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빈 신드롬, 민의에 충실하라
2015. 10.30(금) 1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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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5년 9월 16일, 영국 의회
매주 수요일이면, 영국 하원에서는 야당 대표가 총리에게 질의를 하는 “총리 질의응답’(PMQS Prime Minister’s Questions) 시간이 있다. 질문 수는 6개로 영국 의회 정치에서 오래된 전통이다. 2015년 9월 16일, 질의에 나선 이는 노동당 대표로 당선된 제레미 코빈이었다. 그의 첫 PMQS 질의였다.
이 날은 돌풍을 일으키며 압도적인 지지율로 노동당 대표에 당선된 ‘강성 좌파’ 코빈과 캐머런 총리와의 첫 대결이었다. 기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코빈이 총리에게 날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뭔가 격돌의 현장’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코빈은 첫 PMQS 준비를 위해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캐머런 총리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무엇이냐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후 4만 건의 답장을 받았다. 그리고 그 답장을 골라, 대신 읽어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보내온 주택공급 부족에 관한 질문, 세금공제 축소에 대한 우려를 담은 이메일 답신 내용을 그대로 읽어 내려간 것이다. ‘대중의 목소리를 듣고 전하라’는 코빈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2. 1983년, 런던 이즐링턴
제레미 코빈은 전국공무원노조 생활을 거쳐 런던 지방의원으로 일한 뒤 1983년 33살에 런던 북부지역 이즐링턴 하원 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이후 이즐링턴 지역에서 8선을 하며 32년 동안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다.
‘채식주의자’, ‘자전거족’, ‘평화주의자’,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채식을 즐겨 먹는 그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 가운데 그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는 ‘아웃사이더’ 일 것이다. 1979년 마거릿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 정권 집권이후 보수당을 닮아 점차 보수화되고 있는 노동당의 주류노선에 맞서 원내 투표에서 500차례 이상 반대표를 던진 탓이다.
1983년 33살에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후, 30여 년 동안 그가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지역민과의 끊임없는 소통이었다. 노동당의 대표가 된 지금까지도 그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도 지역구 주민과의 한달 치 대화 일정이 빼곡히 잡혀 있다.
3. 2015년 10월 7일 맨체스터
영국 보수당의 전당대회가 열렸던 맨체스터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1948년 시작된 영국의 무상의료체계인 NHS(국민건강보험)를 일부 민영화하려는 보수당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영국 전역에서 모여든 수만 명의 시민들은 보수당 정부의 긴축 재정과 복지 삭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1948년 시작된 영국의 무상의료체계인 NHS에 대한 영국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세계인들에게 자랑할 정도였다.
캐머런 보수당이 추진하고 있는 긴축재정은 영국의 시민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대중들의 현실에 코빈은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솔직하고 직설적인’ 목소리로 대중을 적극 대변했다. 의료와 교육 등 공공 지출을 늘리겠다고 선언했고, 해마다 오르는 요금 인상의 해결 방법으로 철도와 에너지의 재공영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4. 2015년 10월, 런던 서삼웅씨 가정
런던 교외에서 운수업을 하고 있는 서삼웅 씨, 그는 30년 전 영국에 유학 왔다가 영국인 아내를 만나 결혼한 뒤 런던에 정착했다. 그는 런던의 삶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수입에 비해 비싸진 물가 때문에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막내 딸 취업이 걱정이다. 케이 팝을 좋아한다는 막내 딸 현아(재스민 서)씨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현재 직장은 없다. 지난 한 달 동안 약 30곳에 입사 지원을 했지만 아직 한 군데에서도 연락을 못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지난 2010년에는 대학등록금을 최대 3배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한 등록금인상법안이 통과됐다. 영국의 상당수 대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많게는 우리 돈으로 1억 원 가량의 빚을 지게 된다. 값비싼 등록금에, 취업난까지 영국의 젊은이들의 삶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아가 최근 부쩍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빚으로 대학을 다니고 졸업 후에는 또 다
현아 또래의 20대 젊은 층이 정치에 관심을 다시 갖게 만든 것도 제레미 코빈이 만들어 낸 중요한 현상 중 하나다. 코빈이 노동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후 젊은 층의 노동당 가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5. 59.5%의 압도적 지지율, 코빈과 노동당은 성공할까?
30년 비주류 아웃사이더였던 제레미 코빈의 정책은 좌편향에 이상적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영국 노동당 유권자들은 압도적인 지지율로 그를 선택했다.
세계 신자유주의 중심국가인 영국에서 코빈의 등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코빈의 신드롬은 단순히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영국 사회를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코빈 정치 열풍으로 한창 뜨거운 영국을 <목격자들>이 현장 취재했다.
