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5. 18:05ㆍ세계와 여행이야기/부탄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 어떻길래?
[해외시각] "세계화된 자본주의, 국민총행복 외면한 실패작" 이승선 기자 2011.08.30
프레시안 / 기사원문
다음은 '경제학계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제프리 삭스(57) 콜럼비아대 교수의 '행복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Happiness)'이라는 칼럼의 주요 내용(원문보기)이다. 그는 지난 83년 하버드대 사상 최연소 교수(29세) 타이틀을 지닌 금융학자로 출발했으나 제3세계 빈곤 문제에 충격을 받으면서 지금은 '빈곤퇴치를 위한 개발경제학자'로 더 유명하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동반 경제위기가 '세계화의 대실패'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 삭스 교수는 29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게재된 이 글에서 국내총생산(GNP)라는 지표로 측정되는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국민총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를 추구하는 경제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편집자>
▲ 국민 100명 중 97명이 행복하다고 답해 지난해 행복지수 세계 1위를 차지한 부탄. 한국은 이 조사에서 68위. ⓒ로이터=뉴시스 |
경제적 진보, 다른 목표들과 함께 추구될 때 의미
우리는 매우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다. 부의 총량으로 치면 유례없이 풍족한 세상이지만 치안부재, 불안, 불만에 가득찬 세상이기도 하다. 미국인 대다수는 그들의 나라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비관적 인식이 퍼져있다.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제생활에서 행복의 원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가 왔다. 보다 많은 소득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삶은 더 큰 행복과 삶의 만족을 가져다주기보다는 유례없는 불평등과 불안을 가져다 주고 있다.
경제적 진보는 중요하다. 그리고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진보는 다른 목표들과 함께 추구될 때만이 그렇다.
부탄의 현지조사 전문가들, "국민소득보다 행복추구 중요"
히말라야의 부탄 왕국은 이 점에서 선도국가가 되고 있다. 40년전 부탄의 제4대 왕으로 취임한 신임국왕은 괄목할 만한 선택을 했다. 부탄은 GDP보다는 GNH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후 부탄은 경제성장뿐 아니라 문화, 정신건강, 연대, 공동체 등을 강조하는 대안적, 총체적 개발 방식을 실천해왔다.
지난 6월 유엔 총회에서 행복을 증진하는 국가정책에 관한 각국 현지조사를 추진하는 계획에 따라 최근 부탄의 수도 팀푸에 수십명의 전문가들이 현지 조사를 위해 모였다. 나는 지그메 틴레이 부탄 총리와 함께 이 모임을 주최했다. 틴레이 총리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GNH를 역설해온 인물이다.
팀푸에 모인 전문가들은 모두 국민소득보다 행복 추구가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우리가 조사한 과제는 급속한 도시화, 매스미디어, 세계화된 자본주의, 환경파괴로 특징되는 세상에서 어떻게 행복을 성취할 수 있느냐, 우리의 경제생활을 공동체 의식, 신뢰, 지속가능한 환경 등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떻게 재조직할 것인가 라는 문제다.
다음은 이런 조사들에 따라 내린 몇 가지 결론들이다.
첫째, 경제적 진보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굶주림과, 식수와 의료, 교육, 일자리 등 기본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고통을 받는다. 빈곤을 개선하는 경제개발은 행복을 고양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두번째, 그렇다고 다른 목표들을 배제하고 GNP만 추구하는 것은 결코 행복으로 가는 길이 되지 못한다. 미국은 지난 40년간 GNP는 급속히 늘었지만 행복은 그렇지 못했다. GNP만 추구한 결과 부와 권력에서 엄청난 불평등이 초래됐고, 빈민층이 대규모로 늘었고, 많은 어린이들이 빈곤에 시달리게 됐다. 또한 심각한 환경파괴도 초래됐다.
미친 듯 기업의 이익 추구하는 사회, 행복 사회 위협
세번째, 행복은 개인과 사회생활 양측에서 균형이 맞아야 이뤄진다. 개인으로서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행하게 되지만, 소득 증대를 추구하다가 가족, 친구, 공동체, 연대, 내적 균형을 유지하는 노력을 도외시하면 역시 불행해진다.
