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한국 사회는 ○○사회다]시민들이 말하는 한국사회
2014. 10. 8. 21:11ㆍ시민, 그리고 마을/시민사회운동과 사회혁신
[창간기획 - 한국 사회는 ○○사회다]시민들이 말하는 한국사회
경향신문은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e메일과 페이스북, 직접 인터뷰를 통해 각계각층의 시민 20여명에게 ‘2014년의 한국 사회’를 물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국 사회를 여러 조어로 정리했다. 사용한 단어는 달랐지만 한국 사회의 문제를 보는 관점은 비슷했다.
여러 시민들은 ‘남이 정한 기준에 따라가기 급급한’ 면을 지적했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고, 연봉이 높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허둥대는 사회다. 남에게 보여주는 삶을 살기 위해 사회가 규정한 ‘정답’에 자신을 끼워맞춘다. 이민주씨(25)는 이를 ‘껍질사회’로 표현했다. 같은 맥락에서 ‘경쟁’이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한다.
‘불안’도 설문에서 찾을 수 있는 단어다.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노인들은 현재에 대한 불안으로 살아간다. 김미경씨(46)는 “늙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도 겁난다”며 “한국 사회는 불안사회”라고 했다. 한국 사회는 이런 불안을 조성한 원인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해결하지 않는다. ‘무력한 사회’ ‘구경꾼 사회’ ‘폐쇄회로(CC)TV 사회’는 이런 비판적 인식에서 나온 말이다.
‘부정부패’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기득권 세력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지만 시민들은 말뿐이라고 생각한다. 송주열씨(52)는 한국 사회에 대해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법을 지키라고 하면서 힘 있는 자들에게는 관용을 베푸는 ‘떼 법 사회’ ”라고 했고, 페이스북으로 의견을 준 박상민씨는 “정부·기업 등 너나 할 것 없이 부정이 만연해 있는 ‘부정사회’ ”라고 했다. 조현선씨는 “정당한 행동이 오히려 지탄받는 상식 없는 사회”라고 했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37)은 “평생 알바를 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사회”, 즉 ‘알바사회’라고 이 시대를 진단했다. 김진우씨(46)는 “길에 누가 쓰러져 있어도 가서 도와주지 못하는 ‘매정사회’ ”라고 했다.
(1) 무력사회다 - 김갈뫼(페이스북)
한국사회는 ‘무력사회’다. 사회문제가 나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정치적 무력감이 팽배한 무력(無力)사회다. 반대로 정치권은 국정원 대선개입 무죄판결과 같이 유신을 방불케 하는 무력(武力)시위를 한다. 내가 바라는 한국사회는 ‘기회사회’다. 갖가지 아이디어가 정책에 반영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의지·노력·재능만 있다면 출신성분과 관계없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 보장된 사회.
(2) 불량사회다 - 심은정(페이스북)
한국사회는 ‘불량사회’다. 양심도 없고 헤아림도 없다. 힘 없어 보이는 친구에게서는 ‘삥’ 뜯는다. 내 편이다 싶으면 보살피고 아니면 보복한다. 약자에 대한 배려는 없다. 다른 사람은 대부분 구경꾼이다. 약자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강자의 보살핌만 받으면 무사하다는 안도감으로 넘긴다. 바라는 건 ‘진실사회’ ‘인정사회’다. 공익과 관계되는 것이라면 숨김이 없어야 하고, 서로 실수를 인정하며 그 실수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사회다.
(3) 껍질사회다 - 이민주 (25·대학원생)
한국사회는 ‘껍질사회’다. 숫자와 감정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 돈과 선정성으로 대중을 자극하는 문화, 모방과 위선으로 서로를 속이는 모습이 껍질이다. 개인도 진학·취업·결혼 등 인생 단계에서 어떻게 가장 멋진 ‘껍질’을 보여줄지 아등바등한다. 바라는 건 ‘느린 사회’다. “몇 살엔 무엇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비정상”이라는 구조적 시계가 인생 시계를 지배한다. 내 시간이 사회의 흘러가는 시간에 얼마나 얽매였는지 들여다볼 때다.
(4) 상실사회다 - 김재욱(46·교사)
한국사회는 ‘상실사회’다. 학생은 아침식사도 못하고 학교로 달려와 졸린 눈을 비비며 수학문제를 푼다. 1교시부터 야간자율학습까지 쉼 없이 달리고, 주말엔 학원에 간다. 대학에 왜 가느냐고 물으면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서란다. 서열화된 입시에 학생의 이름은 없다. 성적·석차·경쟁만 있다. 학교는 그것을 부추긴다. 나는 ‘회복사회’를 꿈꾼다. 전교 몇 등하는 학생이 아닌 ‘OO을 좋아하는 아무개’로 불리는, 학생들이 참된 나를 찾아가는 사회다.