취재작가 : 박은현
글 구성 : 김근라
연출 : 서재권, 장정훈
출처 : 뉴스타파
시사INLive남종석입력2015.11.10. 04:14
그동안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기존 좌파 노선에서 이탈해서, 자국 경제구조를 국내외 금융자본에 유리하게 재편하고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해왔다. 일자리를 늘린다며 고용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복지를 축소시키는 데도 앞장섰다. 이런 사민주의 정당들의 우경화를 주도한 정당이 바로 영국 노동당이었다. 지난 5월 영국 노동당은 총선 패배를 진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정당 이미지의 급진성’에 대한 질문에서, ‘보수당이 (노동당보다) 더 급진적’이라는 답변이 무려 23%에 달했던 것이다. ‘노동당이 급진적’이라는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이미 영국 노동당 주류는 유권자들에게 기득권 세력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당 내부의 이단자인 코빈이 당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코빈이 영국 경제의 침체와 불평등을 치유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반(反)긴축’이다. 정부 지출을 늘려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설사 정부의 지출이 수입(세입)보다 더 많아, 보수당이나 노동당 우파들이 기겁하는 재정적자(예산적자) 상태가 도래한다 해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유럽의 보수 세력이나 사회민주당 우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 준칙은 ‘예산 균형’이었다.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한도(수입) 내에서만 지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민간 부문의 경제활동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최상위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세금은 오히려 내렸다. 영국의 법인세(기업에 대한 소득세)는 20%로 G7 가운데 최하위다. 이로 인해 정부 수입이 줄어든 만큼, 예산균형 원칙에 따라 복지 등 정부 지출을 축소하면서 빈곤층의 경제적 고통은 더욱 악화되었다. 코빈은 이 같은 예산균형 준칙에 맞서고자 한다. 긴축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 지출을 늘려서, 즉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것으로 영국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복지를 확충해서 민간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수요에 따라 공급자(기업)들이 생산을 확대하면, 일자리와 국민소득도 증가할 것이다. 둘째는, 사회 인프라(예컨대 교통·정보통신·테크놀로지 등)에 투자해서 국내 기업들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다(이 과정에서 고용도 촉진된다). 이른바 ‘공공투자’다. 그런데 코빈이 발표한 ‘2020년 집권 플랜’을 간단히 요약하면, ‘공공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이다. 첫 번째 방법(민간 수요 증대)보다 두 번째인 공공투자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민중 위한 양적완화=계획적 양적완화
한국에서도 ‘소득주도 성장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 복지 확충을 통해 소비만 늘린다면, 그 경기부양 효과는 오래가기 힘들다. 그러나 사회 인프라를 건설·강화한다면, 코빈 노동당의 경제정책 자문위원회 앤 페티포 위원장의 주장처럼 '정부 주도의 공공투자로 국가경제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장기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국 경제의 체질이 개선되면, 기업 수익성의 향상과 일자리 창출에 따라 세입(정부 수입) 역시 늘어날 것이다. 재정적자 규모가 줄어들거나 균형으로 수렴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대규모 공공투자를 수행할 기구로 코빈은 국립투자은행(National Investment Bank) 설립을 제안한다. 개발도상국 시절, 한국의 산업은행처럼 국가경제에 요긴한 부문에 자금을 몰아주는 ‘국영 금융기관’이다. 코빈에 따르면 국립투자은행은 주택·교통, 디지털 및 에너지 네트워크(공급구조) 구축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더불어 철도·전기·가스를 비롯한 민영화된 사회 인프라 부문을 재국유화하는 구실을 맡게 된다.
그런데 국립투자은행이 이처럼 엄청난 일을 해내려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서 코빈은 재미있는 용어를 만들어낸다. 이른바 ‘민중을 위한 양적완화(People’s Quantitative Easing)’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양적완화’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중앙은행이 ‘돈’을 대폭 찍어내(통화 증발) 민간 부문에 유통시키는 경기부양 정책이다. 2008년 이후 미국·일본·EU 등의 중앙은행은 ‘새로 찍어낸 돈’으로 민간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국채 등을 사들였다. 이런 거래가 끝나면 중앙은행은 국채(민간 금융기관들이 보유했던)를, 민간 금융기관들은 ‘새로 발행된 돈’을 가지게 된다. 그만큼 민간 부문의 자금이 늘어난다. 이 같은 양적완화의 원래 취지는 금융기관들이 늘어난 자금을 실물경제에 싸게 대출해서 실물경기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EU 등의 금융기관들은 실물경제가 아니라 주로 국내 주식시장이나 해외 이머징마켓의 금융시장에 투자해서 자산 버블만 유발시켰다.
