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지옥불반도’ 부정적 신조어 이제그만 2015 우리사회 우울상, 2016 거울로 삼아야 한국인 ‘삶의 질’…OECD 35개국 중 27위 헬조선 극복, 사회공동체적 논의와 협의 필요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지옥(Hell)과 조선(朝鮮)을 합성한 신조어인 ‘헬조선’. 말 그대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란 뜻이다. 현대 한국사회의 수많은 문제로 인해 지옥처럼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헬‘코리아’가 아닌 헬‘조선’인 것은 소득·빈부격차가 점차 심해져 자산, 소득 수준 등으로 신분이 나뉘는 것이 마치 봉건조선시대를 연상케 한다는 점 때문이다.
같은 의미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 지옥을 합성한 ‘지옥불반도’라는 신조어도 나타나는 등 열정페이, 무급인턴, 비정규직, 취업난 등 청년층의 현실이 점차 부정적으로 심화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보니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등 포기하는 것이 점점 늘어가는 ‘n포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민 계획을 세우는 등 “한국이 싫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래불안과 경제불안 등 우울한 2015년 대한민국 사회 진단과 함께 2016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할 지 진단해봤다.
유난히 부정語 많았던 2015년…금수저, 헬조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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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 해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거나 기약 없이 미룬 세대를 뜻하는 ‘삼포세대’ 단어는 점차 포기해야할 것들이 늘고 있어 ‘칠포세대’라는 단어로 재등장했다.
취업시장에 한파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유난히 부정적인 신조어들이 화두에 올랐던 올해, 구직자들을 가장 슬프게 만든 취업시장 신조어는 ‘금수저’와 ‘흙수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6일 사람인이 구직자 408명을 대상으로 ‘가장 불쾌했던 올해 취업시장 신조어’를 조사한 결과, ‘금수저’(29.4%)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금수저와 반대되는 표현인 ‘흙수저’(10.3%)였다.
부모의 능력에 힘입어 경제적 부담 없이 취업준비를 하거나 청탁으로 쉽게 취업하는 금수저 계층과 달리, 아무런 배경이 없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흙수저들의 박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람인 조사에서 구직자 10명 중 6명(59%)은 본인이 흙수저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위는 ‘헬조선’(9.3%)이었다.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의 합성어로, 취업난을 비롯해 부조리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빗댄 표현에 씁쓸해하는 구직자들이 많았다.
계속해서 ‘N포세대’(8.8%), ‘열정페이’(8.3%), ‘문과충’(7.6%), ‘갓수’(5.9%) 등의 순이었다.
선택한 신조어에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로는 ‘불공평한 의미를 담고 있어서’(36.8%,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라서’(34.6%), ‘나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어서’(24.3%), ‘비하하는 의미라서’(23.8%)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한편 구직자들이 올해 가장 관심을 가진 취업관련 사회 이슈는 ▲ ‘청년 취업난 심화로 N포세대 증가’(15%)로 나타났다.
심각한 취업난 탓에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청년 세대들이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을 비롯해 연애, 인간관계 등 포기하는 것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음은 ▲ ‘기업체 열정페이’(12.3%)였다. 유엔 등 국제기구나 공공기관에서도 무급 인턴을 고용하는 등 제대로 된 노동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열정페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슈가 많았던 한 해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급증’(11.3%), ▲ ‘인문계 취업난 극심’(7.8%), ▲ ‘임금피크제 시행’(7.6%), ▲ ‘갑질채용 문제’(7.4%), ▲ ‘청년백수 통계 최고치 기록’(6.9%), ▲ ‘최저임금 인상 논의’(6.9%), ▲ ‘NCS 도입 확대’(6.4%), ▲ ‘세습채용 등 금수저 논란’(4.4%), ▲ ‘청년 고용절벽 대책 발표’(4.4%) 등의 순으로 답했다.
