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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농촌공동체 살리는 방법-③책임질 역량·권한 부여, 중간지원조직 위상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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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농촌공동체 살리는 방법-③책임질 역량·권한 부여, 중간지원조직 위상 강화 필요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6.06.08  / 최종수정 : 2016.07.13  22:54:30


  
▲ 전북도와 중간지원조직·무주 초리넝쿨마을 주민 등이 마을공동체사업 3주체 간 협치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전북은 마을만들기, 사회적 경제, 도시재생 등 이른바 마을·지역사회 공동체사업이 활발한 지역이다. 자칭 타칭 선도적·혁신적 지자체라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특히 행정과 주민의 중간에서 사업의 기획, 실행, 사후관리 등 지원역할을 맡고 있는 중간지원조직이 눈에 띈다. 광역 단위의 중간지원조직은 물론, 진안·완주·정읍·전주 등 기초지자체 단위의 중간지원조직들도 속속 가동하고 있다.

내가 사는 무주군도 지난해 전담 행정조직인 마을만들기사업소를 신설하고 중간지원조직의 사전 준비단계로 31개 체험·휴양마을의 협의체도 구성했다. 황정수 무주군수도 전북권을 대표해 마을만들기지방정부협의회의 부회장을 맡는 등 남다른 의욕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대 못지 않게 우려와 노파심의 여론 또한 적지 않다. 지금 각 지자체마다 앞다퉈 세우고 꾸리고 있는 중간지원조직들이 과연 마을공동체와 지역사회를 지원할 만한 자격과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가. 태생적으로 주민과 행정 사이의 상호호혜적 협치에 기반한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민관거버넌스의 형식과 내용은 제대로 준수하고 이행하고 있는가. 사실은 행정이 일방적으로 하향식으로 주도해 급조, 관치 행정을 단순 보조하는 외곽 하청 말단조직에 불과한 위상과 역할은 아닌가.

그렇다면, 과연 그 정도의 역량과 권한을 가지고 순환보직 등에 따른 행정의 비전문성과 무책임함, 칸막이 행정의 고질적 폐해와 만성적 비효율을 능히 해소하고 극복할 수 있겠는가. 또 마을주민의 고유역량과 마을의 특수성에 맞는 마을공동체사업을 지원해야할 전문가로서의 본분과 소임은 다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의문과 걱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중간지원조직의 공공 전문가가 책임져야

  
▲ 면 단위의 민간 자치형 중간지원조직 모델을 시험하고 있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마을공동체사업을 책임져야하는 3대 사업주체는 행정, 주민, 전문가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전문가가 감당해야 한다. 행정과 주민이 미처 풀지 못하는 문제를 ‘돈(용역비)’을 받고 대신 해결해줘야하는 법적·사회적 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마을공동체사업이 벌어지는 전국의 마을과 지역마다 전문가에 대한 평가는 만족스럽지 않다. 행정과 주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관련 컨설팅 용역시장의 공정거래 질서마저 교란되고 왜곡된지 오래다. 마을 또는 권역마다 수십 억원의 사업비가 투여되면서 용역시장이 커지자 영리 사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해 입찰판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업체 선정과정에서 일을 잘 하는 업체보다 입찰기술이 뛰어날 뿐인 비적격 업체가 낙찰을 받는 경우도 피할 수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농식품부도 ‘지자체에 마을만들기를 담당하는 전담조직을 설치하거나 민간전문가를 전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주민과 행정의 사이에서 전문적인 지원 및 소통 업무를 담당하는 중간지원조직체계를 구축’해 전문가 시장의 ‘시장실패’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근본적인 해법은 ‘전문가의 공익요원화’에 있다. 국가기간산업인 농업도 그렇지만 농촌도 사설 시장의 메카니즘에 맡겨서는 안 된다. 민간컨설팅기관의 구조적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의 중간지원조직이 해당지역의 관련 사업을 총괄 전담해 수행할 필요가 있다. 사사로운 상업성 보다는 공익성과 공공성을 앞세운 ‘지역별 중간지원조직’이 컨설팅, 연구, 교육, 인증 등 전문가로서 사회적 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유럽처럼 민관 협치를 넘어 민간 자치까지

  
▲ 중간지원조직의 선도 사례인 ‘진안군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간판.

