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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 초리넝쿨마을의 문화예술 특화상품‘이야기가 있는 그림문패’(왼쪽). 농사 짓는 법, 농식품 가공하는 법 등을 가르치는‘무주군 반딧불농업대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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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이 급증하고 있다. 2011년 마침내 1만 가구를 돌파하더니 2014년까지 4년 동안 4.26배의 귀농인구 폭증세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도시에서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귀농행렬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매사 급증하는 모든 현상의 이면에는 부작용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떠나려는 귀농인들은 다들 준비가 잘 되어 있나. 귀농이 무엇인지, 농촌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나. 과연 귀농은 귀농인들이 기대하는 대로 새로운 삶의 대안이 될 수 있나. 국가와 도시의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과연 ‘제2의 인생’이라는 돌파구를 열어줄 것인가.
그렇다면 농촌공동체와 지역사회는 귀농인들은 기쁘게 맞이하고 따뜻하게 반겨줄 여유나 여력이 남아 있나. 연간 농업소득 1000만원으로 대변되는 평균적인 농민들은 자기 민생고 조차 해결하기 어렵다. 귀농한지 어느덧 14년차에 접어드는 처지에서 고백하건대, 어떤 물음에도 자신있게 조언하기 어렵다. “당장, 귀농하라. 그러면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결코 권고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냥, 도시에서 더 참고 살아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사람이 너무 많이 사는 도시의 문제, 사람이 너무 없는 농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면 귀농 말고 더 좋은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귀농의 진실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귀농의 기술을 고민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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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 짓는 법, 농식품 가공하는 법 등을 가르치는‘무주군 반딧불농업대학’ |
△귀농인은 지역사회 재생에 필수적인 ‘사회적 자본’= 어쨌든 귀농은 정책적으로 권장되고 장려되어야 마땅하다. 귀농인은 사람이 없는 농촌과 지역사회에 필수적인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귀농인이 잘 귀농해 농촌의 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의 효과와 가치가 있는 일이다. 물론 이미 귀농인은 지역마다 ‘혁신적 연결망을 구축하는 인적 자본’으로서 대우받고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이쯤에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귀농인들이 지역의 소중한 사회적 자본으로 역할과 책임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기대한대로 농촌과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재생할만한 자세와 역량은 갖추고 있는지. 지역에 기여하는 ‘사회적 자본’은 고사하고, 최소한 제 가족이나 제대로 먹여살릴 재주나 기술은 갖추고 있는지. 역시 그 대답도 자신이 없다. 안타깝지만 대다수 귀농인들은 ‘지역에서 먹고 사는 기술’이나 ‘지역의 사회적 자본으로서 역량’을 배운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오로지 도시의 각급 학교를 다니며 ‘시험을 잘 보는 기술과 친구를 이기고 나만 살아남는 기술’만 집중해서 배웠을 뿐이다. 각종 학원에서는 ‘취직을 잘 하는 기술이나 자본의 월급쟁이로 사는 기술’만 열심히 익혔다. 정작 생활현장에서는, 지역사회 공동체에서는 쓸 모가 거의 없는 죽은 지식과 정보를 암기하느라 좋은 시절을 다 보냈을 것이다.
△현장에 지역사회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 농사를 지으며 농촌과 지역을 지키고 산 원주민들도 귀농인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농사 짓는 기술만으로는 먹고살기도 어렵고 지역사회를 되살리기도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농촌지역에는 공동체의 활성화와 재생을 능히 책임질만한 지역사회 전문가가 너무 부족하거나 빈약하다. 운동만 알고 사업을 모르거나, 행사와 과정에만 집중하고 생활현장과 결과는 책임지지 못하는 비전공자와 무경험자가 전문가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흔하다.
