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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전주, 새로운 길을 찾다] ① 프롤로그 - '세계 유일 도심형 슬로시티' 전주, 새 청사진 모색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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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전주, 새로운 길을 찾다] ① 프롤로그 - '세계 유일 도심형 슬로시티' 전주, 새 청사진 모색

市 전역 재인증 계기, 실행계획 수립 추진 / '높아진 밀도·상업화로 인해 '위기이자 기회'

강인석  |  kangis@jjan.kr / 등록일 : 2016.10.21  / 최종수정 : 2016.10.21  00:06:11


  
▲ 전주한옥마을 주민 한마음 대회에서 김승수 전주시장 등이 한옥마을 주민들과 함께 소망을 담은 풍선을 날리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6월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 부터 기존의 한옥마을을 넘어 시 전역을 슬로시티로 재인증받았다. 지난 2010년 11월 27일 한옥마을이 슬로시티로 인증받은 이후 5년 마다 받도록 돼있는 국내 및 국제 실사를 통과했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은 전 세계 220여개 슬로시티를 대상으로 인증이후 5년 동안 추진해온 사업을 평가하고 향후 5년 간의 슬로시티 운영 계획을 심사해 이를 통과한 슬로시티에 한해 재인증을 내주고 있다. 전주시는 슬로시티 인증이후 5년 간 한옥마을에 슬로시티의 이념을 훌륭하게 정착시킨 점을 평가받아 시 전역으로 슬로시티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슬로시티 재인증에 따라 전주시는 향후 5년 동안 가꿔나갈 ‘슬로시티 전주’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중이다. 전주시의 슬로시티 재인증을 계기로 국내외 슬로시티의 오늘을 살펴보고 전주 슬로시티의 새로운 길을 찾아본다.

△슬로시티 운동이란

슬로시티(Slow City)는 이탈리아어로 ‘유유자적한 도시 또는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의미인 ‘치따슬로(Citta Slow)’의 영어식 표현이다.

슬로시티는 슬로푸드 운동이 그 출발점이다. 1986년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인 맥도날드 햄버거이탈리아 진출에 반대해 전체 주민이 2만명 밖에 되지 않는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오르비에토에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이 슬로시티 운동으로 확대됐다.

1999년 10월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의 파올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 전 시장을 비롯한 이탈리아의 4개 작은 도시 시장들이 모여 ‘치따슬로(Citta Slow)’, 즉 ‘슬로시티(Slow City)’운동을 출범시켰다.

슬로시티의 목적은 자연환경과 전통문화, 고유음식 등을 잘 보호하면서 따뜻한 사회, 행복한 세상,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지역 또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슬로시티는 전통보존, 지역민 중심, 생태주의 등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커뮤니티를 의미한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보존함으로써 지역을 매력적인 장소로 가꾸려 한다. 자연환경 속에서 자연을 느끼며 그 지역의 먹거리와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지역과 마을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녹색성장 관광분야의 대표적 콘텐츠인 셈이다.

슬로시티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지역의 전통과 문화, 산업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것, 첨단을 배격하지는 않는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어우러지되 빠름이 아닌 느림의 미학으로 삶의 행복을 추구하자는 운동이 슬로시티 운동이다.

△슬로시티 현황

1999년 이탈리아 오르비에토에서 국제슬로시티연맹(Citta Slow International)이 출범했다. 연맹 본부도 오르비에토 시청사 안에 마련돼 활동하고 있다.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한 도시는 현재 세계 30개국 222개 도시에 이른다. 30개 국가 가운데 18개 국가에 슬로시티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07년 12월 전남 4개군(신안군 증도, 완도군 청산도, 장흥군 유치, 담양군 창평)이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후 현재 11개 도시가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전 세계 18개 국가 네트워크 가운데는 한국슬로시티본부(치따슬로 코리아 네트워크)도 포함돼 있다.

슬로시티는 비교적 까다로운 가입 요건을 갖고 있다. 전통이 잘 보전되고 육성되며 생태, 환경, 관광, 홍보 등 슬로시티 조건과 부합되는 지역 및 마을에 한해 인증을 부여한다. 인구 5만명 이하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기준도 갖고 있다. 인구 60만명이 넘는 전주시는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증한 대도시 슬로시티다. 대도시이면서도 전국적 지명도를 갖춘 특산물 및 전통, 생태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평가한 것이다.

△전주 슬로시티의 오늘과 내일

전주시는 한국 최초의 도심형(전통문화+주민참여형) 슬로시티 조성을 목표로 지난 2009년 6월 한옥마을의 국제슬로시티 인증을 추진해 한국슬로시티본부 국내실사, 국제슬로시티연맹 국제실사를 거쳐 2010년 11월 27일 국제슬로시티연맹 이사회에서 세계적으로는 133번째, 한국에서는 7번째로 슬로시티로 인증받았다.

