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전도희(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장) | [2005년1월호] 조회 : 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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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제의 현황
전북경제는 흔히 “2% 경제”로 알려져 있다. 전북의 경제규모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일컫는 표현으로서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우선 금융기관의 총수신과 총여신이 전국의 2%대에 불과하고, 제조업체수나 수출액도 2%내외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의 경제규모가 이렇게 위축된 근본 이유는 과거 경제개발 과정에서 지역별 불균형개발 전략을 취한 데다 수출주도의 경제개발을 위해 저가의 식량과 저임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기지로 취급받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농업, 경공업, 자영업위주의 서비스산업 등에 의존하는 취약한 산업구조를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지역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확대재생산이 이루어지는 선순환체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2002년 기준 전북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전국의 3.2%로서 9개 도단위 자치단체 중에서 제주도와 강원도에 이어 가장 낮았으며 충청북도의 3.5%에도 뒤지고 있다. 또한 최근 수년간 전북의 경제성장률은 거의 매년 전국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1990년대 들어 외환위기 전까지는 전북의 경제성장률이 전국보다 소폭 낮은 정도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성장률 격차가 대폭 확대되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보면 1991년부터 1997년까지는 전북이 6.3%, 전국이 7.3%로 그 차이가 1.0%p였으나,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전북이 1.2%, 전국이 4.9%로 그 격차가 3.7%p로 확대되었다. 이와 같이 전북의 성장률이 전국치보다 대폭 낮은 이유는 산업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즉, IT산업을 비롯한 첨단산업과 수출주도산업 등 선도부문이 취약한 반면 농림어업과 경공업위주의 제조업, 그리고 영세한 건설업과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등 낙후부문이 주종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외환위기 이후 우리경제는 각 산업부문간 경기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낙후부문의 비중이 큰 전북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성장이 정체된 것이다.
영세업체에 의존하는 전북경제
전북경제는 농림어업, 건설업,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영세자영업에의 의존도가 높다. 2001년 기준으로 농림어업은 전국의 10.1%를 차지하지만 경공업은 4.4%, 중화학공업은 2.2.%, 서비스업은 2.6%를 차지한다. 사업체규모 면에서 5인 미만이 86.6%를 차지할 정도로 대부분이 영세사업체다. 제조업에서도 5인 미만이 76.6%를 차지하고 있어 전국의 66.4%보다 한참 높은 비율을 보여준다. 2002년 기준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이 지역총생산(GRDD)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8%인데 이곳에 종사하는 취업자비중은 21.9%이다. 전북도의 1인당 총생산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의 생산성을 지닌 생계형 영세업체가 주류를 이룬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그런데 이마트, 롯데백화점, 앞으로 까르푸 등의 대형업체의 진출이 계속되고 있어 재래시장, 수퍼마켓 등 중소형 소매업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한계상황에 봉착한 이들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문제도 시급한 현안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농업, 영세자영업, 중소기업은 산업생산성이 낮아 저임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이들 분야는 또한 저성장분야이다. 가령 전북경제에서 비중이 10%가 넘는 농림어업은 성장률이 1991년에서 2001년 사이 1.4%에 불과하고, 비중이 8% 정도인 경공업은 성장률이 2.3%에 불과하다.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첨단산업 및 성장산업이 부족한 전북에서는 성장성이 낮은 분야에 경제를 의존하고 있어 결국 경제성장률이 전국보다 낮은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 영세업체들은 대부분 내수에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결국 내수가 제대로 작동해야 전북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하에서 내수가 위축되면 전북은 가장 먼저 경제 침체를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자동차업계가 보여주듯 이들 사업장에서의 이익은 결국 전북으로 귀속되지 못하여 전북경제에의 파급효과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 외부에서 진출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소유자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들 업체의 활황이 전북경제의 팽창을 의미하지 않는다. 결국 대형 유통업체의 진출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지역자본유출 및 영세자영업자의 도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통업체의 대형화는 시대의 흐름이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결과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전북경제
전북경제는 열악한 사회간접자본 시설 등으로 물류비용 등 생산비용이 높다. 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은 전국평균의 80% 수준에 불과하며 설비투자효율도 전국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고비용 저효율의 생산구조로 생산자가격이 높아지거나 이윤율이 낮아진다. 따라서 민간자본이 전북으로 유입하려 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비용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 각종 고속도로, 고속철도, 항만등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이를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북의 투자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정부의 예산투입을 촉진시켜야 한다. 또한 생산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기업체들의 자체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기업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기술혁신이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의 연구자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의 선도기술들이 업체들로 전수되고 업체들이 생산효율성을 대폭 제고하여야 지역에 점차 고효율경제를 정착시킬 수 있다. 따라서 산학연(산업-대학-연구소)의 네트워크 발달에 어느 지역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들 매개체의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영세기업 위주의 전북경제가 고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내부적인 선순환의 달성은 전북경제가 외부충격에 크게 취약했던 모습을 극복하게 해줄 수 있다. 내부적 선순환구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외부적인 자본, 기술, 인재도 계속 유치하는 것이다. 보다 빠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외환위기 이후 경제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되면서 전라북도와 같이 산업구조가 낙후부문 위주로 되어 있는 지역은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개방경제로 나아가면서 낙후된 지역은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더욱 낙후되는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불균형개발에 의해 초래된 전북의 낙후는 과거탓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제는 기본적으로 경제주체인 기업, 가계 및 정부가 생산요소인 토지, 노동 및 자본을 결합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경제주체인 우리 도민들은 생산요소가 원활하게 결합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도민의 강한 의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으면 문제점들은 점차 극복할 수 있다. 전북지역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자본이다. 그래서 기업유치가 필요하다. 외부의 기업들은 전북이 토지(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는 공간)와 노동(고급기술인력, 이를 길러내는 체계 등)을 잘 제공하면 전북으로 오게 되어 있다. 지역혁신, 산학연계, 산업클러스터, 누리사업 등도 이러한 노동공급을 원활하게 하여 선순환의 발전과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기업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투자하는 사회간접자본도 계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확보하려 노력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가장 경제적 기여가 큰 부분을 선택하여 정치권과 도민이 집중적으로 노력하여 확보하여야 한다. 즉,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각종 국책사업이나 앞으로 행해질 뉴딜정책에서 전북에 맞는 비교우위산업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유치하여야 한다.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분권과 분산정책에서도 무엇이 전북에 알맞은지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공공기관 등의 이전은 분명히 전북경제에도 도움을 준다. 분권과 지역혁신 전략이 침체되어 있는 전북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상징적인 사업을 조기 선정하여 지역사회의 경제심리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새만금사업,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등도 전북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정부정책만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전북경제에 도움이 되는 국책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민간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전북의 현 상황은 성장위주의 전략이 필요하다. 성장해야 나눌 수 있는 상황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 자본의 유입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라북도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면서 기업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지자체는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물론 환경이나 삶의 질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환경도 경제가 발전한 나라가 좋지, 가난한 나라가 환경이 좋은 것이 아니다. 성장과 환경, 성장과 삶의 질은 같이 가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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