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삶 시리즈: ‘지속가능발전목표’(SDG) 17개 부문 논의
성평등 달성과 여성역량 강화
2014년 7월에 국제적 협의가 완료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 SDG)의 17개 목표는 기존 새천년개발목표(MDG) 미완의 과제를 포함하여 경제ㆍ사회ㆍ환경 관련 국제사회의 핵심과제를 균형있게 반영하되 그간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불평등, 평화롭고 포용적 사회와 제도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행수단과 글로벌 파트너십에 관한 사항도 포함된다. 금주에는 그 다섯 번째 목표인 ‘성평등 달성과 여성역량 강화’에 대해 논의한다.
① 빈곤 퇴치 ②기아 해소와 식량안보 달성 및 지속가능농업 발전 ③보건 증진
④교육 보장과 평생학습 향상 ⑤성평등 달성과 여성역량 강화 ⑥물과 위생 제공과 관리 강화 ⑦에너지 보급 ⑧경제 성장과 일자리 증진 ⑨인프라 구축과 산업화 확대 ⑩불평등 해소 ⑪지속가능도시 구축 ⑫지속가능소비생산 증진 ⑬기후변화 대응 ⑭해양과 해양자원의 보존과 지속가능 이용 ⑮육상 생태계 등의 보호와 지속가능 이용 ⑯평화로운 사회 증진과 제도 구축 ⑰이행수단과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
세계는 지금 여러 차원에서 심각한 어려움과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환경파괴 등 과연 지구촌이 존속할 수 있을까 하는 위기에서 UN은 국제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퇴치를 위해 전 인류가 함께 달성하기로 합의한 8가지 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MDGs Report)를 2000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이 목표를 긍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핵심에 “성평등과 여성의 역량강화”가 있다. MDGs Report의 달성기간인 2015년까지 1년도 채 남아있지 않은 시점에 국제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조건인 성평등 의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은 전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4년 ‘성 격차(Gender Gap)지수’는 142개국중 117위로 OECD 최하위국가가 되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성평등’ 의제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후퇴했기 때문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한국사회의 성 격차는 여성들로 하여금, 출산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만들었고 일·가정·육아 그 어느 것으로부터도 행복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아울러 성희롱·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의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WEF, 2014년 ‘성격차(Gender Gap) 보고서’ 발표해
지난달 10월 28일 세계경제포럼(WEF)이 전세계 142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4년도 글로벌 성 격차(Gender Gap)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아이슬랜드가 0.8594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고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반면 예멘이 142위로 최하위를 차지했고 파키스탄과 차드, 시리아, 말리 등도 하위권으로 처졌다. 중남미의 니콰라과가 6위였고, 르완다가 7위를 차지했다. 필리핀은 9위였고 미국은 20위였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87위였고 일본은 104위였다.
WEF 지표는 ①경제, ②교육, ③보건, ④정치 네 분야에서 평가된다. 그리고 각각의 지표는 다음과 같이 세분화된다. ①경제: 여성 노동 참여율, 유사 일 봉급 격차, 평균 임금 격차, 입법자/고위공직자/기업 임원 비율, 전문직/기술직 비율, ②교육: 식자율, 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 격차, ③보건: 태아 남녀 비율, 남녀 수명 비율, ④정치: 여성 국회의원 비율, 여성 장/차관 비율, 지난 50년간 여성이 국가 수반이었던 기간 등이다. 대부분의 지표는 (여성)/(남성)으로 계산된다. 즉 평균 임금 격차는 (평균 여성 임금)/(평균 남성 임금) 등. 남녀 수명 비율은 평균적으로 여성이 수명의 기댓값이 더 높으므로 1.00을 넘길 수도 있지만 다른 수치들은 1.00 이상일 경우 1로 계산한다.
2014년 성격차 보고서를 부문별로 보면 경제활동 참가 및 기회에서는 브룬디가 1위였고, 교육에서는 아이슬랜드와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등이 1점 만점으로 공동 1위였다. 보건에서는 니콰라과와 라트비아, 프랑스, 브룬디, 에콰도르 등이 공동 1위였고, 정치 참여에서는 아이슬랜드가 1위, 핀란드가 2위였다.
