만 무소속 출마 등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당선돼 돌아왔다. 오디세우스와 같은 자기귀환 과정에서 유 의원은 차기 대권 주자 반열로 진입했다.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 의원은 비교적 솔직하고 분명한 어조로 대권 도전과 그 후의 구상에 대한 생각들을 털어놨다. 연말까지 결단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는 대권을 고민하는 이유에 대해 “개혁과 정의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고, 이를 위해 “당 내에서 보수개혁 세력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서 있는 대선 무대는 감시와 견제가 가득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유 의원은 그 땅을 평평하게 골라 보수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을까, 전통적인 여당 지지층은 그에게 본선만큼이나 가혹할 지 모를 경선에서의 승리를 선사할 것인가. 유 의원과의 인터뷰는 24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2시간 넘게 이뤄졌다.
―현안부터 묻겠다. 사드 갈등 어떻게 보나.
“국가 안보에 관한 이슈에는 초당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야당과 좌파세력이 한반도 배치 자체를 반대하면서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거다. 무책임하고 선동적이고 정략적인 국론분열 행위다. 이런 세력에 국가 안보를 맡기고 나라를 맡겨도 되는지 굉장히 걱정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경제 때문에 안보 주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나라의 흥망성쇠가 달린 문제다. 안보가 최우선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는 ‘사퇴 후 수사’와 ‘수사 후 사퇴 여부 결정’ 중 어떤 게 맞나.
“민정수석 신분을 유지하면서 수사받는 걸 국민이 공정한 수사로 생각하겠나. 수사가 끝나도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사퇴하고 수사받는 게 맞다.”
―우병우 민정수석 조사를 특별검사로 넘기자는 주장은.
“특검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검찰 수사 이후 특검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원내대표 시절 공무원연금개혁 처리 과정에서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가 됐다. 당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고 알려졌는데 무슨 말을 하려 했나.
“지난해 7월 8일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기 이틀 전인가 이 실장에게 전화해 ‘사퇴 전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뜻이 전달 안 됐는지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공무원연금개혁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과 국회법 문제 등에 대해 대통령에게 뭔가 전달이 잘못됐을 수도 있고 해서 오해도 풀어드리고 당·청 관계 문제나 민심을 전달할 필요도 있고 해서 신청했는데 안 돼 그냥 물러나게 됐다.”
―대통령과 관계 개선이 돼야 하지 않겠나.
“언젠가는 뭐… (관계 개선을)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 안 한다. 언젠가는 지나간 일들에 대해서 편하게 솔직하게 얘기할 기회가 오지 않겠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겠지.”
―바람직한 당·청 관계는 어떤 건가.
“당과 청와대는 정권의 성공을 위해 협력할 의무가 있다. 똑같은 논리로 당·청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도, 우리 당도 똑같이 노력해야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당이 무슨 청와대 출장소가 되거나 청와대 시키는 대로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 지도부가 우병우 사태에 입 다물고 있는 건 잘못됐다. 당이 정권 재창출을 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청와대와 의견이 안 맞을 수도 있고… 청와대도 그걸 이해해 줘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및 소통 스타일은 어떤가.
“2012년 대통령 당선 이후 내가 일관되게 얘기한 게 있다. 인사를 잘해야 한다, 소통을 잘해야 한다,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는 거였다. 하지만 모두 다 아쉬운 점이 아주 많다. 지난 3년 반 동안 이 정부가 미래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개혁을 무엇을 했는가.”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의지가 없는 거 아니냐는 소리도 있다.
“정권 재창출은 대통령의 의지가 있고 없고를 떠나 그분의 의무다.”
―정치지도자의 덕목은 뭔가.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우리나라를 한 단계 도약시키고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정의를 바로 세우는 개혁을 실천하는 능력이다.”
―정치인 유승민의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 되는 것 아닌가. 왜 되고자 하나.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을 실천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다만 대권 도전을 결심한다는 거는 사실 엄청난 일이다. 국민에게 내 자식 세대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드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엄청난 개혁을 해야 하고 국가가 왜 존재하는가 하는 깊은 성찰을 가져야 한다. 그거에 대한 확신이 제일 중요하다. 연말까지 충분히 고민하고 결심이 서면 국민에게 솔직하게 도전해 보겠다고 말씀드릴 것이다.”