농촌과 지역사회를 되살릴 적임자는 정책의 구호와 명분만 앞세운 경제학자도, 행정공무원도, 복지운동가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물리적 수지타산을 쫓아다니는 기업가, 토건기술자, 용역컨설턴트도 아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의 ‘커뮤니티(사회)’와 ‘비즈니스(경제)’를 두루, 조화롭게 잘 공부하고 훈련한 현장 전문가라면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농촌지역의 공동체사업 현장에는 그런 전문가나 인적 자원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농촌지역개발사업, 사회적 경제 같은 공동체사업을 벌이는 일 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건 그 일을 맡아할 전문가를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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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구 짜는 법 등 생활목공을 배울 수 있는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의 ‘김상림목공소’ |
△더불어 먹고 사는 ‘생활기술 직업학교’를= 이 학교에서는 ‘시험을 잘 보는 기술, 남을 이기는 기술, 자본의 노예로 조용히 살아가는 기술’ 따위는 가르치지 않는다. 오로지 ‘남과 이웃과 더불어 먹고 살 수 있는 생활의 기술’을 가르치고 배운다. 농사 짓는 법, 집 짓는 법, 음식 조리하는 법, 옷 만드는 법, 가구를 짜는 법, 에너지를 자립하는 법, 술을 빚는 법, 장사하는 법, 책을 쓰는 법, 그림을 그리는 법,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법, 노인과 장애인을 보살피는 법 등이다.
이런 학교를 설립하려면, 각 광역 및 기초 지자체는 하드웨어(H/W : 부지, 건축물 등)와 예산을, 지역의 대학과 연구소는 소프트웨어(S/W : 교육프로그램, 지식정보컨텐츠, 교육멘토 등)와 청년인력, 교수요원 등 인적 자원(Humanware)를 투자하는 상호호혜적 공조·협업 방식의 프로젝트가 바람직하다.
이 학교에서 1년여쯤 공부하고 훈련한 졸업생들은 마을·지역사회 공동체, 그리고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경제조직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지역사회전문가’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 익힌 생활의 기술을 직업 삼아 농촌지역에 삶의 터전을 잡고 안정된 가계경제도 꾸릴 수 있음은 물론이다. ‘지역에서 먹고 사는 두려움과 불안감’은 생활기술을 익히며 ‘지역을 먹여살릴 지역사회전문가’로 훈련받는 동안 거의 해소된다.
■ '농촌형 일자리 구인·구직센터' 열자 - 농업소득만으로는 한계 귀농인에 취업 알선
귀농해서 농부로 살려고 해도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살기 어렵다. 우리 농가의 농업소득은 평균 1000만원 정도다. 60%의 농민은 그것도 못 번다.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자기 노동력, 토지, 자본을 비용으로 친다면 만성적자다.
통계청의 2014년 12월1일 기준 농림어업 조사결과를 봐도 농사에만 전념하는 전업농가는 53.4%에 불과하다. 46.6%인 52만2000가구가 겸업을 한다. 부업을 하거나 품을 팔아야 겨우 먹고 산다. 겸업농가 가운데 농업수입 보다 농업외 수입이 더 많은 이른바 ‘2종 겸업농가’가 35만8000가구로 전체의 69%를 차지한다.
그래서 농사 일 말고도 귀농해서 ‘먹고 살만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귀농인들이 농촌에서 먹고 살 수 있다. 우선 도시에서 경험하고 체득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재활용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농장 말고도 다양한 농촌형 직장이 만들어지면 취업의 문호와 기회가 확장될 것이다. 가령 ‘농촌 일자리 구인·구직센터’를 열고 그 책임을 맡기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제는 돈도, 사람도, 추진력도 없는 농촌의 힘만으로 역부족이다. 도농교류, 도농상생 차원에서 기획력과 정책실행력이 더 강한 도시 지자체에서 먼저 나설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도시농업교류 일자리 사업 ‘이음’은 참고할만한 선례다.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5060세대를 위해 농촌에는 건강한 일손을 지원하고 도시 이모작세대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구체적으로 농촌 일자리를 알선하고 농촌일터를 찾는 5060 인생이모작세대에게 숙박 및 출퇴근거점 공간인 도시농민경제하우스 ‘유목민의 집’을 제공한다. 농업경작과 축산, 화훼 등 다양한 분야의 농촌일자리, 귀농에 관심있는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지자체와 민간의 협력사업으로 2014년 개소한 구례 자연드림파크의 일자리 창출 사례도 단연 주목할만 하다. 아이쿱생협에서 조성한 국내 최초의 ‘친환경유기식품 클러스터’인 이곳에는 4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0여명은 구례 현지 주민을 채용했다. 10%의 직원이 구례로 시집온 결혼이주여성이다. 직원들 평균연령은 37세 정도이고 모두 정규직으로 정부 최저임금보다 25% 가량 더 많은 ‘생활임금’ 시급을 지급하고 있다. 구례에는 이렇게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청년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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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석 마을연구소 대표·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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