(5) CCTV 사회다 - 김지현(페이스북)
한국사회는 ‘폐쇄회로(CC)TV 사회’다. 감시는 하지만 서로에게, 사회에 크게 관심은 없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만 돌려보는 CCTV처럼 단면만 보고 장면의 이야기를 보진 않는다. ‘보라사회’가 되길 바란다. 새는 양 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지만 한국을 이끌어가는 파란색과 빨간색 양 날개는 서로 자신의 날개만으로 날 수 있다며 싸운다. 두 색을 합친 보라색 날개로 제대로 날고 그 위에 국민들이 타서 맑은 하늘 좀 구경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6) 정답사회다 - 배진아(페이스북)
한국사회는 ‘정답사회’다. 산과 바다를 어떻게 칠해야 하는지부터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디에 취직해야 하며 얼마짜리 집과 차를 사야 하는지까지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다. ‘정답’이 아닌 선택을 하면 충고를 빙자한 간섭을 서슴지 않으며 아웃사이더로 모는 사회다. 바라는 한국사회는 ‘인정사회’다. 어떤 선택을 하든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회. 조금 다르다고 틀렸다고 몰지 않고 ‘인정’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7) 빠른 사회다 - 이성운(32·입시학원 원장)
한국사회는 ‘빠른 사회’다. 수능 고득점을 위해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행학습에 열광한다. 문제는 학생들은 정작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 채 빠르게 달리고만 있다는 사실이다. 수능·내신 준비, 스펙 쌓기에 몰두하느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는 뒷전이다. ‘바른 사회’가 되길 꿈꾼다. 한 아이의 아빠로서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빨리 말하는 것보다는 바른 말을 하면 좋겠다.
(8) 과시사회다 - 박정민(페이스북)
한국사회는 ‘과시사회’다. 사람들이 봤을 때 ‘좋아보이는’ 곳에서 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내가 바라는 사회는 ‘관계사회’다. 세상의 잣대에만 기대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진정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를 믿어주고 지지하는 관계가 바탕이 돼야 한다. 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산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미친 거 아냐? 괴짜다”가 아니라 “언제 한번 놀러 갈게”라며 가치관을 존중하고 소통하는 관계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9) 배신사회다 - 김선태(71·노년유니온 위원장)
한국사회는 ‘배신사회’다. 힘든 세월을 보내며 지금의 한국을 만든 어르신들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 노인빈곤율이 50%대로 세계 1위다. 어르신들은 70% 이상의 압도적 지지로 현재의 대통령을 만들었지만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의 기초연금 지급은 돈이 없어 못주고”, “기초수급자들은 이중 지원이어서 못주고” 같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보며 이제야 배신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복지사회’가 되길 바란다.
(10) 부정사회다 - 서동훈(페이스북)
한국사회는 ‘부정사회’다. ①바르지 않은 것이 이기는 사회, 누군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매장당하는 부정(不正)사회, ②‘그렇지 않다’, ‘우리 잘못이 아니다’라는 부정(否定)사회, ③잘못된 아버지의 사랑이 세상을 썩게 만드는 부정(父情)사회다. 바라는 한국사회는 ‘정의사회’다. 정의롭지 못한 방법을 쓴 자는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제공해야 하고, 세월호 피해자들이나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11) 골다공증 사회다 - 한가람(23·대학생)
한국사회는 ‘골다공증 사회’다. 빠르게 성장한 만큼 곳곳에 보이지 않는 병폐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나타나는 증상은 없지만 뼈가 약해져 골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골다공증과 비슷하다. 세월호 참사는 몸의 중추인 ‘척추뼈’ 골절에 비유할 수 있다. 근본적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될 것이다. 바라는 한국사회는 ‘안심사회’다. 취업·비정규직·정리해고와 같은 생업 문제, 전쟁·질병과 같은 생명 문제 등 많은 영역이 연관돼 있다.
