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기자 입력 2016.10.20 11:45 수정 2016.10.21 15:10 댓글 885개
- 김무성 새누리당 前 대표
“現 새누리당으론 大選 어려워…연대외엔 방법 없어”
靑 ‘최순실 의혹’ 덮으면 안돼
朴대통령, 국민 이기려 하니
콘크리트 지지율 깨지는 것
문재인 ‘회고록 대응’ 비상식적
국민앞에 당당히 입장 밝혀야
역대정권 北核억제 완전실패
핵탄두 장착 징후땐 선제타격
改憲 통해 패자도 국정 참여케
대통령·국회 임기 맞추기위해
집권후 임기 2년3개월로 단축
정치불신이 ‘반기문 현상’ 낳아
검증 받아야 진면목 드러날 것
격차 없앤 공정사회가 시대정신
4차산업혁명 이끌 혁신성장돼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덩치에 걸맞게 ‘보스’형 정치인으로 불린다. 국회의원이든 기자든 웬만하면 호형호제하며 지낼 정도로 호탕·분방하다. 그런데 김 전 대표를 좀 아는 사람들은 그의 내면에 자리 잡은 ‘민감성’을 발견하는 일 또한 어렵지 않다. 김 전 대표는 2시간여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시원시원하게 답변하면서도 매끄럽지 못했던 당·청 관계나 계파 갈등 문제를 논하는 대목에서는 큰 숨을 몰아쉬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묶인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고뇌를 드러냈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랬던 것처럼 그 매듭을 단칼에 잘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권 내에서 대권을 모색하는 한, 본선에 앞서 예선전(당내 경선)의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는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대선 전 연대’ ‘대선 후 연정’ ‘이를 관통하는 개헌’ 등을 주요 과제로 꼽고 이를 이루기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고 힘을 주었다. 김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17일 대면해 한 차례, 19일 전화로 또 한 차례, 두 번에 걸쳐 이뤄졌다.
―‘송민순 회고록’ 파문 어떻게 보나.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다. 북한은 세계 최대의 인권 탄압국이다.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 우리 입장을 북한에 물어본다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 일이다. 문재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 앞에 나서서 밝혀야 한다. 이것은 색깔론이 아니고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의 자질 문제다.”
―권력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는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 의혹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청와대가 떳떳하다면 국민적 의혹을 그냥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사실이라면 권력이 잘못 작용한 것이다. 확실히 밝혀서 바로잡아야 한다. 문제가 되는 재단들도 해체해서 없애야 한다. 이건 (새누리)당에서 부담을 안을 문제가 아니다.”
―20대 총선 선거사범 수사 결과에 대해 야권과 당내 비주류 반발이 심하다.
“친박(친박근혜)계가 비박(비박근혜)계에 비해 두 배가량 더 많이 조사를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친박은 단 한 명만 기소됐다. 비박은 11명이나 기소됐는데. 이건 이해할 수가 없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어떻게 해야 할까.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안 나온다면 직을 그만둬야지.”
―총선 때 ‘옥새 파동’을 일으켰는데, 왜 그렇게까지 했나.
“그 사람들(친박), 나랑 가까운 사람들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천을 마지막 날까지 미뤘다. 아휴(한숨). 그리고 분명하게 밝히고 싶은 것은 나는 도장 들고 튄 일 없다. 난 떳떳하게 기자회견을 열어서 ‘당헌·당규(상향식 공천)에 위반되는 공천은 의결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지역구(부산)를 챙기러 내려간 거다.”
―결과적으로 그런 모습들이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총선 당시의) 당 대표로서 변명하지 않겠다. 책임은 다 나에게 있다.”
―총선 전과 달리 총선 후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이 확 빠졌다.
“모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내가 한때 28주간 줄곧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공천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다. 집단지도체제에서 다른 계파로부터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았고 상처가 많이 났다. 또 총선 결과가 참패로 나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문책도 반영됐다고 본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대통령 지지층이 빠져나간 점도 있는 거 아닌가.
“박 대통령과 내 지지층이 상당히 겹쳐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볼 수 있다. 지지층이 분리되면서 내 지지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쪽으로 많이 빠져나갔다.”
―‘연정’에 관심이 많던데.
“우리 정치가 이렇게 된 것은 여야 간 극한 대립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고 정치다. 좌우 이념 대립에서 벗어나고, 보수 진보의 틀도 깨야 한다. 그래서 연정을 하자는 거다. 이긴 측이 국정을 책임지되, 진 쪽도 국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거다.”
―결국 개헌하자는 건데.
“개헌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줄여서 같이 나누자는 거다.”
―선호하는 권력구조는 뭔가.