―유승민만의 브랜드는 뭔가.
“보수개혁, 보수혁명이다. 이제까지 새누리당이 보수당으로서 해오던 방식대로 가는 것은 생명이 다했다고 본다. 재벌 기득권에 매달리는 보수로 비쳐서는 안 된다. 중산층한테 정책 지향점을 맞춰야 한다. 그게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다.”
―진보의 의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만 해도 다르지 않나. 복지·담세도 나는 중부담 중복지를 얘기하지만 진보는 저부담 고복지를 주장한다. 그 사람들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지만 나는 국가재정을 생각한다.”
―최소한 합리적 진보나 중도에 있는 이들의 생각과 비슷하다. 굳이 보수개혁을 부르짖는 이유가 뭔가.
“나는 정치를 계속하는 한 보수당에 남아 변화를 이룰 것이다. 대한민국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다. 진보는 늘 너무 앞서가는 경향이 있고 때로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이다. 보수당이 개혁을 이루면 국민이 불안해하지도 않고 더 신뢰할 수 있지 않겠나.”
―보수개혁이란 결국 맨 오른쪽에서 가운데를 향해 가는 거라고 봐도 될까.
“모든 분야는 아니더라도 시대적 문제 해결에 꼭 필요한, 교육·노동·보육·복지·세금 이런 쪽은 어느 정도 중간지점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중도나 합리적 진보와 공유하는 의제가 많은데, 이들과 힘을 합칠 수도 있지 않나. 대권 도전하려면 세도 불려야 하고.
“새누리당 안에서는 당연히 노선과 이념, 뜻을 같이하는 분들을 찾아 힘을 합칠 생각이다. 새누리당 안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을 떠나서, 벗어나서 그럴 생각은 없다.”
―새누리당을 떠나지 못한다는 데에는 ‘대구 정서’도 작용하는 것 아닌가.
“정치하면서 대구 정서나 지역 정치에 한 번도 의존해 본 적이 없다. 또 대구 시민들이 많이 바뀌고 있다. 20대부터 30대, 40대, 심지어는 50대까지도 지역주의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대권 도전을 하려면 우선 새누리당 핵심지지층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 않나. 그럴 수 있을까.
“대선의 본선 경쟁력과 (당내) 경선 경쟁력이 다르다는 질문인가. 물론 새누리당 지지층의 나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대선후보 경선이 가까워질수록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본선 경쟁력을 생각할 거다. 여당 지지자들이 제일 원하는 게 정권 재창출일 테니까. 물론 내가 (새누리당 지지층의 마음을 얻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다른 정파에서 러브콜을 받은 일이 있지 않나.
“직접 받아본 것도 별로 없지만 내가 쳐다본 일도 없다.”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성공한 정부를 만드는 거다. 어떻게 성공하는 정부를 만들 생각인가.
“준비는 돼 있지 않고 권력 의지밖에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는 것을 우리 국민이 많이 학습했다. 나는 정치 입문 후 3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정책을 종합적으로 해본 경험들이 있다. 이걸 잘 정리하고 준비해서 승부를 보고 싶다.”
―도와주는 분들이 있나.
“각 분야 전문가들을 다양하게 만나고 좋은 의견을 듣고 있다.”
―정계개편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가능성은 열려 있겠지. 정계개편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개혁하고 보수의 지평을 넓혀 나가면 그 명분은 사라질 거다.”
―재벌을 비판해 왔는데, 우리 경제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진정한 시장경제를 원한다. 재벌 때려잡자는 게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서 제대로 된 기업가 정신이 발현되게 하자는 거다.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재벌 1세대들은 그나마 기업가 정신이 있는 상태에서 커왔지만 지금 2∼4세까지 내려가면서 공격적인 투자경영과 기업가 정신, 창의와 활력 이런 게 없어졌다. 혁신적으로 잘하는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지만 재벌이라도 혁신에 실패하면 가차 없이 퇴출돼야 한다.”
―개헌론 입장은.
“4년 중임제가 좋다고 본다. 내각제라는 게 국회의원에게 입법부뿐 아니라 행정부까지 맡기자는 건데 국민이 동의하겠나. 저성장과 저출산을 극복하고 남북통일을 이루는 중차대한 개혁 과제들은 4년 중임제 대통령제로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가는 게 바람직하다.”
인터뷰 =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정리 =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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