구체적으로 중간지원조직은 민간협력 거버넌스 형태이되 공공기관의 위상이라야 한다. 중간지원조직의 전문가들은 그에 걸맞는 역량과 권한, 그리고 품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마을만들기, 귀농, 사회적 경제 등 마을·지역사회공동체 재생 및 활성화 관련 지원사업의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다. 그러자면 우선 지역 특유의 현장감, 전문성, 공인의식으로 무장한 지역현장 전문인력부터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충분한 예산지원이 최우선 선결과제인 이유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수동적 조직운영구조를 탈피, 자립·자생구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 유럽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2014년 봄, 유럽 농촌공동체 연수를 통해 직접 목격한 오스트리아의 슈바츠군 농업회의소는 이상적 중간지원조직의 표본이다. 티롤주의 9개 시군 단위 농업회의소 가운데 하나로 농민들이 전적으로 자치한다. 6년 임기의 회장은 정규 공무원이 아니라 농민들 손으로 직접 선출한 선출직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오직 농민만 출마할 수 있다.

농민 기술지도 및 교육, 농업정책 지원 및 각종 인증 등 한국의 농업기술센터가 하는 역할을 대신한다. 오히려 행정이 관할하고 통제하는 하부기관이 아니라 행정보다 오히려 상위의 기관으로 대접받으며 상응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사실상 농정과와 농업기술센터를 합친 지역 농정당국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준 공무원 신분인 직원들은 명실공히 농업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농업회의소의 인건비·운영비 등 예산은 전액 정부에서 지원한다. 그러나 지원은 하되 간섭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이른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지킨다. 민관 협치나 중간지원조직은 먼저 관(행정)이 목과 어깨의 힘부터 빼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실증하고 있다.

● [마을공동체사업 추진 단계] 6차산업화 → 사회적 경제 → 정책과제

오늘날 우리 마을공동체사업의 현장에는 마을만들기, 농촌관광 등 농촌지역개발사업, 농식품 가공, 로컬푸드 직거래 등 6차산업화,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등이 ‘따로 또 같이’ 혼재되어 있다. 때로는 ‘서로 겉돌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병행 추진되는 양상이라 주민들로서는 이해와 접근부터 쉽지 않다.

그런데 이같은 정책사업들이 공히 지향하는 목표지점은 결국 한 곳으로 수렴된다. ‘농촌마을 및 지역사회공동체의 재생 및 활성화’. 그래서 각 사업 총합의 효용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사업별 개념, 목적은 물론 각 사업들 사이의 진행 단계와 체계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유기적으로 재설계·재배열할 필요가 있다.

가령 농가소득 제고 및 일자리 창출을 주목적으로 하는 ‘6차산업화’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실행하는 ‘효과적 도구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 진입단계인 1단계에서 먼저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협동경영체 조직화 및 민주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는 ‘최선의 수단과 과정’으로 삼을 수 있다. 마을공동체사업의 ‘최적의 가치와 명분’을 실현하는 2단계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1단계 6차산업화, 2단계 사회적 경제 등 주로 ‘생업(경제)’ 문제를 선결한 다음, ‘마을 및 지역사회 공동체의 재생과 활성화’를 3단계 정책과제로 추진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생업과 생활과 문화가 하나되는 공유의 공간인 마을공동체’를 향한 ‘궁극의 목적이자 지상과제’를 마침내 구현하는 것이다.

2015년 9월 개소한 아산시 공동체지원센터(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도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분야를 통합한 지원 체제를 구축했다. 역시 지자체 단위 중간지원조직의 선도모델인 완주군의 통합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아산시는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만들기, 사회적경제, 도시재생사업 등 세 분야를 통합 지원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주민과 행정기관 간 협력과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민관협치(거버넌스) 방식이되, 행정은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 이른바 ‘팔길이 원칙’을 내세운다. 경기도의 ‘따복공동체’ 또한 마을공동체사업과 사회적경제사업를 연계·통합했다. ‘원스탑 서비스’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정기석 마을연구소 대표·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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