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정책 제도·계획·기구 정비 시급
상수도·생태하천 등 국토부·환경부 사업 중복…예산낭비 심각
물 정책 방향, 정부 주도 아닌 지자체·시민 중심으로 바뀌어야
Part 03. 시민사회가 바라본 새 정부의 물 관리 정책 과제
|
|
|
▲ 염형철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
지난 7∼8년간 환경부 물 정책의 핵심은 물산업 강국 달성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세계 10대 물 기업에 한국 기업 2개를 진출시키는 것이었다. 더 자세하게는 지자체 수도사업을 수자원공사에 몰아주는 대신 환경부 산하로 가져오는 것과 민간기업들의 덩치 확대, 해외 진출 지원이었다.
수돗물의 신뢰가 바닥을 기고 있는 동안 환경부의 관심은 물산업의 육성을 위해 민영화 논란도 마다하지 않았다. 먹는샘물(생수) 업체들의 수질개선부담금을 지속적으로 인하했고, 수질 점검의 권한조차 그들에게 넘겼다. 지역 수도사업에 대한 투자 대신 고도정수시설의 확대 등 시설의 확충과 비대화를 추구한 것도 이러한 기조를 반영한 것이었다.
다른 한편의 중점 사업은 4대강 사업의 지원이었다. 16개 보 건설이 수질 관리에 심각한 부담이 되는데도, 이를 옹호하고 합리화하는 데 앞장섰다. 수질악화를 방지하겠다며 하·폐수 처리시설을 집중적으로 증설했다.
4대강변의 입지 규제를 완화하고 오염원의 입주를 용인했다. 수질 측정의 기준을 개선하지 않았고,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중심의 측정을 통해 하천 수질의 악화를 눈감거나 왜곡했다. 수질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불필요하게 증설한 시설들의 관리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환경부조차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4대강 사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환경부의 포부는 소위 생태하천공사를 전국 600개 하천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환경부가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환영한 ‘2013년 예산 6조원 돌파’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아마 6조 원은 환경은 보호하지 않고, 환경업자들만 한 몸이 된 환경부의 현실을 상징하는 숫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수렁 빠진 수공 특혜 바로 잡아야”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지난 4년 간 무려 798%나 늘어, 12조 5천809억 원까지 치솟았다(2011년 결산). 4대강 사업을 제외한 수자원공사의 연간 매출이 2조 원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4년만에 5년 치의 매출이 빚으로 쌓인 셈이다.
물론 이들 빚의 대부분은 4대강 사업과 경인 운하 사업에서 기인한 것으로 회수 방법이 없다. 정상적이라면 수공은 당장이라도 파산해야 한다. 경영책임자들은 사법처리를 받고, 임원들도 재산을 가압류 당하는 게 맞다.
하지만 수자원공사 사장은 수공 역사상 처음으로 5년 연임에 성공했다. 임직원들은 국정감사장 등에서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또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교수를 고소하기도 했다. 참고로 고소는 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리됐다.
이런 사태가 가능한 것은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공기업의 인사 구조 탓이고, 공기업경영실적 평가를 마사지한 정부(기획재정부)와 정치권의 보호 탓이었다. 또 수자원공사의 실패를 국민세금으로 보상해주는 특혜 장치들이다.
「수자원공사법」에 의하면 국가는 수자원 개발 시설의 신축·개축 비용 등을 지급할 수 있고, 사업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사에 보조할 수 있다. 이 법률에 의해, 수자원공사는 2011년만 해도 4대강 사업의 이자 3천558억 원을 지원 받았다.
더 근본적으로 수공은「댐 건설법」에 의해 댐 사용권을 독점하고 있다. 국가 예산으로 건설한 댐을 관리하는 업무가 전부인 수공이 마치 강물에 대한 천부적 권한이 있는 것처럼 물 값을 받아 챙긴다. 수공은 물 사용료까지 강제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권한까지 있다.
따라서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할 법적 책임이 있는 지자체들은 수리권이 없어, 새로운 취수를 위해서는 수공에 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그럼에도 수공은 수질관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아, 홍수가 난 후 댐 호소에 떠 있는 쓰레기 처리를 두고서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수공은 본사에 1부사장, 4본부, 25처로 구성돼 있다. 현장에 1개 사업, 8개 지역본부, 24단(원)을 두고 있다. 정원은 4천169명까지 늘었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수자원공사의 문어발식 확장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4대강변에 수십 개의 친수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미 발표한 4개 사업 중, 사업규모가 확정된 부산의 에코델타시티를 위해서만 약 5조 원을 차입할 예정이다.
|
|
|
▲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할 법적 책임이 있는 지자체들은 수리권이 없어, 새로운 취수를 위해서는 수공에 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그럼에도 수공은 수질관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아, 홍수가 난 후 댐 호소에 떠 있는 쓰레기 처리를 두고서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
지나친 개발 편향…보전·관리 무시
현재 한국의 물 관리는 의미 있는 계획도 없고, 책임 있는 주체도 없는 아노미 상태다. 물 정책을 독점하고 있는 소수가 있지만, 이들은 적정하고 건강하게 국가의 물을 관리하려는 쪽이 아니라, 어떻게든 댐을 건설하고 공사를 벌이겠다는 ‘토건마피아들’이다.