(12) 무한경쟁사회다 - 선우(18·청소년)
한국사회는 ‘무한경쟁사회’다. 입시 경쟁이 심하다. 공부에 뜻이 없으면 문제아 취급을 받는다. 어른들은 ‘정체성 찾는 건 나중에 해라’고 말한다. 대학에 가면 취업 경쟁이 있다. 남보다 잘사는지 끊임없이 비교하는 평생 경쟁 시스템이다. ‘다종다양한’ 사회를 바란다. 어떤 종류의 사람을 마주쳐도 신기해하지 않고, 이해하는 게 몸에 밴 사회다. 내게 부족한 건 남이 채워주고, 남이 부족한 건 내가 채워줄 수 있는 사회다.
여러 시민들은 ‘남이 정한 기준에 따라가기 급급한’ 면을 지적했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고, 연봉이 높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허둥대는 사회다. 남에게 보여주는 삶을 살기 위해 사회가 규정한 ‘정답’에 자신을 끼워맞춘다. 이민주씨(25)는 이를 ‘껍질사회’로 표현했다. 같은 맥락에서 ‘경쟁’이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한다.
‘불안’도 설문에서 찾을 수 있는 단어다.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노인들은 현재에 대한 불안으로 살아간다. 김미경씨(46)는 “늙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도 겁난다”며 “한국 사회는 불안사회”라고 했다. 한국 사회는 이런 불안을 조성한 원인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해결하지 않는다. ‘무력한 사회’ ‘구경꾼 사회’ ‘폐쇄회로(CC)TV 사회’는 이런 비판적 인식에서 나온 말이다.
‘부정부패’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기득권 세력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지만 시민들은 말뿐이라고 생각한다. 송주열씨(52)는 한국 사회에 대해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법을 지키라고 하면서 힘 있는 자들에게는 관용을 베푸는 ‘떼 법 사회’ ”라고 했고, 페이스북으로 의견을 준 박상민씨는 “정부·기업 등 너나 할 것 없이 부정이 만연해 있는 ‘부정사회’ ”라고 했다. 조현선씨는 “정당한 행동이 오히려 지탄받는 상식 없는 사회”라고 했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37)은 “평생 알바를 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사회”, 즉 ‘알바사회’라고 이 시대를 진단했다. 김진우씨(46)는 “길에 누가 쓰러져 있어도 가서 도와주지 못하는 ‘매정사회’ ”라고 했다.
(1) 무력사회다 - 김갈뫼(페이스북)
한국사회는 ‘무력사회’다. 사회문제가 나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정치적 무력감이 팽배한 무력(無力)사회다. 반대로 정치권은 국정원 대선개입 무죄판결과 같이 유신을 방불케 하는 무력(武力)시위를 한다. 내가 바라는 한국사회는 ‘기회사회’다. 갖가지 아이디어가 정책에 반영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의지·노력·재능만 있다면 출신성분과 관계없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 보장된 사회.
(2) 불량사회다 - 심은정(페이스북)
한국사회는 ‘불량사회’다. 양심도 없고 헤아림도 없다. 힘 없어 보이는 친구에게서는 ‘삥’ 뜯는다. 내 편이다 싶으면 보살피고 아니면 보복한다. 약자에 대한 배려는 없다. 다른 사람은 대부분 구경꾼이다. 약자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강자의 보살핌만 받으면 무사하다는 안도감으로 넘긴다. 바라는 건 ‘진실사회’ ‘인정사회’다. 공익과 관계되는 것이라면 숨김이 없어야 하고, 서로 실수를 인정하며 그 실수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사회다.
(3) 껍질사회다 - 이민주 (25·대학원생)
한국사회는 ‘껍질사회’다. 숫자와 감정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 돈과 선정성으로 대중을 자극하는 문화, 모방과 위선으로 서로를 속이는 모습이 껍질이다. 개인도 진학·취업·결혼 등 인생 단계에서 어떻게 가장 멋진 ‘껍질’을 보여줄지 아등바등한다. 바라는 건 ‘느린 사회’다. “몇 살엔 무엇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비정상”이라는 구조적 시계가 인생 시계를 지배한다. 내 시간이 사회의 흘러가는 시간에 얼마나 얽매였는지 들여다볼 때다.
(4) 상실사회다 - 김재욱(46·교사)
한국사회는 ‘상실사회’다. 학생은 아침식사도 못하고 학교로 달려와 졸린 눈을 비비며 수학문제를 푼다. 1교시부터 야간자율학습까지 쉼 없이 달리고, 주말엔 학원에 간다. 대학에 왜 가느냐고 물으면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서란다. 서열화된 입시에 학생의 이름은 없다. 성적·석차·경쟁만 있다. 학교는 그것을 부추긴다. 나는 ‘회복사회’를 꿈꾼다. 전교 몇 등하는 학생이 아닌 ‘OO을 좋아하는 아무개’로 불리는, 학생들이 참된 나를 찾아가는 사회다.
