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가장 가난하지만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가장 높은 부탄. 반대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부자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높은 자살률 등 불행을 실감하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 서울연구원(원장 이창현)이 부탄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이 뭔지 연구해 서울 시민의 행복도를 높이겠다는 연구를 시작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서울연구원은 지난 23일 부탄연구원(원장 다쇼 카르마 우라ㆍDasho Karma Ura>)과 행복연구 프로젝트 수행 및 연구 인력 교류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부탄연구원(Centre for Bhutan Studies & GNH Research)은 1999년에 설립된 부탄의 핵심적인 싱크탱크로, 부탄의 국민총행복(GHN
), 사회ㆍ문화ㆍ경제 부문에 대한 학제간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은 이번 교류협정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부탄의 행복지수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서울시민의 행복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행복'이 뭔지에 대해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한편 서로 인력을 파견하고 정보도 나눈다.
실제 서울연구원은 협정 체결 직후 다쇼 카르마 우라 부탄연구소장으로부터 '부탄의 총행복(GNH) 지수로 본 성장잠재력'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었다. 강연에서 다쇼 카르마 우라 소장은 부탄의 국민 총행복(GHN) 지수에 대해 "부탄 정부의 정책 결정시 가장 핵심적으로 판단하는 주요 지수"라고 소개했다.
다시 국민행복을 생각한다
김정렬 |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최근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대형 안전사고가 빈발하면서 국민행복의 필요성을 다시 절감하게 된다. 우리는 세계를 놀라게 한 대형사고를 통해 이번에도 경제성과나 한류를 통해 어렵사리 쌓아 올린 국가 이미지를 일거에 훼손했다. 세월호 침몰은 후진국형 참사라는 국내외 언론의 보도를 접하면서 그동안 한국이 이룩한 외형 성장의 화려한 모습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깊이 성찰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전후해 국내에서도 성장제일주의 사고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하지만 국민행복을 표방한 대안적 발전패러다임이 기초노령연금이라는 암초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사이에 안전한 사회, 쾌적한 환경, 적정한 분배, 지역 간 균형 등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열의는 사그라졌다.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과 직결된 국민행복은 그동안 북유럽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가들의 전유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부탄과 네팔은 물론 라다크와 샹그릴라를 포괄하는 히말라야 스타일 국민행복특구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행복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행복지수의 국가별 또는 지역별 순위는 측정지표의 구성과 산출방법에 따라 큰 차이가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객관화가 용이한 공공서비스 수준을 중심으로 지표를 구성할 경우 북유럽이나 대양주 지역이 강세이지만 주관적인 만족도에 초점을 부여할 경우 히말라야 지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
공공서비스 수준을 중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행복지수’는 주거, 소득, 일자리, 공동체 생활, 교육, 환경, 정치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치안, 일과 삶의 조화 등 총 11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에 심리적 만족에 주목하는 부탄의 ‘국민행복(GNH)’은 건강, 시간활용, 생활수준, 공동체, 심리적 행복, 문화, 교육, 환경, 올바른 정치 등 총 9개 항목을 통해 산정된다.
히말라야 고지대에 자리한 부탄은 2013년 기준으로 인구 73만명, 1인당 국민소득 2863달러로 작고 저발전된 나라의 전형이다. 하지만 유럽 신경제재단(NEF)의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부탄은 국민의 97%가 “나는 행복하다”고 답변해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같은 조사에서 143개국 중 68위라는 기대이하의 저조한 행복도를 기록했다.
부탄의 국왕은 취임 이래 “국민소득(GDP)이 아니라 국민행복(GNH)에 기초해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부탄은 이웃 국가인 중국과 인도가 경제성장에 몰입하는 와중에도 심리적 웰빙, 생태계 보호 등 국민들의 행복을 증진하는 일에 주력해 왔다.
한편 OECD가 2012년 36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행복지수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63.2점(110점 만점)으로 하위권인 24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교육(6위), 정치참여(11위), 치안(12위) 등에서 선전한 반면에 주거(22위), 일자리(25위), 환경(29위), 건강(33위), 일과 삶의 조화(33위), 공동체 생활(35위) 등에서 부진했다. 참고로 호주(87.5점)가 1위를 차지했고 노르웨이, 미국, 스웨덴 등이 뒤를 이었다. 더불어 일본은 21위, 멕시코와 터키가 각각 35위와 36위로 최하위였다.
우리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시장의 과도한 욕심을 정부가 적절히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안전중시형 기업활동이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부의 관심을 재차 촉구해 본다. 또한 티베트 불교가 히말라야 국민행복특구의 성공요인으로 작용한 것처럼 우리도 관용과 자비를 통해 국민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어야 한다. 이 점에서 과도한 경쟁을 조장하는 줄세우기 평가나 부자 열풍의 함정을 탈피해 여가나 공동체의 가치를 재인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탄 정부는 2005년부터 국민 행복을 측정하기 위한 총행복지수를 개발해 2008년부터 2년마다 총행복지수를 조사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국민 8000여명을 대상으로 직접 행복도를 조사하는 등 중요한 정부 정책의 결정 기준이라는 것이다. 총행복지수는 9개 항목과 33개 지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9개 항목은 심리적 웰빙, 건강, 시간사용, 교육, 문화적 다양성 및 저력, 굿 거버넌스, 지역사회 활성화, 생태 다양성 및 회복력, 생활수준 등이다.
다쇼 카르마 우라 소장은 "개개인의 행복은 개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주관적인 판단요소이지만, 국가는 정책을 결정할 때 국민의 행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부탄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총행복지수는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경제성장'의 시대를 대표하는 지수인 GNP(Gross National Product)의 시대에서 이제 '국민행복'을 지수화하고 이를 정책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삼는 GNH(Gross National Happiness)의 시대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창현 서울연구원장은 "서울의 글로벌 도시경쟁력은 세계 유수도시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지만, 시민의 삶의 질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이제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노력해야할 시점이다. 정부가 대규모 개발사업을 수립할 경우 환경보호를 위해서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서울시의 정책이 시민의 행복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행복영향평가제도'도입을 연구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