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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

세계와 여행이야기/부탄 이야기

by 소나무맨 2014. 5. 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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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8일 오전 9시 15분]

인도 국경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들어가니 부탄 가이드가 미리 나와 있었다. 부탄은 제도적으로 모든 여행자는 가이드를 동반하여야 한다.

"반가워요. 저는 부탄 가이드 쉐리라고 합니다."

그의 모습은 마치 꽁지머리 액션스타 스티븐 시걸을 연상케 했다. 청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둥근 얼굴에 꽁지머리를 뒤로 묶은 그는 매우 쾌활해 보였다. 쉐리는 우리들의 여권을 거두어 간 뒤 비자 신청서류를 작성했다. 나는 그를 도와 함께 비자 신청서류를 작성하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스티븐 시걸을 닮은 꽁지머리 가이드 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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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트븐 시걸을 닮은 꽁지머리 가이드 쉐리(인도 자이가온 출입구관리사무소)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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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리, 이름이 참 부르기 편하네요?"
"아하, 그래요? 쉐리 민즈 롱 라이프."
"롱 라이프?"
"네, 인생을 멋지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하, 멋진 이름이요. 나는 오케이라고 해요."
"하하, 오케이? 당신 이름도 참 멋진 이름이내요."
"기억하기 매우 쉽지요? 쉐리, 지금부터 우리 친구해요."
"오케이."

그는 매우 편안하고, 거침이 없이 보였다. 우리는 꽁지머리 쉐리를 따라 인도 국경을 통과하여 부탄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쉐리가 미리 수속을 밟아 놓았는지 프리패스로 통과를 했다. 우리는 쉐리를 따라 걸어서 부탄 국경을 쉽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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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탄 국경도시 푼춀링으로 들어가는 푼춀링 게이트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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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부탄에 도착했다!

내가 부탄여행을 꿈꾸기 시작 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나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고, 카시미르를 거쳐 라다크 레(Leh)에서 해발 3000m가 넘는 로땅라 고개를 넘어 오다가 눈 속에 갇히게 되었다. 나는 눈 속에 갇혀 있다가 트럭을 얻어 타고 가까스로 겨우 마날리로 넘어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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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마날리 로땅라에서 만났던 영국에서 온 철학교수 존. 나는 존으로부터 처음으로 부탄에 대한 이야기를 듣도 부탄 여행을 결심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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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영국 웨일스에서 온 존이라고 하는 한 철학교수를 만났다. 그는 마음을 쉬고 싶어 1년째 홀로 인도를 여행하고 있다고 했다. 허름한 배낭에 붉은 숄을 뒤집어 쓴 그는 늘 웃는 얼굴이었다. 나는 그의 다음 여행지가 궁금하여 그에게 물었다.

"존, 당신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지요?"
"부탄."
"부탄이요? 그게 어디에 있지요?"
"히말라야."
"히말라야, 거긴 왜 가지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니까."

부탄가스를 연상케 하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니….  존으로부터 처음으로 부탄이라는 나라를 듣게 된 그 날, 나는 다음 여행지를 부탄으로 정했다. 그리고 귀국을 하여 부탄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이것저것 알아보게 되었다.

지도를 찾아보니 부탄이라는 나라는 티베트와 인도 사이, 히말라야 깊숙한 자리에 한 점처럼 아주 작은 나라였다. '은둔의 땅'이란 이름에 딱 어울리는 나라였다. 당시만 해도 세계지도 속에 부탄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여행께나 했다는 나도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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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네팔, 인도 사이 히말라야 산간에 한 점처럼 생긴 작은 나라 부탄은 남한의 절반 크기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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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나는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부탄에 대한 책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부탄 관련서적은 별로 없었다.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 '부탄'이라는 단어를 쳐 보았지만 '부탄의 문화 민속 엿보기'(박환영 저)란 책 외는 역시 별로 눈에 띄는 책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국민행복지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탄에 대한 책이 여러 권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나는 부탄에 오기 전에 '부탄과 결혼하다(린다 리밍 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제이미 제좌 저)', '히말라야에서 차 한잔(브리타 다스 저)' 등을 읽게 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부탄에 영어강사 자원봉사자로 왔다가 반한 사람들이다. 그중 린다 리밍은 부탄 남자와 결혼까지 해서 살고 있다. 부탄의 무엇을 그들을 반하게 만들었을까?