한 사회가 삶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경제정책을 쓴다는 것과 모든 가치를 이익 추구에 종속시키는 것과는 별개의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의 정책은 기업의 이익을 다른 모든 소중한 가치- 공정함, 정의, 신뢰, 심신의 건강, 지속가능한 환경 등 - 위에 두어왔다. 기업은 선거자금을 무한히 뿌릴 수 있도록 미국의 대법원이 축복함으로써 민주적 절차도 점점 훼손되고 있다.
네번째, 세계화된 자본주의는 행복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기후변화 등 여러 공해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석유산업의 선전이 끊임없이 반복돼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사회적 신뢰와 정신적 안정이 취약해지는 반면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사례는 늘고 있다. 매스미디어는 기업의 선전을 전달하는 창구가 되었고, 이런 메시지는 대체로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또한 미국인들은 소비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패스트푸드 산업은 기름과 지방, 설탕 등 비만을 초래하는 음식에 길들이는 성분들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인 중 3분의 1은 비만이다.
문제는 음식뿐이 아니다. 대대적인 광고는 지나친 TV 시청, 도박, 약물남용, 흡연,음주 등 공공의료비 증가를 초래하는 소비중독을 일으키고 있다.
다섯번째,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우리는 GNP 이외에 사회의 웰빙을 좌우할 다른 많은 요인들을 찾아내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GNP 측정을 위해 투자하지만 무엇이 불건강, 사회적 신뢰 감소, 환경파괴 등을 초래하는지 알아내기 위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는다.
기업의 이익을 미친 듯이 추구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개발은 지지하지만 조건이 있다. 지속가능한 환경과 사회적 신뢰를 위해 요구되는 연대와 정직의 가치를 증진하는, 보다 큰 맥락에서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노력은 부탄 왕국에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1인당 소득 2천달러에 행복지수 세계 1위 인도와 중국 사이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 잡아 국토 대부분이 해발 2000m 이상 고지대에 있는 부탄. 남한의 10분의 1면적에 불과 70만명의 인구가 사는 부탄은 지난 2008년 스스로 절대왕정을 입헌군주제로 전환하며 절대적 존경을 받는 젊은 국왕 지그메 케사르 왕추크(28)와 '왕당파'의 상징 지그메 틴레이 총리가 이끌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압도적이다. 부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000달러에 못 미친다. 하지만 병원비는 물론 교육비가 무료이고 국비 유학제도가 발달돼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 신경제재단(NEF)의 지난해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143개국 중 68위에 그친 반면 부탄은 이 조사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국민 100명 중 97명이 행복하다고 답변한 덕분이다. 지그메 싱계 왕추크 전 부탄 국왕이 이미 1970년대에 GNP에서 벗어나 GNH를 추구한 결과이기도 하다. GNH는 행복이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 이 개념은 육체가 필요로 하는 물질과 정신이 필요로 하는 사유적·심리적 요인이 조화된 삶을 강조한다. 부탄 왕국은 4대 목표를 설정했다. 첫째는 성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있는 사회, 경제 개발을 추구하는 것이다. 둘째는 환경 보호이다. 셋째는 문화의 진흥이다. 넷째는 좋은 통치이다. 부탄 정부는 행복 측정 공식도 만들어 냈다. 측정 기준은 경제 문화 환경 정부 4개 항목과 심리적 복지, 건강, 문화, 시간 사용 등 9개 영역으로 이뤄진다. 각각은 다시 72개의 척도에 따라 분석된다. 예를 들어 심리적 복지의 경우 명상의 빈도, 이기심, 질투, 자살 욕구 등 척도에 따라 수량화 된다. |
'세계와 여행이야기 > 부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병철 선배님의 부탄 이야기중에서 (0) | 2015.11.22 |
---|---|
행복을 찾아서, 은둔의 왕국 부탄 (0) | 2015.09.03 |
별것 없는 나라 (0) | 2014.09.10 |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 (0) | 2014.05.05 |
부탄의 국민행복 지표 구성 --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한 (0) | 2014.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