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루소·괴테 공통점은 ‘식물 덕후’

2016. 2. 6. 11:44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다 빈치·루소·괴테 공통점은 ‘식물 덕후’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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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식물을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들
ㆍ스테파노 만쿠소 지음·김현주 옮김 |푸른지식 | 248쪽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장 자크 루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뜻밖에도 식물에 대한 각별한 사랑으로,

그들 일생의 적지 않은 시간을 식물관찰과 연구, 저술로 보냈다는 사실이다.

‘다재다능한 천재’로 수많은 수식이 따라붙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식물연구에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는 사실은 새롭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식물학은 대부분 1000년도 넘는 이전의 고대인이 연구한 지식에 기대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그는 타고난 호기심과 연구 열정으로 식물 줄기의 2차 생장으로

생긴 동심원의 수가 해당 나무의 나이와 같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괴테는 어땠나. 식물학을 좋아한 그는 “셰익스피어와 스피노자

외에 내게 큰 영향을 끼친 작가는 린네(<식물철학>의 저자)”라고 고백했다.

그는 다른 모든 식물의 기원이라고 생각한 ‘원식물’을 찾기 위해 파도바에서

시칠리아 섬의 팔레르모까지 뒤지고 다녔을 정도다.

 1790년 괴테는 <식물 변태론>이란 소책자를 출간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과학에 권위 없는 작가의 것이라고 무시했지만

 책 안에 담긴 ‘변태’의 원리(기본 모델에서 끝없는 변화를 일으키는)는

 다윈의 진화론에 앞선 것이었다. 괴테를 높이 샀던 니체는

“다윈을 괴테 옆에 둔다는 것은 왕권을, 천재 위엄을 건드리는 것”이라며 분노하기도 했다.


심지어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루소는 “나는 식물학에 미쳤다”고 고백했다.

 그는 직접 세밀한 식물도감을 만들고, 대중에게 식물학의 즐거움을 알리는

최초의 식물학 교양서 <식물학 기초에 관한 편지>를 펴냈다.

이밖에도 식물의 지능을 최초로 발견한 페데리코 델피노,

1800년대 세련된 상류층이 걸리는 병으로 알려진 건초열이

꽃가루 알레르기인 것을 발견한 찰스 해리슨 블랙클리,

최초의 씨앗은행 설립으로 기아퇴치를 꿈꾸다 정작 자신은 굶어 죽은 혁명가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바빌로프 등 우리가 잘 몰랐던 ‘식물 덕후’들의 얘기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