최빈국의 나라가 국민행복지수 세계 1위?

2010년 유럽 신경제재단(NEF)는 143개국의 국민행복지수(HPI)를 발표했다. 1위를 차지한 부탄은 국민 100명 중 무려 97명이 '나는 행복하다'고 답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68위에 머물렀다. 인구 70만 명, 국민소득 2121달러(2011년 기준)밖에 되지 않는 가난한 나라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되었을까? 궁금했다.

부탄의 4대 국왕 지그메 싱기에 왕축(Jigme Singye Wangchuck)은 국민총생산(GDP) 대신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를 우선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국민행복을 측정하는 독자적인 지표 개발을 추진했다. 부탄의 GNH는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 경제적 발전, 문화보전 및 진흥, 환경보호, 굿 가버너스(활기찬 민주주의) 등 4가지 축을 중심으로 9개 부문, 33개의 지표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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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푼춀링 시내를 한가롭게 걸어가는 부탄 아가씨들. 긴치마 키라Kira를 입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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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영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 심리적 웰빙, ▲ 건강, 교육, ▲ 시간활용 및 균형, ▲ 문화다양성과 복원력, ▲ 시간이용, ▲ 민주적 관리, ▲ 공동체 활력, ▲ 생태다양성과 복원력, ▲ 삶의 수준 등이다.

이 중에서 심리적 웰빙과 교육, 건강을 중시하는 대목이 유독 눈에 띈다. 9개 분야 밑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측정하는 33개의 항목으로 된 지수평가 기준이 있다. 부탄 정부는 2008년부터 2년에 한 번 국민행복지수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집행하고 있다.

국민에게 민주화 내준 유일한 왕

수도인 팀푸는 사발처럼 오목한 골짜기에 약 7만 명이 살고 있다. 그곳엔 교통 신호도 없다. 스티로폼도, 플라스틱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콘돔을 무료로 나누어 준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기 취향에 따라 골이 지거나, 향기가 나거나, 오톨도톨한 콘돔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또 군대에서도 럼주와 위스키를 제조한다.

사실 부탄은 히말라야 산간지역으로 산 말고는 '별것이 없는' 나라이다. 이 나라에는 신호등이 없다. 그런데도 부탄은 무상교육, 무상 의료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거지가 없고, 노숙자도 없다. 고아와 외톨이가 뭔지도 모르고, 우울증 환자도 거의 없다. 사람들은 이웃과 서로 친하게 지내며 늘 웃으며 살아간다.

부탄에 첫 눈이 오면 관공서는 휴일이 되고, 나라전체가 축제분위기로 변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관광객 수를 제한하고 한 명당 1일 체재비 200달러 이상을 받는 이상한 나라인데도, 세계의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아든다. 미국, 영국, 프랑스 , 독일, 일본, 중국의 경제·정치 전문가들도 부탄의 국민 행복을 배우기 위해 속속 찾아오고 있다.

부탄의 5대 국왕 케사르 남걀 왕축(Jigme Khesar Namgyal Wangchuck)은 스스로 왕권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2008년 입헌민주제를 실시하여 국민에게 민주화를 준 세계 유일의 왕이다. 그는 큰 왕궁을 국민에게 양보하고, 평민과 결혼하여 작고 소박한 집에 살며 국민들에게 귀감을 사고 있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부탄에서는 두 가지의 달력을 사용한다. 서구의 태양력과 함께 부탄만의 음력을 사용해 '축복 받은 비 오는 날'이나 '아홉 악령과 만나는 날' 같은 명절을 기념한다. 사람들은 아주 느린 보조에 맞춰 그들만의 생활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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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Goh와 키라Kira를 입고 느긋하게 걸어가는 부탄의 학생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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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시간에 얽매이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시간은 BST(Bhutan Stretchable Time-부탄 유동시간)이라는 비공식적인 시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오전 10시에 만날 약속을 했다면, 1시간 전인 9시부터 시작해 2시간 후인 12시까지가 모두 약속시간에 해당된다. 아무리 늦게 와도 서로 기다려 주는 아량을 가지고 있다. 즉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많은 여유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부탄에서는 누구하고 밥을 먹기로 약속을 했거나, 수도관이 고장 나서 수리공을 불러야 할 상황이면 사람들은 단지 서로 약속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예를 들어 "수요일에 만나요"라고 약속을 한 사람이 목요일에 나타나더라도 48시간 이내에 왔으면 그 약속은 지켜지는 것으로 간주한다. 즉 그들은 시간을 물 쓰듯이 자유롭고 유연하게 사용하며, 느리게 살아간다.

