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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농촌공동체를 살리는 방법 ⑥집단귀농 협동조합, 개별귀농 한계 극복할 새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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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농촌공동체를 살리는 방법 ⑥집단귀농 협동조합, 개별귀농 한계 극복할 새 패러다임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6.09.07  / 최종수정 : 2016.09.07  23:34:11


  
▲ 귀농인과 원주민이 함께 하는 ‘무주 초리넝쿨마을협동조합’ 창립 총회.
 

이른바 ‘베이비부머’ 700만명이 직장에서 은퇴했거나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평생 헌신한 자본과 조직으로부터 마침내 자유로운 해방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은퇴 이후의 개인은 해방감을 느끼기 보다 막연하고 막막한 불안감이 앞선다. 사회는 해체되고 공동체는 붕괴되고 개인은 파편화된 오늘날, 은퇴 이후의 개인을 책임지고 돌봐줄 사회나 공동체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기감을 느낀 은퇴노동자들은 속속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2013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현대차은퇴자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은퇴자 협동조합으로는 국내 첫 사례다. 대기업 노동자들조차 은퇴 이후의 삶은 막막하다며 즐겁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함께 도모하려는 목적이다.

△은퇴노동자는 귀농협동조합으로 모이자

2015년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에서 은퇴자를 위한 전원주택단지 조성에 나섰다. 노조위원장이 조합원들을 위해 전원주택 4000가구(울산 2000가구)를 건립하겠다고 당선 공약을 내걸었던 것이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도 은퇴조합원을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전남 담양군에 500여 가구의 전원주택을 조성하고 있다. 단일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역시 노조가 ‘10년 후 노조원의 희망’을 조사한 결과 전원주택 생활이라는 응답이 많아 선거공약으로 추진된 것이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자리잡은 울산지역에서는 이른바 베이비부머들의 무더기 퇴직과 귀농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원청과 하청 소속 노동자 각 4만여 명 중 원청노동자만 매년 약 1000명씩 퇴직하고 있다. 귀농하려는 퇴직자들의 수요로 울산 인근의 땅값이 대폭 상승했을 정도다. 지자체도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에서 운영하는 은퇴자 퇴직지원센터와 연계해 귀농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진안군은 ‘집단귀농 협동조합’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10월 ‘협동조합설립 및 운영과 집단귀농귀촌을 통한 진안군내 6차산업단지 조성사업’에 관한 MOU를 재단법인 전북테크노파크, 한국창업정책연구원 등과 체결했다. 국내 유일, 최초의 ‘대규모 집단귀농 협동조합’ 모델이다. 구체적으로 지자체의 지원으로 농업 융복합 사업(6차산업), 귀농어·귀촌지원 사업 등 농식품부 정책사업을 집단귀농 협동조합에 결합하는 사업추진 방식이다.

이러한 집단귀농 협동조합 방식의 공동귀농은 개별귀농의 한계와 불확정성을 극복하는 새로운 귀농 패러다임으로 평가할만 하다. 한마디로 ‘귀농인들에게 적정한 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을 정도로 적정하고 안정된 일터는 규모의 경제를 전제로 한다’는 경제논리에서 출발한다.

올해 농식품부에서는 전북 남원, 경북 의성 등 전국 6개소에서 3년간 8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해 ‘활기찬 농촌프로젝트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은퇴자들의 집단귀농 또는 공동귀농 방식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귀농 지원사업이다. 기왕의 전원마을 신규조성 방식의 주거생활지원 차원을 뛰어넘어, 일자리를 위한 생산단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성공적 귀농 정착률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이처럼 은퇴노동자들의 집단귀농 협동조합은 생산수단인 사업장은 물론, 생활환경, 생활방식을 공유함으로써 지역사회 공동체 재생과 활성화에 기여하게 되리라는 기대가 크다.

△농·노 직거래와 교류부터 시작하자

노동자들은 은퇴 이전이라도 농민들과 서로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다. 평소 개인적으로는 매우 궁금하고 의아스러웠다. 100만명도 넘는 노동조합원들은 왜 몇 만명도 안 되는 농민회원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적극 구매하지 않는걸까. 특히 150만여 명에 달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동조합원들은 도대체 왜, 농민회 회원인 농민들의 농산물을 조직적으로, 우선적으로 사주지 않는 것인가. ‘의식 있고 양식있는’ 노동조합원들이 왜 ‘동지적인’ 농민회원들의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민생고를 외면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불특정 다수의 도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도농교류 캠페인이나 1사 1촌 자매결연은 그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농가 생활 지원과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선 농민회원 생산자와 그 수십 배 규모의 노동조합원 소비자간 사이에 ‘동지적인’ 직거래 프로그램부터 가동할 필요가 있다.