(5) CCTV 사회다 - 김지현(페이스북)
한국사회는 ‘폐쇄회로(CC)TV 사회’다. 감시는 하지만 서로에게, 사회에 크게 관심은 없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만 돌려보는 CCTV처럼 단면만 보고 장면의 이야기를 보진 않는다. ‘보라사회’가 되길 바란다. 새는 양 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지만 한국을 이끌어가는 파란색과 빨간색 양 날개는 서로 자신의 날개만으로 날 수 있다며 싸운다. 두 색을 합친 보라색 날개로 제대로 날고 그 위에 국민들이 타서 맑은 하늘 좀 구경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6) 정답사회다 - 배진아(페이스북)
한국사회는 ‘정답사회’다. 산과 바다를 어떻게 칠해야 하는지부터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디에 취직해야 하며 얼마짜리 집과 차를 사야 하는지까지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다. ‘정답’이 아닌 선택을 하면 충고를 빙자한 간섭을 서슴지 않으며 아웃사이더로 모는 사회다. 바라는 한국사회는 ‘인정사회’다. 어떤 선택을 하든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회. 조금 다르다고 틀렸다고 몰지 않고 ‘인정’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7) 빠른 사회다 - 이성운(32·입시학원 원장)
한국사회는 ‘빠른 사회’다. 수능 고득점을 위해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행학습에 열광한다. 문제는 학생들은 정작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 채 빠르게 달리고만 있다는 사실이다. 수능·내신 준비, 스펙 쌓기에 몰두하느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는 뒷전이다. ‘바른 사회’가 되길 꿈꾼다. 한 아이의 아빠로서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빨리 말하는 것보다는 바른 말을 하면 좋겠다.
(8) 과시사회다 - 박정민(페이스북)
한국사회는 ‘과시사회’다. 사람들이 봤을 때 ‘좋아보이는’ 곳에서 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내가 바라는 사회는 ‘관계사회’다. 세상의 잣대에만 기대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진정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를 믿어주고 지지하는 관계가 바탕이 돼야 한다. 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산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미친 거 아냐? 괴짜다”가 아니라 “언제 한번 놀러 갈게”라며 가치관을 존중하고 소통하는 관계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9) 배신사회다 - 김선태(71·노년유니온 위원장)
한국사회는 ‘배신사회’다. 힘든 세월을 보내며 지금의 한국을 만든 어르신들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 노인빈곤율이 50%대로 세계 1위다. 어르신들은 70% 이상의 압도적 지지로 현재의 대통령을 만들었지만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의 기초연금 지급은 돈이 없어 못주고”, “기초수급자들은 이중 지원이어서 못주고” 같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보며 이제야 배신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복지사회’가 되길 바란다.
(10) 부정사회다 - 서동훈(페이스북)
한국사회는 ‘부정사회’다. ①바르지 않은 것이 이기는 사회, 누군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매장당하는 부정(不正)사회, ②‘그렇지 않다’, ‘우리 잘못이 아니다’라는 부정(否定)사회, ③잘못된 아버지의 사랑이 세상을 썩게 만드는 부정(父情)사회다. 바라는 한국사회는 ‘정의사회’다. 정의롭지 못한 방법을 쓴 자는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제공해야 하고, 세월호 피해자들이나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11) 골다공증 사회다 - 한가람(23·대학생)
한국사회는 ‘골다공증 사회’다. 빠르게 성장한 만큼 곳곳에 보이지 않는 병폐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나타나는 증상은 없지만 뼈가 약해져 골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골다공증과 비슷하다. 세월호 참사는 몸의 중추인 ‘척추뼈’ 골절에 비유할 수 있다. 근본적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될 것이다. 바라는 한국사회는 ‘안심사회’다. 취업·비정규직·정리해고와 같은 생업 문제, 전쟁·질병과 같은 생명 문제 등 많은 영역이 연관돼 있다.
(12) 무한경쟁사회다 - 선우(18·청소년)
한국사회는 ‘무한경쟁사회’다. 입시 경쟁이 심하다. 공부에 뜻이 없으면 문제아 취급을 받는다. 어른들은 ‘정체성 찾는 건 나중에 해라’고 말한다. 대학에 가면 취업 경쟁이 있다. 남보다 잘사는지 끊임없이 비교하는 평생 경쟁 시스템이다. ‘다종다양한’ 사회를 바란다. 어떤 종류의 사람을 마주쳐도 신기해하지 않고, 이해하는 게 몸에 밴 사회다. 내게 부족한 건 남이 채워주고, 남이 부족한 건 내가 채워줄 수 있는 사회다.
