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각국의 영향력 있는 정치·경제·사회 인사들이 모여 그해 경제 어젠다(안건)를 설정하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도 “부자들의 사교 파티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은 피해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스위스에는 전 세계 140개 국가의 글로벌 리더 2700여명이 모여 유로존 위기, 저유가 문제, 에너지 패권 경쟁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말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최근 상업적 성향이 부각되면서 포럼 어젠다나 보고서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못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단 다보스포럼에는 아무나 참석할 수 없다. 법인 회원만 포럼에 참석할 수 있는데, 연회비는 약 7억원(60만 스위스프랑)을 육박한다. 참가비는 1인당 약 2166만원(2만 달러)이 넘는다. 물론 숙식비, 교통비는 자기 부담이다.
뉴욕타임스의 한 금융담당 기자는 “어느 세션을 들으려 줄을 서 있는데 뒤에 서 있던 여자가 전화 한 통화로 뉴욕 시내 한복판에 있는 6000만~9000만 달러짜리 아파트를 거래하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인터넷판은 22일 올해의 포럼이 예년에 비해 세상과 동떨어져 보인다고 지적했다. 저유가가 일반 소비자 가계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토론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포천은 “집을 서너 채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난방비 따위에 신경이나 쓰겠냐”라는 포럼 참가자의 말을 전했다.
‘토마 피케티의 부재’도 언급됐다. 이례적으로 불평등 문제가 이번 포럼의 주요 공식 의제로 채택됐지만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경제학자 피케티가 빠졌다는 지적이다. 포천은 가장 뜨거운 논쟁이 될 ‘1% 대 99% 불평등’ 문제가 선진국과 후진국 간 불평등 문제로 축소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한편 포럼 기간에 맞춰 ‘한국의 밤’ 행사를 열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 2015년 행사를 열고 ‘통일은 비용이 아니라 전 세계의 편익’이라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재벌 3세로는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과 조현성 효성 부사장 등 2명만 참석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이날 “한반도 통일은 전 세계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일본, 중국, 러시아를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권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새로운 투자와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한국의 밤 행사에서는 통일을 기원하는 뜻에서 북한의 옥수수 타락죽과 두부밥, 축하주로 백로술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다보스 '한국의 밤' 대성황…북한음식에 셀카봉도 등장
최종수정 2015.01.24 14:00기사입력 2015.01.24 14:00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15 한국의 밤' 행사는 북한 음식부터 셀카봉 체험코너로 수많은 글로벌 재계 인사들의 관심을 끌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일한국, 무한한 가능성'을 주제로 다보스시의 모로사니 슈바이처호프 호텔에서 개최한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북한 음식과 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외국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핵, 미사일 등 부정적 인식 위주였는데, 이번에 북한 음식과 술, 음악(출강 등 가야금곡) 등 북한의 생활과 문화를 알리는 기회가 됐다.
북산 술인 백로술, 인풍술은 알코올 도수가 40도인 고도주임에도 시음해 보는 사람들이 많았고, 녹두전, 옥수수 타락죽 등이 인기가 높았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개인적으로 한국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며 녹두전 등을 즐겼다.
개성공단 손수건에도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개성공단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외국인들은 손수건이 북한에 있는 공단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명에 "정말(Really?)"이라며 놀라움과 함께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지인들의 선물까지 여러 개의 손수건을 요청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연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연설 등 민관이 한 목소리로 한반도 통일이 전 세계에 대박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자 많은 참석자들이 공감을 표명하며 포스트잇에 지지 메시지를 남겼다.
특히 자스팔 빈드라(Jaspal Bindra) 스탠다드 차터드 아시아지역 사장은 건배사에서 "통일이 된다면 나도 짐 로저스처럼 내 전 자산을 통일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전에도 인터뷰와 저서를 통해 "남북통일이 수년 안에 가능하며 통일 이후 한국 경제가 급성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4년 전부터 참석자들에게 나눠주는 한글 머플러는 이제 한국의 밤의 '잇아이템(It Item)'으로 자리 잡았다. 인기가 높아서 한국의 밤 참석자들도 여러 개를 요청하고, 심지어 호텔 내 보안 경찰들, 호텔 스태프들도 행사장에 와서 스카프를 받을 수 있는지 요청했다.
또 문화체험으로 운영한 셀카봉 사진 촬영도 한국의 독특한 문화로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복을 입은 한국요원들과 즐겁게 촬영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행사장에 설치된 삼성 105인치 UHD TV에도 참석자들의 많은 시선이 쏠렸다. 선명한 화질과 수준 높은 간송미술관 미술작품 10점 상영으로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아울러 요리히코 고지마 미쓰비시 회장, 고이즈미 신이치 도레이 상담역 등 유수의 일본 기업인이 많이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한일재계회의의 해빙무드가 올해 다보스 한국의 밤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한국의 밤 행사장에는 500명이 넘게 찾아와 예정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10시 30분에서야 종료됐다.
‘2015 다보스포럼’ 오늘 개막, 주요 이슈는?
전세계 리더 2500여명이 한 자리에…세계경제 불확실성ㆍ부의 불평등ㆍ기후변화 해소 방안 마련 기대
[이투데이 서지희 기자]
스위스 다보스에서 ‘제45회 세계경제포럼(WEF, 이하 다보스포럼)’ 막이 열리면서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올해 포럼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40여명의 정상을 포함해 2500여 명의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국제기구 대표, 저명 학자 등이 참석한다.
