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명문 축구팀은 ‘협동조합’

2016. 12. 2. 09:20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특파원 보고]유럽 명문 축구팀은 ‘협동조합’

팬들이 공동 운영…꾸준한 성적에 세계적 인기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 ‘모범’
포토뉴스
 브뤼셀=이재호특파원

 두근두근 축구의 계절이다. 브라질월드컵이 한창 열리고 있는 가운데, 5월24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렸다. 전통의 명문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가 통상 10번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음으로써 유럽 명문 축구팀들의 협동조합 지배구조가 다시 한번 각광을 받고 있다.

 스페인 축구의 양대 산맥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공통점은 협동조합이다. 출자자인 조합원 회원에 의해 공동으로 소유되고 운영된다.

 레알 마드리드는 1902년 클럽이 출범할 때부터 회원들에 의해 소유된 구조다. 회원들이 4년 임기의 구단주인 회장을 선출하고 이사회를 구성한다. 회원들이 시즌 티켓 가격이나 회비 집행 등에 관한 재무상황도 감독한다. 주식시장에 상장을 할 수가 없고 필요한 자본은 회원들로부터 모집한다. 10만명의 팬들에 의해 소유된 클럽은 이익을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FC 바르셀로나는 1899년 출범했으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팀 중 하나다. 지금은 축구팀뿐만 아니라 핸드볼·하키 등 13개의 다양한 아마추어와 프로팀을 보유한 거대한 스포츠 제국이 됐다. 17만5000명의 회원이 구단의 미래와 방향에 대한 목소리를 만들어 낸다.

 FC 바르셀로나의 성공비결 또한 협동조합 원칙을 준수하는 지배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회원들이 선출한 대표들이 구단을 직접 경영하고,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회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회원들은 누구나 회장이나 이사로 출마할 수 있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회비 124.50유로(약 17만원)를 내면 회원이 될 수 있다. 또한 FC 바르셀로나는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상업화를 경계한다. 2006년 전세계 어린이를 위해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유니폼 로고 후원 계약을 체결해 구단 수입의 0.7%를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지금은 재정난으로 113년 전통을 깨고 처음으로 카타르재단의 상업적인 로고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 가치는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축구의 전설인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같이 회원에 의해 소유된 팀을 좋아한다며 “이들은 전세계에 수백만명의 팬을 보유한 종교와 같다. 마치 가톨릭 성당이 개인에 의해 소유되지 않고 공동운영되듯이 이 팀들은 회원들이 클럽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결과에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협동조합의 지배구조는 독일에서도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분데스리가 36개 클럽 중 33개를 팬들이 소유하고 있다. 지난 42년간 한 팀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적이 없다. 팬들은 클럽별 최소한 5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것은 개인이 클럽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FC 바이에른 뮌헨의 경우 13만명의 팬이 클럽 지분 84%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180개 서포터 조직을 대표하는 케빈 뤼씨는 “팬들에 의해 소유된 클럽팀들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협동조합 모델이 잘 작동된다는 의미”라며 “오일머니(oil money)나 대기업에 의해 소유된 클럽팀들의 좋은 대안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과 회원에 의해 소유된 축구팀들이 개인이나 대기업에 의해 소유된 클럽과는 차별화된 ‘클럽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면서 협동조합 지배구조 모델이 다른 조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영감을 주는 대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ihadr21@nonghy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