가령 농촌의 1개 농민회와 도시의 1개 이상 노동조합의 상호 호혜적인 결연 협약을 맺고 상시 직거래의 물꼬부터 트자. 농·노 직거래 급식 및 꾸러미사업단도 조직하고 가동하자. 구체적으로 1개 산별연맹·산별노조·단위노조가 1개 시·군·읍·면 농민회와 실정에 맞게 결연을 맺고 농산물 직거래사업을 벌이면 적당할 것이다. 농민회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특산물을 조합원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구매 권유를 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상거래와 함께 도시와 농촌 사이의 협력과 연대의 교류프로그램도 가동할 필요가 있다. 가령 결연을 맺은 1노조와 1농민회가 체육대회와 농촌체험행사를 함께 열 수 있다. 특히 노조에서는 농가의 집 개량, 농기계 수리, 농촌 일손돕기, 의료봉사, 농촌자녀 방과후 활동 등 농촌봉사활동도 병행할 수 있다. 또 농촌마을에 조성되어 있는 다양한 시설들을 노동자들의 연수 및 교육 시설로 재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농민과 노동자가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농민과 노동자의 협동과 연대의 장이 다채롭게 펼쳐질 수 있다.

이때, 노동부·농식품부 등 중앙정부는 농민과 노동자가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동지적인’ 노동조합 조차 농민회의 농산물을 기꺼이 사 먹지 않는데, 일반 도시민과 국민에게 “농민의 농산물을 좀 사 달라”고 당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서울역 광장에 모인 전국농민회의 ‘아스팔트 농사’.

■ 농민·노동자 서로 돕는 '사회적 연대기금' 필요

한국 현대사의 경제발전은 농민과 노동자의 희생을 담보로 이뤄졌다. 민족경제학자 박현채에 따르면 “미국 잉여농산물의 도입으로 저농산물 가격정책을 견지하고, 저노임을 기초로 한 가공수출의 증대로 수입재원을 확보”한 결과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노동자는 서로 협동하고 연대하기는 커녕 상호 이해도 상충되고 생활현장마저 격리되고 말았다.

최근 일부 노동자들은 “사회적 연대로 파업기금을 조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 파업은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파업의 사회적 의미를 이해할 때 사람들은 사회적 연대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농민의 문제는 오직 농민의 문제만이 아니다. 생산자이자 판매자인 농민의 문제는 곧 소비자이자 구매자인 노동자의 문제, 도시민의 문제, 국민의 문제로 귀결된다. 더욱이 고작 5% 정도의 존재감만 겨우 잔존한 우리 농촌의, 농민에 의한, 농업을 위한 한계농정, 고립농정으로 농정의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노동자를 비롯한 나머지 95% 도시민, 국민들이 함께 협동하고 서로 연대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자로서 농민은 소비자인 노동자(도시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지킬 수 있다. 소비자로서 노동자(도시민)는 생산자 농민의 생활을 든든하게 지키게 된다. 비로소 농민과 노동자가 연대할 때, 국민 모두가 식량주권이나 국가주권을 함께 100% 지켜낼 수 있다.

그래서 농민이 어려울 때 노동자들이 나서서 돕고, 노동자가 어려울 때 농민이 나서서 도울 수 있도록 ‘농민·노동자 사회적연대기금’을 모을 명분과 필요는 충분하다. 이를테면, 농민의 농산물 값이 떨어지면 연대기금으로 제 값을 쳐서 사 주고, 노동자가 급여체불로 돈이 없어 배를 곯으면 연대기금을 풀어 싸고 좋은 먹거리를 사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무역이득공유제’부터 노동자와 함께 힘을 모아 정상화해야 한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농어촌 상생기금’은 목적의 본 궤도를 다소 벗어나 있다. 애초 의도했던 제도의 원형과는 거리가 있다. 일단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해 이익을 얻은 산업계가 ‘의무적으로’ 기금을 납부한다”는 원칙부터 무너졌다. ‘자발적’으로 내는 것과 ‘의무적’으로 내는 것은 다르다. 마치 산업계가 농업계에 기부나 적선하듯 내고 싶은 만큼 기금을 내라는 게 아니다. 마땅히 산업계에 피해를 입은 농업계에 그 피해만큼 보상하라는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셈이다.

농민은 산업계나 정부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입은 피해를 보상해달라는 합법적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인 농어촌상생기금’만으로는 농민과 농업계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온전히 보상할 수 없다. 부당한, 또는 초과 무역이득을 취한 산업계는 무역 피해를 당한 농민에게 ‘의무적으로’ 보상해야 마땅하다.

  
▲ 정기석 마을연구소(Commune Lab) 대표/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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