◇ 세계경제 불확실성 해소 방안 모색=올해 다보스포럼의 대주제는 ‘새로운 세계 상황(New Global Context)’이다. 그만큼 세계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
불확실성과 관련해 WEF는 지난 15일 ‘2015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 국가간 분쟁 ▲ 극단적 기후변화 ▲ 정부의 실패 ▲ 국가붕괴 및 위기 ▲ 높은 실업률 및 고용 불안 등 회의에서 주요하게 다룰 5대 리스크를 공개했다.
정체된 중국의 경제성장, 사이버보안 취약, 이슬람국가(IS)의 대두와 프랑스 테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 유가 급락, 에볼라 대처 등 경제, 정치, 사회 전 분야에서 위협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은 위기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기회와 해결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밥 회장은 “현 시대에 비관주의가 만연해 있다”며 “의사결정에 필요한 기술적, 사회적, 경제적 분야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 상위 1%가 99%보다 재산 많아, 부의 불평등 논의=다보스포럼에 참석하려면 참가비는 물론 항공료와 숙박비 등 각종 부대비용까지 평균 4만 달러(약 4350만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다보스포럼이 부자들만의 잔치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이번 포럼에서는 부의 불평등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도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은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낸 보고서에서 오는 2016년에 상위 1% 재산이 나머지 99%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보스포럼은 옥스팜의 위니 바니아 사무총장을 6명의 공동 의장 중 한 명으로 선임하는 등 불평등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 기후변화 대처=지구촌 온난화 등 기후변화 대처 방안도 올해 포럼의 핵심 의제다. 기후변화가 우리 문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역설해왔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토론을 주도하는 가운데 팝스타 패럴 윌리엄스가 재생 플라스틱을 내구성 있는 섬유로 바꾸는 재생업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격으로 참석한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정책입안자들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글로벌 중앙은행 총재 회동=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2일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어 빠지지만 이번 포럼에는 최소 7명 이상의 글로벌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한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의 전격적인 환율방어 포기로 글로벌 중앙은행의 공조가 깨진 가운데 이를 회복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신흥국 대표단들은 미국 측에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과 자국통화 가치 급락 등 혼란을 막기 위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라고 주문할 전망이다.
◇ 비즈니스 기회=다보스포럼에는 세계 각국 메이저 기업 CEO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인수ㆍ합병(M&A) 등 새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의 눈과 숲, 산으로 덮인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CEO들이 서로 만나면 자연스럽게 M&A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독일 제약업체 머크가 미국 생명공학기업 시그마알드리치를 170억 달러에 사들이는 빅딜에 성공한 것도 다보스포럼에서 그 싹을 틔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보스포럼에 북한 두부밥이 등장한 까닭은?
(제네바·서울=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정주호 기자 =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 북한의 옥수수 타락죽과 두부밥, 백로술이 메뉴에 올랐다.
통일을 기원하는 행사 취지에 맞추기 위해 남과 북의 대표 요리가 먼저 남북화합에 앞장선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의 제45차 연차총회가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시의 모로사니 슈바이처호프 호텔에서 '2015 한국의 밤'(Korea Night)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통일한국, 무한한 가능성'(A Unified Korea, Infinite Possibilities)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국내 정·재계 인사들은 참석자들에게 "통일은 비용이 아니라 전세계에 편익"이라는 점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행사에는 앨런 콘 미국 국토안보부 차관과 제이콥 프렌켈 JP모건 회장, 토니 페르난데즈 에어아시아 회장, 존 피스 스탠다드차타드 회장, 요리히코 고지마(順彦小島) 미쓰비시 이사회 의장, 이브라힘 알 아사프 사우디 아라비아 재정경제부 장관 등 42개국의 글로벌 리더 5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통일대박'을 설파했던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행사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한반도 통일시대가 머나먼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조연설자로 나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통일한국이 국제사회에 제시할 비전과 혜택에 대해 설명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한반도 통일은 전세계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일본, 중국, 러시아를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권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새로운 투자와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북한의 옥수수 타락죽, 두부밥, 개성무찜 등이 남한의 불고기 샐러드, 닭강정, 푸아그라 된장 벨루떼 등과 함께 '통일 요리'로 제공돼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남한의 막걸리, 북한의 백로술, 인풍술이 곁들여진 이들 메뉴는 남북 화합을 상징하는 요리로 소개됐다.
이중 산머루를 발효시켜 만든 인풍술은 2009년 남북적십자회담의 만찬주로 지정돼 북측 단장이 양측 단원들에게 한잔씩 권했던 술이다.
참석자들에게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손수건이 기념품으로 제공되기도 했다.
행사장을 장식한 '유니피케이션(UNIFICATION) 레터' 구조물은 참석자들의 통일지지 메시지로 꾸며졌다. 존 피스 스탠다드차타드 회장은 "한반도 통일은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노동력 감소, 국내 투자 위축, 저성장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한국 경제의 성장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썼다.
토니 페르난데즈 에어아시아 회장도 "통일 한국은 잠재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이는 투자 기회가 될 것으로 많은 기대가 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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