이에 비해 코빈의 ‘민중을 위한 양적완화’는 늘어난 통화를 자산시장이 아니라 실물경제 부문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EU 등의 중앙은행은 다수의 민간 금융기관들로부터 국채를 매입했다. 그러나 ‘민중을 위한 양적완화’에서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은 ‘새로 찍어낸 돈’으로 국립투자은행이 발행한 채권만 매입한다. 국립투자은행은 이렇게 조달한 재원으로 각종 사회 인프라에 투자한다. 새로 발행된 화폐가 사회 인프라 부문의 기업과 노동자, 즉 실물경제 부문에 ‘배포’되는 것이다. 미국·EU 등의 양적완화와 비교한다면, 코빈의 ‘민중을 위한 양적완화’는 늘어난 돈이 주로 실물경제 부문에서 사용되도록 의도된 ‘계획적 양적완화’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공공투자’와 ‘계획적 양적완화’를 양대 축으로 하는 코빈의 경제 구상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비판의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양적완화는 통화를 크게 늘리는 것인 만큼, 자칫 물가를 치솟게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통화가 2배 늘어났는데 생산 규모(GDP)가 그대로일 경우 물가는 2배로 오를 수도 있다. 그만큼 ‘위험’을 동반하는 정책이다. 전 영란은행 소속 연구자였던 토니 예이츠는 코빈의 정책이 '화폐의 사회적 유용성을 파괴하고 궁극적으로 영국을 빈곤하게 만들 것'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아무리 ‘민중을 위한다’고 해도 양적완화는 ‘위험’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 거세질 듯
코빈 진영의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과장되었다며, 대략 다음과 같은 논리로 반박한다. 만약 지금이 ‘정상적 시기’라면 기업과 가계는 앞다퉈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소비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리가 인상되고, 수요 폭증에 따라 물가 역시 크게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장기 침체가 예상되는 ‘예외적 국면’이다. 기준금리는 사실상 0%이고 물가인상률도 바닥을 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투자은행이 ‘새로 발행된 돈’을 인프라에 투자한다면, 그 돈은 인프라 기업의 소유가 된다. 인프라 기업들이 사업 의욕에 넘쳐서 그 돈을 새로운 투자에 사용하기 시작한다면 물가가 오를 것이다. 이는 사실 바람직한 일이고, 정부는 그 시점에 가서 신중하게 통화를 거둬들이면 된다(세율 인상이나 채권 매각 등으로).
그러나 경기침체가 계속된다면, 인프라 기업은 국립투자은행으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대부분을 주거래은행에 맡겨두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시중은행들의 보유금이 늘어난다. 시중은행들이 보유금을 관리하는 방법은 민간 시장(다른 은행 포함)에서 운용하거나 중앙은행에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금리 수준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중앙은행에 맡겨놓고 작은 이자나마 안정적으로 타는 것이 낫다. 이렇게 되면 영란은행이 양적완화로 ‘새롭게 발행한 돈’은, 국립투자은행과 민간 인프라 기업, 그리고 시중은행을 통해서 다시 영란은행 계정으로 들어오게 된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과도한 물가인상이 나타날 이유가 없다. 다만,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가 실제로 물가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는 대비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비판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중앙은행은 정치 부문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서 통화 조정을 통한 물가관리만 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을 해친다는 것이다. 코빈의 계획대로라면 영란은행은 정부(직접적으로는 국립투자은행)의 요구에 따라 화폐를 발행해야 한다. 이는 중앙은행이 정부의 산하기관으로 전락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과연 하늘에서 내려준 보편적 원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컨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기관이지만, 사실은 국회로부터 물가 관리뿐 아니라 완전고용까지 위임받아 통화정책을 수행한다. 심지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최근 발언을 보면 ‘연준이 물가보다 완전고용을 위해 통화정책을 운영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부가 주요 경제정책에 중앙은행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중앙은행이 정부의 사금고화되었다’는 비판은 지나치게 과장된 느낌이 있다.