전주 한옥마을은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 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 700여채와 골목길이 살아있는 국내 유일의 전통한옥촌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조선왕조발상지 △한국음식을 대표하는 전주비빔밥 등 대표적 슬로푸드 콘텐츠 △한지와 한지공예품, 판소리 등 한스타일의 본고장이라는 점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전주시는 슬로시티 지정이후 한옥마을 전면 금연구역 지정, 차량통제 실시, 쓰레기문제 개선, 숙박서비스 개선을 위한 협의회 구축 등 슬로시티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고 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을 지키기 위한 시민 서포터즈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민관 협력으로 성공적인 슬로시티를 유지해 왔다.

이같은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고 전주 한옥마을은 슬로시티 인증이후 연간 관광객이 1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한국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이후 전주시는 지난해 국제슬로시티연맹에 슬로시티 재인증을 위한 심사 기준인 에너지 및 환경정책 등 7개 정책 72개 항목에 맞춰 이와 관련된 220개 사업, 63개 조례 등을 포함한 평가자료를 제출했고 올해 4월 슬로시티 재인증을 받았다.

전주시는 슬로시티 재인증에 따른 후속작업으로 제2기 슬로시티 전주의 정책 방향 수립을 위해 한국슬로시티본부와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다울마당과 전문가토론회, 슬로시티 주민 서포터즈와 공무원 서포터즈 워크숍, 국내 및 해외사례 연구조사 등을 통해 향후 실행계획을 담은 마스터플랜 수립을 추진중이다.

슬로시티 재인증과 함께 지난 8월부터 제4기 한국슬로시티시장·군수협의회장을 맡은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 세계 유일의 도심형 슬로시티인 전주 한옥마을은 지난 5년간 전주만의 한옥마을이 아닌 대한민국의 한옥마을이 됐지만 현재 너무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높아진 밀도와 상업화로 인해 위기와 도전을 동시에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시장은 이어 “슬로시티 재인증을 계기로 사람·생태·문화의 시정 핵심 가치와 슬로시티 가치 실현을 통해 전주가 좋은 도시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위대한 도시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손대현 한국슬로시티본부 이사장

- 한옥마을만 슬로시티라는 생각 넘어 전통과 첨단, 느림과 빠름 조화 추구

  

한국슬로시티본부 손대현 이사장(72·한양대 관광학부 명예교수)은 슬로시티 재인증을 받은 전주시에 대해 △전주한옥마을 내 경관관리와 정비 노력 △한옥마을 인근 남부시장 활성화와 지역의 소상권 및 골목 상권 보호 △한지와 소리 등 전주 고유의 전통문화와 무형문화 계승 노력 △지역민과 방문객들의 슬로시티 인식 확산을 위한 실천운동 △슬로시티 지정 이후 전주 브랜드 가치 상승 등을 높이 평가했다.

손 이사장은 “슬로시티 지정이후 5년 간의 결과는 최초의 도심형 슬로시티, 한국형 슬로시티의 방향을 보여주는 값진 고민의 흔적이었다”며 “전주를 국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 속에 내놓을 수 있도록 전 세계에 부각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친 관광객 유입이 슬로시티의 가치를 퇴색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슬로시티가 관광에 치중하는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라 들고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방문자가 느끼는 행복의 질 향상이 슬로시티의 목적이며 방문자는 슬로시티의 제3시민”이라며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행복을 느끼는 슬로시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전주 슬로시티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슬로시티의 가치를 함께 공유해야 한다”며 “한옥마을만 슬로시티라는 생각을 넘어 전주시민 전체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민의식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슬로시티를 이끌 시민 지도자,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국은 은퇴한 교사, 종교인, 성직자 등 신뢰받고 명망있는 인사들이 슬로시티 운동에 앞장서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시장과 공무원이 바뀌어도 슬로시티 운동이 계속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슬로시티가 느린 것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슬로시티는 느림과 빠름의 조화와 균형, 공존을 추구하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특히 “어려서부터 슬로시티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슬로시티는 민·관이 함께 협력해야 하지만 민이 앞장서 시민 주도로 가야하며, 후손들에게 전주의 유산을 잘 남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슬로시티본부는 지난 2006년 당시 손대현 한양대 교수의 주도로 학자·연구자·기업가 등 민간 활동가들이 중심이 돼 결성된 한국슬로시티추진위원회에서 출발해 2008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로 부터 치따슬로 코리아네트워크 사단법인 인가를 받으면서 국제슬로시티연맹의 한국슬로시티본부로 공식 출범했다.

슬로시티에 대한 지도, 새 후보지의 인증 추천, 중간평가와 재인증, 국내·외 슬로푸드 운동 확산, 슬로시티 운동의 확산을 위한 시민운동, 국민 행복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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