따라서 한국의 물 정책을 볼모로 잡고 있는 국토부·환경부 등에 자리 잡은 이들을 밀어내고, 정상적인 생각과 절차들이 작동케 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다. 물 관리를 비효율과 지속 불가능하게 만들고, 정책을 혼란시킨 이들에 대해 엄정하게 평가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4대강 사업을 위해 거짓을 꾸미고 국민을 속인 관련 부서의 공무원들, 국책 연구소와 학계의 전문가 등에 대해서는 관용 없는 처벌을 통해 또 다시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부의 물 정책은 지나치게 개발 편향으로 이루어져 왔고, 보전과 관리의 측면은 무시됐다. 중앙정부에 수자원 개발부서를 두고, 상하수도 시설 건설 부서까지 두어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중앙 정부는 물 정책의 목표, 방향, 기준을 세우고, 지방 정부가 지역사회에 필요한 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예산과 역량을 지원하면 충분하다.
중앙정부가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불필요한 계획을 세우고, 제한 없는 권한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토부의 수자원개발과를 비롯한 건설 기능, 환경부의 상하수도국 건설 기능은 폐지해야 한다.
나아가 이수와 치수 하천환경의 균형 있는 관리와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유역 관리 체계로 중심을 이전하는 것이 옳다. 한국은 물 관리에 있어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이미 과잉 개발의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니 만큼, 대규모 개발의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2010년대 댐 건설 장기계획은 시대착오적이다.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세워야 할 댐은 없으며, 국가가 나설만한 사업들은 아니다. 민간과 지자체의 역량이 충분히 발전한 상황에서 국가가 주도할 이유는 이제 사라졌다. 따라서 「댐 건설 및 주변지역지원에 대한 법률」을 폐지하고, 이에 맞춰서 만들어진 조잡한 국가 계획들은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허수아비가 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 하천기본계획 등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환경부의 물환경기본계획 등 미사여구가 가득찬 계획들도 실효성 있게 정비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물관리기본법」이 만들어지고, 물 관리가 일원화되어 일관된 물 계획들이 수립되는 것이 중요하다.
|
|
|
▲ 국민이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위해서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아니라 염소 투입 방법을 개선해 냄새를 줄이고, 취수장의 상류 이전보다 옥내배관 개선을 촉진하는 법률이 더 중요하다.
|
“수공, 유역별 공단으로 분화시켜야”
수자원공사는 거대한 토건공사를 통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창사의 목적이 이미 1990년대 끝났음에도 조직을 유지하면서, 특권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자신들끼리 담합해 이익을 분배하고 있다.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등은 부정한 권력과 부패한 경영진의 결탁이 만들어 낸 묻지마식 토목사업이었다.
현재의 수자원공사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그동안의 폐해와 물 정책의 혼선을 막기 위해서 이제라도 결단이 있어야 한다. 수자원의 통합관리와 관리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유역별 공단으로 분화시켜야 한다. 보전과 관리 기능에 집중하도록 개발사업을 금지시키며, 댐 용수 사용료를 폐지하고 취약지역 물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
한국환경공단 역시 온갖 비리로 얼룩져 있다. 공적이지 않은 사업을 환경부의 지원 아래 수주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환경부의 물산업 육성 계획과 연계되어 하수도를 넘어 상수관망까지 진출하고 있는데, 이는 중복투자와 비효율 경영을 확산시킬 뿐이다.
물 정책의 정상화 과정에서 주요하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거버넌스의 복원이다. 우선은 기존의 관리체계가 왜곡되고 비틀린 상황이므로, 물 정책의 개혁 동력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교적 전문성이 필요한 물 관리 분야에서, 정보를 차단하고 평가를 외면할 경우, 물 정책의 미래를 담당할 새로운 세력의 육성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는 좁게는 민·관 전문가 그리고 시민단체 등과의 소통이지만, 넓게는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물 민주주의 개념까지 나가는 것이 옳다. 공급자 중심의 물 정책이 아니라,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는 정책으로 나가기 위해서 중앙집권주의, 관료주의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믿고 마실수 있는 수돗물을 위해서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아니라 염소 투입방법을 개선해 냄새를 줄이고, 취수장의 상류 이전보다 옥내배관의 개선을 촉진하는 법률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행정의 주체를 바꾸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워터저널』 2013.3월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