코빈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 예비 내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를 반드시 수행해내야 한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그러했듯이, 당내 반대자들을 넘어서기 위해 영국 유권자들, 청년 세대들, 노동조합의 지지를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노동당이 집권하게 될 경우 경제를 잘 운용함으로써 반긴축-재정적자 노선이 경제적으로 옳은 선택임을 증명해야 한다. 둘 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버니 샌더스는 1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 몬마우스 대학의 뉴햄프셔 주 여론조사(9월10~13일 민주당 유권자 400명)에서 43%를 얻어 37%에 그친 힐러리를 7% 포인트 차로 제쳤다. 뉴햄프셔 주는 내년 2월 첫 프라이머리(당원이 아닌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예비 경선, 뉴햄프셔주의 경우 다른 정당의 당원은 참여할 수 없음)가 열리는 곳으로,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 주와 함께 대선 풍향계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샌더스는 지난 13일 CBS 뉴스와 유고브가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9월3~10일)에서도 아이오와 주(646명)에서 43% 대 33%, 뉴햄프셔 주(548명)에서 52% 대 30%로 힐러리를 앞질렀다. 영국에서는 지난 12일 제레미 코빈이 신임 당수 선거에서 과반인 59.5%의 득표율로 다른 3명의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코빈은 '노동당 역사에서 가장 강성 좌파이고 가장 반항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샌더스와 코빈 모두 선거 초반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샌더스가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반면 힐러리는 출마 선언 당시 7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샌더스의 지지율은 점차 상승세를 탔고 어느덧 주요 지역 지지율에서 힐러리를 큰 차이로 이기게 됐다. 코빈도 지난 6월15일 후보 신청 당시 마감 직전에야 간신히 추천 의원 35명을 확보해 후보 등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주목받지 못하던 후보였다. 하지만 친근한 이미지와 급진적인 공약으로 젊은 지지층의 마음을 얻었고, 결국 신임 당수 자리에 올랐다.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샌더스와 강력한 사회주의 노선을 따르는 강성 좌파 코빈, 두 사람이 일으키고 있는 좌파 정치인 돌풍의 배경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 반(反)긴축·무상교육 등 '불평등 해소' 위한 급진적 공약 샌더스와 코빈은 불평등 해소를 내세우며 민심을 공략했다.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샌더스는 무상교육, 초대형 금융기관 해체, 보편의료,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코빈 역시 보수당 정부의 긴축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기업과 부유층의 탈세 방지, 철도 재국유화, 전기·가스 사업자들에 대한 공적 통제 강화, 대학 수업료 면제를 약속했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지난달 24일 '미국과 영국의 정치가 뒤집어지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금은 극단적인 불만(radical discontent)'의 시대"라며 "사람들은 시스템이 조작돼 있다고 믿고 있으며 부의 편중, 생활비 상승, 부정 선거, 연금 삭감 등 조작을 믿을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사회의 불평등이 사람들의 화를 낳고 키웠다"며 "이 분노는 점점 확산됐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해 줄 사람을 찾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블레어와 클린턴…'중도주의'의 몰락
폴 크루그먼은 지난 14일 '노동당 내 중도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코빈 당선의 결정적인 요인을 노동당내 중도 세력의 몰락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의 대안 중 하나인 중도 세력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유일하게 남은 대안인 급진 좌파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코빈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보수당의 긴축 정책을 지지했다"며 "이는 노동당 집권 시절의 경제적 어려움을 노동당 경제 정책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당시의 경제적 어려움을 온전히 노동당의 잘못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중도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이 이러한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은 진정한 중도 세력의 부재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중도주의의 상징' 힐러리가 샌더스에게 밀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샌더스, 코빈, 민주당에 다가올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샌더스 의원의 돌풍에 깔린 정서가 코빈 돌풍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며 "샌더스 의원의 약진에는 중도주의에 대한 실망과 강성 좌파에 대한 진보진영의 갈증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힐러리 전 장관과 그의 배우자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함께 중도주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한 부의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 탓에 유권자들은 중도주의에 실망했으며 보다 강경한 사회주의적 해결책을 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무소속' 샌더스· '반(反)블레어' 코빈…기성정치 '불신' 샌더스와 코빈은 소속 정당의 노선을 벗어나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샌더스는 원래 무소속 의원으로 선거 출마를 위해 민주당에 들어왔다. 코빈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주창한 '신노동당' 노선을 거부했다. 그는 무려 500차례에 걸쳐 당과 지도부의 의견에 어긋나 투표권을 행사했다. 블레어 지지세력으로 이뤄진 노동당 주류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특징은 기성 주류 정치권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달 말 공개한 미국 정당 선호도 조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4%가 "민주당도 공화당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지난 8일 '반-정당 인물들 : 트럼프, 카슨, 샌더스, 코빈'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비정치인 출신 혹은 '반 정당' 후보들이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현상을 주목했다. 브룩스는 "이들은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지지자들의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크다"며 "이들은 지지자들이 의견을 표현하고 분노를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밝혔다. 이어 "수십년 전과 비교해서 정당의 권위는 많이 떨어진 반면 개개인의 의식은 더욱 중요해졌다"며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표현주의적 개인주의'가 부상하면서 정당의 정치적 성향 외적인 개성이 뚜렷한 후보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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