“대통령은 직선으로 하되,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해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걸 구상 중이다. 대통령 마음대로 못하도록 말이다.”
―개헌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일 좋은 방법은 대통령이 개헌하자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국회 발의로 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그것도 안 되면 대권 주자들이 공약을 내걸고 집권 후 개헌을 실행에 옮기면 된다.”
―청와대는 개헌론이 국정 동력을 상실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개헌과 지금 걸려 있는 노동개혁법·국회선진화법 등과 빅딜할 수도 있다.”
―개헌은 임기 초반에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는 문제가 발생한다.
“2018년 2월에 시작되는 다음 대통령 임기를 21대 국회 개원 시점인 2020년 5월까지로 맞춰서 단축하면 된다.”
―쉽지 않은 문제다. 본인이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를 2년 3개월로 줄일 수 있겠나.
“당연하다. 개헌을 주도하는 대통령이라면 대의를 위해 사심 없이 임기를 줄여야 한다.”
―집권을 위해 당 밖 세력과의 연대가 필요한가.
“그렇다. 내가 그동안 쭉 얘기했다. 역사적으로도 연대 세력이 정권을 잡아왔다. 현재 새누리당은 여러 악조건 속에 있다. 집권하기 위해 연대해야지 무슨 방법이 있겠나. 지금 새누리당으로선 집권이 어렵다.”
―연대의 프로세스는 어떤가.
“제일 중요한 건 새누리당 내 친박 패권주의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국민 신뢰를 회복해 결집하는 거다. 그다음에 당 밖 세력과의 연대를 시도하는 길로 가야지. 난 정치 마지막이다. 온몸을 던질 것이다.”
―생각해볼 수 있는 연대 대상은.
“미리 말하기 어렵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이룰 수 있다.”
―본인도 계파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거 아닌가.
“난 계파싸움을 한 일이 없는데 상처와 흠집 내기에 시달렸다. 대통령 권력을 독점하려는 친박들의 일방적인 견제와 권력 행사에 당했다.(한숨)”
―대선 출마 결심은 언제 하나.
“위기의 경제와 사회분열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대안을 내놓을 때 결심하겠다.”
―대선 본선에 앞서 예선(당내 경선)이 문제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나.
“그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당·청 관계에서 아쉬웠던 점은.
“한마디로 소통 부족이지. 난 대표가 된 이후 당·청 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총대 메고 진짜 열심히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를 자꾸 밀어내려 했다.(한숨) 이해가 안 간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아래로 빠지고 있다. 어떻게 보나.
“국민은 권력이 국민한테 져주길 바란다. 그런데 오히려 자꾸 이기려고 하니까 국민이 포기하고 떠나가는 거다.”
―반기문 총장, 여당에 어떤 존재인가.
“정치가 국민에게 불신받을 때 결국 ‘누구누구 현상’이 생긴다. 지금도 일종의 그런 현상이라 생각한다. 반 총장은 훌륭한 분이긴 하지만, 국내 정치무대에 들어와 검증받기 시작하면 지지율이 빠질 수도 있다. 내려간다면 반기문 현상이 꺼지는 거다.”
―지도자의 덕목은 뭔가.
“정치지도자는 역사 앞에 사심이 없어야 한다. 지금 정부 인사가 실패한 것은 결국 사심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격차 해소를 통한 공정사회 건설이다. 공정사회를 건설해 국민희망시대를 열어갈 자신이 있다.”
―정책 마인드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에서 ‘격차 해소 경제교실’ ‘퓨처 라이프 포럼’ 등 공부모임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고 여러 전문가들과 자주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면서 대한민국 미래와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면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아쉽다. 분야별로 많은 사람이 지금 도와주고 있다. 콘텐츠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시대적 과제를 풀 구체적 솔루션은.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은 보장하되 재벌의 탐욕을 철저히 막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의무화해야 한다. 대기업 귀족노조는 사회적 강자다. 이들의 기득권도 막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성장기반 구축을 위해 재벌이든 노조든 지나친 기득권이 보호받아서는 ‘희망의 사다리 복원’이 어렵다.”
―그것만으로 한국 경제를 구원할 대안이 될까. ‘김무성 성장론’은 없나.
“당연히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성장이다. 개혁을 통해 성장을 가로막는 사회 곳곳의 기득권을 없애고 규제를 혁파해 미래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경제 분야를 개척해 수요 창출로 연결하고 이를 성장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북핵 해법은.
“역대 정권의 북핵 억제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더 확고하게 해서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을 압박하게 해야 한다.”
―대북 선제타격론을 어떻게 보나.
“핵탄두의 미사일 장착, 핵연료 주입 등 징후를 발견하는 순간 때려야지 어떻게 가만히 있겠나.”
인터뷰 =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정리=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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