한국인의 ‘삶의 질 만족도’, 최하위권까지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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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1뉴스 캡쳐) | 이처럼 한국인이 느끼는 ‘삶의 질 만족도’가 나날이 곤두박질 쳐지고 있다. 실제 한국인들의 삶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거의 최하위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10월19일 OECD의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0점으로 OECD 평균(6.58점)보다 낮았다. 한국인의 삶 만족도 순위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에 그친 것이다.
삶의 만족도는 나이가 들수록 떨어졌다. 15∼29세의 만족도(6.32점)는 50대 이상(5.33점) 점수보다 1점가량 높았다. 30∼49세의 만족도 점수는 3개 세대의 중간인 6.00점이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기는 했지만 한국 어린이가 처한 환경은 좋지 못했다. 한국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하루 48분으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짧았다. 15∼19세에 학교를 다니지 않고 취업도 않고 훈련도 받지 않는 방치된 비율도 9번째로 높았다.
대신 학업성취도 면에서는 한국 학생들의 순위는 높았다. 15세 이상의 읽기능력은 2위,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 능력은 1위였다.
만족도가 낮은 한국인들의 삶은 사회 연계와 건강만족도, 안전 등의 항목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이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부문인 ‘사회 연계 지원’(perceived social network support) 부문에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은 사회 연계 지원 점수는 지난해 72.37점으로 OECD(88.02점) 평균에 크게 못 미친 것은 물론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그나마 15∼29세의 점수는 93.29점으로 OECD 평균(93.16점)보다도 높았지만 30∼49세(78.38점)에서 점수가 급격하게 낮아져 50세 이상의 점수는 67.58점으로 급락했다.
한국인의 건강 만족도 역시 2013년 35.1점으로 2009년(44.8점)보다 떨어졌다.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만족하는 정도는 OECD 평균(68.8점)보다 20점 이상 낮아 34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밤에 혼자 있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는 정도 역시 한국(61점) 순위가 28위로 하위권이었다.
정신적인 삶은 피폐하지만 물질적인 토대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가구당 순가처분소득은 2013년 기준 2만270 달러로 금융위기 여파로 휘청거린 2009년보다 12.28% 상승했다.
한국의 상승률은 집계가 있는 OECD 29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OECD는 “한국은 2009년 이후 가계 수입·금융 자산·고용의 증가, 장기 실업률 감소 등 대부분의 물질적 웰빙 지수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국적 포기자 증가세
“해외에 나가 사는 불편함보다 이 나라에 살면서 느끼는 자괴감이 더 크다”라는 말이 씁쓸한 현실이다.
실제 최근 3년간 한국 국적 포기자 규모가 취득자의 2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싫다’며 심지어 이민까지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가 좋아서 보다는 우리나라가 싫어서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 10명 중 7명은 미국과 캐나다 국적을 선택했다.
지난 9월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7월까지 대한민국 국적 포기자는 5만2093명이다. 내년 약 1만9000명 수준인 것이다. 일반적 이민을 뜻하는 국적상실은 남녀 비율 차이가 크지 않은데 비해 병역면제가 포함되는 국적이탈은 남성이 81.7%를 차지해 대조를 이뤘다.
포기자 중 상당수는 북미 지역 국적을 취득했다. 미국이 2만9168명으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캐나다 8514명, 중국 6095명, 일본 3238명 순을 기록했다. 국적포기자의 90%가 4개국에 편중됐다.
같은 기간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은 2만9506명이었다. 나라별로는 중국 1만6328명, 베트남 8485명, 필리핀 1079명 순이었다.
이춘석 의원은 “국적을 포기하는 계층과 이유는 다앙하겠지만, 국적 포기자가 취득자보다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지표가 될 수 있다”며 “계층별로 원인을 분석해 지원대책을 정책기조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OECD가 매년 ‘삶의 질’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는 것은 GDP를 넘어서는 행복을 측정하고 개선하려는 취지라고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삶의 질’ 보고서를 통해 먹고살기 힘든 ‘헬조선’이라 불리는 우리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것들이 필요하고, 노력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사회공동체적으로 논의와 협의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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