부탄에서는 시간이란 일직선이 나이라 유연하게 순환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들의 삶은 앞으로 돌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돌고, 돌고, 돌아가는 계절 안에 있다. 즉 인간은 환생을 해서 태어나고, 또 다시 태어나고 그렇게 끝없이 순환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그들은 생명과 시간이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탄도 조금씩 현대화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가파른 산기슭에서 전통적으로 씨앗을 뿌리고 키우며 오래전 조상들이 하던 방식으로 살아간다. 최근 현대화의 물결을 타고 1999년도에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처음으로 개통되었고, 2003년도 휴대전화도 들어왔다.

7년 동안 벼르다가 드디어 부탄에 오다

부탄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부탄으로 들어가는 육로는 세 곳이 있지만 모두 비좁기 이를 데 없다. 그 중에서 내가 인도에서 걸어서 국경을 통과한 푼춀링을 여행객은 가장 많이 이용한다. 지금은 드루크 항공이 하늘 길을 열어 네팔 카트만두, 인도 콜까따, 싱가포르, 방콕 등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수도 팀푸로 날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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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킴에서 부탄 푼춀링으로 들어갔던 여정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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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행기보다 육로를 통해 여행을 하기 좋아 하는 나는 인도 델리, 바그도르라, 다르질링, 시킴을 거쳐 푼춀링으로 걸어서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그런 여행이 부탄을 이해하기에 좀 더 쉬울 것 같아서이다.

나는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건지,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몹시 궁금했다. 그리고 부탄 여행을 결심한지 7년만에, 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오게 되었다.

부탄 국경을 넘어 푼춀링에 발을 내 딛는 순간, 인도의 자이가온과는 모든 것이 너무도 달라보였다. 불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달라지다니…. 인도의 자이가온은 더럽고 떠들썩하며 어지럽다. 그러나 부탄의 푼춀링은 모든 것이 잘 정비되어 있고, 깨끗하다.

사람들의 옷차림부터 다르다. 부탄 전통 복장인 고(Goh)와 키라(Kira)를 입은 남녀가 느리고 정숙하게 거리를 걷고 있다. 그 모습이 무척 평온해 보인다. 남자들은 우리나라 두루마기 같은 고를 입고 검은 스타킹을 착용한다. 여자들은 긴 통치마처럼 생긴 키라를 입는다. 고와 키라를 입고 거리를 느리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자 나 역시  저절로 마음이 느긋해 졌다.

오늘밤은 푼춀링에서 하루를 묵고 내일 아침 일찍 부탄의 수도 팀푸로 출발하기로 돼 있다. 이제 모든 일정이 부탄 여행사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꽁지머리 가이드 쉐리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만 다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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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짐을 받아 옮기는 부탄 푼춀링 호텔 직원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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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을 숙소인 '모던 뷰티 팔러 Modern Beauty Parlour' 호텔에 도착하니 키라를 입은 여자 종업원이 우리들의 배낭을 받아서 운반했다. 세계 어디를 가나 남자종업원이 짐을 운반하는데, 여자 종업원이 짐을 운반하다니 다소 색다른 풍경이다. 하지만 기분은 좋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나자 긴장이 확 풀렸다. 호텔에서 제공한 커피를 느긋하게 한 잔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푼촐링 시내를 산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지프에 앉아서만 왔으니 우리에겐 좀 걷는 운동이 필요했다. 우리는 부탄 사람들처럼 느리게 푼춀링 거리로 산책을 나섰다.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가시는 지난 2012년 5월에 여행을 한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 중 일부를 <부탄과 결혼하다>(린다 리밍저)에서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나는 여행을 할 때는 내 이름의 OH KYUN의 이니셜을 따서 OK라고 부르기 쉽게 소개 한다. 그러면 사람들과 금방 친해진다. 쉐리와 나는 친구가 되어 지금도 패이스 북을 통해 채팅을 하며 소식을 서로 주고받고 있다. 어제(12월 16일)도 그와 채팅을 했는데 언제 다시 부탄에 오느냐고 하며, 나를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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