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고산 '뮤직콘테이너'뮤지션들 주체적 활동 통한 지역 음악산업 선순환 노력

2016. 11. 30. 09:36전북 소식/완주군 소식




[문화&공감]

완주 고산 '뮤직콘테이너'뮤지션들 주체적 활동 통한 지역 음악산업 선순환 노력 /

주민 적극참여 발표회 성황…이달말 학생들 음반도 나와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6.11.07  / 최종수정 : 2016.11.07  23:44:53


  
▲ 뮤직콘테이너.
 

“일종의 대안예술학교이자 음악창작소입니다. 주체적인 음악인들이 맘껏 창작하고, 사람들과 함께 만나고, 하지만, 예술의 테크닉이 전부가 아니고, 음악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함께 느끼고, 성장하는…. 이 컨테이너는 그것의 하나의 과정이라 할 수 있죠”. 다시 한 번 그 길을 묵묵히 가는 정상현(44)대표의 말이 고산미소시장의 여유로운 휴일 날, 추운바람 가운데서 잠시 비치는 따뜻한 기운처럼 바람 속으로 스쳐갔다.

전북지역의 음악인·기획자로 지역밴드 음악인들에게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정 대표. 열악한 지역 인디음악시장의 한계 속에서, 스스로 밴드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음악인들의 주체적 활동을 통한 지역음악산업 선순환을 위해 노력해온 정 대표는 ‘Made in Jeon-ju’, ‘Stayfoolish’등으로 자신만의 음악 기획브랜드를 참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묵직하게 만들어왔다. 서울, 부산 등 인디밴드들과의 오랜 교류 속에서 다양한 연대활동을 해왔고, ‘아이엠’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지역인디밴드 앨범제작 및 공연후원을 도와주고 있다.

최근까지 전주 구도심에서 악기사를 하던 그는 작년에 완주 고산면으로 집을 옮겼다. 매번 그렇듯이 음악만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누구든 만나러가는 그에게 2015년 희소식이 들렸던 것. 완주군에서 폐 컨테이너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완주 군청 앞에서 컨테이너 미술관으로 쓰던 것을 내어준 것이라 했다. 음악인들 공간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정 대표는 단숨에 고산면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결국 전주의 악기사를 정리하고 집까지 옮겼다.

지금 컨테이너를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완주군 아이들이다. 정대표가 ‘청소년, 완주를 노래하다’라는 프로그램을 완주군청에 신청하면서 전주에서 하고 있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Creative Project 전주’를 그대로 완주에서도 진행하게 되었다. ‘Creative Project 완주’. 2015년 10명 정도였던 아이들은 2016년에는 18명, 4팀으로 늘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컨테이너를 들락날락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인디밴드들이 1:1 멘토로 청소년밴드를 육성하고 실제 가수들처럼 앨범 제작과 음원 등록까지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참여한 중·고등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날 정도로 만족도가 아주 높은 프로그램이다.

  
▲ 뮤직콘테이너 연습실

여느 프로그램이나 음악 학원처럼 한 달에 몇 번, 얼마씩의 돈으로 계산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또래들의 고민이나 꿈도 충분히 나눌 수 있고, 실제 진로까지 지역의 음악선배들이 진정성 있는 멘토링을 통해 음악은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 한다. 1기들이 다시 2기들을 끌어주는 선순환 속에서 멘토로 참여하는 인디음악인들 또한 스스로 문화예술교육에 참가하고, 지역음악의 토대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주체적인 인디음악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매우 높다.

완주 고산면 컨테이너에는 정대표가 몸담고 있는 고산의 주민협동조합의 조합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주민들과 함께 진행한 타악 퍼포먼스 ‘타키’는 일요일마다 20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여해 발표회 날은 성황을 이루었다.

현재 뮤직컨테이너는 5개의 컨테이너로 이루어져 있고, 2개의 ‘악기 연습실’과 ‘주민 만화방’, LP, CD등이 보관되어 있는 ‘보관실’, 악기와 앰프 ‘창고’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주민 만화방’은,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만화책뿐 아니라, 연습하다가 쉬는 쉼터이자 휴식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고산미소시장에는 문화관광형시장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문화공간 ‘담벼락’이 운영되고 있고, 시장 내의 다양한 프로그램들 또한 연결되어 진행되고 있다. 고산의 주민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는 다양한 공연들이 이루어지고, 매일매일 뮤지션들과 아이들과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면서, 뮤직컨테이너와 다양한 활동가들이 고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1월말이면 나온다는 완주아이들의 음반은 아이들의 창작곡이 담겨져 있다. 엊그제 끝난 완주 타악 퍼포먼스 ‘타키’에서도 주민들 하나하나의 두드림이 시장에 가득 퍼졌을 것이다. 사람 하나하나의 마음이 담긴 예술은 그래서 특별하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의 것이기에. 음악을 통해 자유로운 창작과 삶의 의미를 함께 누리고 싶은 정대표의 마음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말하는 음악창작소와 대안예술학교의 꿈도 그렇게 한 발짝씩 가까이 가고 있다.

  
▲ 이수영 문화포럼 이공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