교육에서 1점 만점을 받아 남녀간 완전 평등이 보장된 국가가 25개국로 지난해와 같았고, 보건에서는 완전 평등인 국가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35개국이나 됐다. 또 이 두 항목 모두 완전 평등이 보장된 국가는 바하마와 브라질, 프랑스, 필리핀 등 8개국이었다.
한편 한국은 성평등지수에서 0.640점을 받아 142개국 가운데 117위를 차지했다. 점수는 1년전 0.635점보다 소폭 올랐지만, 136개국 가운데 111위였던 지난해보다 순위가 더 떨어진 것이다. 한국은 주요 4개 항목 가운데 경제활동 참가 및 기회에서 124위로 가장 낮았고, 교육에서는 103위, 보건에서는 74위, 정치참여에서는 93위였다. 세부 항목들 가운데 노동시장 참가율에서는 86위로 비교적 높았지만, 전문기술직 수에서는 98위였다. 반면 동일 직군에서의 남성과의 임금 평등에서는 125위로 낮았다. 고위직 여성 간부 수도 113위에 그쳤다. 남성과 여성간 출생 비율에서는 122위였고, 의회내 여성 정치인 수는 91위, 정부 고위직 수에서도 94위로 저조했다. 그나마 여성들의 문자 해독률과 기대수명에서는 단연 세계 1위였다.
WEF측은 “한국은 연구개발(R&D) 분야에서의 남성과 여성간 인력 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큰 격차를 보이는 국가이며 지난 한 해 남녀 임금 불평등이 가장 악화된 10개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여성에게 사회적 자원과 기회 확대돼야
성 격차 보고서는 국가 별로 여성과 남성의 격차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를 도출해 내는 것으로, 실제 누리는 삶의 수준보다는 격차를 측정하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사회적 자원과 기회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에 실제현실의 삶에서 여성이 누리는 사회적 자원과 기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반영되지 않는다. 사회전반에서 여성의 삶의 수준이 높다하더라도, 그 안에서 여성과 남성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는지 알아내는 것이 성 격차 지수인 것이다. 한국의 순위가 여성에 대한 명예살인이나 일부다처제 등이 허용되는 이슬람 국가보다 낮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와같이 여성과 남성간의 상대적인 차이를 나타냄에도 성 격차 지수가 성평등 사회 발전 수준에 관해 주요한 지표가 되는 것은 ‘사회적 자원과 기회’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를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원과 기회에 대한 불평등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사회전반에 불균형을 심각하게 가져와 결국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근간에서 흔들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OECD 국가중 여성의 대졸이상 고학력자가 최고수준인데 경제활동 참여율은 최하수준이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 상태라는 불균형의 원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인지 예산제도’의 도입도 필요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성 격차 지수가 10위권 안에 드는 나라는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2014년도 성 격차 지수가 2013년도 5위에서 4단계 하락한 9위지만 몇 년째 10위권 안에 들고 있다. 즉 필리핀은 한국에 비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저 발전한 국가이지만, 필리핀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자원과 기회에 접근할 때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리핀이 성 격차가 낮아 성평등 지수가 높은 이유는 다각도로 분석해야 하겠지만, 눈에 띄이는 정책이 있다. 이는 성인지 예산 제도이다.
필리핀은 1995년에 일반세출예산법의 개정을 통해 모든 정부기관이 총 세출예산의 최소 5%를 젠더, 성평등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에 할당할 것을 규정하였다. 필리핀에서 성인지 예산제도는 UNIFEM의 원조를 받아 이루어진 것이긴 하나 한국에 비해 무려 15여년 앞서서 도입하여 실현한 것이었다. 한국이 국가재정에 성인지 예산제도를 처음 도입한 2010 회계연도 성인지 예산 대상 사업의 예산규모가 정부총지출의 2.5%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필리핀이 얼마나 앞서서 자원 배분과 기회의 성평등성을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성불평등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자원 배분과 기회의 접근성을 높이는 성인지 예산제도가 실시되지 않는 국가에서는 전향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에듀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