■ 방글라데시 출신 시민이 본 한국 “공동체 무너진 불안사회다”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커피숍에서 4년 전 한국으로 귀화한 마붑알엄씨(37·사진)를 만났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그는 2009년 이주노동자와 한국 여고생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반두비>에서 주인공 ‘카림’역을 맡으며 배우로 활동했고 <리터니> 등 영화를 연출했다. 21세 때 한국에 온 그에게 한국 사회는 무엇인지 물었다.
“한국 사회는 ‘불안사회’입니다. 나만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혼자가 되고, 숨을 못 쉴 정도로 괴로워지죠. 괴로울 때는 술을 마시거나 교회에 가는 걸로 해결하다 결국 자살까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붑알엄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 사회를 낙관했다. 그는 “누구나 학교에 가 공부할 수 있고, 누구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생각이 바뀌고 있다. 그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 입장에서 본 한국은 빠른 시간에 경제발전을 이룬 신기한 나라였지만 이젠 사람을 돈 버는, 일하는 기계로 보는 나라 같다”고 했다. 쉴 새 없이 일하지만 빈부격차는 여전하고, 부모·형제·친구와의 관계가 소홀해지면서 공동체가 파괴됐다고 했다. 일하지 않는 노인을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것을 볼 때면 자신의 미래 같아 “무섭다”고 했다.
방글라데시는 여러 행복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나라다. 그는 “방글라데시는 빈부격차나 여성차별 같은 문제가 있지만 공동체 문화는 아직 살아 있다. 음식 하나라도 나누는 문화가 남아 있어 생활에 쫓기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한국 사회는 ‘군대 없는 사회’다. 단순히 군대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군대’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서열을 나누고 계급을 만드는’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없애자는 것이다. 그는 “말할 힘이 없는 사람들은 사람답게 대우하지 않는다. 소통도 이뤄지지 않는다”며 “국제결혼한 (동남아) 여성에게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한국 문화를 얼마나 잘 아는지 같은 기준만 강조하는 다문화정책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하나의 기준, 잣대만을 세워 강요하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생각해야 한다. 중요한 건 관계와 관심”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커피숍에서 4년 전 한국으로 귀화한 마붑알엄씨(37·사진)를 만났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그는 2009년 이주노동자와 한국 여고생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반두비>에서 주인공 ‘카림’역을 맡으며 배우로 활동했고 <리터니> 등 영화를 연출했다. 21세 때 한국에 온 그에게 한국 사회는 무엇인지 물었다.
“한국 사회는 ‘불안사회’입니다. 나만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혼자가 되고, 숨을 못 쉴 정도로 괴로워지죠. 괴로울 때는 술을 마시거나 교회에 가는 걸로 해결하다 결국 자살까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붑알엄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 사회를 낙관했다. 그는 “누구나 학교에 가 공부할 수 있고, 누구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생각이 바뀌고 있다. 그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 입장에서 본 한국은 빠른 시간에 경제발전을 이룬 신기한 나라였지만 이젠 사람을 돈 버는, 일하는 기계로 보는 나라 같다”고 했다. 쉴 새 없이 일하지만 빈부격차는 여전하고, 부모·형제·친구와의 관계가 소홀해지면서 공동체가 파괴됐다고 했다. 일하지 않는 노인을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것을 볼 때면 자신의 미래 같아 “무섭다”고 했다.
방글라데시는 여러 행복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나라다. 그는 “방글라데시는 빈부격차나 여성차별 같은 문제가 있지만 공동체 문화는 아직 살아 있다. 음식 하나라도 나누는 문화가 남아 있어 생활에 쫓기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한국 사회는 ‘군대 없는 사회’다. 단순히 군대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군대’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서열을 나누고 계급을 만드는’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없애자는 것이다. 그는 “말할 힘이 없는 사람들은 사람답게 대우하지 않는다. 소통도 이뤄지지 않는다”며 “국제결혼한 (동남아) 여성에게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한국 문화를 얼마나 잘 아는지 같은 기준만 강조하는 다문화정책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하나의 기준, 잣대만을 세워 강요하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생각해야 한다. 중요한 건 관계와 관심”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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